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10)
마존현세강림기-511화(509/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12화)
3장 대비하다 (2)
“……뭐야, 저 양반들?”
박유민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토 르들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노려보 던 바토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더니, 갑자기 주변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계단으로 나갔다.
그러다 이쪽을 한번 힐끔 돌아
보고는 다시 계단을 올라 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조금의 황당함, 그리고 조금의의 아함.
“저 사람들…… 이쪽 본 것 맞 지?”
“글쎄?”
강진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실 굳이 긍정할 것도 없는 일이다. 박유민이 이쪽 세계에 개입 하면 할수록 위험해질 테니까.
강진호의 눈은 매우 차갑게가라 앉아 있었다.
바토르가 강진호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그에게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짓 거리가 그 어떤 행위보다 강진호를 더 자극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말이다.
강진호는 드러난 일상에 무인들이 개입해 오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겨우 선을 그어 나누어 놓은 경계가 흙발로 침입당한 것이 나 마찬가지니까.
강진호의 눈이 더더욱 깊게가라 앉았다.
“ 진호야?”
“응?”
하지만 박유민이 그를 부르는 순간, 강진호는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저, 저기…… 종인이 탈주한다!”
“어디!”
강진호가 급격히 고개를 돌리고는 보육교사들의 손을 피해 계단을 오 르는 종인이를 발견했다.
“잡아오지!”
“출격!”
아이를 잡기 위해의자를 타 넘는 강진호의 등 뒤에서 박유민이 박 수를 쳤다.
“혀, 형! 나도 애도울게.”
“ 앉아.”
“진성이, 너는 아무데도가지 말 고 여기에 있어. 애보다 네가 더 걱 정이다.”
“혀엉!”
“제발 사람 좀 괴롭히지 말고 얌 전히만 있어다오. 제발.”
한진성이 영혼이 빠져나가는 얼굴 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에는 신도 부처도 없었다.
“오늘 고생 많았어.”
“별말을 다 한다.”
“고생은 고생이지.”
이런 것을 고생이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만약 고생이라 부른다 해도 이런 고생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오빠, 오늘 재밌었어요!”
“형, 수고하셨어요.”
“고오오~맙습니다, 아주 그냥.”
“다음에도 또 놀러가요.”
“그래그래.”
중간에 이상한 말이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강진호
가 손을 뻗어 한진성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평소라면 반항할 만도 하건만, 멘 탈이 터진 한진성은 손이가는 대로 이리저리 머리를 꺾을 뿐이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방진훈이 그에게 말했다.
굳이 그렇게 대가도 없는 일에 일방적으로 노력과 재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유민이 말이 맞지.’
즐겁다.
세상 어디에도 이만한 노력을 투 자해서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대가가 없다는 그 말은 분명 틀린 것이었다.
“그럼 갈게.”
“조심히가.”
박유민이 손을 흔들었다.
“형,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빠, 다음에 봐요.”
“어우으, 우으, 어어.”
뒤뚱뒤뚱 그에게 다가오는 아이를 한번 안아주고 나서야 강진호는 몸을 돌릴 수 있었다.
‘알 것 같군.’
박유민이 말한, 신뢰라는 것이 뭔 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처음 보육원 에 왔을 때는 모두가 그를 경계했다. 그리고 보육원에 몇 번 들러 아 이들과 조금 친해진 다음에는 돌아 갈 때쯤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가지 말라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인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그 강도가 조금 심했다. 마치 강진호가 이리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듯이 울고 불며 매달렸으
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가 간다고 해도 손을 흔들 뿐, 굳이 그를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멀어져서?
아니다.
지금 강진호가 간다고 해도 반드 시 다시 들를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강진호가 지금 까지 이곳에서 보낸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유대감에서 나온다.
이 유대감.
과거 마교에서 수십 년을 보내면 서도 얻지 못한 유대감이 이곳에 있
는 것이다.
그래서 더 뭐랄까…….
아이들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강진호가 전화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무심한 손동작으로 번호를 눌렀다.
[예. 이현수입니다.]강진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발을 해오는 이가 있습니다.”
[도발이라고 하셨습니까?]“예. 멀리서도발을 하고 사라지 더군요.”
전화기 건너편에서 무거운 침묵이 전해져 왔다.
조금의 침묵이 지나고, 다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확인해 주세요.”
[확인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강진호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가 누구인지 말입니다.”
대처는 생각보다 빨랐다.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고 생각했 지만, 이현수는야구장에 설치된 CCTV를 수거하는 것으로 간단히 상대의 영상을 입수했다. 그런 후,
그 영상을 중국과 일본에 있는 정보 원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간단히 상 대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모든 일이 쉽게 풀렸지만, 이현수의 얼굴은 결코 밝지 못했다. 오히 려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바토르라고 합니다.”
“바토르?”
“예. 나름 유명인이더군요.”
이현수의 말에 살짝 이상한 어감 이 섞여 있었다. 강진호는 그 사실을 눈치챘지만, 굳이 이현수를 재촉 하지는 않았다. 기다리면 말을 해줄 테니까.
“굳이 따지자면…… 홍왕계입니다.”
“홍왕이라……
강진호는 그 이름이 꽤나 자주 들린다고 생각했다. 중국과 얽혔다 고는 하지만, 다른 두 왕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알지 못했다. 그가 듣는 것은 언제나 홍 왕이라는 이름뿐이었다.
“‘굳이 따지자면’이라고 말씀을 드린 것은 그가 완전한 홍왕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눈빛으로 물어오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수가 헛기침을 했다.
“저희가 홍와계의 계파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홍 왕계에 바토르의 이름은 없습니다. 물론 바토르가 홍왕계에 속한다면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그를 홍황계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는…… 그는 홍왕에게 굴복하여 그 휘하에 들어간 이가 아니라 홍왕과 계약으로 얽혀 있는 사 이이기 때문입니다.”
“식객 같은 거로군.”
“ 예‘?”
“아니. 계속하지.”
이현수는 조금 설명이 더 필요하
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강진호는 지금까지 들은 말로도 홍왕과 바 토르가 어떤 관계인지 이해할 수 있 었다.
과거 대문파나 세가에는 ‘식객’이 란 이름으로 눌러앉아 있는 외부인 이 많았다. 그 능력이 출중하여 함 께하고 싶지만, 혈족이 아니고 문파의 제자가 아니라 문내로 들일 수 없는 이들을 식객이라 부르며 우대 했다.
식객들은 그 문파에서 여러가지를 제공받는 대신에 자신이 필요한 때가 되면 나서서 싸워주거나 여러
가지 일을 대신 해결해 주었다.
과거 남궁세가가 한창 그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는 세가 인원의 두 배 나 되는 식객이 머무르기도 했다.
“여하튼 그렇습니다. 홍왕계이긴 하지만, 홍왕계가 아닙니다. 바토르는 몽골인으로, 모종의 일로 중국에 들어왔다가 홍왕에게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왕에게 포섭되기 전에는 꽤나 화려하게 저지른 모양 이더군요. 덕분에 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확고한 강자로 인식 되고 있습니다.”
“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홍왕이 보냈다는 거군.”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왜?”
강진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홍왕과 딱히 원한을 쌓은 적이 없는데, 그가 식객을 보내면서 까지 나를 제거하려는 이유가 있을까?”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원래는 홍왕계가 지원하던 영남회를 강진호가 무너뜨리고 그 세력을 고스란히 흡수했을 때부터 홍왕계와
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하려 하자 이현수의 머릿속에도의문이 자리 잡았다.
‘정말 그럴까?’
대답은 ‘아니’였다.
물론 강진호가 영남회를 무너뜨리 면서 홍왕계에 피해를 끼친 것은 사 실이지만, 그 피해라는게 홍왕의 입장에서 이리 과격하게 나와야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을 삼분하여 지배하는 홍왕에게 작은 반도에서 벌어진 세력 싸움
따위는 집착할가치도 없는 일일 테니까.
‘그렇다면 왜?’
강진호가 던진 화두가 이현수의 머리를 헝클어놓았다. 그가 생각해봐도 홍왕이 굳이 강진호를 제거하 려 들 이유가 없었다.
혹여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순서가 잘못되었다. 이미 홍왕은 영 남회를 지원하여 한반도를 자신의 세력하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 았던가.
그렇다면 제거하기 전에 먼저 강진호와 접촉하여 같은 시도를 하거
나 강진호가 사라지고 난 뒤에 한국을 지배할 만한 세력을 지원하는 움 직임이…….
순간,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게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정확하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 만, 뭔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이 예감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보가 더 필요했다.
“이 부분은 제가 따로 조사를 더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일단 중요한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 현재 저들이 강진호씨를 노 리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그런데 제가 파악한 바로는 저들은 그저 멀리 서 보고 간 것뿐인데, 저들이 강진호 씨를 제거하러 왔다고 확신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보면 알아.”
“네?”
“마주해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한도발이 아냐.”
이현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뜬구름 잡는 말이지만, 저 말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도 반은 무인 이다. 그조차도 상대의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 웬만큼은 적의를 알아 낼 수 있는데, 강진호 정도의 무인 이라면 오죽하겠는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현수의 말에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이현수가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이현 수에게 강진호가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
야.”
“하지만 강진호씨, 저런 위험인 물을 주변에 계속 방치하신다는 것 O..”
“방치?”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이현수의 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기억에 있는 미소다.
그날.
강진호가 홀로 영남회를 학살하 고, 김석일의 사지를 찢어버린 그날.
바로 그날, 강진호의 입가에 저 미소가 달려 있었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지옥 같은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이현수의 몸이 절로 떨 려왔다. 이제는 완전히 같은 편이라는 것을 믿고 있음에도 본능적으로 밀려오는 공포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이나 저런 얼굴을 한 강진호는 무서웠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말이다.
웬만해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 믿은 그 미소가 지금 강진호의 입가에 맺혀 있는 것이다.
“방치가 아니야. 이쪽에서 움직이
지 않아도 곧 찾아올 테니까. 그저 기다리면 되는 것뿐이지.”
이현수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강진호씨……
“음?”
“그와 적대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까?”
“……어째서?”
“그는 홍왕의 수하입니다. 비록 소속은 아니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를 무너뜨린다고 해서 해결이 되
는게 아닙니다. 그럼 홍왕은 더 많은 이와 더 강한 자를 보내올 겁니다. 그전에……” 그전에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심 어린 이현수의 충고를 들은 강진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강진호의 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