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86)
마존현세강림기-487화(485/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13화)
3장 교육하다 (3)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민홍기는 고개를 숙였다.
“오늘 수업한 부분은 중요하니까 확실하게 복습하세요.”
“예!”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교실을
나선 민홍기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 소가 맺혔다.
‘순조롭군.’
인생의 전성기라는 것이 이런 것 일까?
요즘은 하는 일마다 다 잘 풀리는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학원을 옮겼더니, 학생이 늘고 명예까지 따 라왔다.
덕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재계약 에 성공했다. 통장에 꽂히는 돈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수준이었다.
‘하나만, 계기가 하나만 더 있으
면 되는데……
민홍기는 알고 있다.
이 바닥은 실력이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실력 외의 것도 필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랄까.
어차피 써야 하는 돈이라면 사람 들은 좀 더 기분 좋은 곳에 돈을 쓰려고 한다. 1타니 뭐니 해도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학원가에서 이 름을 어느 정도 날리는 강사들의 능 력은 비슷했다. 누가 조금 더 특징 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가의 싸움인 것이다.
그래서 분필을 미친 듯이 집어
던진다든가, 코스프레를 한다든가, 공구를 들고 들어온다든가 하는 이 상한 짓거리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민홍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딱 그 것이었다.
수업은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게 전부다. 다른 특급 강사들처럼 확실하게 어필하는 부분이 없었다.
‘오버하면 안 하느니만 못해.’
특징적인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 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설프게 시도를 하는 순간에 그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저 강사 재미있어 보이
네’라는 인식으로 수업에 들어온 이 들이 생각보다 특징적인 면이 없다 고 느낀다면 우르르 빠져나가게 된다. 그건 강사에게 있어서는 치명타 였다.
‘이거 하나만 해결된다면 1타로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텐데.’
어쩌면 그는 지금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걸지도 모른다.
‘오늘은 바로 퇴근해야겠어.’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했다. 내 일 수업 준비도 이미 끝내놨으니, 오늘 밤만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가 져야겠다.
막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민홍기 강사님?”
민홍기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덥지도 않나?’
이런 찌는 날씨에.
하지만 남자는 이 정도 더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한 올의 풀 림도 없는 리젠트를 유지하고 있었다. 존경스러울 정도의 자기 관리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예. 안녕하십니까.”
남자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민홍기는 자신도 모르게 마주 고개를 숙였다. 뭔가 분위기가 있는 남 자였다.
딱히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 ‘거물’이라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람이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사내가 내민 명함을 받아 든 민 홍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재, 재경?”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 홍기를 향해 리젠트의 남자가 부드 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일단 그물은 던져졌다.
“……수업이라구요?”
민홍기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조규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 개한 남자.
이 젊은 나이에 그 재경의 비서 실장 자리를 맡고 있다니…….
이 남자가 아니라 다른 이가 이 런 식으로 명함을 내밀었다면 민홍 기는 조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의심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 명함이 아니더라도 이 남자가 거물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강사다. 강사는 수많은 학생 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저 보이는 외관과 분위기만으로 그 학생이 어 떤 스타일인지 즉각적으로 파악해 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트 러블이 생긴다.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그 누구보 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민홍기가 보기에 이 남자는 ‘진짜’였다.
“예. 수업입니다.”
민흥기의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
웬만해서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한 시원한 맥주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슬 맺힌 잔을 들어 맥주를 쭉 들이켠 민홍기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나를 돕는 건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제안이었다. 제안을 다 들은 순간, 민홍기는 자신에게 최적의 기회가 왔음을 직 감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조심스러울 수밖 에 없다.
학원가에서 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그는 인생은 결코 순탄할 리가 없 고, 공짜로 떨어지는 기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신봉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들이 갑자 기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몇 안 되는 아이들을가르 치는 거다, 이거죠?”
“요구하는 역할은 그겁니다. 하지 만 요구하는 결과는 또 있겠죠.”
“아이들의 성적입니까?”
“최상을 원합니다.”
“물론 이 일을 맡게 된다면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건 제 직업이고, 제 자존심이니까요. 다만……
민홍기는 차분히 머릿속을 정리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어째서입니까?”
“일단 저는 계약으로 묶여 있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수업을 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 라……. 물론 소수만 따로 다른 곳 에서가르친다면 숨어서 할 수 있겠 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게다가도의상으로도 걸
리구요. 바르고 착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오해하시는군요.”
“예?”
조규민이가볍게 웃었다.
“재경은 일처리를 그런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민홍기 강 사님을 찾아뵙기 전에 학원장과 대 화를 끝냈습니다. 민홍기 강사님이 마음만 먹으신다면 학원 측은 어떠 한 제지도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 려 시간도 조정해 줄 겁니다.”
“ 아니……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를 물으려던 민홍기는 입을 꾹 다 물었다.
하기야 재경인데.
학원장이 아무리 떼부자라고 해도 재경에 비하면 구멍가게일 뿐이다. 재경의 비서실장이 재경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압박을 하든 당근을 던지든 학원장은 따를 수밖에 없다.
학원을 통째로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1타도 아닌 강사를 잠시 외 부로 돌리는 정도야 큰 타격도 아닐 테니까.
“사업을 잘 아는 분이시더군요.”
“ 예?”
“이 일이가져다주는 이점을 설명 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계산이 빠른 분이라 말이 쉬웠 죠.”
민홍기는 이 사내의 말을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야 그렇다 치고, 그가 이 일을 맡는 것이 학원에 대체 무 슨 이득이 있다는 말인가.
“깊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 예?”
“생각하셔야 하는 것은 이 일을 맡는 것이 본인에게 과연 ‘이득이
냐, 아니냐’입니다. 외부 관계 같은 것은 저희 쪽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드릴 겁니다. 결론은 간단히 낼 수 있겠죠.”
민홍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맞는 말이다.
“그, 그럼 다시 정리해 보고 싶은데……
“예.”
“말씀하신 대로라면 제가 한 스무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가르치면 된 다는 것 아닙니까?”
“네. 간단한 일입니다. 다만, 애들의 학력 수준에 차이가 나고, 학년
에도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금 같은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 수업에 따른 수업료는 따로 지불하고……
“이동 거리가 있어서 손해 보는 부분도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금 액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각하시는 이상일 테니까요.”
“무,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외부 로는 제가 돈을 안 받고 강연을 해 주었다고 밝힌다는 겁니까?”
“그렇죠. 그게 핵심이죠.”
조규민이 비릿하게 웃었다.
“당장은 아닙니다. 당장 그렇게 밝히는 것은 수업에도 부담이 되죠. 적당한 시기가 되면 민홍기 강사님 께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공짜로 수 업을 해주었다고 할 겁니다. 그것도 일이 다 끝나고 피곤하기 짝이 없는 시간에 굳이 이동을 해서까지 말입니다. 그럼 아주 좋은 이미지가 쌓 이겠죠?”
“……이미지.”
“요즘은 이미지의 시대죠. 사람들은 속을 보지 않습니다. 겉을 볼 뿐 이죠. 실제로 민홍기 강사님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알 방법이 없죠. 그저 민홍기 강사님이 공짜로 아이 들을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에만 주 목할 겁니다. 좋은 실력과 좋은 이 미지가 만난다면……
조규민이 손을 좌우로 쫘악 펼쳤다.
“터지는 거죠.”
민홍기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이미지. 여기에 그가 적 절히 기부라도 한다면 굉장한 시너
지가 날 것이다. 이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
문제는….
“왜 접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왜 하필 저를 택하셨느냐는 말입니다.”
그 질문에 조규민이 나직하게 웃 었다.
“무척이나 어이없는 질문이네요. 너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연하다구요?”
“네. 저희가 민흥기 강사님을 택 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합
니다. 민홍기 강사님이 현존하는 강 사 중에서 이 과목에 있어서만큼은 최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1타도 아닌데……
“말씀드렸잖습니까. 사람들은 진 실보다는 알려진 사실에 주목한다 고. 1타 강사라고 해서 최고로 수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죠. 저희는 자 체적으로 수업 평가를 통해가장 아 이들에게도움이 될 수 있는 강사님 들을 선정한 것뿐입니다.”
기분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마냥 기분 좋을 수만은 없는 소리였다. 그 말인즉슨, 인력이
동원되어 그들의 수업을 일일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실 없이 웃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제가가르쳐야 할 사람이 실제로는 엄청 대단한 사람들인 겁니까? 명문가의 자제들만 모았다든가
당연한의문이었다.
그런 일이 아니라면 굳이 재경의 비서실장이 나서서 이런 식으로 우 수한 강사진을 모아 따로 수업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조규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정말 보육원 아이들입니다.”
“그럼 대체 왜?”
“많은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그 아이들의 성적이 올라가기를 원하는 분이 있다는 것만 아 시면 됩니다.”
“아……”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드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도 만나야 할 사람이 많고, 해야 할일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
일은 조금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라서요. 그럼 이제 답을 주시겠 습니까?”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민홍기는 알고 있었다.
기회는 느긋하게, 천천히 오지 않는다. 슬쩍 온 것 같다가 잠시라도 놓쳐 버리면 끝도 없이 멀어지는 것이 기회였다.
그렇다면 잡아야 한다.
리스크가 없는 기회 따위는 없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심을 굳힌 민홍기가 입을 열었
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언제 부터 시작되는지를 말씀해 주십시 오. 그리고 말씀하신 외부 부분은 확실히 처리해 주신다고 확답을 주 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규민이 빙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강사님. 아이들을 잘 부탁드리 겠습니다.”
조규민이 손을 내밀자 민홍기가 그 손을 꽉 잡았다.
낚았다.
깔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