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49)
마존현세강림기-550화(548/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1화)
1장 정비하다 (1)
니베오(Niveo)는 유명하다면 유명 하고, 유명하지 않다면 유명하지 않은 피부 관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다지 손님이 많지 않은 피부 관리실에서 일하는 것은 지루함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손님이 올 때까지 멍하게 시간을 보
내는 것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일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니베오에서 일하는 이들은 아쉽게도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없었다.
은은한 아로마 향과 편곡한 클래 식이 흘러나오는 실내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지만, 종업원들은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었다.
저 문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 그 리고 그 손님이 들어왔을 때, 언제 나 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니베오는 일반적인 피부
관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이 되는 최고급 피부 관리실이다. 이곳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고 위층이거나 톱 중의 톱으로 꼽히는 연예인들밖에 없었다.
그런 이들은 하나같이 까탈스러움을 만랩 찍은 인간들이고, 사소한 것 하나로 원장을 호출하는 양반들 이었다.
심지어 예전에는 고위직 사모님이 불시에 방문했는데, 카운터에 사람이 하나 없었다는 이유로 원장에게 불벼락이 떨어진 적도 있을 정도였
다.
이 말도 안 되는 갑질이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곳의 회원들은 1년 회원권으로 무시무시한 돈을 지불한다.
부자는 최고급만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인식은 그 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투자로 단번에 일확천금을 얻어낸 부자들은 돈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지만, 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부자들은 돈이 얼마나 귀한 줄 알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바다에서 퍼낸
한 바가지의 물 정도밖에 안 되는 돈에도 인색한 부자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 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그게 진짜 부자들이었다.
그런 부자들이 정말 집착하는 것은 고급이 아니다.
바로 특권이었다.
돈을 물처럼 쓸 수 있는 이들은 돈을 쓰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지 못 한다. 그들이 쾌감을 얻는 요소는 다른 이들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특권이었다.
니베오는 바로 그런 부분을 공략 한 피부 관리실이었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누구 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모를 갖 춘 이들만이니베오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자격일 뿐이고, 실제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회 원의 소개가 필요하다.
최상류층만을 위한 최상급의 서비 스
그게 바로니베오의 전략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업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갑 질을 당하는게 다반사였고, 직원들
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오늘니베오의 실장 이미 연은 간만에 안락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긴장 좀 풀어.”
“네, 실장님.”
“오늘은 예약도 없으니까 CCTV 나 잘 보고 있어. 대신 소리는 안 나게 조심하고.”
“예.”
이미연의 말에 직원들의 어깨에 힘이 풀렸다.
‘실장님 왜 저러시니?’
‘몰라. 기분 좋은 일 있으신가 보
지.’
실장실로 향하는 이미연을 보며 직원들이 속삭였다.
이건 보통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 었다.
니베오는 사업 특성상 고객 응대 에 목숨올 걸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일반적인 사람이 관리할 수 있을 리 없다. 실질적으로니베오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미연은 부 하 직원들로부터 마녀, 혹은 결벽증 환자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실내에 먼지 하나가 묻어나는 것도 용납하지 못하고, 응대 자세가 1
cm 틀어졌다고 잔소리를 한 시간씩 퍼붓는 사람이다. 높은 임금과 주 4 일 근무라는 당근이 없었다면, 이미 이미연의 머리채를 움켜잡은 직원이 몇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이미연이 긴장을 풀라고 한다?
이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것과 동일한 사태였다.
직원들이 불안함을 담아 이미연의 뒷모습을 보았다. 살짝 들썩이는 뒷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기분 이 좋아 보인다.
“좋은 하루네.”
이미연은 실장실 안으로 들어와의자에 앉았다.
항상 그녀를 괴롭히던 만성 두통 이 사라졌다. 이미연은 이 환상적인 변화에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 르고 있었다.
‘왜 이러지?’
이유야 빤하다.
스트레스.
그녀를 괴롭히는 두통의 원인은 스트레스다.의사조차도 다른 치료 방법이 딱히 없으니 휴식을 취하라는의견만을 줄 정도였다.
사실 그럴 만도 하지.
작은 실수 하나가 일파만파 커지는 이런 업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 마어마한 스트레스였다. 딱히 육체 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전신이 물먹은 솜처 럼 노곤해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 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끔찍한 스트레스가 최 근에는 극도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 익숙해졌나?”
일단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그녀의 주변에서는 딱히 극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그럼 에도 이렇게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는 것은 그녀가 이 일에 평온을 느 끼고 있다는 뜻이니까.
생각의 방향만 조금 달라져도 인생이 달라진다더니, 이 소중한 깨달 음을 결코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 고 다짐하는 이미연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우우우웅.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미연은 별 생각 없이 휴 대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속눈썹이 울 리고 있는 휴대폰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최 연하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은 그러했다.
한 칸, 한 칸 띄어 쓴 이름이 그 녀에 대한 이미연의 거리감을 나타 내 주고 있었다.
‘아……’ 이거구나.’
이름을 확인한 그 순간, 극심한 두통이 그녀의 머리를 때려 대기 시작했다.
아, 그랬다.
그녀가 평온을 느낀 이유.
일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그녀의 삶에 평화가 찾아온 이유.
그건 바로 이 마녀가 중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미연은 지금 이 순간, 그 사실을 절절히 깨달았다. 최연하라는 이 름을 본 순간, 두통은 물론이고 위가 쿡쿡 쑤셔오기 시작한 것이다.
레벨 0의 초민감 고객.
그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까탈스러 움이나 그 어느 하나만으로도 최고 이자 최악이라 불리는니베오의 VVIP가 황송하게도 지금 그녀의 휴 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다.
‘왜 나한테 전화하냐고!’
평소에는 실장급은 상대도 안 해 주던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왜 자 신에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 영했겠지! 그녀를 인정해 주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최연하는 아니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아도 최연하만은 아니었다.
마녀.
최연하의 마녀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녀, 그 자체였다. 여러모로 말이다. 일전 에는 마사지에 사용하는 오일의 성 분이 바뀐 것을 냄새만으로 알아내
고는 ‘이 숍은 오일 바꾼 걸 고객에게 말도 안 해주나?’라며가게를 완 전히 뒤집어놓은 적도 있었다.
원장이 맨발로 달려와 싹싹 빌고 나서야 겨우겨우 진정되지 않았던가.
이 초특급 진상을 상대하는 것은 그녀로서도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지금 최연하가 전화를 건 것은 바로 그녀의 폰인데. 어설프게 전화를 피했다가는 이 숍 고객 응대는 왜 이따위냐 며 또 진상을 피우겠지.
이미연이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 튼을 눌렀다.
“여, 여보세요?”
[전화 받는게 왜 그래요?]이미연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죄송합니다. 좀 당황해서요.”
[당황할 일도 많네.]이미연은 프로답게 이 짧은 대화 로 최연하의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 다는 것을 파악해 냈다. 다른 사람이라면 오늘 기분이 최악이어야 나 올 멘트들이지만, 최연하에게는 저게 일상이었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
다는 조금 온화하다.
그 점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중국에가 계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전화를 하셔서……. 혹시 귀국하셨어요?”
[아뇨.]
다행이다.
그래도 이 여자가 지금 당장가게로 쳐들어올 일은 없다는 말이 아 닌가. 이미연은 전화 너머로 들리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용건 없으면 전화도 하면 안 되
는 건가?]
“아뇨, 아뇨! 그럴 리가 있나요.”
용건 없는데 전화를 왜 해, 이 마 녀야!
이미연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이 여자의 모든 말투는 이런 식 이다. 어떻게든 상대가 당황할 만한 말을 찾아내거나, 미약한 꼬투리를 놓치지 않고 사정없이 물어뜯는 화 술.
이 화술에 말려서 멘탈이 터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특성이라고 생각해야 해.’
문제는 이 화술이 딱히 악의를
품고 나오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사람이 원래 이렇다. 천성적으로 말이다.
“우리 최우수 고객님이신데, 혹시 용무가 있으면 빠르게 처리해 드려야 하니까 그랬죠. 호호호.”
이미연은 능숙하게 최연하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이것이 그녀가 월급을 받는 이유가 아니던가.
[흠, 그래요?]더 공격할 거리를 찾아내지 못한 최연하가 살짝 물러섰다. 하지만 승 리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그저 안도의 한숨을 몇 번이고 내쉬는 것이
이미연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오늘 영업하죠?]“물론이죠. 그런데 중국에 계시다 고……
[제가 갈 거 아니에요.]“아……”
이미연의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이곳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그리 고 그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있어야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최 연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른 회원을 추천한 적이 없었다.
‘친구가 없으니까.’
뭐,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최연하가 오만하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같은 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급이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는 자기와 같은 급의 사람이 없다’라는게 최연하의 기본적인 사 고방식 이 었으니 까.
그런데 그런 최연하가 새로운 회 원을 추천한다?
이미연의 이마에 땀이 촉촉이 배 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기쁜 소식은 아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초긴장 상태로 맞아야 하는 고객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좋은 소식이지.’
이 피부 관리실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니까.
“새로운 회원분이신가요?”
[회원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오늘 한번 들러볼 테니까. 또 올지 모르 겠는데.]“하지만 최연하 님, 저희가게는 회원제라……
[그래서요?]건너편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 에 이미연은 자신도 모르게 영업용 미소를 만면에 띠우고 말았다.
“무, 물론 원칙상은 그럴 수 없지 만, 우수 고객님의 추천이니 이번 한번은 비회원으로 진행하도록 하 겠습니다.”
원칙?
그런 건 사람을 봐가면서 적용할일이다.
여기서 원칙을 찾았다가는 저 여 자가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 고 한국으로 날아와 업장 화분을 카 운터로 집어 던져 버릴지도 모른다.
최연하가 열 받아서 난동을 피웠 다는 소문이 돌면 손님이 쭉 빠지고 말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가, 더러워 서 피하는 거지.
‘물론 이 똥은 좀 무섭기도 하지 만.’
[뭐, 그리 떨떠름해할 것도 없어요. 그쪽 입장에서도 엄청 환영할 일일 테니까.]“ 네?”
건너편에서의미심장한 최연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진은 딱 한 장이에요. 그리고 외부 광고는 안 돼요.]“네?”
이미연은 최연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