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67)
마존현세강림기-568화(566/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19화)
4장 설득하다 (4)
“건배!”
주영기가 힘차게 잔을 들었다.
허공에서 맥주잔이 거칠게 부딪치 면서 사방으로 맥주 거품이 튀었다.
“영기야, 살살 좀 하자.”
“뭔 소리야, 인마! 우리 백수가 취직한 날인데.”
“……백수 아니거든?”
“왜 아닌데?”
“어……”
박유민이 우물거렸다. 생각해 보 면 그는 백수가 맞다. 그것도게임 만 주구장창 해 대는게임 폐인이었다.
“거 봐, 인마.”
“와, 반박할 말이 없네.”
주영기가 맥주를 쭈우욱 들이켰다.
“크으으으으!”
맥주잔을 탁, 소리 나도록 테이블 에 내려놓은 주영기가 눈가를 훔쳤
다.
“크, 일도 안 하고 놀고먹기만 하 던 잉여 친구 놈이 취직을 하다니.”
“그,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 아니 었거든? 나가게에서 일도 했잖아.”
“인마, 그거 그만둔 지가 언젠데, 여태 놀았던게.”
“……”
“요즘같이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 인 세상에서 대학도 졸업 못한 놈이 학교도 안 다니고 놀고 있는데, 내가 오죽 마음을 졸였겠냐. 이 형이니들 때문에 요즘 잠을 못 잤다, 잠을.”
“가게 장사가 잘 안 돼서 그런 건 아니고?”
“무슨 소리! 우리가게는 요즘 무 적이야. 죽어라고 쭉쭉 뻗어 나가고 있거든? 매출 빵빵하거든?”
“그래그래.”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여하튼 축하한다, 유민아.”
“응, 고마워. 다 네 덕이지.” 주영기의 입술이 튀어나왔다.
“그럼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거네? 배고프다는 놈 피자 죽어라 먹여놔도 아무 소용이 없네.”
“……아냐. 고마워.”
“됐어, 인마! 엎드려 절 받기지.”
주영기가 소리를 빽! 질렀지만, 얼굴에 뜬 미소는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박유민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모를 주영기가 아니었다. 퇴근 하고 집에가서도 연습을 하던 박유 민이다. 그런 박유민이 드디어 인정을 받았다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 이제 숙소 들어가는 거야?”
“그래야지.”
“얼굴 잘 못 보겠네?”
“요즘은 그렇지도 않대.”
“응‘?”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은 자율주의라서 연습 시간 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에는 뭘 하든 별 상관이 없는 모양이야.”
“음…..”
주영기가 그건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하튼 다행이다.”
“다만, 음……
“응?”
박유민이 머리를 긁었다.
“너희 둘에게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아무리 내가 예전보다는 쉽게 나올 수 있다고 해도…… 그게 말처럼 되는 일이 아니거든?”
“그렇겠지.”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박유민은 입장이 입장이라 그냥 신입처럼 굴 수가 없다. 다른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감 독도 그걸 원할 것이다.
“처음에는 좀 붙어 있어야지. 놀 러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말 인데, 너희가 보육원에 신경을 좀 써줘야겠다.”
“당연하지, 인마.”
강진호도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 내가 처음게이머 생활 한다고 갔올 때는 원장 수녀님이 계 셨거든. 그래서 걱정을 안 했는데, 막상 지금 자리를 비우려고 하니 좀 껄끄러워서.”
박유민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부탁한다, 진호야.”
“걱정하지 마.”
강진호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네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거야. 애 들 다 혼자서도 잘해.”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아.”
강진호는 박유민의 말이 무엇을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강하다.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이라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버릇이 들어 있다. 대체적으로 다 어른스럽다.
하지만 반대로 한없이 나약하기도 하다.
워낙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라 주 변에 지켜봐 주는 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컸다. 그동안은 박유민이 무리를 해가며 그들의 주 변을 지켰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 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강진호에게 부 탁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야지.”
“응?”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돼. 바꿔야 돼.”
“……바꾼다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렇고, 원장 수녀님도 그 렇고…… 아이들을 위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 그건 나쁜게 아니 지. 하지만 넓게 보면 그건 문제야.”
“……”
“어떤 사람이 그 무거운 짐을 짊 어진 채 끌고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해. 나눠 져야지. 그리고 누군가 희생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야지. 마침 시작해야 할 시기야.”
“솔직히 난 좀 걱정 된다, 진호야.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걱정할 것 없어. 지금까지 하던 걸 조금 더 크게 하는 것뿐이니까.”
박유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업이 두 배로 커지게 되면 할일이 두 배로 느는 것이 아니다. 사 업이 두 배로 커지게 되면 할 일은 제곱으로 늘어난다. 강진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제쯤 들어가려고?”
“한 일주일 있다가 바로 들어가야 지.”
“그렇게나 오래?”
“……좀 봐주라. 합숙 들어가는
건데.”
강진호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찔끔하여 박유민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가서는 열심히 해.”
“걱정하지 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래, 걱정할 필요 없겠지. 박유 민이라면 당연히 알아서 할 것이다.
“자, 일단 건배하자.”
주영기가 다시 잔을 들었다.
“뭘 그리 급하게 먹어?”
“인마, 내가 요즘에 술도 못 먹
어. 감시가 얼마나 심한데.”
“감시?”
“그래, 인마. 감시. 내가…… 요즘 술도 제대로 못 먹는다.”
“누가 감시하는데?”
“누구긴 누구야.”
주영기가 시무룩해졌다.
박유민이 알 만하다는 듯이의미 심장하게 웃었다.
“수연 씨?”
“……그래.”
“완전 잡혀 사는구나. 그렇게 됐 네.”
“에이 씨.”
주영기가 맥주를 쭉 들이켰다.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야, 말도 마. 처음에만 착했지, 요즘은 완전 호랑이야, 호랑이. 술 먹으러 간다고 하면 눈에서 불이 나는데…… 와, 한밤중에도 그렇게 환 할 수가 없다. 결혼하면 전기세는 줄겠더라. 에어컨도 필요 없고, 형광 등도 필요 없어.”
“결혼 이야기까지 하는 걸 보 면…… 생각은 있나 보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잘됐다. 너는 좀 잡혀 살 필요가 있어.”
“인마! 사나이가 여자한테 잡혀 사는게 말이나 되냐?”
“……지금도 잡혀 사는 것 같은데?”
주영기가 시무룩해서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그냥 참는 거야, 지금은. 나중에 내가 다 탈환할 거야.”
“어린놈이 꿈을 꿨구나.”
“씁
속이 탄다는 듯 맥주를 들이켜는 주영기를 보며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참 신기하지.’
얼마 전에 이렇게 셋이 앉아서 술을 마실 때는 그들 모두 할 짓 없는 백수나 다름없었다. 박유민은 프 로게이머를 그만두고 보육원에서 소 일하는 중이었고, 강진호와 주영기는 갓 전역한 백수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들 자신의 일을 하는 중이다.
그 변화가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그럼 한동안은 같이 술 먹을 일도 없겠네.”
“그렇지.”
“그건 좀 아쉬운데.”
주영기가 입맛을 다시자, 강진호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보고 싶으면 경기장가면 돼.”
“인마, 내가 거기가서 그거 보고 있을 시간이 어딨냐?가게에서 일해야지!”
“……요즘 느끼는 건데, 너 이상 하게 성실해졌다? 군대에서는 안 그 러더니.”
“군대에서 돈 주냐?”
주영기가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현대사회라는 건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거야. 그런데 군대에서는 돈을
안 주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안 하는 거지. 지금은 내가 일한 만큼 돈 이 나오는데 어떻게 열심히 일을 안 해? 죽어라고 해야지. 말했잖아, 나는 부자 될 거라고.”
박유민이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 진호는 놀고먹으면서 부 자 되고?”
“……아, 하지 마. 나 지금 진짜 속이 쓰렸어.”
주영기의 너스레에 박유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강진호도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술자리도 오랜 만인 것 같았다.
“우승해야지.”
“……아니. 나 후보거든?”
“후보도 우승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이야기 좀 해줄래?”
“현실적이야, 현실적.”
박유민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이놈들은도무지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시작 했으면 최고가 되어야지.”
“음……”
하지만 저 강단만큼은 마음에 들
었다.
‘예전에도 그랬지.’
적당히 프로게이머가 된 것으로 목표를 이뤘다 생각하던 박유민을 몰아붙인 것은 강진호였다. 시작하 면 끝을 봐야 한다는 저 성격이 그 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이건 팀게임이라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게 아냐. 열심히는 하겠 지만, 한계가 있을 거야.”
“그럼 팀을 키워.”
“……그게 마음대로 돼?”
“왜 안 돼!”
주영기가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
로 소리쳤다.
“인마, 걔들도 프로게이머 아냐! 내가 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 하는 피자집을 국내 최고의 프렌차이즈로 만드는 것과 네가 프로게이머들데 리고 키워서 우승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어려울 것 같냐?”
“네가 더 어렵겠지.”
“당연하지! 그런데 나는 하잖아! 나는!”
“……저기, 주영기 씨. 지금 주영 기 씨가게는 하나뿐이거든요? 시작도 못하셨거든요?”
“땡! 틀렸지롱. 이번에 2호점 오
픈하지롱.”
“헐? 진짜?”
주영기가 씨익 웃었다.
“저번에는 계획만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 계약 들어갔다.가게 임대 했어.”
“와, 진짜 빠르네?”
“내가 말했지.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피자가게 사장이 될 거다.”
“돈은 진호가 벌고?”
“하지 말라고! 하지 마!”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다들 나아가는구나.’
주영기도, 강진호도 자신의 자리
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친구로서 그도 질 수 없는 일이다.
“알았어. 우승 한번 해볼게.”
“ 약속했다.”
“대신 못했다고 때리지만 마.”
“술통에 담가 버릴 거다.”
박유민은 이놈들은 정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살려줘라, 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참 동안 그렇게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 었다.
“아, 씨……
주영기의 휴대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박유민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너 혹시 수연 씨랑?”
“아냐, 인마! 아직 제대로 뭐 해 보지도 못했어. 오해하지 마. 얘 성 격이 유별나서 집에 늦게 간다 싶으 면 난리를 쳐서 그런 거야. 동거 안 해.”
“음……
박유민이의심스럽다는 듯이 주영 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영기는
정말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뭐 그리 창피한 일이라고 그런 거 숨기겠냐. 아니라니까.”
“하긴.”
“여하튼 나는 들어가 봐야 할 거 같다. 내가 계산할게.”
“됐어, 인마.”
“어허! 그지 새끼들이 어디! 내가 사장이야, 인마! 사장!”
“……저 미친놈.”
주영기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기 어코 카운터로가 계산을 했다. 강진호와 박유민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전 잡혀 사는 것 같은데?”
“……우리 아버지 같아.”
강진호의 말에 박유민은 눈을 질 끈 감고 말았다. 언젠가 저 모습이 그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새삼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