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39)
마존현세강림기-540화(538/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16화)
4장 응집하다 (1)
“……아니, 강진호씨.”
이현수의 목소리는 기어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강진호에게 직접 적으로 따져도 되는가’ 하는의문을 미처 풀어내지 못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이현수가 대단한 점이라 면, 그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
로도 항의를 멈추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뭔가 진행을 하신다면 저에게도 미리 말을 좀……
“그 부분은 미안하군.”
강진호 역시 이현수의 항의를 순 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어떤 점에서요?”
“결국 총회는 강해져야 하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를 강화시켜 나간다는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선의와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일도 과정이 잘못되어 망가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 나지 않는가.
“과정에 있어서 리스크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리 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 역시 사실 이겠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까.”
심정이야 어찌 되었든 이성적으로는 강진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 었다. 겨우 시간을 조금 벌었을 뿐 이다. 이 상황이 어떻게 홀러갈지는 그가 아니라 제갈공명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보장하 기 위해서는 총회의 성장이 필수적 이었다.
“다만, 저도 마음에 걸리는게 좀 있습니다.”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강해진다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 만 그 방향이 문제죠. 지금처럼 그 저 강해지면 좋다는 방식으로는 정 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 정체성?”
강진호의 반문에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공을 익힌다는 것만으로도 들 어오는 항의가 머리를 터뜨릴 정도 입니다. 특정 몇몇만 시험적으로 익 혀본다는 식으로 막아놓기는 했지 만, 이 문제도 언젠가는 크게 터질 겁니다.”
“음…..”
“거기에 서양 무학까지 익힌다고 하면 총회가 지켜온 전통의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에 학을 뗄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곳은 한국 무도 총회니까요. 국제 무도 총회가 아닙니다.”
강진호가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 았다.
“회주님 생각은 어떠세요?”
“……제 생각 말입니까?”
“예.”
강진호의 질문에 방진훈이 침음을 홀렸다.
“물론 뭐, 인정합니다. 이거저거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요. 영남 부장에게 말을 들어보니 지금 우리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더군요. 납득하고 이해는 하는데……
방진훈이 살짝 말을 흐렸다.
“다만, 저도 그런 느낌을 버릴 수
가 없습니다. 그저 강해지기 위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다 받아들이다 보 면 우리의 정체성이 사라지는게 아 닌가 하는 걱정을 말이죠.”
“정체성이라……
강진호가 방진훈을 보며 말했다.
“그 정체성이라는게 뭔지 모르겠 군요.”
“그…… 저도 딱히 말로 정의할 수는 없는 겁니다만, 그래도 지금까 지 우리는 나름 한국 내에서 만들어 진 무학들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자 부심을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저 강 한 무학만 익히면 된다는 생각이었
으면, 일본을가든 중국을가든, 둘 중 하나를 택했겠죠.”
“음…….”
“강진호씨의 입장에서 보시면 쓸데없는 자부심이라고 말씀하실지는 모르지만, 이왕이면 ‘한국의 무학으로’라는 마음이 아직 있는 건 사실 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전통을 보존 하기 위해서 강해질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무척이나 비합리적인 일이 지만, 사람은 때때로 그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법이었다.
특히나 무인들은 더욱 그런 면이
있었다.
화산의 무인들에게 역근경을 준다 고 해서 그들이 좋다고 역근경을 익 히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무학을 더욱 발전시켜서 다른 이들의 무학을 꺾는 것에 그의의를 둘 뿐이다. 더 강한 무학을 찾아 익혀 강해지는 것은 그들의 미 학이 아니었다.
“발전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리고 우리에게는 그 시간이가장 부 족하죠.”
방진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받아들이도록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저처럼 이해하려 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 상황이 총 회 분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강진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자신이 그 사실을가볍게 받아들이 지 않고 있다는 뜻을 표했다.
방진훈은 강진호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길을 간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회의 중추가 되는 다른 이들은 강진호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그나마 이중걸이 강진호의 무서움을 알고 있어서 그들을 억누르기는 하겠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었다. 예전의 이중걸이면 모르겠지만, 지 금의 이중걸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름없다. 아무리 영향력을 발휘하 려 한다 해도 예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터질 것은 터지게 되어 있다.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저 역시 그 부분이 걸리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야 합니다.”
“음……”
방진훈이 침음을 흘렸다.
“살아남아야 전통도 있는 것이죠. 이대로 간다면 한국의 무학은 말살 될 것입니다.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서도 변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자네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맞겠지. 나도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 네.”
방진훈의 반응에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방진훈이 대부분 강진호의의견에 따라주기 때문에 총회가 문제없이
굴러가는 면이 있었다. 한데 만약 방진훈이 강진호와 대립이라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체제는 일순 붕괴하 고 말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참 대단한 사람이 기는 하지.’
김석일 같은 자기주도적 리더와 함께해 온 이현수다 보니, 처음에는 방진훈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 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그의 태도가도무지 이해가가지 않았다. 그도 이중걸이라는 거물을 끊임 없이 견제하고 마침내는 그 자리를
빼앗은 사람이건만,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생각을 했는지의문이 들 정도로 대가 약한 사람이라고 느 껴 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방진훈의 진가는 오래 같이 있을 때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취해야 할 최적의 태도를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중걸과 대항할 때는 강한 지도력이 필요했기에 조금 더 강한 액 션을 취한 것이고, 지금은 자신이 주도해서 나가는 것보다는 조율자의 포지션이 급하다고 느끼기에 조율자
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강진호가 총회를 밀고 나가는 엔 진이고 이현수가 그 방향을 조율하는 핸들이라면, 방진훈은 윤활유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강진호가 강한 출력을 내고 이현수가 방향을 잘 잡는다고 하더라도 윤 활유가 없으면 여기저기가 고장 나 고 불탈 수밖에 없다.
그런의미에서 방진훈이 이러한 역할을 맡아주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은 이현수였다.
“그래도 안 된다 싶을 때는 미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때는 알아
서 해주십시오.”
“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는 이가벼운 말에 얼마나 많은의미가 들어 있는지를 생각하 며 몸을 떨었다.
‘처리할 방법이야 하나뿐이겠지.’
다른 사람에게는 여러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강진호의 방법이 라는 것은 지금까지 다 대동소이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결코 사용되 어서는 안 될 방법이었다.
이 일이 극단적으로 번지지 않게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고 이현수가 다
짐하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뱅상과 나이트 위긴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협의가 끝났습니다, 로드.”
“ 결과는?”
나이트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서양인 특유의 살짝 과장된 듯한 몸짓을 보는 순간, 강진호가 눈을 찌푸리고 말았다. 여기에서 발생할 변수가 또 있단 말인가.
강진호의의문 어린 눈을 본 나 이트 위긴스가 턱짓으로 뱅상과 마 티외를가리켰다.
“본인들에게 직접 듣는게 나으실
것 같습니다.”
“직접이라……
강진호가 바라보자 뱅상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엘레나를 통해의도가 정확히 전 달될지 모르겠군요. 여하튼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신변에 대한 보호를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엘레나의 통역을 들은 강진호가 이현수를 돌아봤다. 이현수 역시 영 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음……”
뱅상이 머뭇거리자 마티외가 나섰다.
“나이트 위긴스로부터 상황은 전 해 들었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의 상황으로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째서?”
“저희가 풀려나는 것은 원탁의 결 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진호가 이게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로 마티외와 눈을 마주쳤다. 마 티외 역시 조금은 겸연쩍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쪽의 사고방식으로는 조금 이 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미 포로로 잡힌 이들 입니다. 나이트 위긴스를 제물로 주 고 풀려난다고 해도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은 싸늘한 시선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그리 생각해 주지 않을 겁니다. 특 히나 저희의 명령권을가지고 있는 나이트 르보는 체면과 명분을 무척 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나이트 르보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이 었다.
“그분이 하필이면 그분의 숙적인 나이트 위긴스의 희생으로 자신의 부하들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시면…… 저희 역시 그리 좋은 꼴은 볼 수 없을 겁니다.”
“서양인들은 합리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람은 다 같지요. 다만, 얼마나 자신의 속내를 내보일 수 있는 곳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제외하고 결 과적으로 말하자면, 풀어준다는데도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럼 정확하게 원하는 것은?”
“저희가 하던 일은 계속하겠습니다. 아무리 나이트 위긴스가 있다 하더라도 이만한 인원에게 저희의 체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총회 역 시 사람이 더 필요할 겁니다.”
“음…..”
“밥값은 하겠습니다. 저희가 본국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동안 총회 에서 저희를 보호해 주시기를 요청 합니다. 대신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자유를 주십시오. 이동의 자유와 거 주의 자유를. 그리고…… 본국의 사 정이 풀리면 저희가 본국으로 돌아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강진호가가만히 마티외를 바라보 며 말했다. 그 시선을 받은 마티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강진호와 직 접 대화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큰 부 담이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해줘야 하는 이유는?”
“그저 시켜서가 아니라, 저희가 제대로 저희의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좋은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흠……”
강진호가가만히 이현수를 돌아보 았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호가 고민된다는 듯이 볼을 긁다가 물었다.
“그럼 월급은 얼마나 줘야 하는 거지?”
“……”
“……”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지자 강진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왜 이러냐는 듯이 물었다.
“여, 열정 페이도 돼?”
큰일 날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