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0)
마존현세강림기-50화(50/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25화)
4장 – 홀러가다 (7)
“뭘 보고 있는 거야?”
다음 날, 교실로 들어간 강진호는 뚫어져라 무언가를 보고 있는 정인 규를 향해 물었다.
정인규는 당당한 얼굴로 대답했다.
“재수 학원.”
“시험을 쳐봤는데, 뭔가 좀 아쉽더 라고. 조금만 더 공부하면 됐을 것 같은데, 아주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 이 들더라. 딱 1년만 더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아. 한창때의 1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이 1년을 희생해서 남은 인생이 더 나 아진다면 해볼 만한도전이지!” 굉장히 그럴싸한 말이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 기분을 두 달 전에만 느꼈어도.”
“……지금이라도 느낀게 어디야.” “그 조금이 채워질까?”
“재수해도 당구장가고 피시방가고 하다 보면 일년 훌쩍 간다.”
“너…… 무척 잘 아는 듯이 이야기 한다.”
“들은 이야기야.”
“누구한테?”
“그런 사람 있어. 매일 마감에 쫓기는 사람인데.”
“응?”
“너랑 똑같은 기분으로 재수했는데, 재수가 끝나니 수능 성적이 되레 하 락했다는 사람이야.”
“……진짜 병신 같다.”
‘그게니 미래다.’
강진호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의 기억 속에 재수를 택했던 정인 규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가 속속들 이 박혀 있었다.
당시 강진호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원망했기에 그들의 소 식에 집착했었다.
“시험 잘 쳤어?”
박유민이 물었다.
“너는?”
“난 그냥 실력대로 본 것 같아.”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야, 잠깐만. 실력대로 쳤다니까.”
“그러니까.”
“나 지금 화내야 할 타이밍인가?” 박유민이 고민하는 동안 강진호는 자리에 앉았다.
수능이 끝난 고딩은 할게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성적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야, 강진호!”
문이 열리고 한세연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누가 죽었어? 왜 그리 급해?”
“너 몇 점 나왔어?”
“성적표도 안 나왔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가채점 안 해봤어?”
“기억나는게 있어야가채점을 하지.”
“수험표 뒤에 적어 나오지도 않았 고?”
“그런 걸 해야 하는 거야?”
“……너 진짜 멍청하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왜 찾아와서 시비야?”
“아니, 뭐 시비는 아니고…… 그냥 뭐, 그렇다고.”
한세연은 뾰로통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멍청이!”
“시비 거는 거 맞네!” 한세연이 혀를 쏙 내밀었다.
“너 봉사 활동 점수는 다 채웠어?”
“그게 뭔데?”
“……너 진짜 고등학생 맞냐? 외계 인 아냐?”
“그 평가는 식상하다. 먼저 쓴 사람이 있었어.”
“ 누구?”
“있어, 조그만 여자애.”
“너 취향이……
“그런 것 아니다.”
“다행이다. 내 주변에 범죄자가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철컹철
컹!”
“그런데 봉사 활동 점수?”
“그래 다 채워야 돼. 아니면 감점이야.”
“봉사 활동인데 점수가 있다고?”
“말이 점수지, 그냥 시간이야. 고아 원 같은데가서 봉사 활동 하고 그 시간을 받아오는 거지.”
“그렇구나.”
“삼 년 총합으로 60시간만 채우면 돼.”
“60시간?”
“응. 너 설마 한번도 안 한 거야?”
“기억이 없는데.”
“아냐, 아닐 거야. 그랬으면 선생님 이 지금까지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 어.”
“그래?”
“일단 확인부터 해보면 돼. 그리고 남는 시간은 찾아가서 채워야 돼.”
“그러니까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가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말 이지?”
“응.”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는데?”
박유민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내가 진가를 발휘할 시간이 왔군.”
“응?”
한세연이 어리둥절해하며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박유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몇 시간 필요해?”
“유민이가 여기 산다고?”
“그래.”
“너 고아원 출신이야?”
“이상하네. 애들 보통 다들 알고 있
는데?”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말을 하지도 않지.” 강진호의 말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한세연이 손으로 입을가렸다.
“아, 미안.”
“신경 쓰지 마. 사실인데 뭐.”
“다른 애들은?”
“인규는 시간 다 채웠고, 태호랑 민 재는 몇 시간 안 돼서 나중에 올 거야.”
“치사하네. 그래도 이왕 할 거면 같 이하지.”
“그야 뭐, 생각이 있는 애들이면 여름방학에 조금씩은 채워두니까.”
“너, 내가 생각 없다는 소리야?”
“싸우자는 뜻으로 들리는군.”
합동 공격을 받은 박유민이 뒤로 슬 금슬금 물러났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들어가자.”
강진호는 성큼성큼 걸어 보육원으로 향했다.
“쟤는 여기가 자기 집인 것처럼 구 네.”
“자주 왔으니까.”
“그래?”
“진호는 봉사 활동 같은 거 안 해도
돼. 그동안 여기서 일한 시간이 많 아서 그냥 끊어주기만 하면 돼.”
“그래? 그런데 왜 왔대?”
박유민이 웃으며 한세연을가만히 바라보았다.
“설마 나 혼자 일하면 좀 그럴까 봐?”
박유민이 뚱하게 대답했다.
“뭐래? 그냥 잘 몰라서 그래. 알면 해달라고 했겠지.”
“너 진짜 김칫국 잘 마신다.”
“야, 박유민.”
“응?”
“너 진짜 애가가면 갈수록 얄미워 진다?”
“그, 그래?”
“예전이 나았어!”
박유민은 찬바람이 불게 몸을 돌려 강진호를 따라가는 한세연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왜 나한테 화풀이래?”
봉사 활동은 쉽지 않았다.
그냥 아이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 이들이라면 얼마나 힘들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에겐 별문제가 없었다.
“으…… 으……”
“울지 마.”
뚝.
“ 따라와.”
“…..응.”
“욕탕으로 들어간다. 실시.”
아이는 마치 명령을 받는 군인처럼 강진호의 말을 따랐다.
십 년을 넘게 아이들과 뒹군 박유민 조차도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경지 였다.
“저, 저게 뭐야?”
한세연이 경악하여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애들이 진호 말을 잘 듣 더라고.”
“네 눈엔 저게 말을 잘 듣는 걸로 보여?”
“응?”
“애들이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아 보이지 않아?”
“……좀 그렇긴 하네.”
“나중에 자기 애한테도 저러는 거 아냐?”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 안 되지! 애들이 얼마나 섬세 한데!”
“그걸니가 왜 걱정해 주는데?”
“야, 박유민.”
“응?”
“넌 정말 옛날이 나았어.”
“…….”
“넌 조금 괴롭힘당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고맙다.”
한세연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보살폈다.
박유민도 감탄할 정도로 한세연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아이들을 씻 기고 같이 놀아주었다.
“진짜 착해 보이네.”
강진호의 말에 박유민이 웃음을 터 뜨렸다.
“한세연 원래 착해.”
“거짓말.”
“일년 전을 생각해봐. 쟤 원래 말 수도 좀 적고, 엄청 상냥한 애야.”
“그럼 요즘 왜 저렇게 됐는데?”
“요즘 이상해진게 아니라 너한테만 그러는 거야.”
“왜?”
“몰라?”
“알면 묻겠냐?”
“진짜 몰라?”
“나한테 악감정 있나? 내가 뭘 잘못
했나?”
박유민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니, 말을 해줘야 알지.”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싱겁기는.”
박유민은 강진호를 보며 고개를 절 레절레 저었다.
저 정도면 병이었다.
그것도 심각한 병.
힘은 들지만 시간은 잘 갔다.
어느새 그들이 목표로 한 시간을 모 두 채웠다.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보육원의 원장님이 한세연을 보며 웃었다.
“유민이가 진호 말고 다른 친구를데려온 건 처음이에요. 많이 친한가 보죠?”
“네, 유민이랑 친해요.”
“아뇨, 진호랑요.”
“……그냥 그래요.”
원장님은 알 만하다는 듯 웃었다.
“확인증은 유민이 통해 보낼게요. 날짜 문제가 있으니까.”
“부탁드릴게요.”
“좀 일찍 왔으면 재밌었을텐데, 지 금은 건물이 바뀌어서 샤워 시설도 좋고 너무 쉬워요. 일년 전에 왔으 면 진짜 제대로 봉사하고 갔을텐데.”
“그럼 그만큼 제가 자주 오면 되 죠.”
“말은 그렇게 해도 막상 다시 오는 사람은 잘 없더라구요.”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럴까요?”
원장님은 싱긋이 웃더니 한세연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마워요. 수고 많이 했어요. 일하
러 안 와도 되니까, 다음에도 종종 놀러 와요.”
“ 예.”
원장이 한세연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주말에는 진호도 자주 와요.”
“ 네?”
“진호도 수고했어.”
“네.”
“그리고 부탁인데, 진호는 말수를
좀 늘려야 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 많이 나아졌어. 그런데 한가 지 부탁이 더 있다면, 제발 좀 더
예민해졌으면 좋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원장은 딱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고, 박유민은 웃음을 터뜨 렸다.
괜히 한세연만이 땅을 걷어찼다.
“그럼.”
강진호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 보람찼다.”
한세연이 기지개를 켰다.
“그럼 집에가.”
“야,데려다 줘야지.”
“반대 방향인데?”
“해 지고 있잖아. 어두운데 나 혼자가다가 변이라도 당하면 넌 편히 잠 잘 수 있을 것 같아?”
“……아마도.”
“내가 귀신 되서 찾아갈 거야!” 강진호는 한숨을 쉬고 금동이를 돌 렸다.
“ 타.”
“뒤에?”
“그럼 네가 날 태울래?”
“그건 아니지.”
한세연은 자전거 뒤의 안장에 올라 탔다. 그러고는 양팔로 강진호의 허 리를 껴안았다.
“출발한다.”
“응.”
강진호는 천천히 자전거를 몰았다. 한세연은 강진호의 둥에 얼굴을 묻 었다.
‘따뜻해.’
대망의 성적 발표 날이 다가왔다. 김성주 선생이 학생들을 호명했다.
“정인규.”
“예!”
“재수할 거지?”
“ 예?”
“재수할 거야. 그렇지?”
정인규는 울상을 지었다.
“꼭 재수해라. 재수해야 된다.”
“……예.”
정인규를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한 숨을 푹 내쉬었다.
강진호가 정인규를 위로했다.
“원하던 결과잖아. 축하한다.”
“나 방금 진심으로 널 죽이고 싶었 어.”
“박유민.”
“예!”
“유민이는 어차피 성적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괜찮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걱정 마라. 인규보다는 훨씬 높으니까.”
정인규는 두 번 죽은 얼굴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강진호.”
“예.”
김성주 선생님은 성적표와 강진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 시험 칠 때 컨디션이 안 좋았 냐?”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래?”
“…….”
김성주는 심각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성적표를 내밀었다.
“컨디션이 좋았는데 왜 세 개나 틀 렸어? 반성해!”
“우와아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강진호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점 수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김성주 선생 님을 바라보았다.
“반성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만점 받아라.”
“선생님, 다음은 좀……
김성주 선생님은 대견하다는 듯히
강진호의 등을 두드렸다.
“야! 진짜 세 개 틀렸어?”
“강진호 미쳤네? 역대급 플루크 아 냐?”
강진호는 아이들의 질시와 탄성을 받으며가볍게 말했다.
“미안하다. 컨디션이 안 좋았나 봐. 세 개나 틀렸네.”
“이게 뒈질라고!”
“야, 죽여! 저 새끼, 관 뚜껑 덮어!”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강진호를 후려쳤다.
강진호는 순간 반격할 뻔했지만, 이 번만은 순순히 때리는 대로 얻어맞
았다.
문이 열렸다.
“야!”
강진호는 이젠 안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너냐?”
“너 몇 점이야? 얼마 나왔어?”
“직접 봐라.”
강진호는 한세연에게 성적표를 넘겼다.
한세연은 성적표를 뚫어져라 바라보 다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또 이상한 말 하려고?”
“…….”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세연은 말없이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너 우냐?”
“울긴 누가 울어, 멍청아!”
“근데 왜 그래?”
“내가 한심해서 그래.”
“니가 왜.”
“너보다 점수가 낮잖아. 나 자살할 까 봐.”
“걱정하지 마. 내가 죽여줄게!”
한세연은 분노한 강진호를 피해 달 아났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정말로 눈물 이 맺혀 있었다.
‘다행이다.’
평화로운 동명 고등학교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하루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 저놈인가?”
“ 예.”
“확실히 보통이 아니군. 저 나이에 보는 내가 긴장될 정도라…… 중년인은가볍게 대답했다.
“불가능하지……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야.”
불길한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사내가 멀리 보이는 강진호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냈다.
“현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새로운 회귀자(回歸子) 여.”
지금 운명의 사슬이 강진호를 덮쳐가고 있었다.
<「마존현세강림기」 제3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