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65)
마존현세강림기-566화(564/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17화)
4장 설득하다 (2)
“준비는 좀 해왔냐?”
박유민은 조금은 여유가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 이놈…… 진짜로 준비 좀 한 모양인데?’
오진형 감독은 박유민의 표정을 보고는 흠칫하고 말았다.
예전에도 저랬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노력과 실 력이 비례하지 않는 곳이다. 죽어라 고 노력해도 컨디션이 떨어지면 말도 안 되는 플레이가 나오고, 놀고 먹다가도 컨디션이 상승 곡선을 그 리면 완벽한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었으니
‘저놈이 저런 얼굴을 할 때는 꼭 사고 쳤는데…
기본적으로 박유민은 자신감이 좀 부족한 사람이었다. 정확하게 말하
면, 속으로는 자신이 있어도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입만 열면 엄살이 기본이고, 아무 리 실력 차가 나는 사람과게임을 해도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스 스로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타입 이라 해야 할까?
여하튼 그런 박유민이 한번씩 저 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중첩되 고, 모든 변수에 대한 대처까지 끝 나서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자신이 질 리가 없다고 느꼈을 때, 박유민은 저런 여유 있는 얼굴을 했고, 그
결과는 명확했다.
‘스윕이지.’
깔끔한 승리.
이론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승리.
‘아냐. 진정하자.’
오진형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예전에 박유민이니까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박유민은 예전의 그 나이 어리고 쌩쌩하던 시절의 박유 민이 아니고, 지금의 종목은 예전처 럼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종 목이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연습 무지하게 했구나, 이놈.’
웬만한 연습량으로는 저런 얼굴을 할 아이가 아니었다. 더구나 저런 여유를 보인다는 것은 그가 과제로 내준 ‘공격성’에 대한 해법을 찾았 다는 뜻이 분명했다.
“ 진짜‘?”
“ 예?”
“아, 아니.”
오진형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 버린 본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그게가능하다고?’
이건 박유민의 고질병이었다.
사람은 천성이라는게 있기 마련
이다. 노력으로 어느 정도 타협은 볼 수 있지만, 결코 해결은 되지 않는게 천성이다.
박유민은 천성적으로 공격성이 부 족했다.
10분이면 끝날게임을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서 20분이 넘어야 끝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에는 더 완벽하게 승리하니 문제가 없 었지만…….
‘덕분에 안티도 좀 있었지.’
인성이나 경기력으로는 깔게 없 던 박유민이 유일하게 까인 이유가 경기가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원래
팬들은 서로 치고받는 화끈한게임을 좋아하기 마련이라 박유민처럼 상대의 손발을 천천히 잘라가며 숨 막힐 듯이 조여가는 타입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다.
박유민 스스로도 스타일의 변화를 주려고 몇 번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에는 고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이리 짧은 시간 만에 고쳐 왔다고?
“들어가자.”
오진형이 박유민의 어깨를 툭툭, 쳤다.
박유민이 정말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는지는 결국 지켜보면 알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예.”
박유민도 그걸 아는지 별말 없이 연습실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형, 오셨어요?”
“응.”
박유민이 빙그레 웃으면서 최정우 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정우가 박유 민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연습 많이 하셨어요?”
“응, 많이 했지. 그런데 이게 영
쉽지가 않더라고.”
“……음, 그렇죠.”
최정우가 안타깝다는 눈으로 박유 민을 바라보았다.
개인 연습이 힘들다는 것이 이게 임의 단점이었다. 예전 박유민이 이 름을 날리던 갤럭시 같은 경우에는 내가 그 부분이 부족하다 싶으면 집 중적으로 그 부분만 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팀게임이고, 비슷한 수준의 선수 하나가 붙어서 따로 연 습해 주지 않는 이상은 집중적인 특 훈이라는게 불가능했다.
“괜찮을 거예요. 형이니까요.” 최정우의 말은 반만 진담이었다.
‘그래도 유민이 형이니까.’
게임이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사람이라면 그걸 극복해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형, 오셨어요?”
곽현태가 거침없이 박유민에게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광경을 보고 최정우가 눈을 찌 푸렸다.
‘하여튼, 저 건방진 새끼.’
프로는 실력이 전부다.
그 역시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전혀 달 라졌다. 박유민을 봐왔기 때문이다.
프로로 사는 동안은 인성 같은 건 별 상관이 없다. 결국 팬들은 인성 좋은 하수보다는 인성 나쁜 고수를 선호하니까. 실력이 있다면 인성이 개차반이라도 용인한다. 참고 넘어가 준다.
하지만 그건 짧디짧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때뿐이다.
나이가 들고 전성기가 지나 실력 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용 인되었던 것들이 한번에 돌아오기
시작한다. 미련할 만큼 착하게 굴던 이들은 이미지가 더욱 상승하고, 실 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던 이들은 사람이 떨어져 나가고, 이미지도 나 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걸 증명한 이가 바로 박유민 아 닌가.
‘이 형도 참 대단한 형이지.’
최정우는 박유민을 존경했다.
그가 지금 이런도전을 하지 않고 개인 방송을 열면 아마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을 듣기로는 개인 방송사 쪽에서 박유민의 방송을 유치하기 위해서 억대의 계약금
까지 내밀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유 민은 아직 나는도전을 해야 할 때 라며 그 제의를 고사하고 이곳에 와 있다.
“형, 한번 보여줘요.”
그런 열정은 보상받아야 한다. 반 드시.
최정우의 말에 박유민이 미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뭘 보여줘야 할지는 모르겠지 만……
살짝 말끝을 흐린 박유민이 곽현 태를 보고 살짝 웃는다.
“딱히 긴장은 안 되는 걸 보니 오
늘 내가 컨디션이 괜찮은가 봐.”
박유민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전에 곽현태와 1:1을 했을 때, 그는 곽현태를 제대로 상대해 내지 못했다.
계산에 어긋나는 난데없는 공격, 손해임이 분명한데도 달려드는 저돌 성에 당황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절대로.
‘적어도게임 안에서는 진호보다 미친놈은 존재하지 않아.’
저돌성의 끝판왕과 수련을 한 그다. 이제 웬만한 이들의 공격은 공 격 같지도 않았다.
“저, 이번에는 안 봐드려요.”
“저번에는 봐줬어?”
“그래도 선배님인데 나름 대접해 드렸죠. 근데 이번에는 안 봐드릴 거예요. 확실하게 실력 차를 보는게 선배님한테도 나을 테니까요.”
“야, 곽현태.”
최정우가 화를 내려 했지만, 박유 민이 손을 뻗어 최정우를 막았다.
“왜? 맞는 말인데.”
“아니, 그래도……
최정우가 씩씩거리자 곽현태가 이 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화낼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우
리가 뭐라고 박유민 선배님을 봐드 리고 말고 해요. 정신 차려요, 형. 저 선배님은 지금이라도 방송 켜고 리액션 좀 해주면 하룻밤에 수백만원 벌 수 있는 형이에요.”
“인마, 그래도도전하시잖아.”
“도전은 뭔도전이요. 형은 톱이니까 그리 말할 수 있는 거지, 나는 다른데서는 돈 더 벌 수 있는 사람이 심심풀이로 기웃댄 덕에 일 뺏 기게 생겼구만. 나도 먹고살아야죠. 절대 안 봐드려요.”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봐주지 마. 나도 그런 거 안 바
라.”
곽현태가 살짝 기분이 나쁘다는 듯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려 제 자리 로 돌아가 버렸다.
“아니, 저 새끼가 진짜!”
최정우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박 유민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가져 다 댔다.
“ 쉿.”
“……아니, 형.”
“진정 좀 해라. 쟤 말 틀린 거 하 나도 없어. 말이 테스트지, 지금 내가 쟤 자리 뺏겠다고 온 건데 예의는 무슨 예의야.”
“……예.”
“프로가 다 그런 거지. 그리고 실 력으로 뺏을 거야. 형 대접 같은 건 필요 없어. 나중에 괜히 봐줘서 이 리됐다 소리 듣는 것보다는 그게 백 배는 나아. 그러니까 너도 내 편 들 지 말고 냉정하게 봐.”
“알겠어요, 형.”
최정우가 한숨을 쉬었다.
‘또 이상한데서 냉정하단 말이야.’
하기야 그러니까 최고까지 올라갔 겠지.
“유민아, 준비해라.”
“예, 감독님.”
테스트가 시작될 때의 분위기는 항상 이렇다.
살짝 긴장된 분위기.
강한 팀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기 대감과 새로 입단하는 사람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느낌.
‘아무러면 어때.’
박유민은 피식 웃었다.
할 건 모두 했다. 후회가 없을 만 큼 말이다. 그럼 이제 실력을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
다. 정말 진심으로 매달렸으니까.
다만, 뭐랄까…….
‘그래도 보여주긴 해야지.’
그가 강진호와 한 훈련이 소용없 지는 않았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귀한 시간을 내서 그와 어 울려 준 강진호에게 미안하니까.
적어도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확 연히 달라졌다는 인상 정도는 남기 고 싶었다.
박유민이 깊이 한숨을 내쉬고는가방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꺼냈다.
“유민아, 감독실로 들어와라.”
“네.”
박유민이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감독실로 향했다. 그렇게 박유민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연습실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배경 음악만이가득한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최정우였다.
“……유민이 형이 아닌 것 같은데?”
최정우는 얼떨떨하다는 얼굴로 눈을 비볐다.
“내가 뭘 본 거지?”
박유민이 잘해서 황당한 것이 아니었다. 일전에 박유민이 테스트를 보러 왔던 기억이 아직 그의 머릿속 에 생생히 남아 있는데, 그 짧은 시 간 사이에 성향이 완전히 바뀌어 온 것이다.
“장난 아니더라. 뭔게임을 저렇게 하지?”
“……게임은 저렇게 해야지. 저렇게 하는게 맞는데…… 와, 이거도 고정관념인가 보다. 유민이 형이 저 렇게게임할 줄은 몰랐어.”
최정우가 살짝 고개를 돌려 곽현
태를 바라보았다.
곽현태는 여전히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커다란의자 등받이가가리고 있기에 정확한 표 정은 볼 수 없었지만, 지금 곽현태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꼬시다.’
최정우가 혀를 찼다.
곽현태는 말 그대로 처참하게 박 살이 났다. 일전에 곽현태가 박유민을 짓밟은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박살이 났다. 캐릭터와 함께 곽 현태의 멘탈도 아마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게 적당히 깝쳤어야지.”
저 양반이 어떤 양반인 줄 알고.
감독실 안으로 들어간 박유민의 뒷모습을 쫓는 최정우의 눈에 존경 이 어리고 있었다.
저 사람은 항상 저랬다. 남들은 말도 안 된다고 하던 것을 태연하게 저지른다. 현실에서라면 몰라도게 임 안에서라면 박유민이 왕이고, 박 유민이 황제였다.
그리고 아마 오늘 테스트의 결과 로 그는 황제의 충실한 오른팔이 될 것이다.
‘황제의 귀환이라……
최정우가 씨익 웃었다.
박유민이 복귀했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 모든 인터넷게임 커뮤니티가 터져 나갈 것이다. 최정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버 관리로 생고생할 관 리자들을 애도하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