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92)
마존현세강림기-493화(491/2125)
마존현세강림기 20권 (19화)
4장 고민하다 (4)
“제가 알기로 최연하 씨는 한국에 서도 나름 톱 배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나름이라는 말이 엄청 거슬리 네요. 대놓고 내가 최고거든요?]“……아, 예.”
보통은 이런 걸로 딴지를 걸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최연하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무척 이나 힘든 일이었다.
“여하튼 한국에서도 얻을 것은 다 얻었는데, 왜 굳이 중국까지가셔서 그렇게 고생을 하시는 겁니까? 적당 히 한국에서 만족하셔도……
[강진호씨, 바보예요?]“ 네?”
[지금 그걸 당신이 나한테 묻는 거예요? 네?]뭔가 잘못한 거 같다.
강진호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홀러내렸다. 저 어이없다는 듯한 목
소리가 그의 폐부를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당대 천하제일인으로 통하던 소림의 혜인 대사가 바로 앞에서 금강항 마장(金剛降魔掌)을 날렸을 때도 이 렇게까지 긴장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진짜 이 인간을!] [끙.]건너편에서 뭔가 우당탕! 하는 소 리가 들려왔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뭔가 실수를 한 것 같기는 한데,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럴 때는 그냥 ‘나 죽었소’ 하고 엎드리는게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일단 죄송합……
[뭐가 죄송한데요?]“ 아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사과하지 말아요. 당신, 그렇게 쉽게 고개 숙여도 되는 사람 아니니까. 당신이 그렇게 고개 숙이고 다니면 내가 자존심 상한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아, 네.”
강진호가 고개를 숙이는데 자기가 왜 자존심이 상하는가?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박복해도, 박복해도 이렇게 복이 없을 수가 있나.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인간이랑…….]“ 네?”
[아니에요. 그래서 묻고 싶은게 뭐예요?]“아……”
무슨 말을 하는 중이었더라?
강진호는 다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 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최근에 그런 말을 들었거든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게 뭐냐고.”
[네. 어느 또 오지랖 넓은 사람이 입을 털었네요.]사회적 성공을 달리고 있는 조규 민 실장이 순식간에 오지랖이 넓어 할 말, 안 할 말 구분 못하고 입을 털고 다니는 사람쯤으로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왠지 모를 통쾌함에 강진호가 웃 음을 터뜨렸다.
“여하튼 그런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저는 정말 하고 싶은게 없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주 변을 둘러보니 그래도 최연하 씨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물어보고 싶었 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흐으으응.]최연하가 이상한 콧소리를 냈다. 콧소리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뚯이 이상하게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한테 물으셨다?]“네.”
[흐음…….]뭔가 전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얼굴의 최연하가 보이는 것 같은 느 낌이 었다.
[뭐, 조금 전에 있던 일은 용서해 줄게요. 강진호씨가 둔감한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적어도 그런 고민을 나에게 털어놨다는 것 만으로도 점수 따간 거예요. 축하해 요.]“ 네?”
[이럴 땐 그냥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 거예요!]“……감사합니다.”
이건 무슨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사람 머리를 내리눌러서 강제로 인사시키는 경우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여러모로 이상한 광경이었다.
[여하튼 질문을 받았으니까 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강진호씨 주위에 나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그렇게까지는 아닌데…….
정확하게 정정해 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게다가 단순히 ‘열
심히’라는 측면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어디까지 투자를 했는가’라는 측면을 따진다면 최연하 이 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네, 말하자면.”
[흐응.]뭔가 자꾸 콧소리가 더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쯤 아마 그 높은 코가 위로 한껏 들려 있지 않을까?
[강진호씨가 그렇게까지 부탁을 한다니, 저도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그렇게까지 부탁한 적은 없는데…….
대화의 핀트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는 비결은요…….]“네.”
강진호는 살짝 긴장했다.
어쨌든 이 사람은 한 분야에 있 어서 톱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그리 고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수고를 마 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에게는 반드시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 최연하의 대답이 들려왔다.
[없어요.]
“……네?”
[그런 거 없다구요.]
맥이 탁 풀린다는 말이 이런 뜻 일까?
강진호는 순간적으로 전신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뭔가를 말하려 하는 찰나, 최연하가 다다다 말을 쏘아냈다.
[한번씩 보면 그런 인식이 있더 라구요. 어떤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
를 구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그런 거? ‘그 사람들은 분명히 더 노력했고, 더 열심히 했고, 일반인과는 다른 어떤 사고방식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음…..”
강진호는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 본인도 그렇게 생각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제가 직업이 직업이라 나 름 톱에 있다는 사람들을 여럿 봤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뭔가 다르지는 않아요. 다들 그냥 그렇게 사는 거죠. 막말로 이야기해서 제가 지금 중국에 와서 이러고 있는게 고생이 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한 달에도 열댓 번씩야근하면서 새벽 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이 훨씬 더 고생하는 거 아니 에요?]
“그, 그렇죠.”
생각해 보면 그랬다.
[제가 성공한 비결은 따로 있는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과 다른게 하나 있었을 뿐이죠.]“그게 뭡니까?”
[미모.]너무도 당당하게 나오는 그 말에 강진호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커멓고 우중충한 검은 하늘이 지금 강진호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를 잘못 정 했어.’
이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강진호였다.
그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최연하였단 말인가.
사람 보는 눈이 이리 없으니 믿 었던 사람에게 칼 맞고 배신이나 당 하는 거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강진호 에게 날카로운 반응이 돌아왔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속으로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죠?] [예의상으로라도‘아닙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아, 아닙니다.”
건너편에서 씩씩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이내 씩씩대는 소리가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어 쩔 수 없어요. 그게 사실이니까. 막 말로 이야기해 볼까요? 내가 연기를 정말 잘해요. 지금보다 두 배는 잘 해. 사람들이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얼굴은 지금의 반도 안 되게 못생겼다면, 과연 지금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요?]
“……아니겠죠.”
[그런 거예요. 성공이라는 건 그
저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니까. 에디슨도 그랬잖아요. 나는 남들이가지지 못한 1%의 영감을가지고 있다고. 그건 타고나는 거니까.]
그게 그런 말이었나?
뭔가 상식이 반대로 흐르는 것 같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 느냐’는 물어야 할 말이 아니에요. 세상에는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반은 넘을 거예요. 스스로 자각 하지 못할 뿐이지, 나는 출근 시간 맞춰서 피곤한 몸을 일으켜서 출근 하고, 그러고도 또 일에 치여서야
근하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나 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존경하구요. 그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내며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 같은 건 놀면서 돈 버는 거죠. 그런데 제 입으로 제가 노력 이라는 말을 담을 수 있겠어요?]
“……확실히 질문이 잘못된 것 같 네요.”
[노력은 다 해요. 다만, 그 노력이 어디로가느냐의 문제겠죠. 강진호씨가 제게 물어야 했던 건 제가 왜 배우가 되려고 했느냐 아니에요?]“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그가 찾는 답을 듣 기 위해서는 그 질문이 맞았다. 강진호는 지금 노력할 곳을 정한 것이 아니니까. 노력 이전에 방향의 문제니까.
[물론 제가 배우가 되기로 정한 이유는…….]
“미모라는 말은 안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예리하네…….]
최연하가 드립을 치지 못해 아쉽 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배우가 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해
요. 그게 좋았으니까.]
“좋았다구요?”
[네. 저는 예전에는 드라마 죽순 이였거든요. 그래서 나도 저렇게 되 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왜요? 뭐 대단한 비전이나 이유 같은 걸 바랐어요?]“그래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 이니까 조금 고민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진호씨는 대학 갈 때 인생의 진로와 미래를 위해서 엄청 고민하 고 학교 선택하셨나 봐요?]가까워서 갔습니다만.
[거창하게의미를 부여하면 다 그런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선택이라는게 그런게 아니잖아요. 그냥 하 고 싶으니까, 내가 해보고 싶으니까. 그렇게 정하는 거예요. TV에 나와 서 ‘나는 내 인생의 길을 위해서 엄 청나게 고민을 해서 이 길을 선택했 고, 성공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특별하니까 TV에 나오고, 책 내고, 강연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되레 보통 사람들은 안 그런다는 뜻이죠.
의사가 좋은 직업이라고 하고 내 성 적이 되니까의사가 되는 거지, 내가 생명을 구해보겠다는 거창한 사 명을가지고의대가는 사람이 몇이 나 되겠어요.]
“으음……”
강진호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 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들려왔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그 말이 강진호의가슴에 박혀들 었다.
그 직후, 최연하가 결정타를 날렸다.
[강진호씨는 그냥 해보고 싶은일 없었어요?]
같은 말이었다.
조규민이 한 말과 어투만 다를 뿐, 같은 뜻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이 두 말은 전혀 다른 말로 들렸다.
느낌이 다르니 대답도 달라졌다.
조규민이 그 말을 물어왔을 때, 강진호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기 때 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있었네요.”
[그죠?]“예.”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 지만, 지금 그의 얼굴을 본다면 강진호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말을 받 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거예요. 인생의 거창한 목 표를 찾으라면 찾기 어렵죠. 그런데 다들 하고 싶어 한 일 하나쯤은 있 잖아요. 그게 없다는 건 이상한 거 죠.]“최연하 씨.”
[네?]강진호가 진중하기 짝이 없는 목 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덕분에 뭔가를 본 것 같아요. 이은혜 잊지 않을게요.”
[뭐, 뭐 이런 거가지고……은혜 라 하고 그래요. 사람 민망하게.]한껏 당황한 최연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어요. 나중 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그러세요.]강진호는가만히 전화를 종료하고
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으로 다가갔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 늘을 바라보던 강진호가가만히 눈을 감았다.
“강진호씨는 그냥 해보고 싶은 일 없었어요?”
있었지.
그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대답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