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89)
마존현세강림기-490화(488/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16화)
4장 고민하다 (1)
“……전멸이라고 했나?”
“예.”
나카타 유지는 자신도 모르게 얼 굴을 굳혔다.
“나나호시 구미가?”
“그렇습니다.”
“……”
나카타 유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정보가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지금 벌어진 일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나호시 구미는 결코 만만한 이 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제대 로 힘조차 써보지 못하고 전멸했다는 말을 어떻게 액면 그대로 받아들 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뿐 아닙니다. 현장에는 슈발리 에들도 있었다고 하나, 그들 역시 모두 제압되어 총회로 압송되었다고 합니다.”
“슈발리에? 그 프랑스 기사단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원탁마저 끼어들었다는 건가?”
나카타 유지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사이토 놈.’
한국을 제 땅으로 삼겠답시고 넘 어갔으면 일이라도 제대로 할 것이 지, 제대로 일도 못하고 죽어버리면 그 뒷수습은 누가 하라는 말인가.
“중국에 유럽까지……. 빌어먹을.” 나카타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어쩌다가 조선 반도가 저런 곳이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세계의 유력 세력들이 모조리 한 국으로 모여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뭐?
“ 압송했다고?”
“그렇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이냐, 미친놈 들.”
차라리 원탁 쪽에다가 앞으로 한 반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달라고 팩스 한 장 보내는 쪽이 더 깔끔할 것이다.
차라리 죽이든가, 그게 아니면 풀 어주든가.
둘 다 아니고, 기사단 전원을 압 송했다는 것은 유럽 쪽과 제대로 붙 어보겠다는 뜻 같은데, 그게 무엇을의미하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공동을 형성하고 있는 땅이었다. 그곳에 유럽인들이 드나들게 된다면 자연스 레 중국과 일본을 자극하게 된다.
‘골치가 아프군.’
나카타 유지는 일본 내에서도 대 표적인 주화파였다. 전쟁이란 끔찍 한 것이다. 지금 이대로도 먹고살기 나쁘지 않은데, 왜 영역이니 뭐니 하면서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일이 자꾸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아무리 나카타라고 할지 라도 흥분한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사이토 겐류가 대동아 공영권이니 어쩌니 하는 한물간 헛소리를 늘어 놓으며 한국 침략을 주장했을 때,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면서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이가 바로 나카타 였다.
그런데 한국으로 들어간 이들이 전멸했다고 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 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한국을 그대로 내 버려 둔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이 컸다. 그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을 정 복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거리가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아무 리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있다고는 하나 그들이 남한을 먹는 순간, 중 국을 자극하게 된다.
중국이라는 대국은 일본에게도 부 담스러운 존재였다. 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럼에도 웬만해서는 충돌하고 싶지 않은 곳이 중국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을 내버려 둔 것인데, 이렇게 한국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버리면 지금까지 한 국을 신경 쓰지 않는 이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주화파라는 것은 단순한 평화주의 자를의미하지 않는다. 되레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나카타 유지였다.
그가 아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결
코 나나호시 구미를 몰살시킬 만한 힘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원인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카타 유지의 정보가 잘못되었거 나, 그게 아니라면…….
‘한국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강해 졌다는 거겠지.’
이해가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꽤 나 익숙한 상황이기도 했다. 일본인 이라면 이 상황에 익숙한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기어 올라와 어 느새 당당하게 선진국이라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저 작은 나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그런데 외부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 무인 세계에서도 그래도 벌어 진다는 사실이 나카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나마 드러난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원인이라도 있 었다. 미국이 한국을 지원했고, 한국 이 보고 배울 나라들이 있었다.
다른 나라들의 발전 양상을 분석 하여 청사진을 그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인계는 다르다. 아무리
강해질 방법을 찾는다고 해도 한 사회가 축적해 온 무학의 역사와 방향 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강해질 방법 이 전무한게 무학이었다.
한국은 무학의 불모지다. 그런 나 라가 이렇게 단시일 내에 이토록이 나 급격하게 강해진다는 것이가당 키나 한 일인가.
해답은 단 한 곳에 있다.
‘ 강진호.’
그의 이름이 들려오면서부터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나카타 유지는 지끈거리는 머리는 눌렀다.
“이제 돌이킬 수가 없어.”
강진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원탁의 슈발리에들을 인질 로 잡고 있다는 것이 대체 무엇을의미하는지 말이다.
그 일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안다면, 결코 저지를 수 없는 짓이었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정교하게 돌아가는 세계를 박살 내는 것은 한두 명의 초심자들이다. 힘과 저돌성을 갖춘 초심자는 이제 까지 당연시 여겨지던 세계의 법칙을 순식간에 박살 내고 새로운 질서
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 와중에 초심자의 운명은 비참해지기 마련이지만…….
나카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다고 뭔가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 정교한 룰 에 따라 돌아가던 동아시아에 룰 브 레이커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새로 운 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
“각 구미에 연락해라. 총회의가 필요하다고.”
“예!”
나카타 유지가가만히 서쪽을 바
라보았다.
‘한국 무인계의 힘으로는 불가능 해.’
그렇다면 그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강진호 개인의 힘이 예상을 뛰 어넘는다고 봐야 한다.
하나의 구미를 혼자 몰살시킬 수 있는 정도의 힘이라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야.’
어쩌면 그들이 모든 힘을 다해서 제거해야 할 거대한 적이 나타난 건 지도 몰랐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적은 더 강 대해질 것이고, 결국에는도려낼 수
없는 암 덩어리가 될 것이다.
나카타 유지는 그 꼴을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그게 이번에는 강진호였다.
“모든 것은 천하를 위하여.”
나카타 유지가가만히 중얼거렸다.
찰칵.
강진호는가만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드문드문 불이 꺼진 건물을 바라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교육이라……
아이들을가르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사실 그는 별로 한 것도 없 고, 대부분의 일은 조규민이 알아서 하긴 했지만, 그가 이곳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 이하군.’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그는 얼마 전에 수십의 목을 베 었다. 아무리 그들이 먼저 강진호의 목을 노리고 왔다고는 하나,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면죄되지는 않는다.
강진호는 그들을 죽이지 않고 제 압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을 모두 죽였다는 것은 강진호가 명실상부한 살인마라는 것을의미한다.
우습지 않은가.
어둠에 숨어서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그가 바깥세상에서는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고, 그 아 이들을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한다니. 이런 아이러니는 또 없을 것이다.
세상은 이런 것을 한마디로 정의 한다.
위선 (僞善).
하지만 강진호의 행동은 위선이라 고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아이들을 통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 않고, 이런 일들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강진호는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꽤나 화려하게 시작했죠?”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입 에 담배를 문 조규민이가만히 다가
와 미소를 지었다.
“조금 오버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예상과 별 차질 없이 진행된 겁니다.”
“조금이 요?”
“좀 많이 오버했죠.”
강진호는가만히 조규민을 바라보 았다.
그러자 조규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쳐다보시니 민망하네요.”
“실장님.”
“예.”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절 너무 과대평가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예전에는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을 들어야 했거든요. 모두가 저는 당연히 이런 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 하고 숨어 있는 속뜻까지 하나하나 다 이야기를 해줬는데, 요즘은 다들 제가 어련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 봐요.”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었다. 조규 민 자신마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강진호씨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서 그런 것 아닐까 요‘?”
“좋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데, 한번씩은 그게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이럴 때는요.”
강진호가가만히 조규민을 바라보 았다.
“불필요할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는 것에는 당연히 숨겨진의도가 있 다고 생각하는데, 그의도를 설명해
주지 않으면 저는 알기가 힘들거든 요. 이쪽에 많이 적응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저는 평범한 이들처 럼 눈치가 빠르지 못해서요.”
조규민은 강진호의 이런 점이 대 단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란 자신의 단점을가리려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단점을 노출할 때는 스스로가 쿨하다는 인상을 주거나 자신이 단점 정도는 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라고 과 시하기 위해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의미로 스 스로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그게 사실이니까.
저 과감한 태도가 지켜보는 사람 들로 하여금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눈치 없는 분을 골려 먹을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렇겠죠.”
“그저 알려 드리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예?”
조규민이 고개를 돌려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거 하나 사서 학원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제공하는게 어려운 일
같습니까?”
“음……”
강진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조규민의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 일이 얼마나 큰일이고,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강진호씨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차이를 아셔야 합니다. 지금 강진호씨는 계속해서 세상에 영향
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지금가진 지위만으로도 세상의 돈을 쓸어 모 으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 돈과 힘을 바탕으로 세상을 뒤흔 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 면 미쳤다고 할 만한 일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아뇨. 모르고 계세요.”
조규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사용하지 않는 힘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강진호씨는 다른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힘을가지고 있으면서도 손을 찔러 넣고
그저 흘러가고 있을 뿐입니다.”
조규민이 살짝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묻고 싶었습니다, 강진호씨.”
“……”
“대체 뭘 하고 싶으신 겁니까?” 바람이 조금 차게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