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6)
마존현세강림기-477화(475/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3화)
1장 갈구하다 (3)
그 광경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날뛰는 짐승.
피에 굶주린 짐승이 양 떼 사이 에서 날뛴다면 딱 저런 꼴이 될 것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흐……”
뱅상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저들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나호시 구미.
전 세계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 목으로 각국의 세력을 모조리 분석 하는 원탁이다. 그 원탁의 일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슈발리에의 단장으로서 나나호시 구미라는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도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무인 집단 아니던가.
일본 최고의 구미라고 할 수는 없어도 나름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 축하고 있던 곳이다. 그리고 일본에 서 한 세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의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지금 여린 양 떼처럼도륙당하고 있었다.
“끄으윽!”
“끕!”
비명조차 후련하게 나오지 못했다.
적당한 부상을 입고 쓰러지는 경
우는 없다. 일격에 몸이 두 동강이 나거나 목이 부러진다.
즉사.
삶과 죽음, 그 사이에 경계는 없 었다. 오로지 한쪽만을 선택하도록 강진호는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아니, 모든 이가 죽음을 강제적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대체 저 검은 뭘로 만들어진 거야?’
별다를게 없는 검이라는 건 알 고 있다.
신검에 대한 전설은 세계 각국에
여러가지 형태로 퍼져 있지만, 진 정한의미의 신검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나름 명검이니 신검이니 하는 이름으로 불릴 검들이 있었 겠지만, 현대의 과학력으로 만들어 낸 검은 간단히 과거 명검들의 성능을 능가했다.
나나호시 구미들이 쓰는 일본도도 그렇다.
보기에는 고풍스러운 것이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낸도 같지만, 실제 저 칼들은 모두가 현대의 주조 방식을 따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도들이 지금 골판지
로 만들어낸 종이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검 과도가 서로 부딪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려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검의 성능을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저런 일이가능하냐고!’
동양 무학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조금은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지 만, 뱅상은 동양 무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덕분에 딱히 오러도 실리지 않은 검이 쇠로 만들어진 칼을 나무토막처럼 잘라 버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잘리는 것은 일본도만이 아니었다.
서걱!
사람과 검이 일격에 반 토막이 났다.
잘려 나간 허리에서 피가 뿜어지 며 내장이 쏟아져 나온다.
강진호가 거추장스러운 시체를 발 로 걷어차며 뛰어올라 앞을 막고 있는 일본인 셋을 동시에 갈라 버렸다.
파아아아앙!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
귀를 찢어내는 파열음에 뱅상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냐.’
눈으로 보고 있지만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그 자신이 저 강진호를 죽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 이다.
이곳에 오는 동안 강진호가 아니 라 혹시 다른 이들이 숨어 있는게 아닐까 걱정한 자신이 떠올랐다.
‘미쳤어.’
저 사람을 잡는다고?
슈발리에가?
엘레나의 말이 떠올랐다.
강진호는 뇌관이 아니라 폭탄, 그 자체라는 말.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보원이 물어온 정보는 결코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 평범한 원 칙을 똑똑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주장을 무시했다. 그녀가 영국인 이자 나이트 위긴스의 딸이라는 이 유로 말이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끌어 들인 대가를 지금 그는 치르게 될 것이다.
다름 아닌 그의 목숨으로.
아직까지 슈발리에의 피해는 없었다.
강진호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 웅한 나나호시 구미와는 다르게 그 들은 바짝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 했으니까. 덕분에 구차한 목숨을 연 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들도 강진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은도망갈 곳도 없는 무인도니까.
“하, 합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티외의 말에 뱅상이 비웃음을 흘렸다.
“ 합류?”
“예……. 나나호시 구미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아니면 우린 전부 죽습니다.”
“멍청한……
뱅상이 이를 갈았다.
“고양이가 백 마리 모인다고 해서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대체 뭘 어떻게 하겠 다는 것인가.”
“하, 하지만 이대로는……
“가만히 있게.”
“단장님.”
“닥치고 있으라고 하지 않나!”
마티외가 입을 다물었다.
뱅상이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그라고 해서 왜 답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답답하다고 해서 생각 없이 움직이다가는 죽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생각해라.’
지금은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쓸 때였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면 몸을 쓰는게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듯 이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악!”
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뱅상이 치를 떨었다.
머리 위에서 떨어진 검이 어깨를 파고들어 배쯤에서 멈춰 있었다. 그 대로 두 동강이 났다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었겠지만, 하필이면 동 료가 반쯤 튀어나와 있는 검을 자신의도로 막아버렸다.
덕분에 사이에 낀 무사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처절한 비명만을 질 러 대고 있었다.
“끄윽, 끄으윽……
그러나 강진호는 자비로웠다.
고통에 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다는 듯 강진호가 힘을 주어 검
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그의 검을 막고 있던 일본도가 반으로 잘려 나가며 꿰뚫린 이의 몸이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양쪽으로 갈려 바닥에 쓰러진 몸 이 꿈틀대는 꼴은 언제 봐도 끔찍하 기 짝이 없었다.
피로 달궈진 강진호의 검이 허연 김을 뿜어냈다.
“아, 아아……
마지막으로 남은 나나호시 구미의 사무라이가 강진호를 보며 덜덜 떨 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일본혼은 어디로 갔지?”
“이곳에는 없는 모양이군. 그럼 찾으러가야지.”
스슷.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다. 투욱.
그러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릅뜬 그 눈은 과연 자신이 찾 던 것을 찾아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사이토의 눈가에서 피눈물이 홀러
내렸다.
전멸.
깔끔한 전멸이었다.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의 부관이었던 오이즈미도, 그리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핵심 전력 들도 말이다.
일본도를 잡은 그의 손이 부들부 들 떨렸다. 분노와 중오, 그리고 공 포가 점철된 모습으로 말이다.
“이…… 이 개자식.”
강진호는 욕설을 내뱉는 사이토 겐류를 보며 웃어버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네 눈으
로 봐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사이토의 손짓에 따라 강진호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잘려 나간 육체와 홀러나온 내장 들, 그리고 바닥을 축축이 적신 피 로 백사장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슬금슬금 밀려오는 파도는 피와 뒤 섞여 피거품을 토해낸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광경일 것이다.
강진호는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 렸다.
마기에 뒤덮여 있는 그의 모습에
서 감정을 짐작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피를 보고 사는 것이 무 인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이게!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인두겁을 뒤집어쓰고 살겠다는 거냐?”
강진호의 몸을 뒤덮고 있던 마기가 천천히 흐려졌다. 마기에 뒤덮여 있던 강진호의 육체가 그 모습을 드 러 냈다.
그런 후, 사이토는 보았다.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는 강진호의 얼굴을 말이다.
“……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해석은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저자가 할 말은 빤하니까.
저 얼굴과 표정만으로도 사이토의 말이 자체적으로 해석되어 들리는 기분이었다.
“기가 막히는군.”
강진호의 목소리가 반쯤 공기를 품고 나왔다.
“나를 죽이겠다고 이곳까지 쫓아 온 놈이 그런 말을 잘도 지껄이고
있어.”
“이……
“곱게 죽여주면 고맙다고 할 텐가?”
“일본인의 예의라는 것은 기이하 군. 상처가 남지 않게 숨통을 끊어 주면 감사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럼 고개를 숙여봐. 머리를 땅에 박고 감사를 표해봐. 그럼 곱게 죽여줄 테니까 말이야.”
말에 섞여 나오는 웃음소리가 사 이토의 귓가를 천둥처럼 울리고 있 었다.
사이토는도를 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결과는 둘 중 하나일 뿐이야. 죽 거나 혹은 살거나. 과정은 무의미하지. 그렇다면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할 뿐이다. 그게 무학 아니던가.”
강진호의 대답은 사이토에게 전달 되지 않았다.
사이토가 볼 수 있는 것은 그를 비웃는 강진호의 표정, 들을 수 있는 것은 여유를 전혀 잃지 않은 강진호의 말투뿐이었다.
사이토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대화는의미가 없다.
애초에 그는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는 패자니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패배자가 구 차하게 입을 놀리고 있는 것에 지나 지 않는다.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호는 대답 없이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우리를 죽인 것을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
지. 하지만 너는 그것 때문에 죽는다. 너의 손에 우리 나나호시 구미가 괴멸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두가 너를 위험한 존재라 여길 것이다. 그리고 너를 제거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 쓰겠지. 크크크크. 그 래, 우리는 여기서 죽지만, 너 역시 우리 때문에 죽을 것이다. 네놈을 죽이는 대가로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면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니겠 지.”
강진호가가만히 사이토를 바라보 았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너는……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앙!
강진호의 검이 공기를 찢으며 사 이토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큭!”
그리고 사이토의도 역시 벼락처 럼 솟구쳐 강진호의 검을 막아들었다.
채앵!
처음으로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강진호는 자신의 일검을 막은 사이토를 흥미 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강하군.”
사이토가도를 회수하고는 상단세를 취했다.
“오만방자한 놈. 진정한 일본의 무사가 어느 정도인지 네 눈으로 확 인하게 해주지.”
강진호의 눈동자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강해, 강하다는 거지……”
그의 양손으로 짙은 마기가 줄기 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발과 손을 타고 마기가 그의 육 체를 옷처럼 휘감기 시작했다.
“큭큭큭”
사이토는 보았다.
마기가 얼굴마저 뒤덮기 전에 강진호의 표정이 더없이 섬뜩하게 변 해가는 것을 말이다.
“그럼 조금은 오래 버티겠군.”
강진호가 천천히 사이토를 향해 다가갔다.
“내 말을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 만……
언어는의도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이토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어투만으로 그 맥락은 전 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쉽게 죽지 마.”
내가 좀 더 즐길 수 있게 말이야. 강진호의 눈에서 소름 돋는 붉은 안광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