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3)
마존현세강림기-53화(53/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3화)
1장 一 졸업하다 (3)
수능이 끝난 고3은 할일이 없었다.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부는 이런저런 자격증을 미리부터 따려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12년 만에 얻은 자유를 마음껏 누 렸다.
원래라면 강진호도 그랬어야 할 것
이다.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정인규는 재수를 시작했고, 박유민은 대회 준비로 바빴다.
태호와 민재는 방학을 맞아 여행을가버렸다. 덕분에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는 강진호는 방치되어 버렸다.
덕분에 강진호는 성심 보육원에 눌 러 앉았다.
“앉아.”
“떠들면 안 돼.”
“ 네.”
항상 보육원의 힘든 일을도맡아 하 던 박유민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 아지면서 일손이 부족해진 것이다. 아무리 재경 그룹에서 지원해 주며 일손이 풍족해졌다고는 하나 아이들 이 많은 보육원은 언제나 할일이 많았다. 특히나 힘 쓸 일이 많다 보니 강진호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넘쳐 났다.
“ 진호야.”
“예, 원장님.”
“이번에 좋으신 분들이 쌀을 보내오 셨는데, 택배 기사님이 쌀을 현관에 다 내려놓았구나. 워낙 많아서 옮기
기가 힘든데, 좀도와주지 않으련?” “제가 하겠습니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음…”
강진호는 현관에 쌓여 있는 쌀 포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마트에가서 쌀을 샀으면 20kg 단 위로 포장되어 있는 쌀이 있을 터인데, 자기가 농사를 지어 쌀을 보내 왔는지 쌀 포대가 무척이나 크고 아 름다웠다.
“가마니로 보내셨구나.”
“ 예.”
이걸가마니라고 했던가?
강진호는 몇 겹으로 쌓여 있는 쌀가 마니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투박하다.
하지만 정이 느껴졌다.
이 정도 쌀이면가격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이름도 밝히지 않고 보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들을 돕는 이들이 있 기에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었다.
‘과거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지.’ 자신들도 힘들지만 더 힘든 이들을 찾는 이들.
생각해 보면 오히려 과거에 그런 이 들이 더 많았다.
“옮길 수 있겠니? 내가 사람을 불러 올 테니, 같이 들자꾸나. 한 세, 네 명이 붙으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아니, 이 무거운 걸?”
“어디로 옮기면 되나요?”
“저 안쪽으로……
강진호는 쌀가마니를 둘러 어깨에 짊어졌다.
한 모퉁이를 잡고 들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쌀 포대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어, 어머! 얘 그걸 혼자!”
원장 선생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전문적인 일꾼이 아닌 이상 드는 것도 힘들텐데, 저리 거뜬히 들어 올 근1 다니.
강진호는 허리를 굽혀 다른 쌀가마니 하나를 어깨에 더 올렸다.
“안 무겁니?”
강진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옮기면 됩니까?”
“이, 이쪽으로.”
강진호는 쌀을 안쪽 창고에 모조리 옮겼다.
장정 둘이 달려들어도 들기 어려울 것 같은 쌀가마니를 양어깨에 하나 씩 올리고도 힘든 기색이 전혀 없는 강진호를 보고 원장은 어안이 벙벙 해졌다.
“너, 진짜 힘이 세구나.”
“보통입니다.”
“이래서 집안에는 남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끼리 그걸 옮기려고 했으면 한참걸렸을텐데……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별말씀을요.”
“다른 애들은 방학이라고 놀러가기 바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일을도와주다니.”
강진호는 솔직하게 갈 곳이 없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자신의 서 글픔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
“집에서 쉬어도 될 것을.”
강진호는 집에 사람이 없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어머니는 일하던 사람이 놀면 병이 난다며 하던 일을 그만두지 않으셨
고, 아버지는가게 때문에 바쁘셨다. 하나뿐인 동생을 최근데뷔를 앞두 고 있어서인지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고, 덕분에 넓어진 집에 강진호 혼자 있는 일이 생겨 버렸다.
그리고 강진호는 그런 상황을 굉장 히 싫어했다.
넓어진 마루와 방은 다른 이들에게는 시원한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강진호에게는 과거 황량하던 마교의 집무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온갖 호화로운 것들이 장식되어 있 고 드넓고 쾌적하지만, 결코 편안해
질 수 없던 곳.
강진호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아마 그래서 텅 빈 집에서도망치듯 빠져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더 할 일은 없습니까?”
“부탁해도 될까?”
“ 예.”
“사실은 저 창고 안에 정리할 짐이 있는데, 너무 무거워서 그동안 손을 못 대고 있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유민이가 몸이 불편하잖니.”
“어디죠?”
“고맙다, 진호야. 이쪽으로 오렴.”
“예.”
강진호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먼지의 맛이 느껴졌다.
“이런게 있었네요.”
창고 안에는 낡아버린가구들과 여 러가전제품들, 그리고 정성스레 싼 듯한 짐들이 보였다.
“이 건물로 넘어오면서 쓰지 않게 된 것들이란다.”
“예.”
“고맙게도가전제품들도 새로 모두 갈아주셨지. 애들도 좋아하고, 다 좋 지만……
원장님은 말끝을 흐렸다.
“좋지만?”
강진호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 원장 님이 말을 이었다.
“낡고 쓸 만한 것들이 아니지. 그래도 이 짐들은 우리가 그토록 고생하 며 살던 시절들의 추억이 담겨 있단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 면서도 그동안 버리지 못했단다.”
“그럼 놔둬야 하지 않을까요?” 원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때로는 정리해야 하는 것들 이 있단다. 중요한 건 이곳에서 어 떻게 애들과 함께 살아가는가이지 과거의 기억들이 아니니까. 미련은
남아도 언제까지 안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니?”
“……예.”
왠지 강진호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말은 마치 강진호에게 이제는 지난 기억들을 잊으라 말하는 것만 같았다.
“밖으로 내놓으면 되나요?”
“그럼 진호가도와주겠니. 우선 강진호는 원장의 말대로 짐들을 정 리했다.
묵은 짐을 밖으로 내놓고, 쓸 수 있
는 것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해 한쪽으로 모았다.
그리고 남은가전제품들은…….
“팔 수 있을까?”
“고철 값은 받을 수 있겠죠.”
“그렇지?”
고철 값 정도야 받을 수 있겠지만, 중고가전제품으로서의 상품가치는 없었다. 제품들 하나하나가 너무 오 래되어 아직 이런 것들이 잘도 쓰이 고 있었구나 신기할 정도였다. 고철 이 아니라 골동품으로 팔면 되레 돈 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예.”
“ 진호야.”
“말씀하세요.”
“내가 정말 미안한데, 어려운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되겠니? 이건 정말 힘든 부탁인데, 진호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말씀하세요.”
“저기 모퉁이를 돌아서 뒤로가면 빨간 대문집이 보인단다.”
“ 예.”
“거기에 보면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셔. 그 할머니가 새벽마다 고물이 며 폐지를 주워서 먹고 사시는데, 그 할머니께 이걸가져다 드리면 돈
이 되지 않을까?”
“그럴 바에 이걸가져다 팔고 그 돈을 드리는게 어떨까요?” 원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돈은 받지 않으신단다.”
“그래요?”
“상처가 많으신 분이라……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그런데 짐이 워낙 많아서…… 아, 맞다. 건물 뒤에 손수레가 있을 거야. 거기 실어가면 조금 편할 거다.”
“알겠습니다.”
강진호는 보육원 뒤에 있는 손수레를가져와 냉장고며 TV 등을 싣기 시작했다.
그때, 강진호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야!”
“응?”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 한세연이 서 있었다.
“웬일이야?”
“넌 휴대폰 왜 들고 다녀?”
“그야……
휴대폰을 꺼내 보자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와 있었다.
“왜 들고 다녀?”
“전화하려고.”
“받지는 않고?”
“몰랐다.”
애들이 놀랄까 봐 무음으로 바꿔놨는데, 다시 벨로 돌리는 걸 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결국 연락이 되지 않은 건데, 신기하게도 이곳까지 찾아온 한세 연이었다.
대체 여기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왔니?”
원장님이 반갑게 한세연을 맞았다.
“원장 선생님, 오랜만에 봬요!”
“오랜만은. 지난주에도 왔다 갔으면 서.”
원장님과 한세연은 살갑게 말을 주 고받았다. 강진호는 따라 하기 힘든 한세연의가공할 친화력이었다.
“이렇게 빨리 왔어? 전화 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근처에 있었어요.”
“그래, 오느라 고생했다.”
“그런데 지금 뭐하는 거예요?” 원장님께 대충 상황 설명을 들은 한 세연은 강진호를 보며 웃음을 터뜨 렸다.
“야, 그래서 그걸 그렇게 다 싣고 있냐?”
“그래.”
“바보 아냐? 요즘은 부르면 다 와서 실어가.”
“ 알아.”
“응?”
“가져다 드려야 하니까.”
강진호는 말없이 짐을 손수레에 올 렸다.
그 광경을가만히 지켜보던 한세연 이 손수레를 끄는 강진호를 따라나 섰다.
“원장 선생님, 그럼 저 따라갔다 올
게요.”
“그러렴.”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왜?”
“원장 선생님이 어느 집으로가라고 했지?”
“빨간 대문.”
“그 빨간 대문 집이 어디에 있을까?”
강진호는 입을 다물었다.
“돌아다니면 보이겠지.”
“오다 보니 이 근처에 빨간 대문 집 이 엄청 많던데, 일일이 다 들어가 서 물어보게? ‘여기가 혹시 우리 원
장님이가라고 한 집입니까’ 하면 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원장 선생님이 직접가셔야겠네 할 일도 엄청 많으실텐데, 시간만 허비하고 어쩌나?”
“가자.”
“부탁하시지?”
“가……십시다.”
“봐준다. 따라와.”
강진호는 한숨을 쉬며 앞장서 걸어가는 한세연의 뒤를 따랐다.
끼익끼익.
수레바퀴가 마찰되며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레가 낡은 건지, 아니면 짐이 무거운 건지 몰라도 실린 짐을 수레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강진호는 수레를 끈 채로 오르막에 접어들었다.
보육원을 새로 지으면서 언덕 아래 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원장님의의 견을 따라 이 동네에서 떠나지는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하고 싶었지만, 아이 들의 학교 문제도 있고 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안 무거워?”
“ 별로.”
“매번 느끼는 건데, 너 힘 진짜 세다. 학교에서 네가 힘 제일 세지?” “ 아마?”
“대단하다. 근데 그것도 뭐, 자랑은 아니잖아? 힘센 애들은 무식하다던데.”
“너 이번에 수능 몇 점 나왔냐?”
“……죄송합니다.”
깔끔하게 한세연의도발을 물리친 강진호가 묵묵히 수레를 끌었다. 한세연은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구석 에 있는 빨간 대문을 발견해 강진호를 불렀다.
“여기!”
“윽..”
.
강진호는 대문 앞에 수레를 세우고는 열려 있는 대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흐음……
“계세요?”
한세연이 사람을 찾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안 계신가 본데?”
“내려놓고가자.”
“그래야겠지?” 그때였다.
“누구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얼굴에 주름이가득한 할머니가 방문을 열 고 밖으로 나왔다.
언뜻 보이는 방 안은 예전 건물을 옮기기 전, 성심 보육원처럼 추레하 기 이를데 없었다.
“아, 할머니.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