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99)
마존현세강림기-500화(498/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1화)
1장 설계하다 (1)
세상에는가끔 기이한 일이 벌어 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인한 일 중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가 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이주석이 겪고 있는 일이 딱 그랬다.
그는 조금은 독특한 일을 하고
있었다. 특별하다기에는 조금 평범 하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특 별한 일.
그의 직업은 재단사다.
그가 일하는 곳은 100년의 역사를가진, 대한민국에서가장 오래된 수제 양복점이었다. 테일러 옴므라 고 하면 기성복에 조금이라도 상식 이 있는 사람은 모를 수가 없는 곳 이다.
원래 패션이라는 것은 마지막에는 맞춤으로가는 법이 아니던가. 고가의 해외 명품을 입던 이들도 마지막 에는 모두 그가 일하는 양복점을 찾
았다.
테일러 옴므에서 일한 지가 벌써 20년이 넘은 이주석은 자신이 하는 일에 무척이나 큰 자부심을가지고 있었다. 맞춤이라는 것은 결국 고가 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테일러 옴므는 최고급의 원단과 최고의 소재만을 사용하기에 그가격이 어마무시했다.
하지만 테일러 옴므의가치를 이 해하는 이들은 기꺼이 그가격을 지 불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옷은 확 실히 그만한가치가 있던 것이다.
이주석은 최고급의 소재를 사용하
여 만든 옷이 손님의 품격을 한 단 계 끌어올리는 순간을 사랑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금까지는…
그를 당황시킨 손님이 들어온 것은 불과 십 분 전이다. 오늘 테일러 옴므를 찾은 손님은 등장부터가 범 상치 않았다. 문이 열리고 문에 달 아놓은 차임벨이 짤랑거리는 것까진 좋았다.
손님의 등장을 알아챈 이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자세를 취 한 것까지도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들어오던 손님이 문에 끼인 것이다.
‘말이 되냐고!’
물론 테일러 옴므는 역사와 전통 이 있는가게이고, 그들이 사용하던 건물도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그러 다 보니 출입문이 현대적으로 넓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문으로 들어오 던 손님이 문에 끼인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 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상상도 하지 못한 일 이 오늘 벌어진 것이다.
인상을 쓰며 몸을 뒤틀어 안으로 들어온 손님은 뭐라고 해야 할 까…….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는 인간에 대한 상식을 파괴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치수를 재는게 일인 사람이다.
테일러 옴므에서 일하는 이십 년 동안 그는 수천수만 인의 치수를 쟀 고, 이제는 굳이 줄자를 들지 않아도 사람의 치수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그의 뛰어난 안력으로도도무 지 치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고릴라보다 두꺼운 것 같은데?’
맞춤 양복이라는 것은 그런 면이 있다.
자신만의 것을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기도 하지만, 기성복에 서는도저히 자신의 치수를 찾지 못 하는 사람들이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수많은 체형의 양복을 맞춰왔다. 그중에는 기성복을 결코 입을 수 없는 보디빌더도 있고, 씨름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온 손님의 몸은 지금까지 그가 ‘크다’고 느낀 이들의 몸을 조금 통통한 중학생 정도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크다’가 아니다.
‘거대하다’가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익숙하다.
‘아, 알 것 같다.’
최근 히어로 무비에서 본 녹색 괴물이 딱 저런 체형이었다. 영화적 과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그 몸이 현실적인 몸이었을 줄이야.
물론 그 정도로 크지는 않지 만…… 아니, 그 정도로 큰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거대한 사내의 뒤편에서 슬림한 몸매의 사내가 옆으로 고개를 빼쭉 내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어와 사내의 옆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아, 예.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자신의 실책을 알아차린 이주석이 격하게 고개를 숙였다. 옷을 만드는 이가 고객의 몸을 보고 당황하다니, 이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저 정도의 몸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콤플렉스로 여길 수도 있
다. 그런 이들은 놀라거나 당황해하는 시선을 끔찍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면 안 된다. 절 대로!
이주석이 금세 태연한 얼굴로 돌 아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아니, 왜 웃통을 까고 오냐고!’ 웃통만 안 까고 들어왔어도 당황 이 반으로 줄었을텐데.
세상 누구라도 저런 몸을가진 사람이 반나체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옷을 맞추러 왔습니다.”
일단 손님이라는게 확인된 이상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예. 어느 분이?”
“물론 이쪽이십니다.”
물어보나 마나겠지.
이주석은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저 몸을 보 고만 있어도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원단만 해도 최소 보통 사람은 세 배에서 네 배가 든다.
게다가 체형 자체가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 험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살짝만 디자인이 어긋나도 기이 한 형태가 나와 버릴 것이다.
“이, 일단 치수를 재보겠습니다.”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아낸 이 주석이 줄자를 들어 올렸다.
“치수를 다 재기는 했습니다 만……
이주석은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치수를 재는 것에 이렇게 땀을 뺀 것은 처음이었다. 저 두터
운 대흉근으로 부풀려진가슴둘레를 재기 위해서 디자이너 셋이 달려들 어야 했다. 혼자서는 죽어도 어떻게 잴 수가 없던 것이다.
허벅지 둘레는 웬만한 사람의가 슴둘레가 나와 버렸고, 팔뚝은 웬만 한 남자의 허리둘레가 나왔다.
그러니까 과장 조금 보태면, 저 사람의 팔뚝 하나를 감싸기 위해서는 마른 사람 한 명분의 원단이 드는 것이다.
‘이거, 계산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해?’
도무지가격 책정이 안 된다. 숙
련된 그조차도 이 사람의 옷 한 벌을 짓기 위해서 어느만큼의 원단이 드는지 계산이 되지 않았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낸 이주석 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단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여기 샘플이……
“최고급.”
대답은 사내가 아니라 사내를 수 행하는 자에게서 나왔다.
“가장 좋은 원단. 대신 반짝이지 않는 것으로. 색은 검은색. 만드는 김에 셔츠도 대여섯 벌 지어주세요. 그리고…… 흐음.”
사내가 고민하는 듯 턱을 긁었다.
“아무래도 이 체형에 보통 넥타이를 매면 장난감 같지 않겠습니까?”
“분명 그럴 겁니다.”
“그럼 넥타이도 있어야겠지. 열 개 정도.”
이주석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두 제작해야 한다, 모 두. 그럼 대체…….
“아, 그리고…… 수제화도 있었으 면 좋겠는데. 혹시 여기서 수제화도 제작합니까?”
“저희는 수제화는 제작하지 않습
니다.”
“좋은 수제화 제작자를 안다면 소 개 부탁드립니다.”
“바로 옆 건물에 좋은 곳이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전화를 해서 이쪽으로 부르겠습니다.”
“음, 좋군. 그렇게 하죠.”
“그럼 슈트 한 벌에 셔츠 다섯, 그리고 넥타이 열. 맞습니까?”
“아니, 슈트는 세 벌로 하지. 검은색, 회색, 남색.”
이주석의 머리는 이제 백지 상태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장인들이 모
여서 최고급 소재로 옷을 제작하다 보니 테일러 옴므의 슈트 한 벌은 웬만한 명품 슈트를 찜 쪄 먹는가 격이었다. 그런 것을 이리 대량 주 문하다니.
‘돈이 썩어나나?’
물론 그 썩어나는 돈을 받고 옷을 파는 입장에서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재빠르게 주문서를 작성한 이주석 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언제까지가능합니까?”
“아무래도 보통 체형이 아니시다 보니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제작한다고 해도 보름 정도는..”
“내일까지 하죠.”
“예? 그건 불가능한……
후드드득.
그 순간, 사내가 이주석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세 배를 쳐주겠소. 내일까지 옷 이 완성된다면 세 배를 지불하지. 그리고 제작에 참여한 분께는 따로 수당을 드리겠소.”
세 배?
지금 주문한 옷가격만 하더라도
웬만한 직장인의 일년 연봉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세 배?
“저, 잠시만요…….가격을 웬만큼 알고 오셨겠지만, 이분의 경우는 다른 옷의 대여섯 배의 원단이 들기 때문에가격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알고 있소. 거기의 세 배를 주겠 다는 거요.”
머릿속으로 대충 그 세 배가 대 체 얼마인지를 계산한 이주석이 떨 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수당은 얼마나……
“몇 명이 참여하든 한 장씩 드리 지.”
“한 장이라면…… 설마 백?”
“아니, 천.”
이주석의 머리가 격렬하게 옆으로 돌아갔다.
“태환아!”
“ 예.”
“문 닫아라!”
“ 예?”
“오늘 손님 안 받는다.가서 문 닫으라고!”
“예!”
이주석의 눈이 번들거렸다. 이런 봉을 놓칠 수는 없다.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더라도 반
드시 이 일을 오늘 내로 끝내겠다는의지에 불타오르는 이주석이었다.
가게로 찾아온 수제화 디자이너에게 치수를 재고 수제화까지 몇 켤레 주문한 바토르는가까운 카페로 갔다. 앉은 자리에서 여섯 잔의 셰이 크를 연속으로 비워낸 바토르가 그 제야 마실 것을 다 마셨다는 듯 잔을 내려놓았다.
“옷은 내일까지 완성될 것입니다.”
“돈이라는 것은 참 편리하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바토르는 그
리 기꺼운 표정이 아니었다.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미 그의 조국도 돈의 위력을 충분히 실 감하고 있었다. 칭기즈칸 공항 앞에 서는 택시 기사들이 서로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서 칼을 휘두르는 것조 차 마다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바토르는 이런 상황이 영 불편했다.
사람이 사람을 돈으로 부리다 보 면 결국은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인간이 돈을 써야 지, 돈이 인간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중국도 자본에 물들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은 좀 더한 것 같군.”
“아무래도 이곳은 한국이니까요. 자본주의로 따지면 중국보다 훨씬 심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강인한 무인이 길러 질 수 있다는 건가?”
“바토르 님, 세상은 변하기 마련 입니다.”
“으음.”
“중국 역시 개방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세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일본은 또 어떻습니까? 이제는 서구식 자본주의가 세
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에 발맞추어야 합니다.”
“그게 홍왕의 뜻인가?”
“그분의 뜻을 제가 어찌 알 수 있 겠습니까. 그저 그러리라 짐작할 뿐 이지요.”
“흥.”
바토르가 나직하게 코웃음을 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는 멍청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좋다. 이곳에서의 행동
은 모두 너에게 맡겼으니까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지. 옷을 입으라면 입을 것이고, 광대가 되라면 광대가 되지. 그 대신……
바토르의 목소리가 우렁우렁하게 울려 퍼졌다.
“너는 반드시 강진호를 내 앞에 대령해야 한다.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너는 지옥을 볼 것이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바토르의 눈이 낮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