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37)
마존현세강림기-538화(536/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14화)
3장 정리하다 (4)
‘왜 자꾸 이렇게 사고를 치냔 말 이야.’
이현수는 살짝 넋이 나가서 등을 기댔다.
나이트라니.
빌어먹을,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그리고 그 나이트가 왜 총회로 이적을 한단 말이냐고!
정확하게는 총회로 이적하는 것이 아니라 강진호의 휘하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그게 뭐가 달라. 강진호가 총회고, 총회가 강진혼데.
그래. 좋다, 이거다.
이적하는 것은 좋다.
뭐, 소속이라는게 사람 목에다가 개 줄을 채워놓은 것도 아니고, 자 기가 옮기고 싶으면 옮기는 거지.
그런데 그걸 왜 전 소속사와 상의를 안 하고 이쪽으로 마음대로 옮 겨오냐고.
저 양반은 자신의 지위에 대한 자각이 없나?
나이트다.
나이트란 말이다.
나이트라는 것은 그저 높은 직위 에 있는 사람을의미하지 않는다. 원탁의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나이트는 원 탁의 운용과 그간의 행적,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비리를 모두 알고 있는 로그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총회의 입장으로 보자면, 방진훈 이나 이현수가 일본이나 중국으로
전격 이적한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 었다. 그것도 그간의 일을 어떻게 함구할 것인가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이 말이다.
‘난리가 나지, 당연히 난리가 난 다고.’
안 그래도 심상치 않은 원탁과 총회의 관계가 지옥까지가버릴 것이다.
이건 이현수의 구상과는 완전히 어긋난다.
원교근공 (遠交近攻).
예로부터 내려오는가장 지당하고도 당연한 전략이다. 중국과 일본,
가까이 있는 두 국가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한국으로서는 어떻게든 원탁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미 슈발리에들이 쳐들어오면서 많은 것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지가 있었다. 강진호는 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현수는 슈발리에들에게 빼먹을 것을 적당히 빼먹은 다음에 그들을 조건으로 협 상을 할 용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건 문제가 전혀 다르다.
‘나이트라고, 빌어먹을 나이트!’ 일반 기업체에서도 임원급을 빼앗
아가면 서로 원수가 되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
그런데 일반 기업체도 아니고, 기 업체 이상으로 민감한 무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체 무슨 결과가 닥쳐올 것인가.
이현수의 머릿속에 패닉이 몰려왔다. 이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 아니, 잠시만요. 이거…… 이 거, 보, 보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생전 말을 더듬어본 적이 없던 이현수가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상황의 급박성을 따지면 바토르가 쳐들어온 사태만 하겠냐마는, 그 대 처와 나중에 벌어질 2차 충격까지 합치면…… 이건 바토르 사태를 뛰 어넘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 모든 뒤치다꺼리를 맡 아야 하는 이현수에게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일인가?”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현수는 얼굴을 감쌌다.
‘제에~발! 말을 하고 뭐든지 좀 하라구요!’
이게 뭐 그리 어려운 요구인가.
그가 허락을 받으라 했나, 결제를
맡으라 했나.
그냥 미리 언질만 한번씩 달라 고 하는데, 그게 뭐가 그리 어렵다 고 자꾸 사고를 치고 나서 일을 던 져 주느냔 말이다.
이현수는 지금 직장인의 비애를 미친 듯이 실감하고 있었다.
‘망할 상사 놈!’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생각 없는 상사’가 지금 그의 앞에 영문을 모 르겠다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다른 건 일단 접어두고라도 이 일이 성사되면 원탁과 우리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어집니다.”
“우리가 원탁과 관계가 있나?”
“지, 지금은 없죠. 하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관계가 최악으로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상관없지 않을까?”
“그쪽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고 해서 딱히 이쪽을 위해서 뭔가를 해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필요할 때 병력을 빌려줄 것 같지도 않고, 금 전적인 지원이야 있을 수도 있겠지 만, 딱히 돈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 같고.”
“물론 그렇지요. 물론 그렇지만!”
이현수가 식은땀을 홀리며 말했다.
“그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병력적 인 지원과 금전적인 지원을 우리가가지고 있다는게 중요한 겁니다. 굳이 실질적인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다만, 그럴 수 있다는가정 만으로도 주변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단 말입니다. 저쪽에서 이쪽을 치 려고 한다면 그 ‘혹시나’라는가정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습니다. 결 국 그가정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를 감안해서 병력을 구성해야 하죠. 그 구성되는 병력이 많을수록 억제
력이 늘어나는 법이죠.”
“일리가 있군.”
드디어 강진호가 알아들은 듯하자 이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순순히 말을 들으면 강진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혹시나 있을지도 모 르는 외부에서 오는 미묘한 수준의 병력’에 기대는 것보다는 나이트 위 긴스를 통한 전력의 증강을 노리는 쪽이 맞지 않을까? 실제로 내가가 지고 있지도 않은 힘에 기대서 억제 력을 발휘하다가 그쪽이 그것조차 누를 만한 힘을 갖추게 된다면 한
번에 쓸려 버릴 것 같은데?”
“……거기까지가지 않게 하는게 정치고, 운영이겠죠.”
“내 생각은 그래. 존재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는 위협을 겁내서 당장 눈앞의 이익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고 본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 나하나씩 해 나가는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들었거든.”
이현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대체 강진호씨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준 멍청한 작자가 누굽니까!”
“아버진데……
분위기가 싸해졌다.
방진훈은 ‘아니, 어떻게 강진호씨 아버지께 그런 말을?’이라는, 세 상 놀랐다는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 보았고, 강진호의 얼굴도 미묘했다.
“……아,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천하의 이현수조차 이 순간만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무룩해서 고개를 숙이는 강진호를 보니, 그가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자각이 마구마구 밀려왔다.
“오, 오햅니다. 이건, 에……”
“흐음, 알겠습니다.”
그 순간, 나이트 위긴스가 입을 열었다. 그의 옆에 한국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주는 엘레나가 있었다. 엘레나에게 모든 말을 전해 들은 나이트 위긴스가 부 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생각보다 무척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 친……
저 인간이 대체 뭘 들은 거지?
이현수가 막 인상을 찌푸리려는 찰나, 나이트 위긴스가 말을 이었다.
“……독재 정권이네요.”
아…….
제대로 들었구나.
아주 잘 들었어.
갑자기 나이트 위긴스에 대한 호 감도가 급상승하는 이현수였다.
삐. 삐. 삐. 삐. 삐.
장다징은 피곤함이 잔뜩 담긴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그널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침대 두 개를 이어 붙여 만든 거 대한 특수 침대 위에 한 사람이 누 워 있다.
바토르.
초원의 전사가 이곳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그의 거대한 근육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지만, 그 근육들에 붙어있는 이런저런의료 기구들이 그를 예전 보다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바토르 님……
이곳이 한국이란 한들 홍왕계의 손이 닿은 병원이 존재하지 않을 리 없다. 장다징은가장 신뢰할 수 있
는 병원으로 바토르를 이송했다.
강진호는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라 했지만, 바토르를 모 시는 장다징의 입장에서 그 말을 곧 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으니까.
검사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되레의료진을 경악하게 만 드는 초인적인 회복력으로 그나마 있던 상처들마저 급속도로 아물어 버렸다.
이제는 외상은 없다고 해도 좋을 수준이건만, 여전히 바토르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장다징이 눈두덩이를 주물렀다.
바토르의 육체는 확실히 경이롭다.
그 강인함, 그리고 인간을 초월한 회복력.
그 사실을 실감할 때마다 장다징은 다른 한가지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강진호.’
그는 너무도 두려운 자다.
이 강인한 바토르를 피 떡으로 만들어 버린 강진호의 모습을 떠올 리자 지금도 등골에서 식은땀이 배 어났다.
더없이 강하고, 또 더없이 잔인하
다.
‘대체 그를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홍왕계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강진호는 너무도 골치 아픈 존재였다. 턱 밑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비수라고 해야 할까? 당장에라도 손을 뻗어 막고는 싶은데, 그 비 수가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평소라면 그렇다 해도 손을 뻗겠 지만, 홍왕게의 두 손은 지금 다른 왕들이 날린 무기를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그저 지켜볼 수밖에.
언젠가는 턱 끝에 닿은 비수가 턱을 뚫고 머리로 파고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저 필사적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손을 쓰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모든 것을 다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장다징의 머릿속에는 한가지의혹이 더 일고 있었다.
손을 사용하면…….
창왕과 흑왕을 막기 위해서 뻗은 그 손들을 돌린다고 해서 과연 강진호를 막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은 일 이다.
홍왕계는 위대하다.
중국을 삼분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계파는 타국의 전력을가볍게 상회 했다. 그런 이들이 진심으로 달려드는데, 소국에 불과한 한국이 감히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바토르의 패배를 눈앞에서 지켜본 장다징의 머릿속에 불신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는 강하다.
강진호는 너무도 강하다.
그 강한 강진호를 정말 처리할
수 있는 걸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지금 강진호를 제거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신할 수는 없지 만,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언 젠가 홍왕계의 모든 것을 동원해도 강진호를 감당할 수 없는 때가 오고 말 것이다.
이건 이성이 아닌, 본능의 목소리 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이가 또 있는 모양이다.
“으..”
바토르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
왔다.
“바토르 님!”
장다징이 잡념에서 깨어나 바토르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평온하던 바토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이 살짝 떨린다 싶더니, 이내 굳게 감겨져 있던 두 눈이 서 서히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내가 살아 있었던가?”
바토르의 목에서 거칠게 쉬어버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예, 바토르 님! 살아 계십니다.”
“……자비롭군.”
그의 목소리가 살짝 허탈하게 울
렸다.
그리고 그 순간, 바토르가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상태가 말이 아니로군. 내가 어 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바토르 님께서는 정신을 잃고 쓰 러지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토르 님을 여기로 옮겼습니다.”
“살려준 건가?”
“예. 그 간악한 강진호 놈이……”
그 순간이었다.
바토르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끅……”
바토르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바토르 님?”
그 기이한 변화에 장다징이 바토 르에게 손을 뻗었다.
쿵!
그 순간, 바토르가 손으로 침대를 내려쳤다.
일격에 박살이 나버린 침대.
바토르의 몸이 바닥으로 굴러 떨 어 졌다.
“바, 바토르……”
“간악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장다징의 입을 틀어막았다.
“감히 그분께 그따위 말을 쓰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장다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뭔가…….
뭔가 잘못됐다.
뭔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