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28)
마존현세강림기-529화(527/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5화)
1장 격렬하다 (5)
실감할 수밖에 없다.
바토르는 지금 이 순간 이들이 왜 마인이라 불리는지 깨달을 수 있 었다. 강진호는 지금까지 그가 상대해 온 어떤 적과도 달랐다.
강함?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자는 잔인하다.
그가 알고 있는 잔인함이라는 단 어와는 다른의미로 잔인했다.
그에게 있어서 잔인함이라는 말은 육체적인 괴롭힘을의미했다. 죽일 수 있는 상대를 쉽게 죽이지 않고 고통을 주어가며 괴롭힐 때, 그는 ‘잔인함’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그의 잔인함은 바토르처럼 저차원 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강진호와 고작 몇 수를 섞었을 뿐이지만, 이미 바토르의 정신은 갈 기갈기 찢겨진 뒤였다.
그는 구석에 몰아넣은 생쥐를 농 락하는 고양이처럼 바토르를 천천히 압박했다. 그가 어떤 것에 자부심을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걸 천 천히 무너뜨린다.
마치 사냥꾼이 멀리서 사냥감의 다리를 하나씩 저격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독하다.
너무도 지독하다.
그는 강진호를야수와 같은 자라 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진득한 살기와 폭급한 기세를 본
다면 그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강진호는야수라기보다는 사냥꾼 에가까웠다. 그것도 아주 노련한.
사냥감의 뒤를 격하게 쫓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빠져나갈 수 없는 절 벽으로 몰아간다. 사냥감이 자신이 절벽 끝에 내몰렸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한 발, 한 발 다가오기 시 작하는 것이다.
그의 손에 죽을 것인지, 아니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것인지를 강 요하듯이.
대체 언제 바토르가 이런 상황에 처해보았겠는가.
승리가 있었다.
패배가 있었다.
그의 삶에 수많은 승부가 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사냥당해 본 적은 없었다. 그보다 강한 자라 하더 라도 언제나 그는 동등한 입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자는 다르다.
바토르는 깨달았다.
그는 상대가 강하다는 것에 홍분 했지만, 강진호는 사냥감이 거대하 다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호
랑이를 잡으러가는 사냥꾼이 호랑 이의 거대한 발자국에 홍분하듯이. 대해에서 외줄낚시를 하는 이가 물 위로 드러난 상어의 커다란 지느러 미에 전신을 곤두세우듯이 말이다.
이건 본질의 차이였다.
그저 사냥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바토르를 참을 수 없게 만들 었다.
그렇다면 알려줘야 한다.
사냥감에게 당하는 사냥꾼도 있음을 말이다.
소총 한 자루를 쥐고 산으로 들 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도 위험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강진호오오오오오!”
바토르가 혼신의 힘을 담은 주먹을 내질렀다.
인간의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어 버린 그 주먹에 실린 힘은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뻗어진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간 풍압이 주변의 모든 것을 튕겨냈다. 마치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먼지구름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이, 이게 뭐야? 빌어먹을!”
이현수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강렬
한 바람에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저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이만한 바람을 일으킨다는게 상식 적으로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저 두 사람에게는 상식을 포기한 지 오래이지만, 그럼에도 놀라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는 그가 이토록 강한 압력을 겪어야 하는데, 저 주먹에게 노려지는 강진호는 얼 마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버텨내고 있다는 건가.
콰아아아앙!
고막을 터뜨려 버릴 것 같은 거
대한 폭음이 터진다. 이현수는 이를 악물었다.
‘ 괜찮을까?’
인적이 드문야산이다. 하지만 이 만한 폭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는데 과연 주변에 신고가 들어가지 않을까?
단순히 저들을 믿을게 아니라 좀 더 확실하게 대비를 하고 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전화를 걸어 주변을 통제시켜야겠지만, 이 현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는 있지만, 눈을 뗄 수가 없
다.
그도 무인이다.
무학으로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도 무학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무인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 절대의 승부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연속적으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땅거죽이 마치 거대한 컵 안에 든 쉐이크처럼 솟구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먼지구름이 사방으로 비 산하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
가 뿌리째 뽑혀 나뒹굴었다.
‘빌어먹을, 안 보여!’
먼지가 너무 과하게 일어났다.
이만한 어둠쯤이야 얼마든지 꿰뚫 어 볼 수 있지만,가시거리를 조금도 확보해 주지 않는 먼지구름은 예 외였다. 희끗한 무언가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정 확하게 인지하는 건 무리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쿠우웅!
묵직한, 전신을 철추로 내리누르는 듯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먼지구 름이 사방으로 밀려났다.
순간, 덮쳐 오는 모래바람에 눈을 질끈 감은 이현수가 눈을 뜬다.
먼지구름이 밀려난 공터 한중간에 강진호와 바토르가 바짝 붙어 있었다.
십자로 교차된 강진호의 검이 바 토르의 정권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 자세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 보며 대치하는 중이었다.
‘누가 유리한 거야?’
그의 능력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둘의 겉모습뿐이니까.
강진호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옷들 사이로 속 살이 엿보인다.
군데군데 피부가 검게 죽어 있었다. 사람의 피부가 저렇게까지 검게 변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입가로 흘러내린 검붉은 피가 턱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 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표정만큼은 처음 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표정해 보이면서도 미묘한 비웃 음을 흘리는 그 얼굴은 형편없어진 몰골과는 다르게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바토르 역시 그리 좋은 꼴은 아니었다.
강진호가 검게 변한 반면, 바토르의 몸은 붉게 변해 있었다. 강철보 다 단단해 보이던 그의 육체는 이곳 저곳이 길게 갈라져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붉은 피가 날아오른 흙먼지와 뒤 섞여 전신을 물들인다.
그 광경을 보며 이현수는 두가 지 생각을 떠올렸다.
하나는 이 모습이 꽤나 처절해 보인다는 것.
경지에 오른 무인들의 싸움은 신
선들의 싸움처럼 허허롭게 이루어질 것이란 그의 생각은 완전히 무너졌다. 고수들의 싸움은 되레 하수들의 싸움보다 더 지독하고, 더 처절했다.
그리고…….
‘마치 전설 속의 한 장면 같군.’ 인간의 육체를 바탕으로 끝없이 단련을 한 용사가 검은 마기를 줄줄 이 뿜어내는 악마를 쓰러뜨리려 하는 것 같았다.
저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누군가 에게 보여준다면, 다들 같은 말을 할 것이다. 그가 악마를 응원하는 입장이라는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순간, 바토르가 폐가 터져 나 갈 것 같은 기합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폭음보다 거 대한 함성, 그야말로 짐승의 울부짖 음이었다.
살짝 뒤로 몸을 당긴 바토르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힘을 모아 강진호를 밀어붙였다. 아니, 민 다기보다는 튕겨내는 것에가까웠다.
전신의 힘을 모아 단번에 육체를 튕겨내자, 제아무리 강진호라 하더 라도 버틸 수 없었다.
“큭!”
강진호의 몸이 총알처럼 뒤로 쏘 아진다.
바토르는 승부를 낼 결심을 했는 지, 짐승처럼 달렸다. 바닥을 기듯 이, 손과 발로 바닥을 박찬 바토르가 긴 잔상을 남기며 튕겨 나가는 강진호를 향해 울부짖었다.
“마지막이다!”
그의 몸이은은한 푸른빛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
몽골의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푸른 늑대처럼 바토르는 손과 발로 바닥을 박차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강진호.
튕겨 나가는 그 와중에도 결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던 강진호가 달 려드는 바토르를 보며 입꼬리를 말 아 올렸다.
강하다.
더없이 강하다.
이자의 육체가 주는 순수한 파괴 력은 강진호조차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이어지는 전투와 전투로 전신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강진호는 더없 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섬뜩하게.
그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도 지금 강진호의 얼굴을 본다면 고개를 돌 리고 말 것이다. 너무도 섬뜩하고 잔인해서 차마 마주 볼 수 없는 얼 굴이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야.”
적루와 청루가 부르르 떨렸다.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폭급한 내 공을 이기지 못하고 두 검이 비명을 질러 댔다.
조금은 어둡게 울려 퍼지는 검명 (劍鳴)!
강진호가 바닥에 내려서서 두 다
리를 단단히 바닥에 고정하고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와 동시의 불길한 마기가 용솟 음치기 시작했다.
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심장을 조 여오는 것 같은, 더없이 음울한 검은 마기가 강진호의 전신을 휘감아 돌았다. 마치 검은 불꽃에 타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장엄한 푸른빛을 내뿜는 바토르가 검은 불꽃을 내뿜는 강진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 ”
주먹.
바토르의 육체에서 뿜어지던 푸른 기운이 바토르의 오른 주먹으로 뭉 쳐 들었다.
알 수 있다.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저 주먹은 산을 부수고, 하늘을가를 것이다. 인간의 나약해 빠진 육체 따위로는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말 그대로 절망이고, 파괴, 그 자체였다.
대체 누가 저 앞에 설 수 있단 말인가.
피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감
히 저 힘 앞에 설 수 없을 것이다. 목숨은 두 개가 아니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진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 역시 양손에 들린 검으로 모아 졌다.
타오르는 검.
타르처럼 진득한 마기가 불꽃처럼 검 위에서 불타올랐다.
검을 한번 휘둘러 불꽃을 사방으로 흩뿌린 강진호가 살기가 번들 거리는 얼굴로 검을 꽉 움켜잡았다.
“강진호오오오오오!”
바토르가 모든 힘을 끌어모은 일 격을 내질렀다. 걸어서 돌아갈 힘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푸른빛이 뿜어진다.
강진호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은 푸르게 변해 버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너무도 강대한 힘이 그의 인식조차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푸우웃!
코와 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직 저 주먹이 그에게 닿지 않 았음에도 무시무시한 압력이 그의 육체를 조여오고 있었다. 거대한 강
철이라도 이곳에서는 찌그러지고 우 그러져 결국은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육체가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강진호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 이거다.
바로 이거다.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
단 한번의 실수로 생과 사가 갈 리는 백척간두의 승부.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쾌감 이 그의 육체를 타고 돌았다.
수도 없이 겪은 숭부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강진호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긴 꿈을 꾸는 것 같은 비현실감 속에서 그를 다잡아주던 것이 바로 이 긴장감, 그리고 이 고통이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지독한 고통 속 에서 강진호는 이 세계로 돌아온 이 후가장 강렬하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전투의 소 용돌이에 자신을 밀어 넣으며 양손 에 들린 검을 힘차게 움켜잡는다.
그러고는 전신의 내공을 모조리 밀어 넣으며 날아드는 푸른빛을 향
해 휘둘렀다.
힘과 힘의 격돌.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두 투 사의 검과 주먹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