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23)
마존현세강림기-524화(522/2125)
마존현세강림기 21권 (25화)
5장 자각하다 (5)
“네?”
이현수는 눈을 꿈뻑거렸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바토르요?”
강진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아니, 그러니까……
이현수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바토르?
여기서 바토르가 왜 나온단 말인가.
“지금 말씀하시는 바토르가 제가 알고 있는 그 ‘바토르’가 맞습니까?”
워낙 황당해서 물어본 말이지만, 강진호는 이현수의 심정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네가 알고 있는 바토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아오.”
이현수는 이 순간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것이 무슨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원래 내가 침착하고 냉정한 이미 지였던 것 같은데……
김석일과 함께 있을 때, 그는 웬 만해서는 홍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척이나 경원시했다.
그리고 이현수도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강진호의 엮이면서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그동안 그를 무척 두려워하던 이
들이 어느 순간 그를 안쓰럽게 바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때때로 책상에 자양강장제가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다가 내가……
그가가지고 있던, 왠지 모르게 공포스러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강진호가 싹 끌어갔다. 이 망할 놈들은 영남회 사태를 겪고 나더니, 공 포 예방주사라도 한 대씩 맞은 듯 그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실제로 ‘예전에는 이현수 씨가 엄 청 무서웠는데, 강진호씨를 보고 났더니 좀 귀여운 면도 있는 것 같
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면전에서는 아니고, 화장실 에서 였지만.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다 이 양반 때문이다.
상사라는 측면에서 강진호와 김석 일은 비교하기도 힘들다.가진바 힘 과 사람들 다루는 능력에서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니까. 김석일에게는 기본적으로 반감을가지고 있던 이 현수도 강진호에게는 불만을가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건 좋다. 그건 정말 좋은데
‘왜 한번씩 이렇게 미친 짓을 하 냐고!’
왜 그런 걸 혼자 막 결정해 버린 단 말인가.
뭐?도전?
도전장 온다고 해서가지고 있는 지위고 뭐고 다 팽개치고 나가서 싸 울 거면 지위가 왜 필요한가.
아, 이 사람 외부인이지.
‘이래서 이 양반이 직위를 안 받는 건가?’
그동안 애들 보기 안 좋다고 강진호에게 이사 직함이라도 만들어주 자고 몇 번이고 건의했건만, 강진호
가 고사한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 었구나.
필요한 건 다 쪽쪽 빨아먹고 책 임은 안 지겠다니, 이 정치인 같은 인간이!
“눈빛이 왜 그래?”
“……아,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나갔네요.”
“음?”
강진호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저지른 건 어쩔 수 없겠
죠.
“예상외로 받아들이는게 빠르 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머리가 좀 식고 나니 이게 받고 싶지 않다고 거절할 수 있는도전이 아니란 걸 알겠거든요.”
도전을 받지 않는다고 해결이 될까?
천만에.
그 순간부터 바토르는 강진호를 노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강진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밖에 없다.
바토르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사
람이 많은 곳을 한시도 벗어나지 않 든가, 바토르에게 실질적으로 위협 이 될 수 있는 규모의 병력을 대동 하고 다녀야 한다.
그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 능한 문제다.
‘암살과는 다르지.’
암살은 암살자가 정면으로 표적을 상대할 수 없기에 벌어진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저 바토르는 정면으로 강진호를 맞상대해 깨버릴 작정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게 이현수를 짜증 나게 했다.
“언제입니까?”
“오늘.”
“네?”
“오늘이라고.”
이현수가 허탈한 얼굴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놈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이야.
중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그런 면 이 있다. 다른 나라라면 체면 때문 에라도 하지 못할 일을 태연하게 저 지른다. 힘이 곧 체면이고, 힘이 있는 쪽은 무엇을 해도 정당하다는 사
고방식인 것이다.
‘틀린 건 아니지.’
명분과 체면이라는 것은 때때로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손가락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결과를가져오기도 한다는 걸 이현수는 잘 알고 있 었다.
지금처럼 그들이 명분과 체면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제 외한다면 말이다.
“굳이 제게만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수 없는 일을 맞이하는데 있어서 소란을 피하고 싶다면, 강진호는 최적의 대상을 찾은 것이다. 방진훈이 되었든 그의 주변인들이 되었든 간에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없을 테니 까.
온전히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받 아들일 수 있는 이는 이현수밖에 없다.
이현수는 강진호와 딱히 친분을 나눈 사이도 아니고, 그의 카리스마
에 호도되어 무조건적인 믿음을가 지고 있는 이도 아니었다.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중요인 이라 할 수 있다.
“강진호씨.”
이현수가 낮게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은 조언입니다. 설사 강진호씨와 맞지 않는 부 분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듣고 나서 생각해 주십시오. 화를 내더라도 끝 나도 나서 내주십시오.”
“그러지.”
이현수가 눈을 빛냈다.
“시간과 장소를 저쪽에서 정했다 면, 이쪽에서 인원을 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 없 이 합공으로 잡아버릴 수 있습니다. 그게 현실적으로는가장 합당한 방 법입니다.”
“그리고 그게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더라도 혼자 갈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함정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생각을 저들이 못할 리가 없습니다. 장소와 시간을 말해주 었을 때, 이미 우리가 단체로 들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
다. 온전히 강진호씨를 믿고 대비를 안 하면 멍청한 일입니다.”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당사자끼리만 나가서 일기토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건 무척이나 로맨틱한 일이지만, 현실은 냉혹한 겁니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지시 만 내리신다면 인원을 뽑아 바토르를 잡겠습니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가만히 웃었다.
그 미소를 본 이현수는 결국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 들으실 거죠?”
강진호는 말로 해 뭐 하느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 역시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귀에 경 읽기지.’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방금 그가 한 것처럼 말이다.
“대체 뭘 믿으시는 겁니까?”
“믿는다기보다는 아는 거지.”
“……전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함정이라도 있으면 어쩌시려
구요?”
“당하는 놈이 멍청한 거겠지.”
“휴……
이현수는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도 알고 있다, 이건 논리의 영 역이 아니라는 것을.
무학에 평생을 바쳐 온 이들 사 이에는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교감이라는게 존재한다. 무인을 잡 기 위해서 폭약을 동원해 지하도를 무너뜨렸던 이현수는 평생 그 감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강진호씨.”
“말해.”
이기십시오.”
“이건 지금까지 강진호씨가 벌여 온 싸움과는 다릅니다. 강진호씨가 패배하는 순간에 홍왕계는 순식간에 한국을 집어삼킬 겁니다.”
“알고 있어.”
“구심점이 사라진 총회는 붕괴할 거고, 다른 곳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잃을 겁니다. 강진호씨가 이기 느냐, 지느냐에 너무 많은 것이 달 려 있습니다.”
강진호는가볍게 웃었다.
이현수는 특별한 일이라는 듯 말
하고 있지만, 언제 강진호가 그만한 부담을 짊어지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그가 싸울 때는 수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이번 생에도, 그리고 이전 생에도 말이다.
부담은 익숙하다.
“그리고 한 사람을데리고가십시 오.”
“어째서?”
“지면 시체를 수습해야 할 거고, 이겨도 부상올 입었다면 병원으로 옮겨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 까. 한 명데리고가는게 좋을 겁
니다.”
“그래?”
“ 예.”
“그럼 준비해.”
“……네?”
“준비하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수가 얼굴을 감쌌다.
‘아, 그냥 말하지 말걸.’
언제나 이 입이 문제였다, 입이.
“여깁니까?”
“음…..”
강진호가 고개를 내밀었다.
“모르겠는데?”
“그 장소가 어디라고 했습니까?”
“주소로 들었거든. 네비게이션 찍 고 왔으니 여기가 맞지 않을까?”
“……그렇겠지만.”
이현수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광 경에 한숨을 쉬었다.
‘여기는 그냥 풀숲인데……
국도를 타고 한참 들어왔건만, 보 이는 것은 풀과 산밖에 없었다. 강진호가 주소를 잘못 불러준게 아니 라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데…….
“전화해 볼까?”
“전화번호도 받으셨어요?”
“불러주던데?”
아니, 이 양반들…… 뭐 사업하 나?
생각해 보면 이게 현명한 거긴 하지만 지금이 뭔 조선 시대도 아니 고, ‘언제 어디까지 어디로 와라’라는 결투장이 왔으면 봉투 안에 명함 한 장 정도는 넣어주는게 예의겠 지. 괜히 뭔가 어긋날 확률도 줄이 고 말이다.
알긴 아는데…….
‘뭔가 비장함이 좀 줄어든단 말이야.’
로망이 없지 않은가! 로망이!
“……전화해 보시죠.”
로망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니 뭐.
강진호가 태연하게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그런 후, 조금 기다 리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 이름이 뭐였지?”
그게 중요합니까, 강진호씨?
지금 우리 여기 엄청 중요한 싸 움을 하러 온 것 아닙니까?
갑자기 긴장감 떨어지게 왜 이러 시냐구요! 진짜!
“그래, 장다징. 장다징이라고 했
지. 네가 말한 곳으로 왔는데, 아무도 없군. 조금 곤란한데 말이야. 함 정이면 빨리 덮쳐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씀 자꾸 하지 마시라구요. 사람 심장 떨리잖아요.
“음, 알았다.”
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태연한 목 소리로 말했다.
“길 따라 쭉 올라오래. 네비에 안 찍히는 곳이라 일부러 여기로 말해 줬다는데?”
“그러다 못 찾으면요?”
“전화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저쪽도 참 대책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해 뭣 하겠는가. 이현수는 신경질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부우우웅.
헤드라이트를 켜고 어두운 산길을 조심조심 타고 한참이나 올라갔다.
정말 제대로 된 길을 타고가는게 맞나 싶을 때, 우거진 풀들이 줄 어든다 싶더니 커다란 공터가 나타 났다.
‘여기?’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인위적인 흔적이가득한 곳이다.
마치 이런 일을 위해 만들어놓았다는 듯이 말이다.
강진호는 두말없이 문을 열고 내 렸다.
이현수도 시동을 끄고 강진호를 따라 내렸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꺼 지자 주변이 어둠으로 잠겨들었다.
“강진호씨, 아직 여기가 맞는지 확인을 해보지……
“맞아.”
“ 예?”
“저기 있군.”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싶은 순간에 갑자기 주변이 눈부실
듯 환하게 밝혀졌다.
“큭.”
순간적으로 눈을 파고든 빛에 고 개를 돌린 이현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뭐지?’
그의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 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