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64)
마존현세강림기-565화(563/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16화)
4장 설득하다 (1)
“다른 건 다 이해한다고 쳐도 나는 그건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말 하는 ‘다 같이 잘살아보자’는 것은 노력하는 자들의 것이야. 물론 알아. 세상에는 노력을 해볼 수 없는 사람 들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대부분의가난이라는 건 노력하지 않아서 벌
어지는 일이야.”
황정후가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말했다.
“지금 못사는 사람들 중에서 나보 다 상황이 나쁘던 사람이 있어? 전 쟁이 끝나고 나라가 빈민굴이 되어 버린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냐, 이 말이야. 우리는 그 시절에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어.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세계 최빈국이던 이 나라를 여기까지 만들어냈다, 이 말이야. 그런데 지금 봐. 얼마나 좋은 환경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라고. 그런데 세
상 탓이나 하면서 손을 놓고 있는 놈들에게 무슨도움을 준단 말이야? 나는 그걸 이해 못하겠어!”
황정후는 울분을 토하듯이 말했다.
조규민은 그런 황정후를 보며 머 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꼰대 마인드기는 하지만……
틀린 말도 없었다.
아무리 시대를 보정한다고 해도 황정후보다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바닥 에서 여기까지 기어 올라온 황정후 에게 지금의 상황 정도로 엄살을 부
리는 이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은 황정후 회장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니도와줘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 릇 아닌가.
자수성가를 한 이들에게가장 통 하지 않는 말이 그런 말이었다. 본 인은 본인의 능력보다 노력이 더 중 요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사실 네가 잘난 거지, 네가 노력 해서 그런게 아니다’라는 말을 어 떻게 해.’
말만 보면 칭찬인데, 본인은 칭찬
으로 듣지 않는 이상한 말이 되어버 린다.
“아니라고 할 텐가? 내가 늙어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할 텐가?”
어디 한번 변명해 보라는 듯한 황정후의 태도.
조규민은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이건 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론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정론을 말하는 순간 황정후와는 돌 이킬 수 없는 선을 그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생각하는 대 로 하시면 됩니다.”
“응?”
“ 네?”
조규민과 황정후가 동시에 황당함을 눈에 담아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지 말라고?”
“ 아뇨.”
오해가 있다는 듯 강진호의 손이 내저어졌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그 혜택을 주겠다면, 그리하시면 됩니다. 저는 황정후 회장님이 이사장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한 겁니다. 이사장이라는 건 그 재단의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 하는 사람이죠.”
“그, 그렇지.”
“그런 분을 모셔놓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따라오라고 할 생각은 없 습니다. 아니, 고민해 주십시오. 황 정후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복지는 뭔지, 힘든 사람들에게 진짜도움이 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황정후의 눈이 진중해졌다.
이쯤 되면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그냥 찔러보는 말이 아니라는게 확 실해진 것이다.
“내게 바라는 것이라……
“예.”
강진호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 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죠. 우리는 회장님의 경영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과 오랜 경영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필 요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회장님이 라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 고 다그칠 수 있겠죠.”
“으음……”
“신생입니다. 저는 재단과 기업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황정후가 다시 담배 한 대를 물 었다.
‘너무 줄담배 아니신가.’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분위기에도무지 끼어들 수 없는 조규민이었다.
“이보게, 진호.”
“ 예.”
“자네는 정말 내가 필요해서 이리 말하는 건가? 자네가 내 지위와 명 망으로 인한 효과를 노린다면, 이름 같은 건 얼마든지 빌려주겠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보게.”
“저는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회장님의 이름으로 편히 시작한 곳이라면, 회장님의 이름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는 순간 무너지겠죠. 제가 회장님께 바라는 것은 지금 당 장의 화제성이 아니라 몇 십 년, 몇 백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만 드는 일입니다.”
강진호가 커피 잔을들어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건 저도, 조 실장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저희는 애송이니 까요.”
“실무 능력은 뒤지지 않을텐데?”
“만들어져가는 일에 잔소리를 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옆에 서 지켜보며 훈수를 두는 것은 쉬운 일이죠. 하지만 자기가 막상 그 일을 하는 건 다른 겁니다. 저희는 경 험도, 능력도 없습니다.”
“으음……”
황정후가 담배를 뻑뻑 빨아들였다.
그 역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용케 여기까지 왔네?’
조규민이 새삼스러운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이 세상
에서 황정후에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게 황정후를 설득할 수 있다는 걸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황정후가 강진호를도와준 것은은혜를 갚는다는의미였다. 그 리고 본인이 강진호를 좋아하기에 조금 맞지 않는 일이 있어도 지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가치관과가치관의 충돌.
그 본격적인 승부에서 강진호가 황정후의 발을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이보게, 진호.”
“ 예.”
“자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야.”
황정후가 툴툴거리듯 말했다.
“특히나 지금 자네들이 하려는 것이 내가 원래 하려고 하던 것과 그 리 다르지 않다는 것에는 공감이가는군. 그래, 그랬지. 늙은 놈이 과거를 미화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랬어. 그래서 지금 자네들이 왜 이걸 하려는지는 이해했네.”
“예.”
“하지만 한 끗이 부족하군.” 황정후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 늙은이를 끌어내 부리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마지막 기회를 주겠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봐. 내가 이 말을 듣고는도저히 참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보라, 이 말일세. 그 정도 로는 나는 움직이지 않아. 나는 황 정후니까.”
황정후의 몸에서 당당한 기세가 홀러나왔다. 천하의 강진호조차 움 찔할 정도였다.
“다시 묻지.”
황정후가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가 자네와 함께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 만한 이유를가지고 있는가?”
“ 네.”
하지만 강진호는 여전히 태연했다.
황정후가 노기와 기대가 반쯤 섞 인 시선으로가만히 강진호의 대답을 기다렸다. 여기서 어떤 말이 나 오느냐에 따라 그의 선택이 결정될 것이다.
“심심하시죠?”
“ 엥?”
황정후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 었다.
이건 갑자기 무슨 소린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법 이죠. 현장이고 뭐고 있는 대로 날 뛰시던 분이 이 사람 하나 없는 거 창한 회장실에 앉아서 벽이나 보고 있는 삶이 만족스러울 리 없죠.”
“아니…… 이 사람아, 나는 회장 인데.”
“회장을 하고 싶은게 아니셨잖습니까.”
황정후가 한 방 먹었다는 듯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같이하시죠.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자네의 답변인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회장님 입장에서도 여기서 별로 재미도 없는 사람들에게 보고나 받 느니, 저나 조 실장과 같이 일하는게 좋으시잖아요. 더 이상 재경에서 할일이 없다면, 시간이나 축낼게 아니라 새롭게 일할 곳을 만드시죠. 그게 회장님다우십니다.”
“그럼 재경은?”
그에 대한 대답은 조규민이 했다.
“복지 재단이 뭐 그리 전투적으로 일하겠습니까. 겸업도가능한 거죠. 그리고 재경은 결국 전문 경영인 체 제로가야 할 겁니다. 놓을 줄도 아 셔야 합니다. 지금 옆 동네는 회장 이 구치소에 갇혀 있는데도 잘나가 고 있잖습니까?”
“……그렇기야 하다만.”
황정후는 허를 찔렸다는 듯이 고 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결국 피식피식 웃고 말 았다. 진중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재경을 만들어오면서 내 능력을 사고 싶다는 이들은 많았지.”
황정후가 담배를 비벼 끄고는 커 피를 홀짝였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영입 제안은 처음 듣는군. 내가 어디가 서 이런 말을 하면 자네들은 사기꾼으로 고소당할 거야. 알고 있나?”
“할 수 있는 최고의 제안이었습니다.”
“쯧쯧, 망할 친구들.”
황정후는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황당하다.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황정후는 알고 있었다. 지 금 강진호가 하는 말이 그저 사탕발 림이 아님을 말이다. 저 친구는 요 즘 그보다 더 바쁜 사람이었다. 그 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황정후가 없 어도 재단에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마저 갖췄다.
그런 이가 이사장 자리마저 내놓 겠다며 자신을데리고가려 하는 것은 진정으로 황정후의 능력을 인정
하고, 그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 이다.
“예전에 내가 마누라한테 세 번 차였다는 이야기를 했나?”
“……차이셨습니까?”
조규민이 멍하게 황정후를 보았다.
아니, 이 정도면 생긴 것도 훌륭 하고 돈도 많은데 왜 차인단 말인가. 그것도 그 시절에.
“허우대가 너무 커서 싱거워 보였 다더군. 더구나 그 시대는 내가 원 한다고 결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 더했겠지.”
“아, 예……
“실수였어. 그때 고백을 이런 식으로 했어야 하는데. 너무 이것저것을 붙였었군. 그냥 마구 밀어붙이는게 때로는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라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세 번의 실패는 없었을텐데 말이야.”
조규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그럼……
“그래, 해보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되겠지. 대신! 하나는 확실히 하게. 나는 열심히 해보겠다는의욕도 없는 놈들에게 돈을 퍼주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물론입니다.”
황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복 장을 다듬었다. 강진호와 조규민도 황정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장을 깔끔하게 다듬은 황정후가 오른손올 내밀었다.
“잘해보자고.”
강진호 역시 마주 손을 내밀어 황정후의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둘이 될 거야.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주 지.”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강진호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성격상 그리될 것 같지는 않네 요. 결국은 이것저것 다 손대시겠 죠.”
“끄응.”
황정후가 자기 역시 그리 생각한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너무 부려 먹지는 말라고.”
“대신 하나는 약속드릴 수 있죠.” 황정후가 기대에 찬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회장님이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올 때, 인생에 있어서가장 잘 한 선택으로 지금 이 순간을 꼽도록 해드리겠습니다.”
황정후의가슴이 아이처럼 뛰었다.
얼굴에 떠오른 홍조를 감추며 황 정후가 입을 열었다.
“나 역시 그리되도록 빌지.”
강진호의 재단에 황정후가 영입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