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21)
마존현세강림기-522화(520/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23화)
5장 자각하다 (3)
“지금 하찮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렇다면?”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었다.
음료를 들고 오던 엘레나가 분위 기의 변화를 감지하고 급하게 다가 와 어색한 말을 몇 마디 내놓았지만
한번 싸늘해진 분위기는 달아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에 노화가 치밀었다.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 군요.”
“솔직한 편이라.”
“솔직함은 때로는 해가 되기도 하지요.”
“그럴지도 모르지.”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어투는 조금도 달 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말을 하 고 싶지는 않군.”
“강진호씨와 조직에 대해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쪽 정보 원들에게 제가가지는 신뢰를 당신 에게 검증받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 까요.”
“아무래도 좋아.”
강진호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 었다.
“그쪽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나도 관심 없어. 본론만 간단히 말하지. 나는 그들을 풀어줄 권한이 없 어. 요구하고 싶다면 총회 쪽으로 하도록 하지.”
“강진호씨.”
엘레나가 뭔가를 말하려 하자 나 이트 위긴스가 엘레나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를 만류한 나이트 위긴스가 자세를 바로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강진호가 이채를 띄고 그런 나이 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혹여 저희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 강진호씨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강진호씨도 자신의 동료들이 억류되어 있었다면 저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겁니다.”
“흐음.”
강진호가 살짝 불편한 얼굴이 되 었다.
옆구리를 찔렀을 때, 발끈해서 소 리치는 인간은 상대하기가 어렵지 않다. 힘으로 밟아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옆구리를 찔렀을 때, 되레 자 신이 사과하는 타입은 상대하기가 껄끄러웠다.
게다가…….
‘동료라.’
꽤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서양인들은 합리성을 추구한다고
하던데 이런 올드한 말이 저들의 입 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꽤나 기이한 기분이었다.
“강진호씨가 말씀하시는 대로 총 회를 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일이 그렇게 진행될 경우 또 한번 강진호씨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동료들을 고초 에서 구하고 싶다는 저희의 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강진호가가만히 나이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이 노신사는 강진호의 시선을 피
하지 않았다. 그 두 눈에 어린 정광을 보는 순간 강진호는 미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꽤나 자주 보던 눈이로 군.’
그를 죽이겠다고 달려들던 정파 놈들 중에 저런 눈을 한 이들이 있 었다. 자신의 길을 향해 일로정진하는 이들만이가질 수 있는 그런 눈 이다.
‘싫지는 않았지.’
길이 달라 죽이기야 했지만 그런 놈들은 싫지 않았다.
“원하는게 뭐라고 했지?”
“슈발리에들의 방면입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음료를 입으로가져갔다. 아메리카 노를 쭉 들이킨 강진호가 음료를 테 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나이트 위긴 스를 응시했다.
“정확히 하지.”
“ 예.”
“내가 그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나이트 위긴스가 입술을 살짝 깨 물었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우선 제대로 된 상황 파악 없이
강진호씨에게 위해를가하려 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결국은 이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 어물쩍 넘기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강진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조금 더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 면 확실하게 끝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나이트 위긴스가 헛기침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엘레나가 나이트 위긴스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그녀가 보기에 지금 나이트 위긴스는 너무 위험한 줄타 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점잖게 엘레나의 팔을 떼 어 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하게 질 생각입니다.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을 드리지 못하는 것은 강진호씨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입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을 들어드릴 수는 없겠지 만,가능한 한도 내에서 강진호씨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든 수용할 용의가 있습니다. 슈발리에 들을 풀 어주십시오.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나이 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무슨 생각을 하는 건 지 알 수가 없군.’
강진호의 반응은 일반적인 이들의 반응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협상을 해본 나이트 위긴 스였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가 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반응은 지금까 지 그가 알던 어떤 이와도 맞아 떨 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그게 나이트 위긴스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 쪽에서 조건을 제시하라는 건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편한 방법이로군.”
“성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최대한 강진호씨에게 맞춰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부 분이 강진호씨의 구미에 맞지 않다 면 다시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 할 테니까요. 그것 역시 시간 낭비 죠.”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조건을 이쪽에서 정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 같군. 하지만 그 러려면 그쪽이 내게 뭘 해줄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겠는데?”
“가능한 건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금전, 명예, 인적도움. 그 무엇 이든 좋습니다. 원하는 것이라면 뭐 든 해드릴 수 있습니다. 원탁은 강진호 씨가 생각하는 이상의 힘을가 지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을 택하 시더라도 결코 부족하다 여기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쓸모가 없다는 거지.”
“……예?”
“그쪽 정보원들 말이야. 네가 말
한 그 어느 것도 내게는 쓸모없는 것들이거든.”
나이트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상대가 원하는게 뭔지도 알아내 지 못하는 정보원들을 두고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지. 그리 고 그런 정보원들을 전적으로 신뢰 한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야.”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이 굴욕으로 물들었다.
그가 어디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 보았겠는가?
“원하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 안에서는.”
나이트 위긴스가 낮게 한숨을 쉬 었다.
상대하기가 영 쉽지 않았다. 기본 적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화법이 신경을 살살 긁어 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쉽게 털어내 놓지 않았다.
교묘한 화법을 구사한다기보다는 말에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면 이런 자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주도 권이 저쪽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보니 영 쉽지가 않았다.
“그럼……
나이트 위긴스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강진호가 나이트 위긴스의 말을 끊었다.
“혹시 담배 피나?”
찰칵.
나이트 위긴스는 담배를 입에 물 고 불을 붙였다. 폐 속으로 담배 연 기가 들어가는 감각이 그의 신경을 일깨우고 있었다.
‘이거 오랜만이군.’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피우니 긴
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경직되었던 분위기도 조금은 밝아진 느낌이다.
‘노린 건가?’
노린 거라면 강진호에 대한 평가를 또 한번 수정해야 할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노련한 자로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래도 마찬가지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가는대로 움직이는데,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게 더 무섭다. 본능적으로 분위기를 읽는다는 말이니까.
“물어보고 싶은게 한가지 있는
데.”
“ 얼마든지요.”
나이트 위긴스의 대답에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당신이 그 원탁이라는 걸 대변하는 건가?”
급작스레 찔러 들어온 말에 나이 트 위긴스가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아닌 것 같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불안함.”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의아함이지. 원탁이라는 것이 조직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을 테니까. 조직은 조직을 상대해야 하는 법이지. 혹여 일 처리가 조금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원탁이 그들을 구하려 했다면 내가 아니라 총회에 연락을 했겠지.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찾아와 내게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 지?”
나이트 위긴스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빤한 일이지. 당신은 원탁에 소속되어 있지만원탁을 대 변하지는 못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원탁의의지와는 별 관계가 없을 거야. 그런 계획이겠지. 어떻게든 협상만 해가면 그 협상을 통해서 원 탁의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 아닌가?”
불가해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 그런 것을 파악했다고?
나이트 위긴스는 자신이 고정관념 에 빠졌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가 처음 본 강진호, 그리고 보고 받은 강진호는 그야말로야수나 다 름없었다.
문제는 사람은야수와 지적인 이 미지를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성향이라는 것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인간이 지능까지 갖췄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하겠는가?
“……거의 맞습니다.”
부정해봐야의미가 없다.
“하지만 당신을 기만했다고 생각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저는 그 저……
“별 상관없어.”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젓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 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면 그걸로 족한 거지. 나는 과정이 나 절차 같은 걸 그리 중요히 여기 지 않는 타입이라서.”
“그럼 원하는 것이 있으십니까?”
“없었지. 하지만 방금 생겼어. 딱 내가 원하는 것이 하나 있더군. 그 걸 얻을 수 있다면 슈발리엔지 뭔지 하는 것들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방 면해 주지.”
나이트 위긴스의 눈에 생기가 돌 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여기까지 그가 날아온 것의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드 리겠습니다.”
“그런 말은 쉽게 하는게 아니 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나이트 위 긴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 이었다. 마치 막다른 길에 몰린 사
냥감을 보는 짐승의 표정 같았으니 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럼 말하지. 그리고 지켜보자고. 당신이 과연 당신의 말을 지킬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깊게 담배 연기를 빨 아들인 강진호가 천천히 연기를 내 뿜으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이야. 나 이트 위긴스. 교환하지. 당신이 총회 에 남아준다면 슈발리에들을 모두 풀어주지. 어때 합리적이지 않은
가?”
나이트 위긴스의 눈이 크게 흔들 렸다.
그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며 강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