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09)
마존현세강림기-510화(508/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11화)
3장 대비하다 (1)
박유민은 순간적으로 압도될 수밖 에 없었다.
그만큼이나 건너편에 있는 저자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저 덩치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이 거리에서 덩치 때문에 압도될 수는 없다.야구장 하나를 사이 에
둔 거리라면 건너편에 코끼리가 나 타나더라도 신기한 일인 것처럼 구 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사내는 달랐다.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 감.
보고 있는 것만으로 몸이 경직되 고 식은땀이 홀러내린다.
“지, 진호야?”
겨우 목소리를 내자 강진호가 손을 앞으로 뻗는다.
‘어?’
그리고 그 순간, 박유민을 짓누르 던 압력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적으로 너무도 기이한 일을 겪었다는 생각에 박유민이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별것 아냐.”
“응‘?”
“별것 아니라고.”
“으응.”
박유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그 이상은 물어봐서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흐음……”
바토르는 무척이나 흥미가 당긴다
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장다징은 바토르의 얼굴에 이렇게 나 생기가도는 것을 본 기억이 없 었다.
그렇기에 장다징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참아주시길.’
이곳에는 눈이 너무도 많다.
이만한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눈 이 모일 수 있는 곳도 흔치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곳에서 일 이 터질 경우에는 장다징이 아무리 날뛰어도 사고를 수습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바토르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장다징이 슬쩍 앞으로 끼어들었다.
“음?”
“바토르 님, 이곳은……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때와 장 소를가리지 못할 정도로 얼간이는 아니다.”
“제가 어찌 감히 바토르 님을의 심하겠습니까. 그저……
“괜찮다. 네 나라의 멍청한 것들 에게 하는 것처럼 굴 필요는 없다.”
바토르가 단호하게 장다징의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강진호에게 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놀랍군, 정말 놀라워.”
바토르가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정말 이 작은 나라에 저만한 인 물이 있었구나. 이것 봐라, 장다징.”
바토르가 솥뚜껑처럼 거대한 손을 내밀었다. 사람도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은 손바닥 위에 축축한 물기가 한가득 고여 있었다.
“긴장하고 있다, 나의 육체가. 그 저 보는 것만으로도 이리 긴장하고 있구나.”
장다징이 눈을 크게 떴다.
긴장?
바토르가?
그건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 었다.
그 홍왕에게도 단신으로 달려든 바토르가 아닌가. 그런 이가 긴장을 한다고?
‘그것도 저 강진호에게 말인가?’ 강진호는 분명 대단한 자다.
장다징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 었다. 저자는 한국이 아니라 대륙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높이 올라갔을 이다. 그로서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위치까지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였다.
하지만 바토르는 겨우 그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그는 몽골의 수장이다. 웬만한 중 국의 고수도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위가 아닌 힘. 개인이가진 힘만으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자가 바로 바토르였다.
그런 바토르가 긴장을 한다고? 강진호 때문에?
‘내 예상마저 잘못되었다는 건가?’
보통은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타인의의견을의심하기 마련이었
다. 하지만 장다징은 감히 바토르의의견을의심할 수 없었다.
그는 거짓을 진실로 만들 자격이 있는 자다. 그렇다면의심해야 할 것은 바토르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강진호에 대한 제 평가가 모자랐 던 모양입니다.”
“모자라지. 한참 모자라지.”
바토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나 너의 잘못은 아니다. 저자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자격이 있는 자뿐이다. 네 수준으로는 최상의 평가를 내린 것이지.”
바토르는 천천히 혀를 내밀어 입 술을 핥았다.
강자.
어마어마한 강자가 저곳에 있다.
그 사실이 바토르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그저 슬쩍 투기를 보내본 것뿐인데 노골적인, 너무도 노골적인 살기가 그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피 부가 따끔따끔할 정도의 살기.
이 먼 거리를 격해 날아오는 살 기가 살을 베어낼 듯 예리하다는 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흐흐흐.”
바토르가 더없이 만족스럽다는 듯 이 웃었다.
강자와의 투쟁은 그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바로 이곳에 그의 피를 끓게 만드는 강자가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미리 보러 오기를 잘했구나.”
홍왕의 조언은 과연의미가 있었다.
저만한 강자를 준비 없이 맞닥뜨 렸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상대가 얼 마나 강한지를 알고 대비하는 것도 전투의 기본이니까.
당장에라도 저 새파란 잔디를 뛰
어넘어 강진호에게 달려들고 싶은 충동이 그를 지배했지만, 바토르는 조심스레 솟구치는 충동을 애써 내 리눌렀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싸울 수 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뿐 아니라 강진호도 만전의 상 태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이곳에서 싸운다면, 강진호는 주변의 눈을의 식하느라 온전히 그에게 신경을 쏟 아붓지 못할 것이다.
그건 결코 바토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만전의 상대를 꺾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승리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것이 전쟁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바토르가 원 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투쟁이었다. 그리고 투쟁은 상대가 강할수록의미가 있는 것이다.
“후우우우……
깊게 심호흡을 한 바토르가 눈을 빛냈다.
괜찮다.
그는 맛있는 것은 아껴두었다 먹는 타입이니까. 먹음직스러우니까, 더없이 먹음직스러우니 지금은 참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이런, 독이 올랐군.”
건너편에서 그를 노려보는 강진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마인이라고 했으니 성격이 좋을 리는 없겠지만, 저리 살기를 풀풀 날리는 것을 보니 기이할 정도다.
‘어미 새라는 건가……
그제야 강진호의 주변에 있는 이 들이 눈•에 보였다.
“마인 주제에 보호를 한다고? 마 인 주제에?”
바토르는 웃고 말았다.
정말 특이한 놈이다.
그가 아는 마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이다. 이득이 밝은 것이 아니라, 감정 한 부분이 거세된 듯 이 인간의 감정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저 마인 놈은 그가 지금 까지 만나고 죽여온 마인들에 비해 서 월등한 경지에 올라 있음에도 자 신의 주위를 보호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큭큭큭.”
바토르는 나직하게 웃었다.
싫어하지 않지.
그런 타입.
바토르는가만히 투기를 잠재웠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그의 피부를 찢어버릴 듯 맹렬하게 밀려오던 살 기도 자취를 감췄다.
장다징은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을 닦아냈다.
다행이다.
바토르가 강진호를 확인하러가겠 다고 했을 때, 얼마나가슴을 졸였 던가. 그리고 하필이면 강진호가야 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라리 이곳이라 다행이
었군.’
아마 주변의 시선이 별로 닿지 않는 곳이었다면 바토르가 이리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곳이기에 바토르가 참아낼 수 있던 것이다.
그의 생각으로는 말이다.
“장다징.”
“예, 바토르 님.”
바토르가 입술을 핥았다.
“독이 오른 놈에게 연락을 취해봐야 역효과겠지. 이틀 정도 기다린다. 그런 후에 저놈에게 전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빤한 소리를 하는군. 한판 붙자 고 해야지.”
“네?”
바토르가 웃으며 말했다.
“굳이 저놈이 외곽으로 빠지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나의 이름을 대고 승부를 겨루자고 해라.”
“하, 하지만 바토르 님.”
“온다.”
바토르가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저놈은 반드시 온다. 나를 잡아 죽이러 올 것이다.”
“어찌……
바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장다징 같은 사내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투기를 쏟아내 자마자 기다렸다는 둣이 날아오는 살기.
‘짐승이지.’
피에 굶주린 짐승.
그것도 그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가공할 짐승이었다.
그런 짐승이 피를 볼 수 있는 기 회를 마다할 리 없다. 바토르의 목을 뽑아내 그 피를 마실 생각으로 좋다며 달려오겠지.
바토르가 손을 들어 코 주변을
문질렀다.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풍기는 것 같군.’
살귀(殺鬼)라는 것들은 여럿 만나 보았다. 사람을 죽이고 그 피를 마 시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미친놈들은 세상에 분명 존재했다.
그런데 강진호에게서는 그런 살귀 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짙은 피비린내가 풍겨오고 있었다. 몸에 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기운에서 풍 기는 피비린내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피와 죽음을 겪으면 이런 지독한 피비린내를 풍
길 수 있단 말인가.
짐승.
말 그대로 짐승이었다.
그런데 그런 짐승이 주변을 보호 한다라…….
그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바토르를 자극하고 있었다.
저놈에 대해 더 알고 싶다.
그리고 저놈과 붙어보고 싶다.
그 맹렬한 충동이 바토르를 사로 잡았다.
우드드득.
힘겹게 바토르의 팔을 지탱하던 팔걸이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바
토르는 떨어져 나간 팔걸이를 보며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흥분했군.’
저놈을 흥분시키고 싶었는데, 되 레 자신이 흥분한 꼴이 되었다.
“아주 좋은 첫 만남이었어. 내가 이만큼이나 홍분한 것이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장다징은 끓어올랐다 식기를 반복 하는 바토르를 보며가슴을 졸였다.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대를 어찌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장다징.”
“ 예.”
“돌아간다.”
장다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오늘은 어떻게 정리가 될 모양이었다. 사고를 친다고 해도 오 늘은 아니다.
“돌아가는 즉시 강진호에 대한 자 료를 다시 정리해서가져와라. 사소 한 것 하나 놓치지 말고 모두.”
“예, 바토르 님!”
즉각 돌아오는 대답에 바토르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이쯤 해두지.’
독이 오른 강진호를 상대하는 것
역시 재밌겠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더욱더 먹음직스러워질 것이다. 바 토르는 그 순간을 위해 지금을 참기 로 했다.
“인사는 해두었으니, 예의는 다 한 것이라 봐야겠지.”
바토르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장다징이 열심히 주변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죄 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뭐야.”
“매너 진짜.”
“아……” 짜증.”
사람들이 우르르 옆으로 나갔다. 다른 사람이면 무릎을 당겨주는 수 준으로 어떻게 해보겠지만, 바토르는 그렇게 해서는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덩치였다.
바토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VIP석 같은 건 없었나?”
“있기는 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말씀을 하셔서……
“으홈! 홈!”
바토르가 헛기침을 하고는 주변으로 고개를 연신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세상을 뒤흔드는 무인이라 고는 하지만, 저 비난의 눈초리 앞 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바토 르의 덩치를 보고 대놓고 욕을 할 사람은 없지만, 때로는 무언의 압박 이 욕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닫는 바토르였다.
“……그냥 계단에서 볼 걸 그랬 나‘?”
뒤늦은 후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