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02)
마존현세강림기-503화(501/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4화)
1장 설계하다 (4)
뱅상은 매우 지옥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리란 걸 전혀 예 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강진호를 암살하러 왔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로잡힌 순간부터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총회로 잡혀오는 내내 뱅상의 머 리를 채우고 있는 생각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굴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부하들을 지키는 것.
포로로 잡은 상대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무자비한 고문을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권?
드러난 세계에는 인권이 무엇보다 우월한가치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인권이라는 것은 뒷골목 바닥에 눌러붙은 껌보다
도가치가 없었다.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목을 두부처 럼 썰어내는 세상에 인권이 무슨의 미를가지겠는가.
입장이 바뀐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뱅상은 임무라는 이유로 적 대 세력의 사람을 잡아 고문한 전력 이 있었다. 그가 할 때는 당연한 임 무의 일환이던 일을 입장이 바뀌었 다고 해서 인권 유린이라고 말할 염 치는 없었다.
그렇기에 뱅상은 자신에게 쏟아질 고통을 담담하게 감내할 생각이었
다.
결코 추하지 않게.
누구보다 당당하게 말이다.
총회에도착해서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는 것에 놀랐고, 그 커다란 건 물들 아래에 당당히 감금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바깥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없는 그들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시 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불법 시설을 만들었다가 들키게 되면 처리가 굉장히 곤란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이런 시설로
는 무인들을가두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런 시설을 만들어둔 이유가 있을 터.
아마 시설에가두기 전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가혹한 고문이나 약 물 주입이 당연히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차라리 고문을 하라고, 이 미친놈들아.”
그런 거 없었다.
그 방진훈인가 뭔가 하는 한국 무도 총회의 회주는 그들의 처우를
묻는 부하들의 말에 매우 귀찮다는 듯이 뭐라고 지껄여 댔다. 나중에 통역이가능한 요원에게 들은 바로는 ‘대충가둬놔’ 정도의 말이었다 고 한다.
대충이 라니.
대충!
그들은 자랑스러운 슈발리에다.
비록 이런 몰골로 잡혀오기는 했 지만, 그들은 프랑스라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사들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비 쫄딱 맞은 패잔병 다루는 것도 아니고, 대충가둬두라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
물론 화가 나는 일이다. 열이 받는 일이다.
하지만 패배하고 포로가 된 그들 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뱅상은 이 굴욕을 묵묵히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포로로 잡혔다는 것보다 감시하는 인원도 딱히 없이 어설픈 쇠창살 감 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더욱 굴욕 적이었지만!
그나마 감시하러 온 놈들도 눈을 부라리기는커녕 휴대폰이나 깔짝대 다가 교대하기 일쑤였다.
‘이놈들은 대체 우리를 뭐라 생각 하고 있는 것인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리도 아니었다. 이들은 슈발리에들과 직 접적으로 맞붙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윗대가리들이 자리를 비우더니, 허연 양놈들을 우 르르 끌고 와서 대충가둬두라고 한 꼴이 아닌가.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힘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총회의 일반 회원들 이 그들을 경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저 미친놈이……
뱅상은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감시원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탈출할까?’
웬만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뱅상이지만, 이렇게 방치된 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에서 ‘탈출’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내기가 힘겨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뱅상은 이내 고개를 뒤흔 들고 말았다. 지금 탈출을 시도한다 면, 장담하건대 이 중에 절반 정도는 총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은 절반이 문제였다.
탈출 시도를 하다 잡힌 이들을 지금까지처럼 신사적으로…… 아니, 무관심하게 다뤄줄 리가 없었다. 부 하들을 이들의 마수에 던져 놓고 빠져나간다는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 뱅상의 모든 행 동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선 택 이었으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이곳에서 빠
져나간다고 해도 한국을 빠져나가기가 어려웠다.
뱅상은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한 국이라는 나라가 반도가 아닌 섬이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을 빠져 나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으로 밀입국을 해야 하는데, 그건 다른의미로 끔찍한 선 택이 될 것이다.
결국은 섬을 빠져나가듯 교통수단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미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총회의 눈을 피해 빠져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이었다.
그러니 결국…….
뱅상이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던 부하들도 이제는 오뉴 월의 더위 먹은 강아지처럼 제멋대 로 늘어져서데굴거리고 있었다.
‘썩을 놈들.’
할일이 없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게 늘어져 있을 거면 차라리 수련이라도 하라는 말이 목젖까지 튀어 나왔지만, 포로로 잡혀 있는 마당에 수련을 한다는 것은 나 좀
패달라는 항의나 다름없지 않은가.
‘대체 왜 우리를 이리 방치하는 거지?’
이건 상식적인 집단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그들에게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무자비한 고 문을가하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였다.
프랑스의 슈발리에가 감옥에 처넣 어진 채 일주일째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세상 누가 믿을 것인가.
“본국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고!”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이미 한국
과의 협상이 끝났을 시간이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를 조여오고 있었다.
“이……
답답한 마음에 막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저벅.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교대 시간이 아닌데?’
하는 일 없이 바깥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교대 시간마저 파악한 뱅 상이었다.게다가 이곳은 친절하게도 시계까지가져다 둬 수감자들이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지 않는가.
한국이 이런 인권 모범국일 줄은 상상도 못한 뱅상이었다.
저벅저벅.
낮은 발소리에 슈발리에들의 시선 이 계단으로 집중되었다.
“아……”
그리고 나타난 이의 얼굴을 본 순간, 조금 나른하게 풀려 있던 슈 발리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극도의
긴장으로 물들었다.
‘가, 강진호.’
계단을 내려온 이는 다름 아닌 강진호였다. 강진호의 뒤로 두어 명 이 더 보이긴 하지만, 지금 뱅상의 눈에는 강진호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뱅상의 등골이 팽팽하게 조여지기 시작 했다. 그저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몸이 극도로 긴장을 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감정은 옅어진다.
하지만 딱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되레 강해지기도 하는 감정이 있다.
공포.
그가 겪은 일은 당시에도 공포스 러웠지만,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더 욱더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단한번의 실수만 저질렀다면 지금 여기에 있는 모두가 목 없는 시체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마치 PTSD처럼 뱅상을 괴롭혔다.
그리고 지금 그 공포의 실체가 그들을 찾아온 것이다.
뒷목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또 뭘…….
따아아악!
뱅상의 과도한 긴장이 강렬한 타 격음과 함께 날아갔다.
“어……”
강진호의 뒤를 따라온 이현수가 졸고 있는 감시원의 이마에 강렬한 딱밤을 먹였다.
“아이 씨, 어느 새끼……
이마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가 자신의 앞에 있는 이현 수와 강진호를 발견하고는 석상처럼 굳어 버 렸다.
“자?”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처 자?”
“진짜 안 자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 새끼들이 다들 군기가 처 빠져서 말이야. 자? 영원히 재워줄 까‘?”
“죄송하지 말입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갈굼을 당하는 젊은 무인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연신 강진호의 눈치를 살폈다.
‘뒈졌다.’
그러니까 이 상황을 군대로 설명 하자면, 근무를 서는 와중에 사단장 이 방문했는데 자고 있는 모습을 들
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대대 장과 함께 온 사단장에게 말이다.
강진호야 ‘허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대대장, 아니, 이현수는 절대 그를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당장 오늘 오후부터 무슨 꼴을 당할지가 너무 눈에 선했다.
“너, 일단 나가 있어. 나가 있 고……
“……예.”
“니 후번 근무자 일찍 나와서 경 계 서라 그러고, 너는 내 방에가 있어.”
“……예.”
“ 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무인이 터덜 터덜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깨워줄걸.’
그 늘어진 어깨가 얼마나 처량해 보이는지, 뱅상마저 동정을 금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불편한 점은 없나?”
뱅상이의문 어린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요원이 빠르게 창살 옆으로 다가와 통역을 시작했다.
“불편한 점이라……. 지루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대우도 이 정도면 만족하고……
뱅상이 말을 하는 와중에 뒤쪽에 서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뱅상이가 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니, 하나 있습니다. 이런 부탁을 해서 정말 염치가 없습니다 만……
“말해보지.”
“굳은 빵 쪼가리라도 좋으니까, 그냥 빵과 잼이라도 주면 안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뭘 준 겁니까?”
“포로식 같은게 따로 없어서 애 들 식당에 나오는 거 받아 주라고 했는데, 입맛에 안 맞았던 모양입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거죠! 두 유 노 김치!”
“……빵 주세요.”
“네.”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포로 놈들이 바라는 것도 많네.”
이현수가 혀를 한번 차고는 들 고 있던 수첩에 간단히 지시 사항을
써넣었다.
“그 외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걱정이군요. 이렇게까지 우리를 방치하고 있는 것도 나름의 고문이 아닌가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뱅상은 그 웃음을 그저 웃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뭘 노리시는 겁니까?”
“노린다고?”
“굳이 죽여도 되는 우리를 포로로 잡아온 것은 나름 노리는 것이 있다
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이 긴 기간 동안 방치한 이유를도무지 모르겠 군요.”
“딱히 이유는 없어.”
“그럼?”
“그냥 까먹은 거야.”
“뭐,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잖아. 더 바쁜 일이 있으면 신경 못 쓰는게 당연한 거지.”
뱅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 강진호의 말은 지금까지 그가 살아오면서 들은 어떤 말보다 굴 욕적인 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
장에라도 욕을 내뱉고 싶지만, 상대가 다름 아닌 강진호라는 사실이 그의 인내심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 들어주고 있었다.
깊은 심호흡으로 분노를 다스리려는 찰나, 강진호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 나라에서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조국이 너희를 버린 것 같 군. 그래서 문제야. 쓸모없는 것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까.”
순간, 뱅상의 얼굴이 떨리기 시작 했다.
연락이 없다고?
아직까지?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징조였다.
“그래서 말인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뱅상의 얼굴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마귀가 거래를 하자며 손을 뻗 어오는 것만 같다.
“선택권을 주지.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거야.”
강진호의 미소가 더없이 사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