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30)
마존현세강림기-531화(529/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7화)
2장 결착 나다 (2)
패배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나 무인들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승자가가지는 권리가 확고한 만 큼 패자가 짊어져야 하는 대가도 확
고했다. 특히나 지금처럼 모든 것을 걸고 겨룬 승부에서 패자가 내밀어야 할 대가는 단 하나뿐이었다.
죽음.
오로지 죽음뿐이다.
바토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승리한 강진호는 그 검으로 바토 르의 목을 벨 자격이 있었다. 바토 르는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목을 뺄 뿐 이다.
패자는 그것으로 족했으니까. 아쉬움이 없는 패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
란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후련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해도 왜 더 강해지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 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아쉬움을 짓누르고 패배를 인 정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크기다. 바토르는 적어도 속이 좁지 않은 남 자였고, 지금 자신의 패배를 완전히 인정하고 있었다.
‘그저 조금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강진호가 그에게 전해준 화두.
완성이란 없다. 완성되었다고 생각한 것도 언제나 더 나아갈 여지가
있다.
그 말이 그에게 남겨준 것이 너 무도 컸다.
한번의 기회만 더 있다면 지금 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이다.
모든 패자가 같은 아쉬움을가진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바토르는 아 쉬움을 꾹 눌러 삼켰다. 적어도 죽는 그 순간이 꼴사납지는 않아야 한다. 그게 바토르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바토르는 아직 모르고 있
었다.
그가 상대한 이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강진호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 더라면 그는 결코 그런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걱.
육체에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바토르가 입을 쩌억 벌렸다.
“끄으으으……
참으려 했지만 통증이 너무도 끔 찍했다. 마치 불에 달군 인두를 피 부 안으로 찔러 넣은 것 같은 끔찍 한 통증이 그의 전신을 비틀어 버리 고 있었다.
‘뭐냐?’
바토르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허벅지로 강진호의 검이 파 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저 찌른 것이 아니다. 강진호의 검은 교묘한 각도로 파고들어 바토르의 피부와 살을 갈라내고 있었다.
“으?”
바토르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미묘한 미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생쥐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는, 고양이 와 같은 미소였다.
“뭐, 뭘 할 셈이냐?”
그제야 바토르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지금 강진호는 그를 그냥 죽일 생각이 없었다.가능한 한 모든 고 통을 주며 처참하게 죽일 생각인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턱이 떨리는 공포가 밀려왔다.
손을 섞었으니까.
싸웠으니까.
직접 몸으로 겪어보았기에 알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이자의 잔인함을.
세상 그 누구도 감히 바토르를 공포에 떨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만은 다르다. 아무리의연해지려고 해도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공포를 억제할 수 없었다.
이 남자의 안에 얼마나 큰 악의 (惡意)가 뒤틀려 있는지를 알기 때 문이었다.
턱이 떨려온다.
전신의 근육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바토르는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한 사람의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죽음을 맞는 것인지 에 달려 있다는 그의 철학이 필사적으로의연함을 외치고 있었다.
“알고 싶어?”
“……”
하지만 그의연함은 강진호의 한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승부였다!”
필사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신성한 승부의 결과다. 물론 너는 나를 잔인하게 죽일 자격이 있다. 하나…… 승부란 그러한 것. 승 자는 명예를가지고, 패자는 결연한 죽음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이다. 나의 마지막이 처절하지 않도록 하는 관용을 베풀어다오.”
비굴함 때문은 아니었다.
단순히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남자와 남자가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가르고 그 결과를 담담 히 맞이한다는 그의 미학에 어긋나 기 때문이었다.
패배한 자를 괴롭히다 죽인다는 것은 너무도 저열한 짓이고, 그런 저열한 자에게 패해 죽었다는 불명 예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강진호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네게는 그런 승부였던 모양이 군.”
바토르의 눈이 떨렸다.
“하지만 난 아니야.”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나는 그래서 너희 같은 놈들을 납득할 수가 없어. 한번씩은 좋게 보려 하는데도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걸리고 말지.”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격렬하기 까지 한 중오에 바토르는 어안이 벙 벙해졌다.
그는 승자다.
이 바토르의 전력을 받아내고서 승리한 명예로운 승자다. 그런데 왜 승자가 저런 얼굴을 보인다는 말인가. 마치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얼굴을.
“승부? 명예?”
강진호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개소리 지껄이지마.”
“……”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것들은 모든 것을 그딴 식으로 생각하지. 너야 그렇겠지. 너 혼자 싸우고 패배해서 죽으면 그걸로 끝이겠지. 하지만 난 아냐. 너는 너 따위처럼 단순하지 않으니까.”
강진호가 바토르의 허벅지에 박힌 검을 뽑아들었다.
“나의 죽음은 단순히 하나의 죽음
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의 세계가 붕괴하는 걸의미하지. 너는 그저 나를 죽이려고 했을 뿐이라 말하겠 지. 하지만 너는 수백 명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고가려 했던 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냐?”
강진호는 낮게가라앉은 눈으로 바토르를 노려보았다.
이해할 수 없겠지.
스스로의 무학에만 모든 것을 걸 고 사는 무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과거의 그도 이해할 수 없 었을 테니까.
지금 강진호의 목숨은 강진호의
것만이 아니다.
그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강진호가 죽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가족, 그의 친구들, 그리고 보육원의 아이들, 총회의 무인 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부재에 좌절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 고 강진호가 존재함으로써 얻을 수 있던 행복을 박탈당했을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 죄인지 저놈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한때는 무학에 모든 것을 바쳐
사는 이들을 멋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무학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의 삶 전부를 부딪쳐 투쟁한다.
그건 낭만이고,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학은 언제나 상대를 원한다. 스 스로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휘말리게 만들었을 때, 승부라는 것은 단순히 승부에서 끝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너는 네 죽음으로 모든 것을 책 임질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아냐.”
강진호의 눈이 스산해졌다.
“그러니 그 대가도 달라지겠지. 혼자만의 죽음으로 끝낼 수는 없잖 아? 안 그래?”
바토르가 패배했을 경우에 바토르는 죽음으로 깔끔히 그 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가 패했을 경우에는 죽음만으로는 그 여파를 책임질 수 없다.
이 불공정한게임의 대가가 양쪽 에 동일하다면, 그건 너무도 불공평 한 일이다.
그러니…….
최소한 강진호의 주변인들을 고통 스럽게 만들 뻔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공평하니까.
아버지를, 어머니를, 동생을…….
박유민을, 주영기를, 조규민을, 최 연하를…….
그 모든 이들을 불행으로 몰고 갈 뻔한 책임?
그 책임이 작을 리가 있는가.
바토르의 전신을 조각조각 내 죽 인다고 해도 이 분노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바토르가 질려 버린 얼굴을 한 채 움찔 뒤로 물러났다.
강진호가 하는 말이 무슨의미인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지금 그에게 보내고 있는, 마 치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적의 만큼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되레 그의 목숨이 위협받던 때보 다 더한 적의가 그에게 밀려오고 있 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것 인가?’
그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생 기기 전까지는 절대로 말이다.
강진호가 공포와 몰이해로 제멋대 로 일그러져 있는 바토르의 얼굴을
보며가볍게 웃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몸으로 느 끼면 될 일이다.
감정의 방향은 다르더라도 그 위 중함만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몇 번이고 다시 말하는 것 같은데……
“고통스럽게 죽여서 미안하다고 말이야.”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반드시 고통
스럽게 죽여 버리겠다는 뜻인데 말이다.
“기대해도 좋아.”
강진호가 적루를 들어 올렸다.
더할 수 없는 강자.
강건한 육체만큼이나 강건한 정 신.
이 남자를 죽음의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 랐다.
다른 이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보다 더한 자도 몇이고 겪어보았다. 그리고 그들 이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비는 꼴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 강진호에게 덤벼든 것이 바 토르의 실수였다.
“나는 말이야……
강진호가 더없이 비릿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게 덤빈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하지.”
“네가 원하는 깔끔하고 명예로운 승부 같은 건 여기에 없어. 그걸 지 금부터 알게 될 거야.”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진호를 보며 바토르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갔다.
“우우욱.”
이현수는 토악질을 했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한때 영남회의 공포로 군림 한 자다. 그만큼이나 더러운 일도 많이 겪어보았다. 그중에는 고문과 같은,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영 역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저건 그가 알고 있는 고 문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저 인간은 대체 어디
서 뭘 하다 온 거야?’
담담하다.
무척이나 담담하다.
그럴 수밖에.
고문이라는 것은 애초에 목적을가지고 시행된다. 인간이 인간을 고 문할 때는 무언가 얻어낼 것이 있을 때뿐이다.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 동료의 존재, 그리고 숨겨진 계획 등……. 그러한 것들을 얻어내기 위 해서 자행되는 것이 고문이다.
하지만 저건 목적이 없다.
목적이 있다면 단 하나. 오로지 상대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는
증오뿐. 그 증오로 이루어지는 고문은 지켜보는 것조차 끔찍할 정도였다.
‘죽어도 저 사람과는 적이 되지 않겠어.’
이현수는 그제야 강진호와 적대하 고도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 이 얼마나 운 좋은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조금만 일이 어긋났다면 그 역시 바토르와 같은 꼴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그가 김석일을 무너뜨리 고 강진호에게 모든 것을 바치지 않 았다면, 그리고 목숨을 조금이라도
구걸하려 했다면…… 지금쯤 그는 바토르와 같은 꼴이 겪고 차디찬 시 체가 되어 썩어갔겠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바토르의 몰골은 처참했다.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다.
살점 하나하나에 대체 온전한 구 석이 어디인가를 찾아봐야 할 만큼 말이다.
“어…… 으으……
신과 같은 육체를가졌다고 자신 한 바토르이지만, 지금쯤 그는 아마 그 사실을 저주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도 강한 그의 육체는 보통 사람
이면 백 번은 더 죽었을만한 상처조 차 버텨내고 있었다.
그 끔찍한 생명력이 되레 바토르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저주할 만한 정신이 있다면 말이지만.
바토르의 몸에서 손을 뗀 강진호가 몸을 숙인 채 팔을 뻗어 바닥에 꽂아놓은 청루를 뽑아냈다. 그러고는 바토르의 목에가져다 댔다.
바토르의 목에 청루를 바짝 붙인 강진호가 바토르의 귀에 낮게 속삭 였다.
“자, 다시 지껄여 봐. 명예가 뭘
어쨌다고?”
강진호의 차가운 목소리에 바토르의 풀린 눈동자가 공포로 짓눌리기 시작했다.
“지껄여 봐. 다시 지껄여 보라고. 그 잘난 명예를 말이지.”
강진호가 악마와 같은 얼굴로 웃 기 시작했다.
낮게 떠오른 달마저 구름 뒤로 그 모습을 감췄다. 세상을 공포로 떨게 만든 적천마존의 모습 그대로 강진호가 바토르의 목에 청루를 꽂 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