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05)
마존현세강림기-506화(504/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7화)
2장 마주하다 (2)
석태수는 미묘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뭐지? 몰카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
등에 손 좀 대고 있었다고 사람
이 무슨 간질에 걸린 것처럼 발작을 일으킨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석태수는 어색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분위기가 싸해지는데……
그 광경을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 이 얼굴을 굳히고는 어찌할 바를 몰 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명환이 벌떡 일어나 서프라이즈를 외친다면 참 분위기가 좋아지겠지만…….
‘그런 일이야 벌어지지 않겠지.’
이명환이야 그렇다 치고, 강진호는 그런 장난을 할 수 있는 위인이 못 된다. 강진호가 저리 태연하다는
것은 이게 절대 장난이나 몰래카메 라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럼 뭐야, 저거?’
그냥 등에 손을 대고 진기도인을 했을 뿐인데 사람이 저렇게 전기 고 문이라도 당한 듯이 몸을 뒤틀고 있 으면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그리고 뭐?
다음?
저걸 다른 사람에게도 하겠다는 건가?
농담이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모두가 ‘이제 대체 뭘 어떻
게 해야 하지?’라는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 다음.”
그러자 강진호가 쐐기를 박듯 말했다. 평소였다면 아무도 나서지 않 겠지만, 미묘하게 짜증이 섞여 있는 강진호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머리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어쨌든 죽지는 않잖아.
하지만 저 인간을 열 받게 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강진호의 인류애에 희망을 걸어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봐온 그들이었다.
“나, 나갑니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한두 명 하 고 멈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모두를 체념하게 만들었다. 결국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빨 리 매를 맞는게 낫다.
앞쪽에 있는 이 하나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돌아.”
“예!”
잔뜩 긴장한 얼굴이지만, 반응은 빨랐다. 강진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튀어나왔고, 몸이 광속으로 회전했다.
다만…….
‘얼굴이 썩었는데?’
모두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기묘한 공포와 불안으로 잔뜩 굳어 있는 얼굴을 보니, 내 심장이 다 쫄 깃한 느낌이다.
그러나 강진호는 태연하게 손을 앞으로 나간 이의 등에 댔다.
“으갸갸갸갸갸쟉!”
대체 뭘 하면 저런 비명이 나오는 걸까?
사람이 마치 불판 위에 올려진 오징어처럼 몸을 마구 뒤트는 꼴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담 배를 피우다가 튕겨 올린 담뱃불이
등으로 쏙 들어가지 않는 이상엔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석태수는 운이 좋 다고 볼 수 있었다. 저런 신기한 광 경을 연속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 회를 얻었으니까. 그도 곧 같은 꼴 이 되리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털썩.
또 한 명이 바닥으로 쓰러져 브 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하자, 강당 안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넘어 시베 리아 벌판을 연상시키기 시작했다.
늦더위가가시는 느낌이었다. 석 태수는 심각하게 뒤쪽으로가 에어
컨을 끌까 고민했다. 얼어 뒈질 것 같은데 에어컨은 무슨 에어컨인가. 안 그래도 전기도 부족한 나라에서.
“저……”
석태수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 었다.
그도 명실상부한 한국인으로서 굳 이 이런 상황에 나서서 강진호에게 찍히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양보라는 미덕을 발휘할 때가 아니 었다.
“뭐지?”
“……교관님의 훌륭한 지도 방침 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
다만,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 습니까?”
“문제라도?”
“없습니다! 결코 없습니다! 그렇 지만…… 이렇게 한 명, 한 명 일일 이가르치시는 것은 시간의 낭비이 기도 하고……
석태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교관님은 워낙에 바쁘신 분이니 까요. 그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 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입니다 만…… 이미 두 명이 경험을 했으니, 저 녀석들이 깨어나면 저희가 그 경험을 공유해 배우는 것으로 교
관님의 시간 낭비를 줄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아무렇게나 만들 어낸 말치고는 나름의 설득력을 갖 추고 있던 모양이다.
“맞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한번 해보겠습니다.”
“자립심이 중요하죠! 자립심이!”
“잘할 수 있습니다!”
뭔가 필사적인 호웅이 솟구쳐 올 랐다.
영남부와 총회로 미묘하게 갈라져
신경전을 벌이던 젊은 무인들이 이 순간 하나가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고질 적인 편가르기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순간이다. 그것만 본다면 참 올 바르고 훈훈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장면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럴 때 꼭 분위 기를 못 읽는 사람이 한 명쯤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을 줄여주겠다는의도 자체는 고맙지만, 이건 내가 반드시 해야 할일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못 읽는 사람이 하필이면 강진호라는 사실이 모두의 불행이었다.
“……아니.”
강진호가 살짝, 아주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너희에게 준 마공은 너희가 아는, 그런 허접한 잡쓰레기와는 다 르다. 너희에게 제대로 된 마공이 어떤 것인지, 그가치가 어떤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 쯤이야 감수해야겠지.”
‘아까 어떤 새끼가 투덜거렸냐?’
‘잡아!’
‘죽일 거다. 진짜 죽일 거야.’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이 사태를 만들어낸 이들을 쳐 죽이겠다는의지가가득가득 차오르 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이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석태수는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살짝 뭐라고 해야 할까, 저 거……
삐친 것 아닌가?
아니, 뭐, 물론 강진호쯤 되는 사람에게는 좀 더 고상하게 마음이 상
했다든가 불쾌해한다는 표현을 써야 겠지만. 그냥 상스럽게 질러 버리면 자기가 준 마공이 무시당해서 열 받은 거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조금 뭐랄까, 아주 조금…….
‘쪼잔한데?’
강진호의 새로운 면을 보는 느낌 이었다. 보통 사람의 새로운 면을 본다는 것은 긍정적인의미가 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조금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아니겠지?’
설마 이런 걸로 쪼잔하게?
그 순간.
석태수는 보았다.
아래쪽에 쓰러져 경련하고 있는 이들을 슬쩍 바라본 강진호의 입가가 아주 살짝, 사알~짝 말려 올라가는 것을 말이다.
‘저 새끼…… 진짜야!’
아니, 사람이 아무리 소심해도 그 렇지. 저걸…….
“ 다음.”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강진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당 안에 지옥 같은 서글픔이 내려앉았다.
“뭐, 뭐야, 이거?”
강당으로 들어선 이현수가 기겁을 했다.
그가 찾아온 이곳이 어디더라?
애들이 모여 있는 강당으로 온 것 같은데?
그런데 여기는 대체 뭐하는 곳이 란 말인가. 그의 눈에는 전쟁터 한 복판의 부상병 수용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백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하나 같이 바닥에 드러누워 낑낑대고 있는 꼴을 본다면 누구라도 같은 생각
을 하지 않겠는가.
“뭐야, 너희?”
“끄으으웅.”
대답 없이 신음만 홀러나왔다.
감정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면이 있는 이현수조차도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군가 침입해서 이들을 모조 리 때려눕혔다고 생각할 만한 광경 이었다.
만약 이곳에 강진호가 다녀갔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현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까 투덜거린 새끼들…… 누구
냐?”
파들파들 떨리는 팔로 겨우 몸을 세운 이명환이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 그 말이 떨어 지기 무섭게 바닥을 기던 무인들이 좀비처럼 몸을 일으키며 두 눈을 희 번덕거리기 시작했다.
사태를 이렇게 만든 원흉을 찾아 내 잘근잘근 씹어 먹겠다는 듯이.
이현수는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잘 굴러갈까?’
다른 건 몰라도 장악력 하나만큼은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 라는게 문제였지만.
“야, 이 또라이 같은 새끼들아! 말을 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으면 주 둥이를 처닫으라고! 왜 생각 없이 주둥아리 놀려서 사람이 꼴로 만드 냐!”
“……그런 걸로 빡칠 줄 누가 알 았나.”
이명환이 결국 역정을 내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들아! 너희는 군대 있을 때, 사단장 앞에서도 농담 대 충 던져 놓고 그런 걸로 화날 줄
몰랐다고 그러냐! 저 사람이랑 너희 차이가 이병이랑 사단장보다 적게 나냐?”
“……나 면젠데.”
“어느 새끼야?”
“미안.”
이명환의 말에 다들 자신들이 무 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이해했다.
“그러고 보면 강진호씨는 엄청 높은 사람인데……
“그래. 이상하게도……
“솔직히 진짜 무서워서 턱이 덜덜 떨릴 때도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좀 이상하게……
다들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만만하다.’
아니, 물론 강진호가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중에서는 강진호의 얼 굴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세상에서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를 꼽으라면 열에 아 홉은 강진호를 꼽을게 분명했다. 오죽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 까지 있었으니까.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성격이 문제지, 성격이.’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진호의 성격을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스위치가 들어가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 되는 반면, 평소에는 무인답지 않게 뭐라고 해야 할까…….
온화? 그런 말은 좀 이상하 고…….
여하튼 온건하고 부드럽다.
물론 그들도 뒷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그저 부드럽게 대해준다 해서 성격이 좋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부드러움이 태도에서 나타난다. 손짓 하나, 말투 하나가 사람을 어느 정도는 배려해 준다는 느낌이랄까?
다른 곳에서는 그게 당연할지 모 르겠지만, 상명하복에 철저하게 물 들어 있는 무인계에서 그런 태도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가장 편 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별 병신 같은 일도 다 있다
이명환이 혀를 차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보면 무척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가벼운 부작용에 불과했다.
이러고 놀던 놈들이 강진호씨가 정색하고 명령을 내리면 제 목숨 내 던지듯 그 명을 수행하려 들 테니 까.
‘이중인격자 밑에서 놀다 보니 우 리도 이중인격자가 되어가는 것 같 단 말이야.’
참 어이없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하 며 이명환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그래.”
이명환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강진호씨가 1차로 첨삭한 해석
본 나왔으니까, 나갈 때 사무실로 와서 받아가라.”
“……제본하신 겁니까?”
“그래.”
“감사합니다.”
이명환이 대표로 고개를 꾸벅 숙 이자 이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별로 고생한 거 없으니까 적당히 해라. 생색내고 싶은 생각 없으니 까.”
“ 예.”
“아, 그리고 아까 강진호씨가 나가면서 해준 말인데……
“ 예.”
“다음에 올 때까지 이거 다 외우 라고 하시더라.”
“네?”
이명환이 멍하게 물었다.
“다요? 다라면……
“이거, 책.”
이현수가 태연한 얼굴로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들어 올렸다.
“……그거요?”
저건 아무리 봐도 대학 전공 서 적 분량인데?
저걸 외우라고?
농담이지?
“그리고 다 못 외운 사람은 따로
수련시켜 주신단다. 머리로 못하면 몸으로라도 해야 하신다나? 참 친절 한 양반이야.”
사정을 모르는 이현수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모두의 얼 굴이 처절하게 썩어가기 시작했다.
‘뒤끝 쩐다, 진짜.’
웬만한 성격으로는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모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