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9)
마존현세강림기-49화(49/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24화)
4장 — 홀러가다 (6)
해가 진다. 붉은 노을이 깔리고 있 었다.
이미 학교에는 그와 박유민밖에 남 아 있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 두 수업을 끝내고 학원으로가거나 독서실로 향했다.
정리가 얼마 남지 않은 강진호만이
교실에 남았고, 박유민도 그런 강진호를 따라 교실에 남았다.
“진호는 대학가겠네.”
“안 갈 거면 왜 이 짓을 하고 있겠 냐‘?”
“그래?”
“넌 안 갈 거야?”
“안 간다기보다는가기 어렵다고 봐야지.”
“왜?”
“등록금 문제도 있고.”
“학비 지원 들어갔을텐데?”
“사실은 내 성적에 어차피 좋은 대 학은 못가. 서울 안의 대학가는
것도 빠듯해. 그렇다고 내가 먼 대 학을 갈 수는 없잖아.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하고, 보육원은 또 누가 봐?”
“보육 교사들 있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음……”
“하긴 지금 너한테 중요한 건 대학 보다 우승이지.”
“응.”
“4강까지 갔으면 잘한 거지.”
“고마워.”
강진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죽을래?”
박유민이 어깨를 움츠렸다.
“왜?”
“넌 다른 사람한테 지면 안 돼. 그 럼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하다는게 되어버리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해.”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쉬운 줄 알고 하는 말 아니야. 우 승해. 시작 안 했으면 몰라도, 시작 했으면 끝을 봐야지. 수명이 긴 직 업 아니잖아. 지금 노력해야 할 때야.”
“알고 있어.”
박유민은 미소를 지으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 진호야.”
“응?”
“고마워.”
“뭔 소리냐, 뜬금없이.”
“보육원 일도 그렇고, 예전 일도 그 렇고.”
“간지러운 소리 하지 마라.”
“그리고 그 모든 것보다……”
“…….”
“나랑 친구해 줘서 고맙다.”
강진호는 혀를 찼다.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듣고 있기 힘든 기분이다.
“별소리를 다 하고 있네.”
“아니, 진짜로 그게 제일 고마워. 나는 너 말고는 친구가 없거든.”
“인규나 태호가 들으면 섭섭해한다.”
“걔들은 친구지. 그런데 걔들은 네가 아니었으면 나랑 말도 안 했을 걸?”
“그건 그렇다. 특히 정인규.”
“맞아.”
강진호와 박유민은 마주 웃었다. 강진호는 박유민의 다리를 바라보았
다. 그가 고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쳐 줄 수 있었다면 벌써 고쳐 주 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강진호가 박유민에게 친절을 베푼 이유는 뭐였을까?
그가 과거의 자신을 생각나게 해서? 그를도우면서 과거의 자신을 위로 하고 싶었을까?
그런 이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만약 박유민의 다리가 멀쩡했다 면 강진호는 관심을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냥 강진호는 박유민이 마음에 들 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친구라는 건 그런 거니까.
이유를 따지는게 아니라, 같이 있 으면 편한 걸로 족한 것이 친구니 까.
“그런데 너, 4강이라고 했지.”
“알면서 뭘 물어.”
“그 정도면가능하려나?”
“뭐가?”
박유민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확실해지면 이야기해 줄게.”
“싱겁기는.”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한세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비누 냄새 좀 안 나게 해라!”
“쯧.”
혀를 차고 마는 강진호와는 다르게 박유민은 진지하게 반응했다.
“미, 미안. 내가 본처 있는지도 모르 고!”
“누가 본처야, 인마!”
박유민은 날아드는의자를 보고 기 겁하여 옆으로 피했다.
“이러지 마! 나는 몸이 재산이라 고!”
한세연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박 유민을 노려보더니, 강진호를 불렀다.
“너 잠깐 나와.”
“왜?”
“나오라면 나와!”
강진호가 박유민을 슬쩍 돌아보았다.
박유민은 제발 좀 나가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흠……”
강진호는 한세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까지 내려온 한세연은 강진호를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야!”
“응?”
“할게 뭐 그렇게 많아?”
“…….”
“아니, 공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줬 으면 빨리빨리 나와야지, 왜 거기서 박유민이랑 러브러브 모드를 찍고 있어!”
“러브러브는 빼라.”
“내가 뭐 틀린 말했나?”
“기다렸어?”
“응.”
강진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할 말 있는 모양인데, 해.”
한세연은 막상 판이 깔리자 말문이 막힌 얼굴로 강진호를가만히 바라 보았다.
“수, 수능 잘 쳐!”
“그 말 하려고 기다렸냐?”
“응.”
“내일 하면 되잖아. 내일도 학교 오는데.”
“금방가잖아. 반이라도 같으면 괜 찮은데, 반도 다르고 못 보면 어떻게 해.”
못 보면 못 보는 거지, 평생 못 보는 거도 아니고, 하루 못 본다고 뭔 일이 벌어지나.
“……그래.”
강진호는 한세연에게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너도 잘 쳐라.”
“ 강진호.”
“응?”
“잘 쳐야 돼.”
“알았다니까.”
“아니, 진짜로 잘 쳐야 돼! 어설프게 쳐서 이상한데로가면 안 돼. 만약 재경대 이하로 쓰면 난 엄마한
테 맞아 죽을 거야.”
“무슨 소리야?”
강진호는 한세연이 하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해 어리둥절해했다.
“여하튼간에 잘 쳐야 된다!”
“걱정하지 마. 잘 칠 테니까. 할 말 끝났으면 난 간다.”
한세연은 교실로 올라가는 강진호를 보며 애꿎은 땅바닥만 걷어찼다.
“쟤는 조선 시대에서 왔나, 뭔 남자가 저렇게 눈치가 없어?”
한세연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강진호는 태어난 순간부터 한번 죽 고, 다시 중원에서 죽어 이곳에 돌
아올 때까지 단 한번도 여자를 만 나본 적이 없었다.
강진호는 모태솔로로 두 번의 삶을 살아온 솔로 부대 사령관이었다.
강진호에게 애둘러 하는 표현은 아 무런의미가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한세연이기에 오늘도 그녀는 헛물만 켜고 있었다.
수능 당일.
“잘 치고 오너라.”
“예.”
“긴장하지 말고!도시락은 소화 잘 되는 걸로 골라 넣었다. 든든하게
먹어야 시험도 잘 쳐진다.”
“ 예.”
“오빠, 시험 잘 쳐야 돼! 답안 밀려 쓰지 말고!”
백현정의 손이 강은영의 등짝을 후 려 쳤다.
“아야!”
“수능 치러가는 오빠한테 그게 할 소리니! 재수 없게!”
“걱정하는 거잖아, 걱정! 걱정 몰 라?”
강진호는 떠들썩한 배웅을 받으며 금동이에 올랐다.
아버지가 태워준다고 했지만, 평소
대로 등교하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가장 좋다는 강진호의 말을 듣고는 배웅을 포기했다.
강진호의 시험장은 동명고 바로 옆 에 있는 학교였다. 강진호는 조금 들뜬 기분으로 수험장에 들어섰다.
“휴……
날이 날인지라 호홉이 조금가빠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하는 건가?’
강진호는 호홈을가라앉혔다.
이런 일로 긴장이라니, 우스운 일이 었다.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전장에서도
긴장하지 않던 적천마존이 종이 쪼가리에 적혀 나오는 문제를 푸는 것 따위에 긴장하다니.
중원에서 그를 알고 있던 자들이 들 으면 폭소할일이었다.
‘정신 차리자.’
심호홉 몇 번에 몸이 안정되었다. 강진호는 냉정해진 눈으로 교실에 들어서는 시험관을 바라보았다. 간단한 설명이 오고 간 뒤, 드디어 시험지가 강진호에게 전달되었다.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그동안 지식은 충분히 축적했다. 그 리고 이제는 그 지식을 활용해야 할때다.
강진호는 수라기를 끌어 올렸다. 수라기의 원래 명칭은 무명공(武名功)이라고 했다.
그의 스승이 전할 때 그런 이름이었다.
“이름은 없다. 이름이 없으니 무명 공이라고 부르자.”
그렇게 대충 지어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딱 오해 받기 좋은 이름이 고, 무공의 근원을 물어보는 이들에게 무명(無名)이라는 대답을 했더니, 제멋대로 수라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적마의 이름이 널리 퍼지면서 수라 기는 함께 이름을 높였고, 나중에는 강진호의의사와는 관계없이 제멋대 로 적마의 독문 무공은 수라기라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렸다.
수라기라는 살기가득한 이름과 다 르게 무명공은 무학 중에서는 꽤나 온순한 편에 속했다. 피와 살육 속 에서 살아온 강진호가 머금은 살기가 무명공을 패도무쌍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무명공의 원리는 간단했다.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킨다.
중원의 내공을 기반으로 한 무공들 이 기운을 축적하여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그의 스승이 그에게 전수한 무명공은 단전에 모인 내 공을 보조로 활용하고 전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주안을 두었다.
덕분에 강진호의 전신은 살인 병기가 되었고, 흣날 무시무시한 악명을 쌓아 올리게 되었다.
무명공은 전신을 강화한다.
그리고 전신 중에는 뇌도 분명 들어 간다.
무명공을 운영하는 동안은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워지고 두뇌 회 전이 몇 십 배는 빠르게 돌아갔다. 유일한 단점은 지속 시간이 길지 않 다는 것.
그리고 내공과 체력의 소모가 심하 다는 것.
그래서 공부를 할 때는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푸는 것만이라면 시간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었다.
강진호는 수라기가 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뒤에 빠르게 문제를 읽어 나갔다. 푸는 것은 나중이다. 지금은
그저 문제를 한번씩 확인하는 것으로 족했다.
모든 문제를 다 살펴본 강진호는 이 윽고 수라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오버 클락된 뇌가 시간을 느리게 홀 러가게 만들었다.
강진호는 단숨에 문제를 풀어 나갔다. 아는 문제는 재빠르게 답을 적 고, 모르는 문제는 지체하지 않고 넘겼다.
5 분.
강진호는 단 5분 만에 두 문제를 제외한 모든 문제를 풀었다.
남은 시간이 너무 길어 탈이었다.
강진호는 남은 시간 동안 아직 해결 하지 못한 문제를 천천히 풀어내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엎드려 잠을 잤다.
운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를 최 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기에는 잠이 딱이 었다.
강진호는 그런 식으로 모든 과목을 끝냈다.
마지막 시험의 답안지가 걷어진다. 강진호는 머리 위로 올렸던 손을 내 렸다.
이제 끝났다.
“휴…..”
절로 한숨이 홀러나왔다.
일년 동안 준비한 시험이 오늘 끝 난 것이다. 준비한 과정에 비해 너 무 빨리 끝나 버린 시험이다 보니,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강진호에게는 더더욱 특별한의미가 있었다.
수능.
이것은 강진호가 알고 있던 삶의 종 료를의미했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 전 강진호는 교 통사고를 당했을 것이고, 그다음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거부하게 되었을 테니까. 과거의 그의 삶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장 큰 변환점을 무사히 넘겼고, 수능이라는 거사도 치렀다.
이제야말로 과거 그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삶이 시작될 시기였다.
강진호는 교사의 지시에 따라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매둔 금동이를 타고 평소답지 않게 천천히 페달을 굴렸다.
이상한 기분이다.
강진호는 어느새 어둑해져가는 하
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하늘은 여 전히 변화 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 었다.
이제야…….
이제야 정말 강진호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강진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맺 혔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그의가슴을 두근대게 만들고 있었다.
“재미있을 거야.”
강진호는 페달을 힘차게 구르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