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62)
마존현세강림기-563화(561/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14화)
3장 회의하다 (4)
[쉰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더라 구요.”
[강진호씨 마음이지, 왜 그게 마
음대로 안 돼요? 쉰다면 누가 뭐라 고 해요?]
“그건 아니지만……
강진호는 할 말이 궁해지는 것을 느꼈다.
[거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네.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 휴식을 해야죠. 쉴 수 있을 때 쉬지 못 하면, 일해야 할 때 제대로 일할 수 없다는 것 모르세요?]“ 알죠.”
전화라는게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지금 입가에 떠오른 쓴웃음으로 분명 또 트집을 잡혔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네요.”
[아뇨. 제가 보기에는 지금이 그 때 같은데요.]
“……그런가요?”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최연하는 조금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제가 처음 만났을 때 강진호씨는 백수나 다름없었어요. 일도 안 하는 한량이었죠.]
“그렇게까지는……
[맞잖아요. 그 피자집인가 뭔가를
연 것도 조금 뒤였으니까.]
“그랬나 보죠.”
그럼 백수 맞지.
하지만 이건 좀 억울한 일이었다. 군대에서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까. 그때 백수가 아닌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봐도 너무 바빠 보여요. 대체 뭐가 그리 할 일 이 많아요?]강진호는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명명백백하게 그가 무슨 일을 하 고 있는지를 밝힐 수 있을 리 없다.
그건 최연하는 이 세계로 끌어들이는 결과가 되어버릴 테니까.
이미 최연하는 한번 고초를 겪 었다. 이 세계에 어설프게 얽혀든 대가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 일 에 대한 미안함이 아직 강진호의가 슴에 바늘처럼 박혀 있는데, 또다시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네요. 왜 바쁜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잘 안 나네요.”
[안 돼요.]“네?”
휴대폰 너머로 최연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은 휴식을가져야 하는 법이 에요. 강진호씨라고 예외가 있을 리가 없어요.]“음…..”
[버틸 수 있는 한계가 크다는 건 그만큼 많은 피로가 쌓인다는 뜻이 에요. 터질 때 더 크게 터지겠죠. 저는 그 꼴은 못 봐요.]강진호의 얼굴에 살짝의혹이 어 렸다.
‘뭔가 평소와 다른데?’
평소의 최연하라면 ‘당신은 지금 그냥 잘못되었으니까, 그냥 내 말을 그대로 들으면 된다’라고 말했을 것
이다. 상대의 잘못된 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전혀 최연하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저도 이번에 멘탈이 나갈 뻔했거 든요.]“무슨 일 있었어요?”
[열심히 해보자고 스스로 너무 재 촉한게 문제였나 봐요. 몸이 안 받 쳐 주는데 열심히만 하다 보니, 결 국 컨디션이 무너져서 앓아누웠어 요. 하루만 회복이 늦었어도 전체 촬영 스케줄이 박살이 났을 거예요. 강진호씨라고 이런 일이 없다고 장 담하실 수 있어요?]“으음……”
[평소에 무리를 하다 보면 강진호씨가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활 약할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런 걸 바라시는 건 아니죠?]“물론입니다.”
그건 강진호가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은 재충전이 필요한데, 재충 전을 해야 할 때마다 주변에서 자꾸 일이 터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거잖 아요. 결국 강진호씨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확실히……
듣고 보니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그 피부 관리숍이 강진호에게 정말 휴식을 주었는가는 둘째 문제다. 거기까지 쉬러 갔는데, 그곳까지 바토르가 쳐 들어오니 뭘 어쩌겠는가.
일을 할 수밖에.
[그럼 결론은 간단하네요. 주변의 개입을 받지 않는 완벽한 휴가가 필 요한 거잖아요. 그럼 그렇게 하면 되죠.]“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왜 안 쉬워요? 한국 떠버리면 되 지?]“……예?”
“사천?”
[정확해요.]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지금 최연하가가 있는 곳이 사 천이다. 최연하는 강진호에게 자신
이 있는 사천으로 놀러 오라고 말하 고 있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요.”
[그렇다니까요. 사천으로 와요. 제가 와 있어보니 좋더라구요.]“분명 전에 전화했을 때는 지옥 같다고 한 것 같은데?”
[제가요? 에이, 설마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여기 좋다니까.]수화기 건너편에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는 결국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재미있다니까.’
이상하게 요즘은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전화기부터 잡게 된다. 최연하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듣고 있 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뭐랄까…….
“그럴 거면 차라리 남국으로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휴양지가 나을 것 같은데? 중국보다는?”
[무, 물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런데는가서 할게 없잖아요.]“뭘 안 하려고가는 건데……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게…… 에이, 저도 그런데 여러 번가 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여기가 훨씬 나아요.]예전에는 없던, 살짝 놀리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강진호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알았어요. 시간 내서 한번 들를게요.”
[정말이죠?]“내가 딱히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만요.]최연하의 목소리에서 살짝 들뜬 기색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를 듣자 강진호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언제 와요?]“시간 만들어 봐야죠.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아요. 그러다가 내가 촬영 끝내는게 더 빠르겠어요. 그럼 진짜 머리 채 잡을 거예요.]강진호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쓰 다듬었다.
“빨리 잡아볼게요.”
[이 남자, 믿어야 할지 모르겠네.]“도착했어요. 그럼 다음에 전화할게요.”
[네. 저녁에 전화 좀 해줘요. 저 심심해요.]“보구요.”
[매정한 양반.]강진호가 전화를 끊고 차를 몰았다. 이제는 강진호의 차량을 알아보는 이들이 자연스레 주차장으로 그의 차를 들여보내 주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한 강진호가 지하 주차장을 걸어 엘리베이터 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오 른다.
문이 열리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 간 강진호가 이제는 낯이 익은 이들의 인사를 받고는 안쪽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낯빛이 거무 죽죽한 한 남자가 그를 반겼다.
“오셨어요?”
강진호는 다크 서클이 턱까지 내 려와 있는 조규민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전쟁이라도 났나요?”
“전쟁이 낫죠, 차라리. 그럼 총 들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조규민이 한숨을 쉬며 앞쪽 소파를가리켰다.
“앉으시죠.”
“ 예.”
소파에 앉자 조규민이 물어보지도 않고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내렸다.
“아이스로?”
“네.”
커피에 얼음을 채운 조규민이 자 신의 앞과 강진호의 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생각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그래요?”
“네. 그냥 단순히 재단을 만드는 일이라면 별로 어려울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되어버리면 별 로의미가 없죠. 나름 국가 지원도
받아야 해서.”
“국가 지원요?”
“ 네.”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걸 굳이 받아야 하나요?”
“네. 필요합니다.”
조규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굳이 그런 것 없이 이쪽 자본만으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물론 그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의 재정이 들어온다는 것은 국가의 승인을 받은 재단이라는 뜻 이고, 그러면 여러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그게 아닌 사설 재 단은 결국 이런저런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법률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문외한 이다 보니 조규민의 말이 무엇을의 미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보육원을 하나 세운다 고 해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많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을데리 고 오는 것에도 여러 승인이 필요하 죠. 결국 나중에는 국가 인증을 받 아야 하고, 국가 인증을 받으면 필 연적으로 세금이 지원됩니다. 피하
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거죠.”
“음, 그러네요.”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그가 원한 것은 이런게 아니지 만, 필연적인 일이라면 감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편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 이 돌아가는 것이니까.
“그것 때문에 좀 지체되고 있습니다.”
“지체랄게 있나요?”
“대한민국 공무원을 얕보지 마십 시오. 적당히 서류 밀어놓고 승인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내년에 승인이 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서류만 들어간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도 있다 보니, 무작정 빨리 해 달라고 재촉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 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죠. 워낙에 짜증이 나서 그냥 뇌물을 먹여 버릴 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안 됩니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조규민의 말을 끊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불법을 저
지르면 안 되는 거죠.”
“뜻밖이네요. 강진호씨는 결과론 자이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런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건 드러난 일이에요. 그리고 깨끗해야 하는 일이죠. 그러니 이 일만큼은 합법적으로 처리를 하고 싶습니다.”
“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그러실 것 같더라구요.”
조규민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이건 제가 아무리 움직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방법은 결국 하나밖에 없는데……
“방법이요?”
“네. 불법은 좀 그렇지만, 편법은 써도 되겠죠.”
강진호가의문 어린 눈으로 조규 민을 바라보았다. 조규민이 바라는 편법이라는게 뭔지 궁금했다.
“강진호씨는 꼭 이사장 자리에 앉지 않으셔도 되잖습니까?”
“그렇죠.”
“그럼 이사장 자리를 회장님께 드 리는 건 괜찮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강진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사장이니 뭐니 하는 직함
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회장님을 설득해 주십시오. 그럼 일 사천리로 일이 처리될 겁니다.”
“회장님을 이사장 자리에 앉히는 것만으로 그게 됩니까?”
“물론이죠. 회장님이 복지 재단 이사장이 된다면 언론 쪽에서도 주 목을 할 것이고, 국민적인 관심이 모이게 됩니다. 그 와중에 심사가 지체되고 있어서 아직 재단을 시작 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면 관계 부 처에 폭탄이 떨어지겠죠.”
조규민이 사악하게 웃었다.
“딱히 불법은 아닙니다. 그저 편 법이죠. 이 정도는 용인되겠죠?”
강진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 그가 느낀 것은 하나였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을 즉각 처리하지 못하면 일에 치여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해야 할일이 있다면 최 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회장님은 회장실에 계시죠?”
조규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긋 웃었다.
“같이가시죠.”
앞서 걸어가는 강진호를 보며 조규민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욕도 둘이 먹으면 좀 덜할 테니 까요.”
의미심장한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