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
마존현세강림기-5화(5/2125)
마존현세강림기 1권(5화)
1장 – 마존, 돌아오다(4)
어느 시대든 살인은 사라지지 않는 범죄다.
과거 중원에서였다면 저 정도의 살인은 화젯거리 축에도 끼지 못했다. 죽인 사람의 수가 백 단위는 넘 어서야 살성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할 만큼 인간의 죽음에 대해 무
감각한 시대였다.
인간이 인간의 죽음에 대해 민감 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불과 오백 년 전만 하더라도 전쟁을 벌여 수천수만을 몰살시킨 살인 마가 영웅이라 칭송 받고, 백여 년 전만 해도 단순한 이득을 위해서 사람올 떼죽음시키는 것이 그리 특이 할 것 없는 사건이었으니까.
오히려 강진호의 눈에는 겨우 십 여 명이 죽은 일로 전국에 보도가 되고 화제가 되는 현대가 이상했다.
‘같은 인간인데도……
현대의 인간과 과거의 인간은 다른 존재일까?
강진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 비해 과거의 사람들은 좀 더야만적이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교육‘?
아니면 강화된 법?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강진호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가 있다면…….
인간의 본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정도이리 라.
‘현대라고 해도 말이지.’
강진호는 세상을 밝게 보는 편이 아니었다. 사람을 믿고 세상을 믿기 에는 그가 겪은 것이 너무 많고 지 켜본 것이 너무 많았다.
‘아무래도 좋아.’
세상이 어떻든 그 안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채널이 돌아가고 TV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예능 프로 안에서 개그 맨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뉴스라면가 장 즐겨보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들의 개그에 대해 이해가 쉽게가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 할 정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디 서 웃어야 하는 건지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강진호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이유는 그 안에서 편 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걱정 없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 신이 현대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강 하게 들었다.
강진호는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아직은 위화감이 드는 듯했다.
그때였다.
‘ 음?’
강진호의 눈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의 귀에 방금 날카로운 비명 소 리가 들렸다.
‘비명?’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자신 외 에는 딱히 들은 사람이 없는 모양이 었다.
긴장을 풀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 만, 몇 십 년간 해온 버릇이 있기 때문인지 강진호의 몸은 알아서 위 혐을 감지했다.
‘어쩔까?’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달려가 굳 이 사고에 휘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강호에서도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 뛰어드는 것은 목숨을 버리기 딱 좋은 경우였으니까.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
다.
“으음……”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중원과는 다르니까. 중원 에서라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한 일이 비 일비재했지만, 이곳은 문명이 지배 하는 사회다.
그러니 못가볼 것도 없겠지.
강진호는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1 충으로.
1층 한구석에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강진호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상 한 기색을 발견했다. 그들은 어떠한 곳을 보고 싶어 하면서도 일정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 에서는 거친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진정하세요! 왜 이러십니까!”
“그것 좀 내려놓으세요!”
강진호는 천천히 다가가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 음?”
예전이었다면 이 동작만으로 어깨
너머를 볼 수 있었을텐데, 강진호의 머리는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 아 래에 있었다.
‘키가 작은가?’
과거의 그는 육 척이 넘는 장신이 었다. 시대 상황 덕분에 거의 거인 에가까운 장신이던 그는 사람들에게가려서 어딘가를 보지 못하는 경 험올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의 키가 그보다 분명히 더 큰 상황이었다.
강진호는 잠시 고민을 했다.
그냥 갈 것인가, 아니면…….
“……”
강진호는 결심을 굳히고 몸을 돌 렸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힘들게 안을 살펴볼 필요는 없 어 보였다.
저기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보 통 일은 아니니 이쯤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좋다.
강진호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정원에라도 나가볼 생각이 었다.
“꺄아아악!”
그때,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비명이 들려와서 놀란 것은 아니
었다. 비명 소리야 죽도록 많이 들 었으니까.
그리고 저기서 누군가 죽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강진호가 그러 한 일에 관심을가져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그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까.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린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들려온 비명 소리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라는 느낌 이 강하게 들었다.
“음……”
강진호는 몸을 돌려 다시 사람들 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찝찝한 것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강진호는 사람들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과거였다면 그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알아서 사람들이 길을 비켰겠지 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 밀지 마요!”
“왜 이래, 이거!”
강진호는 좌우에서 밀려오는 압력 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힘겹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겨우겨우 안으로 들어온 그가 눈 앞의 상황올 바라보았다.
남루한 차림의 한 사내가 손에 칼을 든 채 인질을 잡고 있고, 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손을 벌벌 떨며 그를 말리고 있었다.
“저 사람은……”
강진호는 흥미로운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칼을 들고 경찰을 위협하는 사내는 분명 조금 전 강진호가 뉴스에서 보았던 연쇄살인범이었다.
옆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과장님!”
“설명부터 해봐요. 아니, 이게 대 체 무슨!”
간호사가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상 환자라고 응급실에 오더라 구요. 일단 처치를 하고 상처를 보 려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 안에 서 총탄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 되어서 신고했습니다.
그래도 처치는 해야 해서 치료하고 있었는데, 경찰분들이도착하면서 상황을 잘 모르고 소리를 질러 버리는 탓에……””
경찰이 온 것을 알아차린 범인이 인질을 잡았다는 이야기 같았다.
강진호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연쇄살인범이 왔는데 그 사람을 치료하겠다고 설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우스운 일이었다.
아무리 생명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잆다.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다?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의 솔직한 심정
으로는 미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었다.
지인이라면 그래도 이해를 해보려 하겠으나 생면부지의 타인인데다 연 쇄살인범을 살리겠다고 자기 목숨을 걸다니.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건지, 세상이 너무 평화로워서 위험에 대 한 경각심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비켜! 이 개새끼들, 안 비켜?”
경찰이 입구를 틀어막고 있다. 살 인범은 그런 경찰들을 칼로 위협하 고 있다.
만약 경찰이 길을 열어준다면 연 쇄살인범은 사람들이가득한 병원 로비로 나가 버리게 될 것이다. 그 뒤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면, 모든 것이 경찰들의 책임이 될 판이 었다.
“너, 칼 안 내려놔?”
가죽점퍼를 입은 형사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비켜, 이 새끼야!”
“야! 너 어디로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너 잡혔어, 이 새끼야. 더 죄 만들지 말고 인질 놔줘. 그럼 내가 정상참작하라고 말 잘해줄게.”
“지랄하네.”
범인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말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연쇄살인범이 자수를 한다고 해서 형이 얼마나 줄어들겠는가.
“이 애새끼가 죽는 거 보고 싶 어?”
범인은 손에 든 칼을 인질의 목에가져다 댔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이가 몸을 벌벌 떨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물러난다니 까! 그 칼부터 좀 떼!”
형사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네고 아직 안 왔어?”
“……연락은 했습니다.”
“이 개새끼야! 언제 오는지도 몰 라? 그게니가 할 소리야, 이 씨발 새끼야?”
가죽점퍼를 입은 형사의 고함 소 리에 깜짝 놀란 이가 다급히 어딘가 로 뛰어갔다.
“아, 진짜 죽겠네.”
형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다른 인질극이라면 나름 침착하게 대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사람을 열 넘게 토막 살인한 괴물이었다.
사람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놈인 것이다.
그런 놈이라면 진짜 사람들 앞에 서 인질을 살해해 버릴지도 몰랐다. 수틀리면 그러고도 남을 놈인 것이다.
그런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다.
게다가 이 범인은 이미 한번 경 찰과 교전 이후 총을 맞고도주한 자였다.
만약 인질이 다치기라도 하면 모 든 비난이 경찰에게로 쏟아질 것이다. 특히 범인을 놓친 자신은 책임을 지고 옷을 벗어야 할 사태에 직
면할 수도 있었다.
‘무슨 생각올 하는 거야?’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옷을 벗든 감옥에가든 어;쌨든 당장은 인질이 다치는 것을 마아야 하는 것이다.
“길 터.”
범인이 칼을 들고 인질의 목에 댄 채 낮게 위협했다.
형사는 고민에 빠졌다.
길을 터줄 수는 없다. 터주었다가 범인을 놓치게 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범인을 잡
아놓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범인이 인질을 찌 르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미치겠네.”
그때, 범인이 인질의 목에 칼을 살짝 밀어 넣었다.
“아……””
인질의 목에 붉은 선혈이 비쳤다.
“야, 이 미친 새끼야! 터줄게, 터 준다고! 이 씨발! 너 하지 마! 너 걔까지 건드리면 사힝이야, 이 새끼야! 사형 안 당하면 내가 죽인다!”
“열어.”
“……”
형사가 손짓을 했다.
“이종인 형사님!”
“왜!”
“저 새끼 그냥 보내실 겁니까?”
“그럼?”
“그래도 저거 보냈다가 일이라도 터지면……
“그럼 여기서 저 새끼가 애를 죽 이기라도 하면니가 책임질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고, 이 새끼야!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그럼 지금 당장 일 터지는 거라도 막아야 될 거 아냐!”
“그래도 놓치면……
“총 맞은 새끼가가봐야 얼마나가겠어. 일단은 지금 상황부터 모면 하자고.”
“ 예.”
형사들이 좌우로 움직이며 길을 살짝 열었다.
하지만 범인은 전혀 만족한 기색 이 아니었다.
“장난해? 이쪽으로 모여. 나에게 그 사이로 들어가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 젠장!”
은근히 한번 덮쳐 볼 생각도 하 던 이 형사는 이를 갈며 한쪽으로 형사들을 모았다.
그때, 한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 뭐야?”
헹색은 환자.
나이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나 되어 보일까?
남자는 무표정한 일굴로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범인의 앞에 섰다.
“뭐, 뭐하는 거야, 저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