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4)
마존현세강림기-475화(473/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1화)
1장 갈구하다 (1)
[모두 들어간 것 같습니다.]“추가적으로 합류하는 것들이 없는지 확인해. 그리고 배 나가는 거 확실하게 통제하고.”
[예. 실수 없이 하겠습니다.]“군청 쪽으로 말이 들어가게 했으니까, 이틀 동안은 배 안 뜰 거다.
혹시라도 몰래 배 빼서 나가는 사람 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확실하게 감 시해라. 알았어?”
[예!]“끊는다.”
이현수가 전화를 끊고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 후우……
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꾹꾹 누른다. 과도한 긴장 때문에 눈가가 다 흐려진 느낌이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이현수!”
이현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방
진훈을 보고는 살짝 얼굴을 굳혔다. 방진훈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 뭘 꾸미는 거야, 새끼야!” 분노한 방진훈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과연 방진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사람은 이중걸과 김석일이 나 눠가지던 한국의 무인계를 일통한 사람이다. 그간의 업적만 두고서도 그 두 사람에게 밀리지 않는다.
워낙 그 두 사람과는 스타일이 달라서 그렇지, 그 둘에 비해서 못 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 김석일과 말이지.’
이현수는 김석일을 증오했다. 하지만 그렇게 증오하면서도 김석일의 손아귀에서 조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인간성과는 별개로 김석일의 능력은 이현수가 감당하지 못할 수 준이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방진 훈은 김석일보다 능력이 있는 자였다. 워낙 성격이 부드럽고 강진호의 그늘에가려져 있어서 존재감이 희 박할 뿐, 이중걸이 장악한 총회 내 에서 자신의 세력을 규합해 내고 결 국은 그를 꺾은 방진훈이 보통 사람
일 리가 없었다.
그리 생각하면 지금 이현수가 순간적으로 방진훈에게 압도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현수가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 이 새끼, 혓바닥 돌아가는 꼬라지 좀 보소? 너 진짜 나 랑 안면몰수하고 한번 붙을래, 새 끼야?”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마 김석일이었다면은근히 물어 오며 그의 약점을 쥐고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진훈은 스타일이 전
혀 달랐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들 어오는 타입은 경험한 적이 거의 없 어서인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일단 진정하시죠, 회주님.”
“회주? 씨발, 회주? 너 말 잘했 다, 새끼야. 내가 회주고, 네가 부장 인데, 나한테 보고 하나 없이 네 멋 대로 굴어도 되는 거야? 어?”
이현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붙을래?”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허리를 깊이 숙였다.
“어?”
방진훈이 순간 당황한 둣 주춤했다.
“워낙 기밀을 요구해야 하는 일이 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알게 되어서 우리 측이 부산해지면 저쪽에서 결 코 미끼를 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 습니다.”
“저쪽이라니?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화제가 성토에서 대화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이현수가 자리를가 리 켰다.
“우선 앉으시죠, 회주님.”
“강진호씨를 노리는 놈들이 그렇게나 많았다고?”
“예.”
“예상을 못한 건 아닌데, 그 정도 나 되었단 말이야? 아니, 일본 놈들 이야 그렇다 치고, 프랑스 놈들은 또 갑자기 왜 한국에 왔다는 말인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세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놈 들이 왜 왔는지는 저도 잘……
“적대적인 건 확실하고?”
“그게 아니면 그리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프랑스라……
방진훈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골치가 아프군.’
이중걸과 권력 싸움을 하던 시절 에는 이런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한국이 아닌 타국이 한국에 개입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일본에 프랑스라……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고 있었다. 해외의 세 력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에 개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방진훈은 덜컥 겁이 났다.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였다.
방진훈은 자신이 국제 정세에 완 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럼 대체 이놈은 뭐야?’
한 세력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도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놈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방진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방진훈의 눈빛이 무얼의미하는지 이해한 듯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보실 것 없습니다. 저는 방 회주님께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니까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제가 위협이 된다는 생각요.”
방진훈이 대답하지 않자 이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총회 회주 자리라도 노리나 싶으 시겠죠. 강진호씨가 저를 신뢰하고 제 능력을 믿게 된다면 방진훈 회주 님보다 저를 회주 자리에 앉히고 총 회를 휘두르게 하는 쪽이 더 효율적 이니까요. 제가 강진호씨에게 능력
을 인정받는 것이나, 인간적으로 친 해지는 것이나 그 모든게 회주님께는 달갑지 않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건 회주님께서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겁니다.”
“잘못 생각한다고?”
“ 예.”
이현수가 품 안에 넣어둔 담배를 꺼내 슬그머니 방진훈 쪽으로 밀었다.
“그 모든 것은 강진호씨가 결정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강진호씨는 굉장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가지 고 계시죠.”
“단점?”
“예. 이거,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한국스러운 건데…… 공과 사를 구 분 안 하십니다.”
“..에?”
이 새끼, 뭔 말을 하는 거지?
“실제로 제가 능력이 엄청나게 뛰 어나서 총회를 맡는게 당연하다고 해도 강진호씨는 제게 그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방진훈 회주님과 개 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니까요.”
“……헬조선 스타일이군.”
“네. 딱 그런 사람이죠. 이해 못 할 건 아닙니다. 옛날 사람이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불만스럽기는 하지 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 까. 그러니 그런 부분은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가 경계를 해, 인마! 나는 지 금 경계를 하는게 아니라 상황을 알고 싶은 거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강진호씨를 미끼로 한국에 들어 와 있는 놈들을 모조리 끌어들인 겁니다. 생각 이상으로 잘 모여줬네요.”
“배 타고 나갔다던데?”
“무인도로 유인했죠. 멍청하게 따
라오더군요.”
방진훈이 인상을 썼다.
“야, 이 새끼야! 거꾸로 말하면 강진호씨를 노리는 애들이 지금 모 두 몰려갔다는 뜻도 되잖아.”
“그렇죠.”
“그래서 대책이 뭔데?”
“ 대책이요?”
이현수가 뭘 묻는 거냐는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대책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 몰려갔다며?”
“그럼 함정을 파뒀을 거 아냐. 너도 대가리가 나쁜 놈은 아니니까.”
“회주님, 진정하시죠.”
이현수가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방진훈에게 내밀었다.
가만히 담배를 바라보던 방진훈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함정이야 파뒀죠. 그게 일반적은 함정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일반적인 함정이 아니라고?”
“예. 그러니까…… 저는 풀어드린 거죠.”
“……처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 라. 답답하니까.”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수많은 CCTV, 행인들. 어디 하 나 밝지 않은 곳이 없는, 그런 문 명.”
이현수가 낄낄대기 시작했다.
“그런 것 때문에 놈들이 강진호씨를 제대로 노릴 수 없던 거죠. 하지만 그놈들은 착각한 겁니다.”
“ 착각?”
“네. 그런 것 때문에 노릴 수 없 던게 아니라 되레 보호받고 있던 거죠. 문명에게 말입니다.”
“지금쯤 실감하고 있을 겁니다.
드러난 세계에의해 자신들이 보호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문 명이 없는 곳에서 강진호씨와 적대 적으로 대면한다는 사실이 무엇을의미하는지도.”
방진훈이 슬그머니 팔을 긁었다.
그저 말을 듣기만 했는데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방진훈은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했는지 깨달았다.
‘함정이라니.’
피식 웃고 만 방진훈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함정?
물론 있지.
강진호가 함정이다. 저 멍청한 놈 들은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 *
한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가 죽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모르지만 죽인 상대는 확 실하다면?
맞서 싸우는가?
달아나는가?
아니면 생각하는가?
선택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람이 란 동물은 하나하나가 다르기 때문 인지, 행동은 여러가지로 나뉘었다.
용감한 자는도를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신중한 자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려 했고, 겁이 많은 자는 주춤주춤 뒤 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것이 운명을 갈랐다.
푸욱!
청루가 달려드는 무인의 목을 꿰 뚫는다.
“끄르르륵.”
꿰뚫린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식도를 통해 역류하며 물이 끓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자신의 목 이 꿰뚫렸다는 것을 인식한 무인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납득할 필요 없어.”
강진호가 천천히 청루를 뽑아냈다.
저 검이 뽑히는 순간 자신이 어 찌 될지 깨달은 무인이 양손을 들어 올려 청루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청 루의 예기는 그의 예상을 깔끔하게
뛰어넘었고, 검을 붙든 손이 잘려 나가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스슷.
검이 뽑혀 나오자 푸웃- 소리와 함께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터져 나왔다.
강진호는 자신을 향해 뿜어져 나 오는 피를 그대로 맞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시선은 불신을가득 담고 있는 무인의 눈을 쫓고 있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털썩.
바닥으로 쓰러진 무인의 시체를 밟으며 강진호는 앞으로 나섰다.
‘ 뭔가……
기이한 기분이었다.
해방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눌려 있었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꽤 요란한 사람이다. 한번 검을 떨 치면 죽음이 없이는 끝나지 않으니 까. 하지만 이 세계는 그의 방식을 관철하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세상이 었다.
누가 언제 지나갈지 모르고, 언제 어디서 카메라가 그들을 찍을지 모 른다. 그 사실을 일일이 신경 쓰며 싸워야 했던 강진호는 지금 이 순간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검을 휘두르고 죽이면 된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큭큭큭.”
비틀린 웃음이 입술을 뚫고 흘러 나왔다.
익숙한 광경이다.
손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한 달빛을 받아 빛 나는 청루.
그리고…….
겁에 질린 눈동자들.
옛 기억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
기 시작했다.
그가 강진호가 아니었을 때.
강진호가 아닌 적천마존이라 불리 었을 때.
기억은 인격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유려하게 유영하던 검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러더니 조금 더 과격해 지고, 조금 더 깔끔해졌다.
순수한 형태.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 되었다.
달려드는 이의 허리를 일격에가
르고, 굳어 있는 이의 목을 쳐 날린다. 달아나는 이의 척추에 검을 찌 르고 틀어 베어낸다.
눈 한번 깜짝할 시간 동안 셋이 라는 목숨을 황천 너머로 던져 버린 강진호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혈향.
짙은 피의 냄새가 그의 코를 자 극하고 있었다.
익숙한 피와 죽음의 냄새를 맡으 며 강진호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둡게가라앉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몸에서 그를 둘러싼 어둠보다 더 검은, 짙은 마
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 겨우 이 정도는 아니어야 할 거야.”
강진호가 붉게 변한 눈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