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56)
마존현세강림기-557화(555/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8화)
2장도약하다 (3)
“강진호씨는 따로 집무실이 없단 말입니까?”
“……”
이현수는 다짜고짜 그의 집무실로 쳐들어온 나이트 위긴스를 보며 얼 이 빠져 있었다.
“아, 일단은 그렇습니다.”
“믿을 수가 없군요.”
나이트 위긴스가 불쾌하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그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원탁의 나이트들은 다들 감정이 없는 기계 같다고 들었는데……
저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한 감정 표현을 1분만 보고 있으면 그 딴 개소리는 절대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나 확인하고 싶은게 있는데, 대체 강진호씨의 직위가 뭡니까?”
“……고, 고문?”
이현수는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을
보며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세상에, 어떻게 사람이 표정만으로 저리 ‘어이없음’을 선명하게 표 현해 낼 수가 있지? 저 양반, 진짜 진지하게 할리우드 진출을 고민해 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거의 대체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오케이, 오케이. 좋습니다, 미스 터 리.”
나이트 위긴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가가지고 있는 직위가 무엇인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 신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듯이
그 사람은 실질적으로 총회를 이끌 어가는 사람입니다. 여기에 동의하 십니까?”
“물론입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 죠.”
“그런데 그에 적당한 대접이 이루 어지지 않는 것 같군요. 당신은 대 체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이현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니, 그걸 나한테 왜 그러는데! 나한테!
“저……” 나이트?”
“위긴스라 부르십시오. 나는 이미 나이트가 아닙니다.”
“예, 좋습니다. 미스터 위긴스, 당 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저 역시 당신의의견에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안 타깝게도 저는 당신이 말한 것들을 실행할 만한 권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의견을 제시하고 싶다면 제가 아닌 회 주..”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미스 터 리!”
위긴스가 목소리를 크게 냈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그렇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강진호씨 에게는 그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걸 관리하고 정상 화하는게 당신의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게 왜 내 일이냐고!’
이현수는 울고 싶었다.
물론 위긴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해한다.
게다가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도 이해한다.
강진호와 방진훈, 이현수가 한자리에 모여 그를 상대했을 때, 실무 적인 문제를 처리하던게 이현수였
다. 그러니 위긴스는 당연히 그에게 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영남회였다고!’ 이쪽도 적대적 M&A를 당한 입 장이란 말이다. 목이 날아갈까 조심 스레 움직이는 와중이라고!
“미스터 위긴스, 당신이 하는 말 이 무엇을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 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처 리할 수 있는 입장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미스터 리.”
“아니, 정말 제가 그 입장이 아니 라니까요! 말 좀 들어요!”
“그럴 입장에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느 냐일 뿐입니다. 당신의 입지가 내가 생각하는 이하라고 해도 회주에게 보고서 하나 올리지 못할 정도는 아 닐 겁니다.”
“…….”
이현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이건 위긴스의 말이 맞았다. 그가 탄탄한 입지를가지지 못한 것은 사 실이지만, 방진훈에게 건의조차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당신은 기민합니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입니다. 다른 이들은 몰라서 손을 못 댄 것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했습니다. 이건 좋지 않습니다. 미스터 리, 자 신이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정당 한 노동에 정당한 대가, 정당한 직 위에 정당한 권리. 그게 당신이 강진호 씨에게 제공해야 할 것 아닙니까?”
“에, 그러나 위긴스, 강진호씨는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회의 모든 부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입으로 말하게 하지 마십시 오. 회사라는 것은 직원이 요구하기 전에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회사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누구도 내가 노동한 것이 하의 대가를 제공하는 회사를 위해 서 일하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제 말, 이해하겠습니까?”
“……이해하죠, 이해하고 말구요.” 이현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바로 서양인의 합리성이라는 건가?
“지금 당장 강진호씨의 명확한
지위와 권리를 책정하십시오. 그리 고 그의 집무실도 당장 만들도록 하 십시오.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양측 에 이롭지 못합니다. 그는 스위치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적극성을 띠지 않는 사람입니다. 강제로 자리를 만 들어서 그가 총회를 위해서 일하게 만드십시오.”
“에……” 나이트 위긴스.”
“미스터 위긴스.”
“예, 미스터 위긴스. 그전에 제가 하나 확인해야 할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알아야 제가 앞으로 미 스터 위긴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 다만.”
“말씀하십시오. 질문과 대답, 그게 대화지요. 저는 언제든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스터 위긴스께서는 강진호씨를 개인적으로 따른다 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 하는 조언에는 강진호씨에게 직 책을 부여하여 그의 능력을 총회를 향해 사용하게 하라는 부분이 있군요.”
“물론입니다.”
“서로 배치되지 않습니까? 당신의
입장에서는 총회가 강진호씨를 이 용하는게 아니라, 강진호씨가 총 회를 이용해야 할텐데요?”
“이상한 질문이군요.”
위긴스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말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요?”
“기사들은 결국 왕에게 충성을 바 칩니다.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지요. 하지만 그렇다 고 해서 왕이 국가 위에 있지는 않 잖습니까?”
“아……”
“제가 기사라면 왕은 강진호씨이 고, 국가는 한국 무도 총회입니다. 둘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모 든 기사는 왕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 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걸 이룰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체계입니다.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해했습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좀 어정쩡하기는 했지.’
확실한 역할과 직위가 정해지기 전에 강진호가 너무 많은 일을 해버 렸다. 덕분에 강진호에게 부여할 수 있는 적당한 직위가 없었던 것이다.
‘정리를 하기는 해야 해.’
나이트 위긴스의 말이 정확하게 맞았다.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서로 에게도움이 안 된다. 확실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했다.
“도움에 감사합니다, 미스터 위긴 스 ”
“별말씀을요.”
이현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위긴 스를 바라보았다.
‘외부인이기에 알 수 있었겠지.’
내부인 역시 문제점을 인식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부인은 결국 그 문제의 해결을 뒤로 미루기 마련이
다. 지금 당장 급하지 않으니까.
상처가 조금씩 곪아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다리를 잘라내도 될 만큼의 상처는 아니니 까 급한 것부터 처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다리가 곪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이미 다 리를 잘라낼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 대로 대처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강진호씨가 외부인을 수
혈한 건가?’
이현수 그 자신도 총회가 아닌 영남회에서 온 외부인이라 볼 수 있 지만, 총회와 영남회는 한국에서 운 영되던 비슷한 단체라는 한계가 있 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원 탁에서 온 위긴스의 눈에는 불합리 하고 고여 있는 부분이 확실히 보였을 것이다.
단순히 무학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도도움을 받을 수 있 다는 측면에 이현수가 고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위긴스.”
이현수가 기대에 찬 눈으로 나이 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미스터 위긴스 역시 총회의 소속 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주군을 바꿨다면 국가도 바뀌어야 하는 법이죠.”
“그럼 저를 조금도와주실 수 있 으십니까? 안 그래도 지금 제게 과도한 실무가 모여서 당황하고 있던 참입니다.”
“재미있겠군요. 제 무학과 이곳의 무학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조금 심심하던 차입니다. 제가 손을 대도
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하신 것은 제게 넘겨주십시오. 확실하게 처리해 드리지요.”
이현수는 손을 들어 목을 조이고 있는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이현수의 얼굴이 고무되고 있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총회는 그동안 끊임없이 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정체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 정체가 나이트 위긴스의 합류로 일거에 물꼬를 트
는 느낌이었다.
‘나도 더 열심히 움직여야겠군.’
사람이란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 면 결국 타성에 젖기 마련이다. 이 현수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 었다.
“그럼 일단……
그 순간, 이현수와 위긴스의 고개가 동시에 창문 쪽으로 돌아갔다.
“뭐지?”
밖에서 커다란 웅성거림이 들려온 것이다.
“……뭔가 이상이 생긴 모양입니
다만.”
둘은 동시에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 헐‘?”
그 직후, 그들은 보았다.
거대한 검은색 밴과 그 앞에 서 있는, 말 그대로 거대한 남자의 모 습을 말이다.
“바토르?”
“어째서 저 사람이 여기에?”
이현수가 기겁하여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나이트 위긴 스가 손을 뻗어 이현수의 어깨를 잡았다.
“적이 침입해 왔는데!”
“진정하고 다시 보십시오.”
“ 예?”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다시 바토 르의 모습을 보았다.
“ 으음?”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전 투견장에서 보았던 바토르는 투기가 넘쳤다. 하지만 지금의 바토 르는 평온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복수를 하기 위해 총회로 쳐들어온 것이라면 결코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 온 거지?”
나이트 위긴스가 기묘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아무래도 마법사라는 명칭은 로 드를 위해 준비된 말 같군요.”
“ 예?”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나 저만한 무인을 굴복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이리 간단히 해내니, 어찌 마법사라 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이 무엇을의미하는지 알아 챈 이현수가 눈을 크게 떴다.
‘아군이라고?’
저 바토르가?
이현수의 머리가 헝클어지기 시작 했다.
얼마 전, 강진호와 서로 죽일 둣 이 싸운 바토르다. 그런 바토르가 아군이라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 지……
그의 영민한 머리로도 지금의 상황을 바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됩니다. 그게 대화지요.”
나이트 위긴스가 명쾌하게 해답을 내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로드 와의 대화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스터 리?”
이현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