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8)
마존현세강림기-48화(48/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23화)
4장 — 홀러가다 (5)
“그, 그 아이를 괴롭히지 마라!”
최명길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꺽꺽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네 할아버지는 저런 꼴 이 되었어. 자, 보여? 내가 말했지. 날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게 그 대가다.”
조규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진호는 왜 여기에 온 걸까? 강진호는 대체 뭘 위해서 이곳에 온 걸까?
비참한 몰골이 된 최영수와 최명길을 비웃기 위해서?
그건 너무 잔인한 짓이었다.
“어때?”
“어떠냐고 물었어.”
최영수의 눈에서 두려움이 옅어졌다.
그 두려움을 꿰뚫고 나타난 감정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주, 죽여 버리겠……어.”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최악일까?”
“아냐. 이런 건 최악이 아냐. 적어도 너에게는의지할 수 있는가족이 남 아 있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어. 내가 겪은 지옥은 이 런 너절한 현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진짜 지옥이었지.”
“그래서?”
“그 지옥을 이겨내고 나서 내가 얻은 것은 기회였어. 새로운 기회. 그 래, 나는 그 기회를 붙들고 살아가
고 있지. 그런데 문득 네 생각이 났 어.”
“너는 나처럼 지옥으로 떨어졌어. 하지만 네게는 누가 기회를 줄까? 그래, 아무도 없어. 누구도 네게 기 회를 주진 않겠지. 그건 너무 불공 평한 일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최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찾고 있었다.
“네 할애비는 이미 힘을 잃었어. 이 제 남은 것은 너야. 이제는 네가 일
어서야 할 시간이지. 넌 그럴 각오가 되어 있나?”
“죽여 버릴 거야!”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품 안에 손을 넣어서 봉투를 꺼내 최영수에게 던졌다.
“일어서.”
최영수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라는의미는 아닐 것이다.
“너는 죗값을 치렀어. 네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 과한 대가라 생각하 겠지. 하지만 세상이란 건 원래 그런 거야. 누군가의 장난이 다른 이
에게는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되 지. 넌 지금까지 주는 쪽이었지만, 이번엔 받는 쪽이 된 것뿐이야.”
“그러니 이제는 내가 기회를 주지. 내가 준 돈으로 일어서. 이 너저분 함을 털어내. 그리고 준비가 되면 나를 찾아와. 내가 기회를 주지. 다시 일어설 기회를. 그리고 내 목을 딸 기회를 줄 거야. 무슨 말인지 알 겠어?”
최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는가만히 바라보다 최영수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시간이 걸릴 거야. 네 몸은 충분히 망가졌으니까. 느긋하게 해. 나는도 망가지도, 숨지도 않으니까.”
강진호는 몸을 돌렸다.
“강진호……”
최영수가 강진호를 불렀다.
강진호의 걸음이 멈췄다.
“왜 나를……”
강진호가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어쩐지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말했잖아. 기회를 주는 거야. 그 기 회가 네게도움이 될지, 아니면 진 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길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어차피…… 강진호의 눈이 빛났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잖아. 겁이 나 면 그 돈을 받고 어딘가로 숨어버 려. 난 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강진호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조규민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켜잡았다.
두렵다.
조규민은 눈앞에서 걸어가는 어린 청년이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조금 전 최영수를 붙잡고 말을 하던
강진호는 그동안 그가 알던 고등학 생 강진호가 아니었다.
홉사 다른 사람.
전혀 다른 사람이 강진호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그곳에 있는 것만 같 았다.
“돌아가죠.”
뒤돌아 조규민을 바라보는 강진호는 어느새 그 집에 들어가기 전의 강진호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조규민은 그게 더 무서웠다. 이 사람 안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모습이 있는 것일까?
지금의 강진호와 조금 전의 강진호.
어느 쪽이 강진호 본래의 모습일까? 조규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그런 일이 있었군.”
조규민은 그때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진다는 듯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알……고 계셨습니까?”
황정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왜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까?”
조규민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묻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감히 조규민 이 황정후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황정후는 조규민을 이해했다.
“말해준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몰랐겠죠.”
조규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가 그의 입으로 보지 않은 이는 결코 알 수 없다고 말하지 않 았던가.
“저를 향한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죠. 그런데도 저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킬 수가 없 었습니다. 평소 강진호는 어리숙하 고 때로는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학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 건…… 그건 강진호가 아니었습니다.”
황정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 차이에 당황했 지.”
“ 회장님……
“말하게.”
“그는…… 그는 너무 위험합니다.” 황정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저는 그를가까이하는 것이 회장님의 신상에 반드시 큰 문제를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그를 멀리 하셔야 합니다!”
“불가능하네.”
“하지만……
“나는 그를 멀리할 수 없네. 그가 나를 멀리할 수는 있겠지. 그리고 그 순간이 내가 죽는 순간이네.” 조규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뭐가 말인가?”
“그는…… 그는 왜 최영수를 찾아가 굳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기회를 준 걸까요? 거금까지 줘가며 말입니다.”
“거금?”
“최근 강진호가가지고 있는 회장님의 계좌에서 삼억이 인출되었습니다. 강진호가 그 돈을 최영수에게 준 것 같습니다.”
“삼억이라……. 베포가 큰 건지, 작은 건지도무지 알 수 없는 금액이
로군. 베푼 것이라면가진 것에 비 해 작다고 할 수 있으나 최영수에게 준 것이라면 어마어마한 돈이군.”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황정후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모든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 예?”
“그의 말 그대로네. 그는 최영수에게 기회를 준 것이야.”
“실제로 강진호가 최영수 때문에 입은 피해는 미미하기 그지없지. 당할
뻔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은 다 넘 겨 버렸단 말이야. 오히려 그 때문 에 최영수와 최영수의 집안이 파멸 했지.”
“예.”
“그런데 그 대가로 일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살았다면 죄값은 치렀다 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저 내버려 둬도 될 일 아닙니까?”
“세상에는 계산이 정확한 이들이 있 네. 그런 이들은은혜를 잊지 않고, 원한은 절대 잊지 않지. 하지만원 한에 비해 과한 보복을 하는 건 또
싫어하네.”
“힘든 타입이군요.”
황정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무서운 타입이지. 그런 이 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위해를가했 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원을 갚으려고 하기 때문이지. 절대로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부류야.”
“알 것도 같습니다.”
“강진호는 단순히 그가 죗값을 치렀 기에 모든 것을 풀어주려 한 것일 뿐이야. 기회는 단순한 변덕이겠지.” “변덕이란 말씀이십니까? 그게 그냥 단순한 변덕이라니.”
황정후는 조규민을가리켰다.
“자네는 알고 있지 않나.”
“…….”
조규민은 원래 황정후의 장남, 황민 재의 명을 받던 사람이었다.
황정후는 황민재를 비롯한 아들들을 쳐낸 뒤, 그들의 수족이라 불릴 만 한 이들을 남김없이 숙청했다.
그중 살아남은 사람이 바로 조규민 과 김승환이었다. 특히 조규민은 황 정후 회장의 명을 받고 있었다.
“내가 정말 손발이 없어서 자네를 불렀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병상에 누워 있었다고는 하나 황정후는 황정후.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그의 발아래 쫓아와 엎드릴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황정후는 그 대신 조규민을 회유했다.
“그게 변덕이라는 거야. 사람은가 끔 변덕을 부리지. 그리고 다른 이 들의 위에 서 있는 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변덕을 부린다네. 기분가는 대로 행동하는 거지.”
황정후의 말은 이상의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강진호도 다른 이들의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 아닌가.
일개 고등학생인 강진호가?
황정후가 강진호를 그 정도까지 인 정하고 있단 말인가?
“지켜보게.”
“…….”
“그는 위험한 사람이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사람 보는 눈이라는게 생기기 마련이 지.”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큽니다.가장 껄끄러운 것은 그의 행동이 나이에도무지 맞지 않다는 겁니다. 그 안
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습
니다.”
“자네는 기적을 믿나?”
“예? 기적이라됴?”
“나는 믿는다네.”
“세상에는 상식이나 과학으로는 설 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네.”
“예……
“하지만 과학은 발전이 끝났을까?”
“아닙니다.”
“지금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 미신이나 기적으로 취급 받던 것이
훗날 발전한 과학으로는 설명가능 해진다면 그것을 뭐라 해야 할까?”
“어려운 일이군요.”
“그래서 나는 과학을 맹신하지 않 아. 과학으로 설명가능하면 좋지만, 그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배척하지는 않는단 말이지. 강진호가 그런 존재야.도무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굳 이 배척할 필요는 없는 존재. 자네 와 달리 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 았어. 두려움이 없기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예.”
“지켜보게. 그가 어디까지 갈지, 그
리고 그가 이 재경 그룹에 얼마나 큰도움이 될지 말일세.”
조규민은가만히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지만, 그 강진호를 이용하려 드는 황정후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어쩌면 괴물과 괴물 사이에 끼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제야 조규민은 황정후가 말한 중 요한 임무라는 것이 무슨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재경 그룹에서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위치였다.
조규민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홀러갔다.
그리고 어느새 수능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진호는 눈앞에 보이는 책들을 한번씩 훑어보았다. 초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3학년 까지의 과정을 모두 끝냈다.
그리고 수능을 대비한 참고서들도 이미 한번씩 다 훑어본 뒤였다.
그가 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이었다.
활용과는 달랐다.
강진호는 지식의 활용보다는 축적을 위주로 공부했다. 아는 것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전에 경험한 뒤였다.
강진호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D-2
이제 수능까지 남은 기간은 단 이 틀.
강진호는 이틀을 앞두고서야 마침내 모든 준비를 끝냈다.
“ 아슬아슬했군.”
강진호는 이마를 훔쳤다.
조금 더 서둘렀다면 여유롭게 끝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강진호는 시간을 조절했고, 준비된 시간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을 택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삶은 더 중요했다.
“다 본 거야?”
“음…..”
박유민은 감탄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진짜 딱 맞춰 끝냈네?”
“완벽하지.”
“성격이 이상한 거야. 보통은 좀 여 유를가지고 산다고.”
“넌 수능 칠 거야?”
“수능이야 쳐야지. 지금까지 학교 다닌게 얼만데. 아까워서라도 칠 거야. 그날은 대회도 없으니까.”
“그래.”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