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25)
마존현세강림기-526화(524/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2화)
1장 격렬하다 (2)
바토르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 경을 일순 이해할 수 없었다.
뭔가.
이 광경은 대체 뭔가.
짙은, 너무도 짙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시 커먼 마기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강
진호는 그야말로 악마 같았다.
평생을 두려움이란 걸 모르고 살 아온 바토르가 몸을 떨 정도로 말이다.
바토르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다.
적을 앞에 두고 시선을 돌린다는 것은 내 목을 따달라는 신호와 다름 없지만, 지금의 바토르에게 빈틈 따 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발자국.
아래를 보자 그의 바로 앞에 선 명한 발자국이 보인다.
커다란 발자국.
다른 이들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커다란 발자국이다. 이곳에서 저만한 크기의 발자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바토르 자신밖 에 없었다.
그 사실이의미하는 것은 단 하 나다.
‘내가 물러섰다는 건가?’
바토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강진호의 모습도 충격적이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토르 자 신이 상대에게 놀라 뒤로 물러섰다
는 것이다.
그 홍왕을 상대하는 순간에도 단 한 발 뒤로 물러서 본 적이 없던 바토르다. 그런데 그 바토르가 지금 물러선 것이다.
“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열기가 뱃속부터 끓어올라 머리까지 태워 버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등골이 싸늘 해진다.
그의 귓가로 홍왕의 목소리가 들 려온다.
“방심하면 죽는다.”
그 말이 무슨의미인지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마인이라는 건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이 세상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이야기책 속에나 있는 것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일반인보다 포용 범위가 넓은 무 인들의 세계를 살아가는 바토르조차 극심한 이질감을 느껴야 할 만큼 강진호의 모습은 끔찍하고, 또 공포스
러웠다.
“후우우우.”
낮은, 하지만 조금 전보다는 확실 하게 거칠어진 숨소리가 들려온다.
거칠어졌다고?
저만한 마기를 끌어 올리는게 힘이 들어서?
그럴 리가…….
저 거친 숨소리는 아마 자신을 억제하는게 힘들어서 나오는 소리 겠지. 당장에라도 바토르를 향해 달 려들고 싶은 그 충동을 억지로 잡아 누르느라 무의식중에 홀러나오는 신 음 같은 거다.
바토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공포와 이질감이가시고 나자 흥 분이라는 감정이 그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대.
홍왕에게조차 느껴보지 못한, 본 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한 상대.
그 상대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 멋지군.’
바토르는 황홀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의 몸을 뒤덮은 마기는 마치 진득한 타르 같았다. 그 농밀한 밀도에 헛바람이 절로 나 올 정도로 말이다.
그 농후하고 또 농후해 기체와 액체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마기가 불꽃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 흐흐.
웃음이 나온다.
주체하지 못할 웃음을 터뜨리며 바토르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 군.”
“이게 마공이군. 그래, 이게 마인 이야.”
바토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마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
처럼 전해 내려오는지 알겠군. 지금 세상에 남아 있는 저 더러운 찌꺼기 들을 보고서는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모습이군. 그래. 이러니 마공을 익힌 이들을 악마라 칭했던 거겠지. 나조차도 심장이 떨리는 모습이군.” 단순히 모습뿐이 아니다.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자부하는 그의 피부가 지금 바늘로 찔러 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진한 살기.
강하다 못해 반쯤은 유형화되어 버린 살기가 그의 몸을 직접 쑤셔 대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여야 저런 살기를 몸으로 내뿜을 수 있는 것일까?
바토르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았다.
기대 이상이다.
이만큼이나 끝내주는 무인을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사과하 고 싶을 만큼 말이다.
야구장에서 만났을 때도 보통이 아닐 거라 느끼기는 했지만…….
“잘도 숨기고 살았군.”
설마 그 모습 뒤에 이런 괴물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
다.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니다. ‘마 인’이라는 것이 이 정도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 홍왕조차 이 런 광경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더 기다려야 하나?”
쇠를 긁는 듯 거칠고 탁한 음성.
듣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는 탁성이 바토르를 자극했다.
“더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바토르가 입을 한껏 벌리며 웃었다.
너무도 먹음직한 음식을 눈앞에 둔 것 같은 반응, 침이 고이고 배가 요동친다는 반응이었다.
“나 역시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 거든.”
저자는 어떤 맛을 낼까?
극상의 맛이라는 것은 알 수 있 지만, 단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 식을 눈앞에 둔 것처럼 바토르의가 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국의 용사여.”
바토르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저 주먹을 쥐었을 뿐인데 거대한 중 장비가 움직이는 듯한 무거운 소리
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그대를 만난 것에 감사한다.”
그 말을 끝으로 바토르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앙!
갑자기 터져 나온 거대한 폭음!
그와 동시에 바토르의 육체가 달 려들던 속도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거대한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튕겨 나간 바토르의 육체가 녹이 슨 철장을 무너뜨리고, 그들을 비추는 조명까지 모조리 박살 내며 공터 끝 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바, 바토르 님!”
저 멀리서 지켜보던 장다징의 입 에서 고함이 터졌다.
일격.
단 일격이었다.
그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일격으로 강진호가 바토르를 처 날 려 버린 것이다.
“후우우우.”
강진호의 입에서, 아니, 입이라 짐작되는 곳에서 낮은 숨소리가 새 어 나왔다. 한겨울을 나는 늑대가 입김을 뿜어내듯이 강진호가 숨을 쉴 때마다 검은 마기가 입김처럼 홀
러나왔다가 다시 빨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저 괴물 같은 놈.’
장다징이 질렸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보았다.
대체 저 괴물은 어디까지를 감추 고 있는 건가.
장다징에게 있어서 강진호란 불가 해(不可解)의 존재였다. 정보를 파 고 또 파고, 조사하고 또 조사했음 에도 숨겨진 부분이 자꾸 튀어나온다.
저자의 힘이 저 정도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바토르를 일격에 날려 버리다니.
이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크흐……
그 순간, 바토르가 날려진 수풀 속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흘러나 왔다.
“크하하하하하핫!”
산을 통째로 뒤흔들어 버릴것 같은 거대한 웃음.
그 덩치와, 그 ‘격’에 걸맞은 웃음 소리였다.
산이 진동한다.
낮게, 결코 빠르지 않게.
장다징도, 이현수도 이 진동이 무 엇을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공 이 잔뜩 실린 바토르의 걸음.
‘진각(震脚)’이라 불러야 마땅할 그 걸음이 내디뎌지는 순간, 지면이 그 충격을 참지 못하고 고통에 겨워 떠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핫! 이 빌어먹을 놈!”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토르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손목부터 팔뚝까지 길게 선 명한 붉은 줄이가 있었다.
바토르가 붉은 선이 생겨 버린 우수를 흔들었다.
“잘릴 뻔했다. 정말 잘릴 뻔했다 고! 너,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이현수는 아연한 얼굴로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장난이 아닌 건 그쪽이라고.’
그 강진호다.
바토르에게 검을 휘두른 것은 그 강진호란 말이다. 저것의 반도 안 될 힘으로 휘둘렀을 강진호의 일검, 일검에 영남회의 무인들은 반 토막 이 났다.
그 누구도 강진호의 일검을 막지
못했다. 사람도, 검도, 사슬도, 방패도……. 그 어떤 것도 강진호의 검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런데 바토르는 그 강진호의 검을, 영남회와의 전쟁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힘으로 휘둘러진 강진호의 검을 그저 육체로 막아낸 것이다.
강철도 막아내지 못한 그 검을 피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으로 받아냈다는 것을 대체 어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건 사람의 싸움이 아니다.’
한국 최고의 무인들을 보며 살아
온 그의 상식조차도 이 싸움을 이해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일격에 이만큼이나 놀라야 한다면, 앞으로 대체 얼마나 더 경 악해야 승부가 난다는 말인가.
“후우우우우……
거친 강진호의 숨소리가 새어 나 왔다.
“꽤나 단단하군.”
“크흐흐, 그렇지.”
쿠웅! 쿠웅!
바토르가 자신의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결국 무라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란 곧 육체를 말한다. 강진호여, 나는 이 육체에 신을 받아들였다.”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육체는 이미 용광로처럼 뜨 겁게 달궈져 있었다.
한계까지 끌어 올린 마기가 육체를 순환한다. 백회로 쏟아진 마기가 그의 정신을 자극하고 있었다.
죽이라고.
저자를 죽이라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죽이고, 분쇄하고, 소멸시키라 그에게 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호는 굳이 그 말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신이 깃든 육체라……
저벅.
강진호가 천천히 바토르를 향해 걸어갔다.
“그걸가르는 맛은 각별하겠군.”
“큭큭큭,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바토르의 눈에도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그 역시 지독할 정도의 흥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호적수를 만났 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육체가 절
로 담금질을 한다. 더 강한 힘을 내 라고. 더욱더 강한 힘으로 저 시커 먼 것을 짓눌러 터뜨리라고 말이다.
“홍왕에게 감사해야겠군.”
자신을 이곳으로 보내주었으니 말이다.
세상에 강진호 같은 강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그는 홍왕에게 철저한 패배를 맛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강진호는 그저 강함의 잣 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지독한 살기.
끔찍한 적의.
세상의 어두운 것을 모조리 뭉쳐 놓은 것 같은, 이 격류 같은 악의 (惡意)의 소용돌이가 바토르를 더없 이 흥분시키고 있었다.
악(惡)이란 것이 형태를 띤다면 분명 저런 모습일 것이다.
빠드드드득.
바토르가 이를 갈아붙였다.
“찢어 죽여주마.”
“ 얼마든지.”
“크하하하하하하핫! 간다!”
바토르가 땅을 박찼다.
쿠우우웅!
스스로 신이 깃들었다 자부하는
육체는 그도약마저 남달랐다. 바토 르가 땅을 박차는 순간, 바닥이 마 치 망치로 내려친 찰흙처럼 움푹 꺼 진다.
그 어마어마한 힘을 바탕으로 바 토르가 쏘아진 탄환처럼 강진호에게 돌진했다.
그 육체에서 나왔다고는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가공할 속도.
지켜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질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힘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그를 상대하는 이 역시 일반적인 무인은 아니었다. 강진호는 그 압도적인 힘 앞에 겁을 먹기
는커녕 더없이 즐겁다는 듯 전신의 마기를 불태우며 바토르를 맞아 마 주 달려들었다.
“강진호오오오오오!”
한껏 뒤로 젖혀졌던 바토르의 주 먹이 강진호를 향해 날아든다. 강진호 역시 검게 물든 적루와 청루를 휘둘러 바토르를 갈라갔다.
세상을 뒤흔들 무인들이 이름 없는야산에서 서로의 목숨을 건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