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81)
마존현세강림기-482화(480/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8화)
2장 잡아놓다 (3)
나이트 위긴스는 눈앞의 촌극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홀릴 수 밖에 없었다.
나이트들이 착용해야 할가면의 입 부분이 뚫려 있다는 것이 이토록 이나 안타까운 적이 없었다.가면이 입을가려주었다면 마이크를 꺼버리
고 광소를 터뜨릴텐데 말이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나이트 르보의 당황한 입매만으로도 한 달정도는 불면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신에게는 그가면이 참 다행이 겠군, 나이트 르보.’
이마부터 코까지를가리고 있는 새하얀가면 아래로 땀이 홀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평소 언제나 깔끔 한 예의와 여유 있는 자세를 보여주 던 나이트 르보가 홀러내린 땀을 닦 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당 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이 그에게는 최고의 안줏 거리였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맥주 캔을 따고 싶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맥 주를 따는 것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충분하다.
엘레나의 연락을 받자마자 나이트 위긴스는 회의를 소집했다. 언제나 회의를 소집하는 일은 힘들고 무거 운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버튼을 누 르는 손가락이 더없이가벼웠고, 상황을 설명하는 목소리에 경쾌함이 배어들었다.
“사실입니까?”
억눌린 르보의 목소리가 황홀하게 들릴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폰 엘레나가 전해온 정보입니다. 사실이 아니라고의심되시면 지금 당장 슈발리에와 연락을 해보시면 될 일입니다. 나이트 르보께 묻겠는데, 슈발리에와 연락이 되십니까?”
나이트 르보의 입술이 악다물어졌다. 아마 보이지 않는 안쪽 입술이 지금 그의 앞니에 이지러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요. 연락이 되지 않은 지 열
시간이 넘었습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보시는 대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엘레나의 정보와 위긴스의 상황 이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더 뭘 이 해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추가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이는 원탁 에 앉을 자격이 없었다.
물론 추가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이는 없지만, 뭔가 입을 여는 이도 없었다. 워낙에 충격적인 사안이다 보니 다들 말을 아끼는 것이다.
나이트 위긴스에게는 이 긴 침묵 이 마치 웅장한 오케스트라처럼 들 렸다. 귀를 통해 들음으로써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음악이라면, 이 침묵도 그에게는 훌륭한 음악일 것이다.
“정리하겠소.”
보다 못한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폰 엘레나의 정보를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검증해 보았을 때, 현재 한국으로 파견되었던 슈발리에들이 모두 한국의 무인들에게 사로잡혀 억류되어 있는 것 같소이다.”
낮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마스 터의 입을 통해 들으니 확인 사살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사상자는 어느 정도입니까?”
“나이트 위긴스, 대답을.”
나이트 위긴스가 크흠, 하고 목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기적적이게도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폰 엘레나의 보고에 따르면, 강진호는 거의 충돌 없이 슈발리에 전원을 포획한 것으로 보 입니다.”
“개소리!”
나이트 르보가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났다.
“그들은 슈발리에요! 그런데 그 슈발리에가 적과 싸워보지도 않고 모조리 항복했다고 말하고 있는 거 요?”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없 습니다만?”
“그 말이 그 말이지 않소?”
나이트 위긴스는 미소를 머금고 말았다. 아군의 실패를 기뻐하는 경 박한 자라는 이미지가 박힌다고 할 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즐거 움을 표현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분노하여 손을 덜고 있는 나이트
르보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그에게 즐거운 일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저는 그저 정보원의 정보를 전할 뿐입니다.”
“이……
“그만.”
마스터가 상황을 정리했다.
“나이트 르보의 기분은 알겠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오. 우리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에도 슈발리에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나이트 르보가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혼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
에 다들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심 지어 나이트 위긴스조차 이 순간만은 그를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동양의 무인 한 놈을 정리하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큰 소 리를 뻥뻥 치고 투입한 슈발리에들 이…… 전멸한 것도 아니고, 모조리 인질로 잡혀 버린 상황이다.
차라리 모두 죽었다면 원탁을 위 해 희생했다는 명분이라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 없 이 모두가 사로잡혔다는 현실은 명 분마저 앗아가는 결과였다.
‘동정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 미 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 느냐요.”
마스터의 말에 누군가가 입을 열 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파악 해 보는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문 제점에 대한 고찰 없이 해결에 급급 하다가는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오, 나이트 위긴스.”
“예.”
“이 일을가장 먼저 맡은 자로서 무엇이 문제였는지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마스터가 판을 깔아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그것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으음……”
마스터의 적절한 추임새를 즐기며 나이트 위긴스가 노래하듯 말했다.
“폰 엘레나는 명석하고 능력 있는 정보원입니다. 그녀는 이미 강진호가 무척이나 위험한 인물이며, 그에
게 어설픈 암살 시도를가하는 것은 원탁에 끔찍한 결과를가져올 것이 라는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원 탁의 모두가 그 사실을 무시했습니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손가락과 카메라를 살짝 피하는 시선. 이보다 더 즐거운 반응이 또 있겠는가.
“심지어 제가 나이트의 자격으로 한 경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보원을 존중하고, 그들 모두가 원탁의 일원이라 생각하는 것이 당 연한 원탁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이상, 실패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러하오.”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나 역시 마찬가지지. 그 들 하나하나가 원탁을 구성하는 요 원임을 망각하고, 그들의의견을 무시했소. 적어도 그녀의의견을 받아들여 요원을 추가 파견하고 재조사 하는 단계가 필요했소. 바쁘다는 이 유로 그 중대한 과정을 넘겨 버렸으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도 당연 한 것이오.”
통렬한 자기반성이었다.
나이트 위긴스는 이런 점이 마스 터의 위대함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가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나 실수 없는 완벽한 존재를 꿈 꾸지만, 실수를 하지 않는 이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어야 한다.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는 존재다.
하지만 마스터는 실수를 반성할 줄 알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받 아들일 줄 아는 자였다. 그렇기에 원탁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반성은 충분히 해야 할 것이오. 하나 반성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 슈발리에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이상, 반성보다 그들에
대한 대책이 우선되어야 하오.”
마스터는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 어 나갔다.
“그들을 생포했다는 것은 요구 사 항이 있다는 뜻 아니겠소? 나이트 위긴스, 그쪽의 요구 사항은?”
“ 먼저……
나이트 위긴스는 살짝 고민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말을 붙이는 것이 이 상황에 적절한가를 말이다. 하지만 적절함의 여부를 접어두고서 라도도저히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기사단이 통째로 사로잡혀 심려
가 크실 나이트 르보께 심심한 위안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뿌드드득.
나이트 르보가 이를가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홀러나왔다. 나이트 위긴스는 더없이 즐겁다는 얼굴로 나이트 르보를 바라보며 마저 입을 열었다.
“다만, 이 사항에 대해서는 저보 다는 강진호와 직접적으로 접촉한 폰 엘레나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의 견 전달이 되지 않아 또 한번의 참사를 겪을 수 있으니까요.”
“동의하네. 연결하게.”
“예.”
마스터의 허가가 떨어지자 나이트 위긴스는 준비해 둔 채널을 통해 엘 레나의 회선을 연결했다. 화면 구석 에 엘레나의 얼굴이 나타나자 나이 트 위긴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폰 엘레나입니다.”
“우선 이번 일에 겪었을 고초에 감사를 표하네.”
“아닙니다, 마스터. 원탁의 일원으로 당연히 해야 할일이었습니다.”
“그래. 좀 더 치하하고 싶지만 시 간이 촉박하니 이해해 주길 바라네.
우선 사정에 대한 설명을.”
“예.”
엘레나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 모두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보고를 듣는 이들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 갔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믿기 힘든 사실이로군.”
침묵을 깬 것은 역시 마스터였다.
“그렇다면 강진호가 단신으로 나 나호시 구미의 정예 무인들을 모조 리도살했다는 것인가? 그것도 상처 하나 없이?”
“ 예.”
“확실한가?”
“슈발리에 전원이 목격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슈발리에가 적과 상대해 보지도 않고 항복했 겠습니까?”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그 행동이 원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하는가?”
무척이나 민감한 질문이었다.
지금 당장 엘레나의 입을 찢어버 리고 싶다는 충동에 빠져 있던 나이 트 르보조차 엘레나의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현명한 결정이었습니
다. 그들이 만약 항복하지 않았더라 면 원탁은 그들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고, 강진호와…… 더 나아가 한국의 무인계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을 것입니다. 슈발리에 단장의 선택은 현명했고, 원탁에 더 할 수 없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기회라 한다면?”
“뒤틀어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마스터, 일전에 보고했 듯이 강진호는 적대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저 동아시아의 평화를 뒤흔드는 존재가 아닙니다. 어쩌면 동아시아 그 자체를 집어삼
킬 사람일 것입니다.”
“폰 엘레나의 보고에 감사하네.”
“별말씀을. 모든 것은 원탁을 위 하여.”
화면에서 사라진 엘레나의 빈자리를 모두가가만히 지켜보았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까.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대가를가 져오라……
마스터가 홀로 중얼거렸다.
“보통 일이 아니오. 단순히 인질 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이라면 모를까, 우리가 그의 목숨을 노린 것에 대한 대가마저 요구하고 있소.
폰 엘레나의 보고로 살펴볼 때, 그는 무척이나 오만한 존재. 그런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가라면 결코 작지 않을 터입니다.”
“게다가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제 시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요.”
마스터가 낮은 한숨을 쉬었다.
단 한번의 판단 실수로 구석까 지 몰려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이트 위긴스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 단 한번 그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대가가 이토록이나 클 줄이야.
그때, 나이트 르보가 입을 열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트 르보?”
이를 갈던 나이트 르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국에 인질로 잡혀 있는 슈발리 에들에 대한 구출을 포기하고, 강진호의 암살을 재차 시도하는 것도 해 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악에 받친 그의 목소리가 좌중을 침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