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1)
마존현세강림기-51화(51/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1화)
1장 – 졸업하다 (1)
우우우우우웅!
과격한 엔진 소리와 함께 보조석에 탄 남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으아아아! 저기! 저기 안 보여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브레이크으으 으!”
운전면허 시험이라고 적힌 노란색
차량이 옆길에서 튀어나오는 차량의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외쳤다.
“옆에서 차가 나오는지 보고 액셀을 밟아야 할 것 아닙니까!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아, 잠깐! 스톱! 스톱! 멈추라니까!” 그런 사이에도 노란색 차량은 길가 에 주차되어 있는 차와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트럭 사이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통과하여 우회전을 했다.
“거길 왜 들어가요! 거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청년은 태연하
게 대답했다.
“충분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로 차는 조금도 긁히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게 사람 눈으로 구별이가 요? 운이 좋았을 뿐이지!”
“구별 갑니다.”
“차 세워요! 차 세우라고!”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코스를 다 돌지 못했습니다. 시험을 마쳐야죠.”
“불합격이니까 차 세우라고!”
“……그렇습니까?”
청년은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보조석에서 내 린도로주행 동승 경찰이 보닛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해 댔다.
그저 차량 동승을 했을 뿐인데 차에 타기 전보다 십 년은 더 늙어버린 경찰관을 보며 청년은 고개를 갸웃 했다.
저 사람은 왜 저리 힘들어 하는 걸까?
그가 한 일이라고는 편안히 보조석 에 앉아 있던 것뿐인데.
한참 동안 심호홉을 하며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경찰이 청년을 올려다
보았다.
마치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느냐는 듯한 얼굴.
하지만 청년은 영문을 몰랐다.
“……강진호씨.”
“ 예.”
강진호는 자신을 부르는 경찰의 목 소리에 대답했다.
“내가 분명히 방어 운전하라고 했지 요?”
“했습니다.”
“어디가! 어느 부분이!”
“다른 차들이 돌발 행동을 했을 경 우 내 차를 안전히 보호할 수 있게
운전하라고 하셨죠.”
“그래요!”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만.” 부들부들대던 경찰이 모자를 바닥으로 던지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사람아! 차 백미러가 닿도 록 아슬아슬한 곳을 시속 50km로 지나가고, 옆에서 차가 나오는데 거 길 더 빠르게 통과하는게 어딜 봐 서 방어 운전이에요!”
“50km가 아니라 100km라도 안에 사람이 없고, 주차되어 있는 차는 돌 발적으로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며,
좌측에 정차되어 있는 차는 운전자가 핸들을 꺾어 급히 틀지 않는 이 상 부딪칠 염려가 없었습니다. 지나가기엔 충분했구요.”
“충분하다고?”
“예.”
경찰은 이마를 잡았다.
하늘은 어찌하여 이런 놈이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되는 시련을 주신단 말인가.
도로주행 시험에 동승하며 그동안 수없는 김 여사와 초보운전을 만나 본 경찰이지만, 맹세코 이런 인간은 처음이었다.
“결과적으로 차는 무사합니다.”
‘내가 안 무사하다고! 내가!’ 경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쨌든 불합격입니다.”
“어째서 입니까?”
“몰라서 물어요?”
강진호는 진지하게 물었다.
“분명 저는 적시되어 있는 규칙을 모두 지켰고, 정지선도 완벽히 지켰 으며, 속도 역시 단 한번도 규정 속도를 초과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차량 역시 파손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불합격인 거 죠? 그것도 주행조차 마치지 못하고
말입니다.”
“규정은 최소한이에요! 최소한! 그 정도는 지켜야도로에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는 거라구요! 강진호씨는 다른 모든 부분이 잘못 되어 있어요!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강진호씨만 다쳐요? 다른 사람이 다친다구요!”
강진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규정 속도도 지켰고, 하품이 나도록 느리게 달리면서 과하다 싶을 정도 로 안전하게 운전했다.
차량이 부딪칠가능성은 1%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차를 기울여 두 바퀴 만으로 통과할 수도 있는 강진호였다.
그런데 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까?
“제가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확 실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다 음에는 제대로 운전을 할 것 아닙니 까.”
“위험하다 싶으면 속도를 줄이고 안 전하게 운전을 하셔야죠.”
“그렇게 했습니다만?”
경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여하튼 불합격입니다. 더 느긋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워서 오세요.”
“흠….”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지만, 눈앞의 경찰은 이 시험의 감독관이므로 그가 내린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 여야 한다. 그것이 강진호가 이 사회에서 배운 규칙이었다.
“그럼 다음 시험 때 뵙겠습니다.” “또 칩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합격 못했으니까요.”
“……혹시 언제 칠 건가요?”
“그건 왜 물으시죠?”
‘그래야 그날은 내가 안 나오지!’ 경찰은 속으로만 절규했다.
강진호는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경찰의 표정을 보면서 방학 직후 있은 일을 회상했다.
* * *
“운전면허?”
“당연한 것 아냐?”
정인규의 말에 강진호는 고개를 갸 웃했다.
“어째서?”
“어째서는 무슨 놈의 어째서야. 당 연히 면허는 있어야지. 넌 차 안 몰 거냐?”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차라니.
그냥 타기만 해도 숨이 막혀오는 그 좁은 마차를 말하는 건가? 아니, 마차면 차라리 낫다.
되레 차량이 개발되면서 공간은 더 좁아졌다.
정인규가 과거 강진호가 타던 12두 마차를 보게 되면 기겁을 할 것이다. 그건 그냥 말 그대로 집을 끌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호 화로웠으니까.
그런 것을 타다가 차를 타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강진호는 뭔가를 탄다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내 발로가는게 더 빠르고 더 편한데, 왜 탈것이 필요하단 말인가.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마차나 차나 느리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럼 너 멀리 갈 때는 어떻게 하게?”
“자전거.”
정인규는 어이없다는 둣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부산 갈 때도 자전거를 탈 거냐?”
“그때는 기차를 타면 된다.”
“그럼 서울 외곽지는?”
“지하철.”
“지하철 타고 또 멀리 걸어야 하는
곳에 갈 때는?”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
“비가 오면?”
“우의가 있다.”
정인규는 말문이 막혀 강진호를 쳐
다보았다.
완벽한 프로세스다. 이견의 여지조 차 없다.
하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은 뭐란 말인가.
“야! 자전거로 대한민국을 다 돌아 다닐 거야?”
“ 필요하다면.”
그때, 박유민이 입을 열었다.
“ 진호야.”
“응.”
“그럼 어머니나 아버지를 태우고가야 할 때는?”
“자전거가 있다.”
“뒷좌석 안장은 하나뿐이지?”
강진호는 고민에 빠졌다.
박유민의 말이 맞았다. 자전거로 태 울 수 있는 사람은 최대 한 명뿐이다. 그 이상은 무리였다. 자전거에 사이드카를 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네가 혼자 다닐 때야 필요 없겠지 만,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그럴 때를 대비해서 면허를 따놓는게 나 쁠 건 없지 않을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정인규가 고함을 질렀다.
“야! 내가 말했을 때는 그렇게 싫다 고 하더니, 왜 박유민 저놈이 말하니까 단번에 이해하는 건데!”
“그야 네 설명은 조잡하고, 박유민의 설명은 납득이가니까.”
“……개객끼들.”
정인규는 서글픈 얼굴로 둘을 바라 보았다.
“쿵짝이 얼마나 잘 맞는지 이젠 둘 이서 나를 농락하는군.”
“그런데 너……
“왜!”
“공부 안 하냐?”
정인규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일찍부터 재수가 결정된 정인규에게 이럴 시간은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자유 시간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새 학기가 오면……
“보통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재수를 실패한다더군.”
“아니! 원래 진도가 있으니까!”
“미리 선행 학습이라도 하는게 옳 지.”
“빌어먹을 놈들.”
정인규는 구시렁대며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박유민이 정인규를 위로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생각에 빠 졌다.
‘면허라……
확실히 박유민의 말대로 일찌감치 따놓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당장 강진호에게는 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자격증의 일종이니 따놓으면 어디든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모님을 자전거 로 모실 수는 없지 않은가.
강은영만 해도 강진호의 자전거 뒤 에 타면 머리채를 손잡이쯤으로 생각하는데.
‘따자.’
강진호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면허 따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고 하니까 별문제야 있겠는가.
* * *
사건의 발단은 그토록 간단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학과 시험과 기능 시험까지는 이상 하게도 일정이 잘 맞아 일주일도 걸 리지 않아 깔끔하게 패스했다.
학과 시험이야 문제집만 홅어보고가도 합격하는 수준인데, 마음만 먹 으면 지금까지의 유출 문제를 모조 리 머리에 입력하고 갈 수 있는 강진호로서는 떨어질 수가 없었다. 기능 시험 역시 전산으로 채점이 되 다 보니 규정 속도를 넘지 않고 정 지선을 정확하게 지키는데다 차량을 제 몸처럼 움직이는 강진호가 떨어 질 리 없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도로주행이었다.
강진호는 정말 안전하게 운전했다.도로주행 시험은 그래야 한다는 말
을 들었기에 안전에 거듭 안전을 기 하여 하품이 나올 정도로 몇 번이고 확인에 확인을 거쳐 결정을 내린 후 완벽한 방어 운전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옆자리에 탄 사람이 기겁하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세 번째다.
오늘이 무려 세 번째도로주행 시험 인데, 정해진 코스의 반도가지 못 하고 불합격하고만 것이다.
게다가 그 불합격 사유가 뭔가 항상 모호했다.
‘이거면 이거다’ 하고 딱 떨어지는 불합격 사유가 있다면 납득이라도
할텐데, 다들 ‘방어 운전이 어쩌고, 위험이 어쩌고’ 해 대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불합격입니다!”
“……예.”
불만이 없을 수 없는 강진호였다. 하지만 이미 합격은 물 건너갔다. 여기서 따져 묻는다 해도 결과가 바 뀌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경험상 알 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은 끝까지가지도 못했 네.’
이전의 시험관은 비명을 꽥꽥 질러 대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시험장까지
는 차를 몰고 돌아가게 해주었다. 중간에 한두 번씩 차가 서는 경우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시험관은 인내심이란게 부족한 모양이었다.
“ 타세요.”
“예.”
“거기 말고!”
운전석 문을 열던 강진호가 멈칫했다.
“이 사람이 누구 수명을 더 줄이려 고! 옆에 타요! 제가 운전해서 갈 겁니다!”
“예.”
강진호는 침울한 얼굴로 보조석에 탔다.
시험에 떨어진 건 별거 아니었다. 다시 치면 되니까.
하지만 세 번째 시험에서마저 떨어 졌다고 하면 그 악마 같은 놈들이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수능이 끝났건만 강진호는 그저 우 울했다.
“그냥 차를 안 모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넌지시 권해오는 시험관의 말에 강진호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다음에 뵙죠.”
“아니, 저는 이제
“다음에 꼭!”
운전을 하는 시험관의 눈에서 마음의 땀이 홀러내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서글픈 하루였다.
시험관에게나, 강진호 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