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91)
마존현세강림기-492화(490/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18화)
4장 고민하다 (3)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핫팬 츠 차림의 강은영이 부리나케 뛰어 나왔다.
“오라비! 왔어?”
뭔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안 겨드는 강은영의 둥을 한차례 토닥
토닥 두드려 준 강진호가 슬그머니 그녀를 밀어냈다.
“별일 없었고?”
“별일 있을게 뭐가 있어. 집에 서.”
“그렇지.”
강은영을 위아래로 살펴본 강진호가 신발을 벗으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요즘 매일 집에 있는 것 같다?”
“축제 기간도 끝나고 해서 한동안은 좀 프리해. 이제 조금 있으면 다 음 앨범 준비도 해야 하고 바쁘겠 지. 최후의 만찬이랄까?”
“그래?”
강진호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어머니는?”
“데이트 나가셨어.”
“데이트?”
“응. 아빠랑 드라이브가신다던데?”
“……그, 그래?”
강진호가 조금 황당하다는 눈을 하자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뭐, 그런 걸로 놀라고 그래? 나 나 오빠도 다 컸겠다, 이제 다시 신 혼 즐기셔야지.”
“그렇긴 하지.”
“이제는 오빠나 나도 돈도 잘 벌 겠다, 뭐가 걱정이시겠어. 잃어버린 청춘을 다시 되찾는, 그런 느낌?”
꺅꺅대는 강은영을 보며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넌 별문제 없냐?”
“응? 문제?”
“그래. 연예인이라는게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고 하던데.”
“스트레스?”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던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스트레스야 받지만, 그 스트레스 때문에 못해 먹겠다고 하는 건 배부 른 소리 아냐? 내가 연습생 때 연 예인 해보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 겨우 그 꿈이 이루어졌는데, 어디 감히 배부른 소리를 하겠 어.”
“음……”
“한창 일 바쁠 때는 진짜 못해 먹 겠다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런데 그건 다른 직업가진 사람들도 다 그런 거 아냐?”
“그렇지.”
“남의 돈을 받는 일인데 쉬울 리
가 없지. 힘들어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야지. 안 힘들면 그게 일인가.”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생 시절부터 고생을 많이 해 서 그런지, 생각이 무척이나 어른스 러웠다.
“그럼 별문제는 없는 거지?”
“그럼.”
강은영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브이 자를 만들었다.
“뱃살이 자꾸 나오려고 하는 것만 빼면 문제없어.”
“과자를 끊어……
“차라리 죽으라고 해!”
답이 없다.
강진호는 뭔가를 말하려는 듯 머 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알았다. 오빠 씻을게.”
“뭐 물어볼 거 있는 것 같았는데?”
“아니다.”
“걱정 말고 다 물어봐, 오라비. 귀엽고 깜찍한 동생의 연애사가 궁 금하다면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어. 궁금하지? 그지? 동생이 어디에서 이상한 놈팡이나 만나고 다니는 거
아닐까 싶어서 밤에 잠도 잘 안 오 지?”
“……너를 누가데려가?”
“허얼……
강진호는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르는 미래의 처남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
TV에서는 나름 청순 컨셉을 잡고 나오는 이 기집애가 집에서 저렇게 배 벅벅 긁으면서 입에 과자 부스러 기 묻히고 다니는 걸 알아야 할텐데.
“연기 쪽은?”
“하반기에 드라마 하나 잡혔어.
이번에도 조연이야. 에효, 나는 언제 주연급으로 올라가나.”
“너……
“네네! 압니다, 알아요! 춤추고 노래 부르던 애가 연기자 되려고 지 금까지 연기 공부하고 노력하던 사람들 자리를 그렇게 쉽게 차지하려 고 들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 습니다. 그래서 연기 레슨도 계속 받고, 나름 모니터링도 하면서 차근 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 습니다, 오빠 폐하. 적어도 집에서만은 철없는 불평불만을 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강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방 쪽으로 향했다.
“초심 잃지 말고.”
“응, 오라비. 그런데 진짜 내 연 애사에 대해서 안 궁금해? 오늘 대 방출데이인데?”
넣어둬, 넣어둬.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온 강진호는 다짜고짜 침대에 드러누웠다.
조규민이 한 말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저 하루를 보내고 일상 속에서 소 소한 행복을 찾으며 사는게 사람 아니던가.
차라리 거창한 목표를 세우라고 했으면 지금쯤은 목표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강진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말이가슴에 걸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뭐지?’
강진호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가족을 잃고 장애인으로 살아야만 했던 첫 번째 삶.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던 두 번째 삶.
그리고 지금의 삶까지.
하나하나의 삶이 모두 다르다. 그 세 번의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는 존 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더는 치열하지 않게 살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삶은 항상 저항이었다.
첫 번째 삶은 고독과 힘겨운 육 체와의 싸움이었다. 결국 강진호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
두 번째 삶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 같은 운명과의 싸움이었다. 그리 고…….
‘패배했지.’
강진호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돌이켜 보니 그의 삶은 언제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패배의 연속이었다.
나름 입지를 세웠다고 생각한 두
번째의 삶도 돌이켜 보면 자신을 잃은 채 끝도 없이 강해지겠답시고 발 악하다가 배신당해 죽은 것이 아닌가.
이런 삶을 성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삶을 성공과 실패로 나눈다는 것은 너무도 조악한 발상이지만, 누구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지금의 삶은 정말 많이 나아진 것이다. 다만…….
‘조 실장님의 말도 맞지.’ 휩쓸리고 있다.
그저 주변에 휩쓸리고 있을 뿐이다. 강진호 스스로 어떠한 삶을 살 아야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전혀 잡 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조금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물론 딱히도와준다는 생각을 하 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우월적 인 시각은 강진호의 성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가도움을 준 박유민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다.
말로는 이제는 오로지 이기기 위 한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잠자는 시간 빼고는 모두 연습에 열 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주영기도 눈코 뜰 새 없 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그의 동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바쁘다는 것만으로는 강진호도 뒤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 강진호의 차이는 지향점의 존재 유무였다.
그들은 지금의 노력으로도달하고 자 하는 곳이 확고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순간순간에 대처할 뿐, 지금의 노력을 통해 어딘가로가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모르겠 네.’
잘난 듯이 다른 이들에게 열의를가지라고 말해왔지만, 사실가장 그 열의를 헛된 곳에 낭비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말이다.
지금까지 강진호가 살아온 삶은 버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낮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익숙한 노랫소리가 휴대폰에서 홀
러나왔다.
“음?”
강진호가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 었다.
이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를 할 사람이 없을텐데?
액정을 확인한 강진호가 피식 웃 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날카 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해요!]장담하건대…….
대한민국에서 ‘뭐해요’라는 말을
이렇게 다짜고짜 소리치듯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 하나뿐일 것이다.
“자려고 누웠어요.”
[지금 시간이 몇신데 벌써 누워 요‘?]“여기는 충분히 잘 시간인데
[시차 한 시간밖에 안 나거든요? 뭔 지구 반대편에라도가 있는 줄 아시나?]“……에, 그렇군요.”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이렇게 틱틱대며 쏘아붙이는 목소
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게 정상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두 번 째 삶에서부터 강진호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까.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꾸 웃음이 치밀어 오르 고 있었다.
그 이유가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강진호가 생각해 버렸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그 날카로운 목소리 뒤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 기 때문인지는 강진호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이 심술가득한 목 소리에 조금은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낼 만해요?”
[여기요?]
“네.”
[최아아아아악!]
[끔찍해! 끔찍해! 이보다 끔찍한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게 분 명해요! 덥지, 습하지, 벌레 날아다니지! 위생 관념 끔찍하고! 촬영지는 뭐가 그렇게 멀리 있는지 이동하는데 시간 한참 걸리지를 않나, 변
발한 놈들이 땀 냄새 풀풀 풍기면서 자꾸 툭툭 건드려 대는데…… 으아 아아아아!]
괜한 것을 물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최연하는도통 그 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다시 해외 나와서 촬영한다 고 하면 사람이 아니다. 음식 하나도 입에 안 맞지……. 아니, 여기 사람들은 음식에다가 왜 자꾸 이상 한 향신료를 때려 박는지 모르겠어 요. 먹을 때마다 속이 뒤집어져서은솔이한테 패스트푸드점가서 햄버 거나 사 오라고 하고 있는데! 심지 어…… 심지어 햄버거도 맛이 없어! 뭐, 이딴 동네가 다 있어!]
강진호는 마음속으로 한은솔에게 애도를 표했다.
전화상으로 그에게 이만큼이나 불 만을 토할 정도라면, 한은솔은 지금 쯤 반 죽어 나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힘들겠네요.”
[그게 다예요?]“ 네?”
[내가 지금 힘들어서 투정 부린다고 전화했는데, 그 한마디가 강진호씨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전부냐, 이거예요! 내가 강진호씨가 조선 시대 사람이라는 거 잘 아는데. 족보는 안 봤지만 하는 짓 봐 서는 뼈대 있는 양반가문이라는 것도 잘 알겠는데, 그래도 조금 더 격 렬하고, 응? 다정하고! 응?]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언뜻언뜻 멀어져가는의식을 애 써 다잡으며 강진호가 헛웃음을 터 뜨렸다.
“뭘 어떻게 해드려야 될지 잘 모 르겠네요.”
[아, 됐어요. 바란 내가 잘못이 지.]뭔가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은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신기했다.
“많이 힘들어요?”
[네.]“고생이 많네요.”
[진짜 고생 많이 하고 있거든요? 목소리라도 좀 더 다정하면 좋을 거 같은데?]“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흐음, 그 거짓말 믿어볼게요.]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다물었다.그러고 보면 지금 그와 전화를 하고 있는 이 사람이야말로 지금 강진호가가장 본받아야 할 사람이 아 닐까?
꿈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머나먼 이국의 땅까지 날아가서 고 생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저, 최연하 씨.”
[네.]“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보세요.]강진호는 입술을 살짝 축였다.
뭐라고 물어야 지금 그의 기분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말주변이 없다 보니 적당한 질문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결국 강진호가 선택한 것은 정공 법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네?]황당하다는 듯한 최연하의 반문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