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16)
마존현세강림기-517화(515/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18화)
4장 수련하다 (3)
“아, 아빠?”
문가에 서 있는 나이트 위긴스를 발견한 엘레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 보다가 자신의 눈을 비볐다.
몇 번이고 눈을 비벼도 눈앞의 나이트 위긴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엘레나가 입을 헤, 벌
렸다.
“ 아빠?”
나이트 위긴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랜만이구나.”
“아, 아니, 여긴……
혼란에 빠진 엘레나가 금세 표정을 고쳤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어서 오십 시오, 나이트 위긴스.”
“아니지.”
나이트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빠라고 불러야지. 지금 나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아……”
엘레나는 그제야 나이트 위긴스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가면이 온데간데 없었다.
“가면은 어쩌시고?”
“ 벗었다.”
“네?”
엘레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이트 위긴스에게 있어서가면이 란 자신의 자부심과도 같았다. 나이 트가 된 뒤로 그가가면을 벗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트가 된 다는 것은 자신을 버린다는 것이니 까.
없는 얼굴을 내보이는 것 역시 실례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그런 나이트 위긴스가가면을 벗어던진 것이다. 이 급 격한 변화에 엘레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 어째서요?”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오는 자린데,가면 따위로 얼굴을가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딱딱한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엘레나는 얼이 빠진 얼굴로 위긴 스를 바라보았다.
‘뭘 잘못 드셨나?’
그녀가 아는 위긴스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가 원탁의 일원이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고, 원탁을 위해서라 면가족까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원탁의 방식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엘레나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왔다고?’
그녀가 아는 나이트 위긴스의 입 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뭐랄 까, 조금은 그러니까…….
‘닭살 돋아.’
소오〜름!
다 큰 딸내미에게 아버지가 저게 무슨 말인가.
일그러진 엘레나의 얼굴을 보며 나이트 위긴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환영받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 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싫어하는 표 정을 지을 필요는 없잖니.”
“아,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설명하자면 길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 큰 딸과 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 인 설명이 필요한데, 이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너무 길고 긴 이야기였다.
“일단 이쪽으로 앉으세요. 마실 거라도 좀 내올게요.”
“괜찮다. 그보다 이거 받거라.”
“네‘?”
나이트 위긴스가 뒤쪽에서 커다란 상자를 들어 엘레나에게 건넸다.
“……이거?”
“선물이다.”
엘레나의 얼굴이 한껏 더 일그러 졌다.
물론 선물이라는 것은 언제 받아도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딸에게 주는 선물이 핑크 빛 하트로가득한 상자에 커다란 핑 크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다면 과연 그걸 즐겁게 받아들 수 있겠는가.
‘왜 이렇게 되셨지?’
뭔가 관계 회복을 꾀한다는 건 잘 알겠는데, 그 방법이 무척이나 많이, 굉장히, 엄청나게 비틀려 있었다. 엘레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 으며 상자를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별말을 다 하는구나.”
“……네.”
엘레나의 얼굴이 살짝 공포로 물 들었다.
‘설마 이 안에 귀여운 인형이 들 어 있는 건 아니겠지?’
“안 풀어보느냐?”
“나중에요. 지금 제가 선물 받고
기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아서요.”
“확실히 그렇군. 내가 생각이 짧 았구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이트 위긴스를 보며 엘레나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녀가 아는 그녀의 아버지는 이 렇게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일지는 모르 겠지만, 그녀에게는 다분히 감정적 이고 권위적인 사람이다.
‘왜 이렇게 변하신 거지?’
아버지의 변화가 기꺼우면서도 불
안하다. 사람이란 그리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후는 나중에 풀도록 하지.”
위긴스가 호텔방가운데에 마련되 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지금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아니, 그전에……”
엘레나가 건너편에 앉으면서 물었다.
“대체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하실 일이 산더미 같으실텐데
“알아서 하겠지.”
“아, 아빠.”
나이트 위긴스가 후련하다는 얼굴 로 말했다.
“정작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 서 시간만 잡아먹는 그런 일에 매달 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 일이야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원탁과 협의는 된 건가요?”
“딱히 일을 팽개치고 해외로 나가 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더구나.”
“맙소사!”
엘레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이트 위긴스는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이 곳으로 와버렸다는 뜻이다. 그것도 원탁에 어떠한 말도 전하지 않은 채 말이다.
“무슨 짓을 저지르신 거예요!”
“합당한 일이지.”
“합당이요? 아버지가 지금 무 슨…”
“엘레나.”
나이트 위긴스가 나직하게 엘레나를 불렀다. 그 목소리에 실려 있는 무거움에 엘레나는 하던 말을 멈추 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합당한 일이다. 그야말로 온당한 일이지.”
“네 말대로 원탁의 지시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협의는 좋은 일 이지. 하지만 그 협의의 과정에서 구할 수 있는 이들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협의가 무슨 소용이 있 겠느냐.”
“아버지.”
엘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고 계신 거죠?”
“물론이다.”
“원탁은 이런 아버지의 행동을 결 코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어떠냐.”
나이트 위긴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가 원탁에 들어간 것은 그게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번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어 느새 나는 옳은 길을 따라 원탁의 지시를 듣는게 아니라 원탁의 지시가 옳다고 믿고 있더구나.”
나이트 위긴스의 목소리는 너무도 무거웠다.
“하지만……
“물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원 탁은 내가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하나 말이다.”
“ 예.”
“원탁의 구성원을 구하기 위한 내 행동마저 비난하고 징계하려 든다 면, 거기에는 내가 원하는 정의가 없다. 그렇다면 원탁이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탁을 버릴 것이다.”
엘레나의 눈이 흔들렸다.
‘아버지.’
예전 그녀의 아버지는 이랬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라면 물 불을가리지 않았다. 하지만원탁에 들어가 나이트라는 지고한 지위를 얻은 후부터는 목적보다 과정을 우 선하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그때의 아버지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이 이상했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 현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엘레나가 미소를 짓고 말았다.
“저녁 드셨어요?”
“간만에 딸과 오붓하게 저녁을 먹
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나중 에 먹도록 하지. 지금은 그런 것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니까. 그보다……
나이트 위긴스가 몸을 일으켰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겠지.”
“아버지?”
“강진호에게로 안내해라. 내가 직 접 그를 만나보겠다.”
이명환은가만히 눈을 감았다. 세상은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과학으로 측정할 수 없는 기운들이가득 차 있었다.
무학이란 그 기운들을 느끼는 것 에서 시작한다.
드러난 세상의 무학은 육체를 단 련하지만, 그들의 세상은 기운을 단 련한다. 세상에 흐르는 기운을 자신의 몸 안으로 받아들여서 단전에 저 장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이명환에게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최근 그의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운을 육체로 받아들인다.
느리게 호흡을 하며 몸을 거의가사 상태까지 몰고 간다. 그런 후 에 천천히 외기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지금까지 익혀온 무학은 외 기를 단전으로 보내는 것에서 시작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처음으로 기운을 느낀 곳은 단전이다. 외 기를 피부로 받아들이고 육체를 통 해 단전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생략 되어 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것에 아무런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가 익히는 것은 지금까지 그가 익혀온 무학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천천히, 천천히……
마공을 익힌다는 것은 그 과정을 되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이명환은 성인이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심정으로 천천히 기운을 끌어당겼다.
육체 안으로 슬며시 밀고 들어온 외기가 단전으로 치닫기 전에 백회 로 밀어 올린다. 익숙지 않은 기의 움직임에 육체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명환은 마공이 왜 마공이라 불 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자연스 럽지 않은 행위다. 마치 사람이 뒤 로 걷는 것처럼 말이다. 몸은 앞으로 걷는 것을 자연스러워하는데, 뒤 로 걸으려 하면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다리를 뻗는 것까지 하나하나 생각을 하고 강제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 이명환이 딱 그 짝이었다. 육 체를 파고든 기운들이 자연스레 단 전으로 향하려 하는데, 그 기운들을 밀어 올려 백회로 보내는 것은 부자 연스러움의 극치였다.
몸이 반발한다. 그리고 그 반발은 고통이란 이름으로 나타났다.
“끅!”
몸이 파들파들 떨린다.
그동안 연습해 온 것이 있어서 강진호가 강제로 진기를도인했을 때처럼 과격한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참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명환은 이를 꽉 깨물고 그 고통을 참아냈다.
운공 중에 움직이는 것은 주화입 마로가는 급행열차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억지로, 억지로 밀어 올린 기운들 이 마침내 백회로 향했다.
‘여기!’
백회, 즉 정수리 부분에 모인 기 운들이 웅웅一 진동했다. 머리가 흔 들리자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머리에 모인 기운을 대맥을 통해 단전으로 보내려고 하지만, 원래가던 길이 아니어서인지 기운 들은 그의 인도를 격하게 거부했다.
“끄으으윽!”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하지만 이명환은 자신의 입술이 터져 나갔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하면 피부가 갈라지는 고통 따위는 고통 이란 말을 붙일가치도 없다.
그 순간,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했는지, 기운들이 천천히 백회로 나 있는 대 맥으로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되, 된……’
일순 그의 백회를가득 채우고 있던 외기가가공할 속도로 단전으로 내리꽂혔다.
육체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순간 정신이 멍해 진다.
진득한 쾌감, 그리고 해방감이었다.
일순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의 귓가에 낮은 목소 리가 들려왔다.
“정신 바짝 차려.”
그 목소리에 날아간 정신이 일순 제자리로 돌아왔다.
강진호.
강진호의 목소리다.
“한번으로 만족하지 마. 익숙해 져야 해. 천천히, 천천히.”
이명환은 강진호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기운을 움직였다. 마침내 마 공을 익혀낸 것이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