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48)
마존현세강림기-549화(547/2125)
마존현세강림기 22권 (25화)
5장 평화롭다 (5)
강진호는 한진성을 신뢰했다.
인간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학원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설명해 줄 사람으로 한진성은 그 다지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 기에 강진호는 적당한 사람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그 효과는 굉장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 필요한 교 재가 바로 수급이 안 돼요.”
“어……”. 개인적?”
“네. 학교에서도 공부해야 하고 보육원에서도 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따로 자 기 공부를 한다는 건가?”
“ 네.”
“그럼 수업은?”
“수업에서는 배우는 건 이미 다 배운 것들뿐이에요. 그 시간에 내 공부 하는게 났죠.”
“수업은 들어야지.”
강진호의 단호한 말에 조미혜가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지금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강진호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걸 강진호가 알 리가 없다.
게다가 이 사람은 학원이고 인강 이고 없이 독학으로 재경대에 간 사람이다. 이 사람을 대체 어떻게 이 해시킬 수 있겠는가?
“여하튼 집에서 공부하려면 교재가 필요해요. 학원 교재도 좋지만 따로 부족한 부분은 더 공부하고 싶
거든요.”
“음. 알았다. 조치하지.”
“죄송해요, 오빠.”
“뭐가?”
“이것도 다 돈인 거 아는데. 저희가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해달라 고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됐어.”
강진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 그래두요.”
“너는 진성이하고 다르게 똑똑하니까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까 그만하자.”
“진성이 오빠도은근 똑똑해요.”
“그……래.”
강진호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게 아냐.”
“ 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좋은 거 지.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해지면 오 히려 모자란만 못한 법이다. 학교에 서 하는 것, 그리고 여기서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집에서까 지 또 공부를 한다는 건 너무 심해 보인다.”
“아……”
“무슨 일이든 효율이 중요한 법이야. 단순히 시간을 늘리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지. 적당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될 수 있으면 보육원 내에서는 쉬는게 나을 것 같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다 자는 시간까지 줄여서 공부하고 일한 거 잖아요.”
“꼭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그건 제가 아니라 오빠가 들어야 할 말 같은데요?”
“응?”
조미혜가 되레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오빠도 여기 한번 들려보고 싶 어 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바빠서 못 온 거잖아요.”
“저는 휴학한 대학생이 그렇게 바 쁘다는 거 처음 들어봤어요. 오빠야 말로 휴식이 좀 필요하신 거 아니에 요‘?”
강진호는 대답을 못했다.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한테 그런 말씀 하실 거면 오빠부터 좀 쉬세요. 요즘 얼굴도 어두워 보여요.”
“ 내가‘?”
“예.”
단호한 조미혜의 말에 강진호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렇게 보인다고?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하는 말로 들을 수 있겠지만, 조미혜는 똑 부 러지는 아이였다. 조금 전 미안해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오빠는 우리랑은 다르다는 거 알아요. 체력도 좋으시고 잘 조 절하시겠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과하게 바쁘신 것 같아요. 요
즘 보육원도 잘 못 들리시고.”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조금 쉬세요. 왜 그렇게 바쁘신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쉰 다고 해서 큰일 벌어지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쉬어야 한다라.”
“꼭이요.”
“음. 그래. 그렇게 하지.”
“꼭이에요.”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학원에서 나와 차에 오른 강진호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한 방 먹었네.’
조미혜의 말이 맞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후식이 필요하다 고 말하면서 강진호는 제대로 된 휴 식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잘난 듯이 말을 늘어놓은 것이 창피 할 뿐이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문지른다.
‘쉬어야지.’
이건 어쩌면 강진호의 잘못이 아
닐지도 몰랐다. 강진호는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법만을 배워왔으니 까. 스스로도 조금이라도 멈춰 있으 면 뒤처진다고은연중에 생각해 왔다.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식하 고 있었지만, 휴식이 중요한 사람들의 목록에서 자신은 빠져 있었던 것이다.
“후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검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본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
을 짓고 말았다.
저 하늘이 너무도 그리웠을 때, 그는 자는 시간마저 줄여야 했다. 그리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면서도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는도중 습격을 당할지도 몰랐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그 사이 상황이 나쁘게 흐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 검은 하늘은 그에게 안정의 상 징과 다름없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노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길을가 다가 공격 받을 일이 없는 세상. 그 리고 그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
는가족이 있는 곳.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검은 하늘 아래에 있음에도 강진호는 여전히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고 있었다. 조 미혜의 한마디가 그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급히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강진호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고는 있지 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가 여전히 급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요즘은 만 나는 사람들마다 그에게 주변을 돌 아보고 쉬라 말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강진호의 눈이 단호해졌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본인이 고집 이 세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에는 스스로의 고집을 꺾지 않고 몰아붙 였기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다른 이들의 말을 최대한 들어보 기로 하지 않았는가.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면 그들의 말을 따르는게 옳았다.
“후우우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호가 엑셀을 밟았다. 차가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일찍 왔네?”
강진호는 쇼파에 앉아 있는 백현 정과 강은영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은영이는 일찍 왔네.”
“……말도 마.”
“왜?”
“앨범 밀렸어.”
“응?”
강은영이 울상을 지었다.
“타이틀 곡으로 밀려던 노래가 있 었는데, 이번에 내부 심사에 걸렸어.
외국 곡이랑 비슷하데. 이대로 나가 면 표절 시비 붙는다고 그냥 깔끔하게 삭제하고 새 타이틀로 다시 녹음 해야 한데.”
“……좋은 거 아닌가?”
“좋은 거지. 나갔다가 박살나는 것보다야 백 배는 났지. 그런데 덕 분에 앨범 발매 일자가 쭈우욱 밀렸 습니다! 저는 그래서 완전 백수 됐 어요! 신곡 활동하려고 드라마 들어 온 것도 고사했는데 낙동강 오리알 됐습니다!”
“일단 그 손은 좀 내려놓고 말하 자.”
강은영이 양손에 잡은 과자 봉지를 번갈아 보더니 사슴 같은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안 돼?”
“……좀 참아야 하지 않겠니?”
“어차피 활동도 안 하는데 뭐. 나 중에 다시 빼면 되지.”
“그만해 이것아! 듣고 보니 그리 나쁜 일도 아니구만 뭘 그리 징징 대.”
백현정이 강은영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강은영은 등짝을 두들겨 맞 으면서도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그럼 한동안은 쉬겠네?”
“그렇지 뭐. 강제 휴가지. 연습을 하려고 해도 어차피 안무 팀이랑 맞 춰야 하는 건데. 신곡 나와야 안무도 짜니까. 이제 할게 없어.”
“어머니는요?”
“나? 나는 왜?”
“약속이나 계획 같은 거 없으세 요?”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이 무슨 계 획이 있어.”
“으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차피 이리 된 것 어디 놀 러라도가죠.”
“ 응‘?”
백현정과 강은영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놀러 간다고?”
“네.”
“어, 어딜?”
“그건 어머니가 정하시는 거죠. 여름 끝나기 전에 피서라도가요.”
“……세상에.”
백현정이 ‘저게 내 자식이 맞나?’ 라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피서라니. 피서.
강진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이야.
“은영아.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니?”
“잠깐만 엄마. 나 귀 좀 파고 올게.”
“너랑 내가 같은 말을 들은 거 보니, 제대로 들은 것 같기는 하다만.”
백현정이 불신가득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정말 피서가자는 거 맞지?”
“네.”
“……진짜?”
이쯤되자 강진호 역시 자신의 이 미지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가지 말까요?”
“아니지!가야지!가야지!가족 여행 한번가자고 했다가 5년째 ‘저 빼고가세요.’ 소리만 들어서 못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가야 지!”
백현정은 이 기회를 잃을 수 없다는 듯이 주먹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한 삼 일 정도도가능할까?”
“기간은 편한 대로 잡으세요. 제가 알아서 맞출게요.”
“어머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오빠 뭐 잘못 먹었어? 군대가 사람을 많이 바꾸는구나. 오빠 군대가기 전에 우리도 계곡 한번가자 고 했다가 굳이 계곡 까지가서 시 간 낭비 할 바에야 욕조에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게 효율적이라고 한 사람이 오빤데.”
강진호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었나.’
더 무서운 것은 그 말을 했던게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강진호는 자 신이 요 몇 년간에 얼마나 극심하게 변했는지를 실감했다.
그러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겠지.
“진짜로 갈게요.”
“알았어. 그럼 내가 너희 아버지 하고 상의해서 일정 한번 잡아볼게.”
눈에 띄게 좋아하는 백현정을 보 며 강진호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불효를 저지르고 있었는지 꺠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럼 저는 방에 좀.”
“웅. 그래. 얼른 들어가 보거라. 아이참. 갑자기 이렇게 피서 계획이 잡히니 할게 너무 많네. 옷도 사야
하는데.”
“엄마 나도!”
“너는니 옷장에 안 입는 옷이나 버려 이 기집애야! 옷장이 다섯 갠데!”
“그거 다 입는 거거든!”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호가 슬그머니 방으로 향했다. 여기 서 빠지지 못하면 두 사람의 수다를 한 시간은 듣고 있어야 한다.
탁.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온 강진호가 침대에 앉았다.
침대에 앉아가만히 방을 둘러본
강진호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장식이라고는 없는 무채색의 방이 강진호의 삭막한 내면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거 지.”
평생 휴식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담지 않다보니, 딱히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강진호는가만히 전화기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바로 연결이 됐다.
– 이이여얼!
“……무슨 반응이 그래요.”
-그럴 수밖에요. 천하의 강진호씨가 나한테 먼저 전화를 했는데. 이거 정말 희귀한 일이거든요.
“그럴 수도 있죠.”
강진호가 희미하게 웃었다.
이 사람과의 통화는 항상 이런 식 이다.
–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강진호씨가 용건 없이 전화하지는 않았을 거고. 용건 빠르게 해결하고 일상 통화로 넘어가자구요.
“……”
– 지금 속으로 귀신같다고 생각 하고 있죠?
“조금요.”
– 얼른 말해봐요. 나도 궁금하니까.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좀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 뭔데요?
강진호가 살짝 뜸을 들이고는 물 었다.
“푹 쉬고 싶은데 쉬어본 적이 없 어서요. 제가 쉬려면 뭘 해야 하 죠?”
—- ……
세상에서가장 황당한 질문을 받은 최연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