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7)
마존현세강림기-478화(476/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4화)
1장 갈구하다 (4)
“우우욱!”
마티외가 참지 못하고 토악질을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토 겐류는 용맹했다. 용감하 고 저돌적이었다. 그가 말하는 무인 혼이라는 것을 그 육체로 훌륭하게
증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빛내지는 못 했다.
‘차라리 혀를 깨물 것이지.’
뱅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이토 겐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뱅상은 감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정을 넘어서 경멸까지 느끼고 있었다.
의미 없는 죽음.
어떤 식으로 반응하든 간에 죽음 이 빤한데, 뭐하러 저런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
사이토 겐류는 용맹했고, 강진호
는 잔인했다.
강진호는 아이가 잠자리의 날개를 하나하나 떼어내며가지고 놀 듯 사 이토 겐류를가지고 놀았다.
사이토 겐류에게 조금의 친밀함도 느끼지 못한 뱅상마저도 동정해야 할 정도로 사이토는 처참하게 죽어 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들린 일본도를 놓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줘야 할일이겠지만, 강진호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드득.
뽑혀 나간 사이토 겐류의 오른팔 이 바닥을 구른다. 강진호는 일본도
를 잡고 있는 손을 짓밟았다.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사이토 겐류의 시체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강진호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뱅상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 음이 새어 나왔다.
강진호의 눈에는 광기가가득했다.
저 붉은빛을 줄줄 홀리고 있는 눈에서 어떻게 감정의 찌꺼기를 느 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뱅상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강진호는 이성을 반쯤 잃었다.
살육에도취되어 버린 광전사가 저기에 있는 것이다.
“다, 단장님.”
반쯤 죽어 있는 듯한 마티외의 목소리가 뱅상을 뒤흔들었다.
‘그래. 내가 지금 이렇게 겁에 질 려 있을 때가 아니지.’
이렇게 얌전히 죽을 거라면 진즉 에 달려들었어야 한다. 그게 강진호를 죽일 확률을 1%는 더 올렸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기다렸고, 그들만으로 강진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확실한 죽음뿐이다.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뱅상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나섰다.
다른 이들보다 먼저 시선을 끌기 위해, 강진호가 그의 수하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게 말이다.
뱅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 렸다.
“통역해.”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조차 어색 해할 정도로 떨려나왔다.
뱅상은 두어 번 심호홉을 했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저자가 인간이길.
인간이면 대화는 통할 테니까.
“대화를 하고 싶소!”
통역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뱅 상의 말을 통역해 외쳤다. 그의 목 소리가 너무 떨려서 과연 저 사람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의심스러 울 정도였다.
“침착해. 너는 통역만 제대로 하 면 된다.”
“……예.”
통역을 하는 정보원을 먼저 달랜 뱅상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자신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저 피 맛을 봐버린 맹수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이, 이건 불행한 사고였소.”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 지는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뱅상은 방언이라도 터진 듯 할 수 있는 말을 모조리 뱉어냈다.
“할 수 있는 모든 보상을 하겠소. 그리고 당신을 쉽게 보고 이곳까지 온 것을 사죄하겠소. 원한다면 프랑
스 당국에 연락해서 당신에 대한 오 해를 푸는 역할도 할 수 있소. 그러니 이번 일은 이 정도에서 덮었으면 좋겠소. 그러니까 내 말은…… 빌어 먹을!”
순간, 통역이 과연 마지막 욕까지 번역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리 멍청한 놈은 아닐 거라 믿으며 뱅상이 소리쳤다.
“우리가 죄를 지었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리고 죄을 지은 자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지. 당신이 그저 사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내 목숨을 내놓겠소.”
“다, 단장님.”
“번역해.”
“하지만……
“번역하라고 하지 않나! 내 말 안 들려?”
정보원이 일그러진 얼굴로 무언가 지껄이기 시작했다. 뱅상은 눈을 질 끈 감았다.
저자는 살인마다.
그것도 그냥 살인마가 아니라 쾌 락살인마였다. 사람을 수십이나 죽 일 때도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즐거 워했다. 그리고 뱅상은 강진호가 언 제가장 즐거워했는지 잊지 않았다.
사이토를 농락할 때.
그때, 강진호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 사실이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다.
상대에게 계약을 걸고 싶다면 상 대가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지 금 그가 강진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 자신 하나뿐이었다.
“나는 강하오!”
뱅상의 오른손이 허공을 매만졌다. 그러자 파동이 일어나며 아공간 에서 롱 소드가 뽑혀 나왔다. 검을 움켜잡은 뱅상이 강진호에게 검을 들이댔다.
“내가 그자 이상의 즐거움을 당신 에게 주지. 그러니 이 녀석들은 살 려주시오. 살려만 준다면 어떤 일도 벌이지 않고 얌전히 프랑스로 돌아 갈 것이오. 그러니……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손을 들어 정보원의 말을 막은 강진호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뭐라 하는가……
“자기가 사람을 죽이며 즐기는 이 로 보이냡니다.”
아니라고? 빌어먹을.
뱅상의 속이 타들어 갔다.
그렇다고 이 순간 내 눈에는 그 리 보인다고 대답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나라도 살아 나갈 수 있는가.
피해 없이 달아난다는 것은 불가 능하다.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예로부터 상대 할 수 없는 거대한 악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니까.
제물을 바치는 것.
그게 처녀가 되었든 인신공양이 되었든, 강진호가 만족할 만한 제물
을 마련해야 한다. 뱅상은 스스로 그 제물이 될 작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에게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강진호가 뭔가를 중얼거리며 그들 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해석! 빌어먹을, 빨리 해석해!”
“서, 서양 놈들은 어떻게 싸우는 지 보고 싶답니다.”
“내가 상대해 준다고 해! 빌어먹을 내 몸뚱아리를 갈기갈기 찢어도 좋으니까, 애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라고! 당장!”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강진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비릿한 얼굴로 물었다.
“……나를 죽이려고 온 놈들은 내가 왜 살려줘야 하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대답할 말은 사라졌다.
애초에 그들은 서로 죽이기 위해 서 모인 관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강진호의 권한이었다.
‘다 끝인가.’
뱅상의 얼굴에 회한이 어렸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한 사람을 제거하면 끝나는 작은 임무.
너무도 간단해서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그런 임무.
그 임무가 그의 마지막 임무가 될 줄이야.
‘원탁은 착각하고 있어.’
엘레나의 말이 맞았다.
이자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자다. 지금 뱅상의가슴을 태우고 있는 것은 그가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죽음이 아니었다. 그를 믿고 이 머나먼 땅까지 온 그의 수하들 역시 그와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이자를 적대하는 순간, 원탁도 무사하지는 못한다.’
절대로.
그들의 전멸이 원탁에 어떤 파장을 던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원탁과 강진호는 돌이킬 수 없는 사 이가 될 것이다. 그런 후에 죽어 나 갈 것이다.
수많은 목숨이.
저자의 손에의해.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뱅상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고 있 었다. 생때같은 목숨들이 수없이 죽 어 나갈 것이다. 그의 착오에의해
서 말이다.
당장에라도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 고 싶은 마음을 찾아내며 뱅상이 소 리 쳤다.
“슈발리에들이여!”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슈발리에의 긍지를 잃지 마라!”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의지였다.
뱅상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사이토는 수하들의 죽음을 모두 지 켜보고는 마지막으로 죽었다. 하지
만 뱅상은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 수하들의 죽음을 지켜볼의지 같은 것은 없었다.
가장 먼저 나서서가장 먼저 죽는 것.
그것이 사태를 이렇게 만들어 버 린 자신에게 내릴 벌이자 상이었다.
마지막의지를 다잡고 앞으로 나 서는 순간.
강진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분노는 금세 잦아들었다. 강진호가 그를 무시한다고 해도 그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강자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그를 무시한 것이 아니었다.
강진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새 하얀 쾌속선 하나가 그들이 있는 해 안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뭐지?’
쾌속선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해안으로 들이닥쳤다.
커적! 커거적!
배 밑바닥이 모래에 끌리는 소리. 크게 요동치는 배 안에서 누군가가
튕겨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벌떡 몸을 일으키는 사람을 확인 한 뱅상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 르고 말았다.
“엘레나!”
그녀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이 멍청한!”
이곳의 일이 잘못되면 정확한 사 태를 원탁에 보고해야 할 그녀가 왜 이곳에 왔단 말인가.
죽고 싶어 환장을 하지 않고서야.
강진호는 여자라고 살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사람이 누군지만 보면 되는 그녀
가 왜 굳이 이곳까지 왔는가! 왜!
“죽고 싶으면 혀를……
“시끄러워요!”
엘레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막고는 뱅상과 강진호의 사이로 뛰 어들었다.
“너……
“입 열지 마요.”
“사람과 하는 협상이 아니에요. 조용히 해요. 자극하지 않게.”
뱅상이 입을 꾹 닫았다.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몰라도 엘레나는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모
두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엘레나가 두어 번 심호홉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강진호씨.”
강진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죽일까?’
안면이 있는 사이기는 하지만, 그 것뿐이다. 그녀를 굳이 죽이지 않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검을 들고 있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는 것 자체가 죽어도 좋다는 뜻이겠지.
검을 휘둘러 그녀의 목을 베어내 려 한 강진호의 귓가에 간만에 마음
에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가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저희가 내거는 조건으로는 강진호 씨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겠죠.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엘레나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소 리 쳤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당신의 분노를가라앉힐 수 있는지 저희에게 알 려주세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 습니다.”
뱅상이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그의 실수 때문에 딸만 한 나이의 여인이 지금 저 남자에게 엎드려 빌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뱅상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단장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의 그라면 죽으면 죽었지 결 코 하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지 금은 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 키기 위해서다.
그의 부하들을, 원탁을, 그리고
동아시의 평화를.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지껄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