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01)
마존현세강림기-502화(500/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3화)
1장 설계하다 (3)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
“……”
그 당연하고 경쾌한 대답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아, 저런 인간이었지.’
생각해 보면 그동안 강진호가 뭔
가 명확한 계획을 보여준 적은 단 한번도 없던 것 같다.
이중걸을 잡기 위해 쳐들어갈 때는 ‘그냥 다짜고짜 숨어들어서 이중 걸을 잡아 죽인다’라는, 제갈공명도 울고 갈 전략을 세운 강진호였고, 김석일을 잡을 때는 ‘영남회에가서 내가 혼자 날뛰면 애들이 쫄아서 아 무것도 못할 테니, 그 틈에 김석일을 잡아 죽인다’라는 신묘한 계획을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그게 한번은 망했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왜 그게 다 성공하느냐,
이 말이다.
병신 같은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 이는 인간이 있으면 한번은 망해야 말할 거리가 생길텐데, 하는 족족 성공해 버리니 계획이 병신 같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이네요.”
이현수의 말에 방진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계획이 없는게 낫다. 계 획이 있다면 보나마나 또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을 거고, 강진호의 스 타일상 그냥 그 말도 안 되는 계획
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죽어나는 건 아랫사람이지. 마치 방진훈 자신 같은.
방진훈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강진호의 옆에서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조규민을 발견했다.
“조 실장님,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요. 몸은 멀쩡합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마음이 아파서요.”
“……네?”
조규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초패왕이 나타났다기에 휘하로 들어갔더니, 그 초패왕이 간
디였을 줄이야.”
“뭔 소리야, 이 양반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조규민이 힘이 빠진다는 듯이 소 파에 등을 기댔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더니, 정 말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올 줄이야.’
입은 모든 화의 근원이라고 하더니, 지금 조규민이 딱 그 짝이었다.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단 말은 명확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흐릿한 구상
이나마 있다는 거겠죠.”
“그 정도야……
“그럼 그거라도 말씀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저희가 무엇을 할 지 계획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
처음부터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나 이렇게 개인이 아니라 조직 이 관련되어야 하는 곳에는 백치나
다름없다.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다른 사람들은 결국 그가 믿을 수 있는 주변인들일 수밖에 없다.
“조금 체계적으로 사람들을도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체계적이요?”
“예, 그러니까……
강진호가 말을 정리했다.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보육원에 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리고 그 아이들을 돌보는 분들 역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죠. 그분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거 죠.”
“한계라……
“이번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조규민이 ‘왜 내가 그런 걸 설명 해야 합니까?’라는 눈으로 반항했지 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강진호의 눈빛 압박에 결국 억울하다는 얼굴 로 입을 열었다.
“결국 보육원 아이들은 보육원 출 신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보육원에서 일반 아이들처럼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데 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시선에도 시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겠죠.”
“외부적으로 그런 눈빛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잘 관리되는 보 육원이라면 모를까, 지금도 문제가 많은 보육원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이건 노력과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아이들을 케어
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고용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문제 입니다.”
“결국은……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충분한 자본을 바탕으로 보육 교 사의 수를 확충한, 커다란 보육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겁니까?”
“거기에 교육 같은 문제도 자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교육이요?”
“예. 보육원 옆에 학교를 지으면 되지 않나요?”
“……어‘?”
“애초에 보육원 아이들이 차별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 때문 이니까, 다르지 않은 아이들끼리 다 닐 수 있는 정상적인 학교가 있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 같은데……
“자, 잠시만요.”
이현수가 어버버하며 손을 내저었다.
갑자기 스케일이 왜 이리 뛰어버 린단 말인가.
“그, 그러니까, 단순히 큰 보육원 수준이 아니라…… 그 안에 소속되
어 있는 아이들만으로 학교 하나를 돌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거대 보 육원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거대라고 해봤자 한 학년에 오십 여 명 정도만 있어도 학교 하나는 돌리고도 남을 것 같은데……
“그렇기야 하죠. 요즘은 총원 300 명짜리 초등학교도 많고, 그 이하도 많을 테니까요.”
묘하게 현실성이 생기는 이현수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
단 말입니다. 그냥 보육원 옆에다 학교를 짓는다고 해서 보육원 아이 들만 다닐 수 있게 되는게 아닙니다.”
“그걸 해결하는게 회주님의 몫이 겠죠.”
이현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당연하지. 그 정도야 내가 당연히 해결하지’라는 얼굴을 하 고 있는 방진훈이 보였다.
소름이 돋는다.
‘이 양반, 지금 맛이 좀 간 거 같은데……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방진훈은 명목상 강진호의 동료라는 이미지를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딱히 강진호에게도움을 주거나 동등한 위치를 점해 본 적이 없었다.
총회에 생기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강진호가 해결해 왔을 뿐이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처음으로 강진호 에게도움이 될 만한 일을 맡게 되 었으니, 허파에 바람이 애드벌룬처 럼 들어갈 만도 했다.
‘문제는 그 일은 다 내 것이 된다는 거지.’
어디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하는 일이 있던가. 이름만 빌려주고 실무 진이 일을 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 고 안타깝게도 지금 방진훈이가장 신뢰하는 실무자는 천태훈과 이현수 자신이고…….
무엇보다 이번 일은 특성상 이현 수에게 떨어질 확률이 99%였다.
이현수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정계를 흔들어서 어떻게 해결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처 리하는 건 결국 문제를 부를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 일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일입니다. 대한민국에 서는 처음 시도되는 복지 시스템이 라 관련 정계나 시민 단체가 굉장한 관심을 보일 겁니다. 불법이나 편법으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나중에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합법적으로 하면 되겠네요.”
“어떻게요?”
강진호는 태연하게 ‘왜 내가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해? 그런 건니들 이 알아서 해야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진호씨, 혹시 어디서 회장님 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까?”
“네?”
“아니, 아닙니다. 아무것도.”
너무도 당연한 저 태도 앞에 이 현수가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다. 고 개를 살짝 들어 바라보니, 그와 비 슷한 눈빛을 한 조규민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 이래서 저 사람이 저리 괴로 워했구나.’
이현수의 눈앞에도 펼쳐지기 시작 했다. 이 일이 실제로 진행되었을 때,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일이 떨어
질지 말이다.
의욕은 넘치는데 실질적으로는 별도음이 안 되고 잔소리만 많은 상사를 모시고 초거대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꼴이 아닌가.
‘지옥이다.’
이현수가 슬그머니 몸을 뒤로 바 짝 붙였다. 어떻게든 이 개미지옥에 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은데, 이 일까지 맡게 된다면 그는 잠 잘 시간도 부 족해질 것이다.
절대 여기에 말려들어서는…….
“실무는 현수가도와줄 겁니다.” 아니라고, 이 미친놈아!
니가 회주면 회주지, 왜 그걸 나 한테 시키는데!
이래서 윗대가리들은 상종을 못하 겠다니까!
이현수가 막 ‘저는 너무 바빠서 그런 일까지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하려는 순간, 강진호가 자리 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왔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현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망했다.’
살짝 떨리는 손이 강진호의 손을 맞잡는다. 그 손에서 느껴지는 힘은 신뢰의 상징이겠지만, 지금의 이현 수에게는 어설프게도망가려고 하면 뼈를 부러뜨려 버리겠다는 협박처럼 느껴졌다.
“세 분이도와주신다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저는도와드린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강진호씨.”
순서대로 이현수, 방진훈, 조규민
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깔끔하게 조규민의 말을 무시했다.
“그런데 이게 법적인 정비가 필요 한 일인가요?”
“아뇨.도와드린다고 한 적이 없 다니까요!”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안 했는데……
“사람 말을 좀 들어요! 이 양반 아! 나는 안 할 거라고!”
필사적으로 소리치는 조규민을 안 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재단을 운영하려면 법 적인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 습니다.”
“생각보다 골치 아프네요, 이거.”
뭘 했다고 벌써 골치가 아픕니까!
할 말은 정말 많지만, 할 수가 없 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직 장인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는가. 다들 할 말을가슴에 품고 오늘도 사직서를 주물럭거리며 사는 거 지.
“정말 할 마음이 있으신 거면 고
려해야 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출연금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 냐부터 시스템을 어떻게 갖춰 나갈 것인가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와 동 시에 그 시스템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강진호 씨.”
이현수가은근히 강진호를 협박했다. 막상니가 이 일을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여유로운 생활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그리고 이현수는 이 협박이 어느 정도는 먹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쉬울게 없잖아.’
왜 강진호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비해가며 재단을 운영해야 한 단 말인가. 그냥 드러누워서 배나 긁고 있어도 통장에 떼돈이 쌓일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굳이 시간을 버려가며 이런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혹여 그런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귀찮음이란 것은 생각이상으로 막강한 장벽이었다. 이현수는 그 막강한 장벽을 강진호가 굳이 돌파
하려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현수가 잘못 파악한 부 분이 있었다.
“그러니 많은도움 바라겠습니다.”
“……”
그 벽을 왜 내가 돌파하냐,니가 돌파해야지.
이현수에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배어 나왔다.
까라면 까는 곳은 군대만이 아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