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53)
마존현세강림기-554화(552/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5화)
1장 정비하다 (5)
그건 조금 기이한 광경이었다.
번화가.
한국에서가장 번화한 거리에 거 대한 덩치의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또한 그 앞에 선 남자는 태연하게 그 인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시대가 변하고, 세상 이 바뀐 것 같은 인상.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건 조금은 기이하고, 또한 고풍 스러운 광경이었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이상하다고 느껴야 할 순간이겠지만, 지켜보는 누구도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
바토르가 뿜어내는 압력이 그 모 든 기이함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 일어나라.”
강진호는 태연하게 명령했다.
그리고 바토르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그 명령을 받아들여 몸을 일으 켰다.
바토르도, 강진호도…… 전혀 어 색함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어색한 것은 오로지 장다징뿐이었다.
이 광경이 어떤의미를가지는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독한 괴리감을 느낄 뿐이다.
“……강진호씨.”
장다징이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을 받 았음에도 강진호는 조금의 표정 변 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설명을 요구해도 되겠습니까?”
어쩌면 이건 주제넘은 짓일지도 모른다. 장다징은 자신의 분수를 아 주 잘 알고 있었다. 무인계에서 약 한 무인이란 평범한 세계에서의 나 약한 이와는 그 취급이 달랐다. 강진호가 그의 무례를 물어 지금 당장 그를 죽여 버린다고 해도 억울할 것이 없다.
그러니 장다징이 바토르에게 그토 록 감동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장다징은 그런 것을 고려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강진호에게 달려들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정중하게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그의 인내심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결과였다.
“여기서는 조금 곤란하겠군.”
강진호가 손을 뻗어 카페를가리 켰다.
“음료는 내가 사지.”
“……아주 고맙습니다.”
최대한의 비꼼을 실었지만, 강진호는가볍게 웃는 것으로 장다징의 비아냥을 넘겨 버렸다. 그러고는 앞 장서서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
장다징이 한숨을 쉬며 그의 뒤를 따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섬뜩한 음성이 들려왔다.
“장다징!”
“……바토르 님.”
“경고했다. 내 주인께 무례하지 말라고.”
“바토르 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대체……
“경고는 이게 마지막이다. 한번 만 더 이런 일이 있다면,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이것 역시 내가 너에게 최대한의 자비를 베푼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라.”
장다징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 러졌다.
그러고는 죽일 듯한 눈으로 강진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죽여 버리겠어.’
인간이 인간을 농락하다니.
이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장다징이 거친 걸음으로 강진호의 뒤를 따랐다.
강진호는 살짝 웃음기를 띠고 있 었다.
이 상황이 즐겁기 때문은 아니었다.
의자가 불편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바토르의 앞에 놓인 유리잔이 마치 미니어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토르를 보고 있으면 이곳이 마 치 소인국 같았다. 소인국에 온 걸 리버처럼 세상 모든 것이 바토르에게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 이게 우리가게에서 제일 큰의자입니다.”
점원이 서둘러 커다란의자를 들 고 왔다.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그의자로 바꿔 앉았다.
“이 정도면……
여전히 조금 불편해 보이는 얼굴 이지만, 그래도 엉덩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사실 바토르야 경지에 오른 무인 이니의자가 없어도 두어 시간 자세를 유지하는데는 별문제가 없겠지 만 말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살짝 달뜬 분위기를 날려버린 것은 장다징이었다. 장다징은 마치 바토르의 보호자라도 된 양 강진호 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주제넘은 짓이지만, 강진호는 딱 히 그것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신분으로 보면 그럴 자격이 없겠 지만, 강진호는 바토르가 쓰러졌을 때 장다징이 보인 헌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이 닿아 있는 이가 피해를 당한다면 강진호 역시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보는 그대로.”
“그게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미 알고 있는 걸 또 설명해 달 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이미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충 분히 짐작하고 있지 않나? 굳이 내 입으로 확인을 해야 할 이유는?”
장다징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빌어먹을.’
강진호의 말이 틀린게 없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바토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분명 강진호가 무슨 짓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뭘 묻는 다는 말인가.
이건 그저 미련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강진호의 입에서 바토르
를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을 알아내 겠다는 그의 미련이 만들어낸 상황 일 뿐이다.
“돌아올 수는 없는 겁니까?”
“가능하지.”
“당신이 풀어준다면?”
강진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이게 당신이 말한 죄의 대가입니까?”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단순한 죽음으로 대가를 모두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미련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군. 미안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건 딱히 큰의미를가지지 않아. 내게도 그렇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 겠지. 그러니 죽음이 아닌 다른 방 식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장다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이건 너무도…….
“너무가혹하지 않습니까?”
“ 뭐가?”
“이지를 상실하고 다른 이의 꼭두 각시로 살아야 한다니. 이건 너무가혹합니다.”
강진호가가만히 장다징을 바라보 았다.
“이상한 일이로군.”
“너희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내게 있어서의 죽음과는 다른의미일텐데, 죽는 것보다는 노예로라도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은가?”
“때로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기 마련입니다. 장담하건대, 바토르 님 에게 당신의 노예가 되는 것과 죽는 것 중에 택일하라고 했으면 저분은 미련 없이 죽음을 택하셨을 겁니다. 당신도 그것을 알기에 바토르 님을 제압하신 것 아닙니까?”
“확실히 그렇지.”
강진호는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과하 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건 그가 바토르에게 내리는 형벌이다.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 대가가 설사 죽음보다 더한 것이 라도 말이다.
“그럼 바토르 님은 이대로 평 생……?”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렇게까지 오래 잡아두고 싶은 생각은 없어. 길어봐야 몇 년 이겠지.”
“몇 년이라……
애매한 말이었다.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숫자. 십 년을 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장다징은 결국 얼굴을 감싸고 말 았다.
그조차 그가 왜 이렇게까지 고통 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냉정하게 따지면, 바토르가 강진호에게 패 한 그 순간부터 그와 바토르와의 관 계는 끊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바토르가 멀쩡했다고 하더라도 결 국 바토르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것
이고, 그는 이곳에 남아 정보원 생 활을 계속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토르가 무슨 인연이 있 다고 이런 것까지 그가 일일이 고통 스러워해야 한단 말인가.
머리는 이제 그만 발을 빼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그의가슴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바토르 님을 종 부리듯이 하겠다는 겁니까? 그의 정 신을 제압하고는?”
“내가 굳이 그걸 네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장다징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바 토르를 바라보았다. 바토르는 그가 강진호에게 따지는 듯한 말투를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바토르 님.’
멀쩡한 친인이 하루아침에 백치가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 강인하고 위대하던 바토르의 무인 혼이 강진호에게 종속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장다징의 양손이 벌벌 떨려왔다.
그런 장다징이 불쌍했는지, 그게
아니면 단순한 변덕이었는지는 모르 겠지만,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지. 결국 바토르가 더 강해진다면 나의 지배 력이 약해질 테니까.”
순간, 장다징의 눈에 생기가 돌아 왔다.
“만능은 아니라는 거군요.”
“모든 무학이 그렇지.”
“이걸 무학이라고 칭해야 하는 겁니까? 사술이 아니라?”
“사술은 무학이 아니라고 생각하 나?”
강진호가 비웃듯이 말했다.
“무학이 뭐라고 생각하나.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다. 정정당당을 외칠 거라면 서로 무기부터 내려놓 자고 말하지그래?”
장다징이 입올 다물었다.
“자비는 여기까지다. 홍왕에게 전 해. 바토르는 잘 쓰겠다고 말이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다면 풀어주 지. 하지만 그전에 바토르가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 겠군. 빌린 물건이지만, 워낙 험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라 말이야.”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토르도 강진호를 따르듯이 자리 에서 일어났다.
“자, 잠시만!”
그러자 다급해진 것은 장다징이었다. 이대로 바토르를 보내게 된다면 강진호의 말 그대로 될 것이다. 이 지를 제압한 저 무인을 곱게 사용해야 할 이유가 강진호에게는 없었다.
강진호의 말대로 바토르가 어느 순간 죽어 없어진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장다징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
었다.
“저, 저를데려가십시오.”
강진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너를?”
장다징은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고뇌에 찬 얼굴이 었다.
“……예. 저를데려가십시오.”
강진호가 재미있다는 듯 장다징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는?”
“그게 당신에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 어째서?”
장다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바토르 님은 현명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맹목적이고 저돌적이신 분입니다. 지금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당신의 명을 따라야 한다는 절대명 제에 사로잡힌 바토르 님은 예전보 다 더 맹목적이시겠죠.”
“흐음.”
“그렇다면 당신이 바토르 님을 통 제하기 위해서는 그분을 항상 대동 해야 합니다. 그건 바토르 님에게도, 당신에게도 효율적인 일이 아니겠 죠.”
“그 역할을 네가 하겠다?”
“ 예.”
장다징이 단호하게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바토르 님은 아직도 저를 특별하게 생각해 주고 계십니다.도대체 저분이 왜 저를 그리 생각해 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다징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말했다.
“저는 그걸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분을 좀 더 현명하게 이끌 수 있 습니다.”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
다. 네게는 이득이 전혀 없는 이야 기 같은데?”
“……대신!”
장다징이 불타는 듯한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바토르 님이! 아니, 우리가 충분 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면 바토르 님을 풀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밑에 있는 동안에도 바토르 님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십시오. 그 두가지만 지켜진다면 제가 당신에게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적대적인 눈빛.
더없이 증오로가득 찬 눈이 그
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 멋지군.’
충심 (忠心)이라…….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지 만, 저건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가슴을 떨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받아들이지.”
그렇다면 그에 상응해 줘야겠지.
“다만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강진호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네 연봉은 얼마나 줘야 하는 거지?”
“……”
“……”
슬슬 사업에 눈을 떠가는 강진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