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3)
마존현세강림기-474화(472/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5화)
5장 사냥하다 (5)
믿지 않았다.
믿어본 적이 없다.
지근거리에서 천적을 만난 생물은 온몸이 굳어버린다는 그 지겨운 말을.
상식적으로 믿을 수가 없는 소리 였다.
지근거리에서 천적을 만난다면 바 로도망을가야지, 그 자리에 멈춘 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보나마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기를 좋아하는 떠버리들이 그럴 싸하게 지어낸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뱅상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전신을 마치 석고와 접착제로 꼼 꼼하게 발라 굳힌 것처럼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의 몸을 석상처럼 굳게 만든 이가 입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천 천히 빨아들이자 담배의 끝이 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간다.
우습게도 그 작은 담뱃불만으로 주변이 밝혀진 느낌이다. 담뱃불 빛을 받아 붉게 물든 강진호의 얼굴이 그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나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는 건 짐작했지. 주변을 맴도는 기척을 느 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타닥.
너무 조용해서일까?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와증에, 강진호가 문 담뱃불 타들어가는 소리가 너무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강진호가 입에 담배를 문 채 천 천히 모두를 둘러보았다.
강진호에 시선이 닿은 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도 모르게 살 짝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많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달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이는 새하얗지만, 그 밝은 색과는 반대로 뭔가 섬뜩한 느 낌을 주고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야.”
강진호의 입에서 하얀 담배 연기가 천천히 홀러나왔다.
“나를 죽이겠답시고 여기까지 찾 아온 이가 이리도 많다는 것도 재미 있는 일인데……
강진호의 시선이 뱅상에게로 향했다.
“저들끼리 싸우고 있군.”
미묘한 기분.
상대를 죽이겠다는 증오가 아니었다.
지금 강진호의 기분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짐승의 냄새를 맡은 범이 흔적을 따 라갔더니 하룻강아지들이 싸우고 있는 꼴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강진호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 고는 발로 밟았다.
그러고는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 끝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뱅상은 한가지를 느꼈다.
‘왜 나온 거지?’
타이밍이 이상하다.
강진호는 지금 상황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그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 라면 몸을 숨기고 지켜보는 것이 맞 았다. 그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슈발리에와 나나호시 구미가 충돌하여 알아서 전력을 줄여줄 테니까.
그런데 왜 굳이 모습을 드러내서 상황을 막는단 말인가.
멍청해서?
생각이 없어서?
‘그럴 리가 없어.’
세 살 먹은 아이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강진호가 그만한 지력도 갖추지 못했다면 아무리 천하를 떨 쳐 울릴 힘을가지고 있다 해도 한 국의 무인계를 통일하는 것은 불가 능했을 것이다.
그럼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가 느낀 것을 사이토와 오이즈미도 느낀 모양이었다.
오이즈미가 주먹을 꽉 쥐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강진호인가?”
“한국어라……. 준비를 꽤나 한
모양이야.”
오이즈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 어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부터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박력으로 그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조금씩가시 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입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압박감이 사라지자 이성이 돌아오 기 시작했다.
지금 그를가장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두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대체 왜 압 박감을 느끼고 있느냐는 것.
안다.
강진호는 강하다.
그들이 파견한 이들을 모조리도 륙한 이가 강진호가 아닌가. 그런 이가 약할 리 없다.
하지만 강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가.
지금 이곳에는 나나호시 구미의 모든 전력이 모여 있다.
고양이 손까지 빌려서가용한 전 력을 모조리 끌어모으는 것을 최강 이라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정 이상의 고수들이 싸울 때는 수준이 되지 않는 인원이 합류하는게 방해
가 될 때도 있다.
그 모든 점을 감안하여 최고의 전력을 만들었다. 과거 강진호가 상 대한 어중이떠중이들과는 그 급이 다르다.
강진호가 강하다고 하나 이만한 전력 앞에서도 강함을 논할 수는 없다.
강진호 하나만 상대하는 것이 확 실하다면, 이만한 전력을 모아 올 필요도 없었다. 그나 사이토만 나서도 강진호의 목을 벨 수 있다고 확 신하는 오이즈미였다.
‘그런데 왜 이런 압박감이 느껴진
단 말인가.’
무인으로서의 그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있었다.
여유.
강진호가가지고 있는 여유였다.
강진호는 그들을 앞에 두고도 조 금도 불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되레 마치 흥미로운 것을 보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가진다고?
그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함정인가?”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침착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다른 것이다. 강진호가 혼자가 아니라거나 이 상황을 충분 히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오이즈미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 없다.’
한껏 안력을 돋워보았지만,은밀 히 다가오는 배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섬의 반대편으로 돌아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고개를 젓고 말았다.
담뱃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런 고요한 밤바다에서 모 터 소리를 감춘다는 건 불가능한 일 이었다. 진작 이 섬에 들어와 대기 하고 있었다면가능한 일이겠지만, 한국의 무인들이 그와 사이토의 이 목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감각을 펼쳐 봐도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뭘 믿는 것인가.
“그 가방인가?”
오이즈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강
진호의 등에 매여 있는 커다란 더플 백이었다.
만약 비밀이 있다면 저가방 안 에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 이 저걸 매고…….
“이거?”
강진호가 피식 웃더니가방을 허 공에 들고 윗부분을 풀었다.
후두두둑.
그러자가방 안의 내용물들이 바 닥으로 떨어졌다.
그 내용물들을 본 오이즈미는 허 탈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낚시라도 온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가 방 안에서 쏟아진 것들은 말 그대로 생필품이니까.
즉석 밥과 라면, 그리고 물.
그런 것들이었다.
적어도 폭탄이나 화기 같은 것이 들어 있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이즈 미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다.
강진호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더군. 귀찮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움직 이기로 했으니까.”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오이즈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오이즈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체……
그때, 사이토가 입을 열었다.
“오이즈미.”
“예!”
사이토의 목소리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침착해라.”
“……”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려드는 것은가장 경계해야 할일이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달은 오이즈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멍청했군.’
강진호가 무슨 안배를 했는가를 알아내는게 중요한가?
아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강진호를 이곳에서 죽이는 것이다. 이미 그와 나나호시 구미는 그 준비를 해왔다. 어떤 방 해가 있다 하더라도 강진호를 죽일 수 있는 전력을 구비했다.
그런데 왜이리 호들갑을 떨고 있단 말인가.
“후우우우.”
깊게 심호흡을 한 오이즈미가 고 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얼굴을 보며 오이즈미가 입을 열 었다.
“어차피 죽겠지. 너는 어차피 여 기서 죽는다. 그전에 하나 묻고 싶은게 있는데……
강진호는 대답 없이 오이즈미를가만히 바라보았다.
“살아남는 걸 포기해서 초연해졌 다고 하기에는 그 자신만만한 태도가 걸리는군. 준비한게 뭐지? 있다 면 지금 꺼내는게 좋을 거다.”
“준비?”
“그렇다.”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아이처럼.
“준비, 준비라……. 그래, 준비한게 있긴 하지.”
강진호가 입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으로 던지더니, 숲 쪽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
오이즈미는 굳이 그런 강진호를 잡지 않았다.
달아나려 해도 달아날 수 없다. 저놈이 백치 수준으로 머리가 나쁜게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달아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강진호가 숲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무 뒤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 나왔다.
길쭉한 두 개의…….
“검?”
강진호가 양손에 검을 들더니 비 릿하게 웃었다.
“이런 걸 들고 배에 타면 선장이 겁을 먹는다더군. 그래서 미리가져 다놓으라 했지. 찾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말이야.”
오이즈미의 얼굴이 굳었다.
이걸로 강진호가 함정을 파고 그 들을 기다렸다는게 확실해졌다. 하
지만 그 함정의 정체가 기껏 이거란 말인가?
저 아무것도 아닌 검 두 자루를 들고 그들과 대치하는 것?
“미친놈.”
정신병자가 아니고서는 선택할 수 없는 길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다른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 바닥에 폭탄이 매설되 어 있다든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면…….
“착각하는군.”
오이즈미도 뱅상도, 그리고 사이
토마저도…….
한가지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조금 전, 그들이 느낀 한기와 공 포는 착각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연 적으로 벌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강진호.
눈앞에 있는 저 남자가 뿜어내는 기세가 그들의 육체를 옥죄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스르르릉.
양손으로 동시에 검을 뽑으며 천천히 걸어오는 강진호에게서 뿜어져나온 기세가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이곳으로 너희를 데리고 온 이유는 단 하나뿐이야. 달아날 곳이 없으니까.”
허풍도 허세도 아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 오이즈미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에 그일은 일어났다.
스슷.
강진호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부드러운 움직임.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허공을 베어내는 한자루의 검.
‘뭐하는 거지?’
처음에는 그저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협이라기에 그 검은 너무도 느릿했다. 검이 그려내는 곡선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차라리 검무. 검을 들고 추는 춤…..
푸웃!
그 황홀한 검의 곡선에 넋이 빠져있던 오이즈미를 현실로 되돌린것은 등 뒤에서 들려온 낮은 소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투두둑.
뭐가 그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뜨겁고….. 비릿한.
‘피?’
오이즈미가 멍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한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의 뒤를 지키고 있던 조직원중 하나의 머리가 사라져 있었다.
투욱.
하지만 그 머리가 어디로 갔는지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다. 사라진 머리는 그의 발치로 떨어졌다.
목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피가 그의 바지를 적셔온다.
“아…….”
뭔가 반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의 의지를 거부했다.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할 수있는 일은 그저 검을 떨치며 천천히 다가오는 강진호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달이 천천히 구름뒤로 숨어들었다.
차마 이곳에서 벌어질 일을 볼수 없다는 듯이.
달이 사라져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자 강진호가 만면에 소름 돋는 미소를 머금고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피와 살육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