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7)
마존현세강림기-57화(57/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7화)
2장 — 입학하다 (1)
“이게 뭡니까?”
강진호의 질문에 조규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선물입니다.”
“ 선물?”
“예. 대학 입학 선물입니다. 당당하게 합격하셨으니, 선물 하나쯤은 받
으셔야죠.”
조규민은 뭔가 흐뭇하다는 투로 말했다. 말하는 투만 보면 강진호를 대학에 보낸게 조규민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닌게, 조규민이 아니었다면 강진호가 재경대학에 갈 만한 성적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게요?”
강진호는 선물이라고 온 것을가만 히 바라보았다.
“요즘은 많이 받습니다.”
그러니까 선물이라는게 저걸 말하는 거지?
저 안에 든게 아니라 말이야. 강진호는가만히 눈앞에서 번쩍이는 덩어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물었다.
“차를요?”
“면허도 따셨잖습니까? 회장님이 그 래서 특별히 주문하신 겁니다. 어떠 십니까?”
차를 선물로 받는다고?
대학 입학 선물로?
그런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물론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 지만, 있는 사람이 돈을 쓰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없는 사람이 아
끼는 것은 미덕이지만, 있는 놈이 아끼면 좀생이 소리 듣는게 세상이니까.
적어도 강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비싸 보이는데요?”
“얼마 안 합니다.”
“아닌 것 같은데……
강진호의 눈앞에 보이는 차량.
새하얀 순백색으로도색된 낮은 차 체가 눈에 띄었다.
차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늘을 날아다 닐 것 같은 비행 물체나 UFO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특히 앞부분에 보이는 그릴과 차체의 선이 그런 느 낌을 주었다.
뭐랄까…….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저게 대 체 뭔가 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디자 인이라고 할까?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입니다. 주 문이 밀려서 수령이 늦어질 것 같아 최근 순번자에게 웃돈을 주고 양도 받았습니다. 다행히 차량이 흰색이 더군요. 마음에 드십니까?”
“이런 걸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까?”
“부자들을 무시하시는군요. 국내에도 꽤나 많이 들어와 있을 겁니다.” “이게요?”
“예. 열 대는 넘죠. 희귀 모델인 센 테나리오나 레벤톤을 구할까도 해보 았지만, 아무리 한정 모델이라고 해도 남이 타던 것을 선물로 준다는게 꺼림칙하였는지 이걸로 정하셨습니다.”
“센…… 센?”
뭐라고 하는 것인가.
“신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여 하튼 이 모델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회장님이 요?”
“아뇨. 제 생각입니다.” 강진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돌려보내세요.”
“ 예?”
“성의는 고맙다고 전해주시고, 돌려 보내세요. 이건 과하네요. 정 주고 싶다면 적당한 국산 차로 보내달라 고 하세요. 이건 다시 파시구요.” 조규민은 어안이 벙벙하여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이걸 돌려보내고 국산 차를 받으시 겠다구요?”
“ 예.”
조규민은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부담이 좀 될 수는 있다. 이런 차를 선물로 받는다면 조규민도 그 부담감에 밤잠을 설칠 테니까.
하지만 조규민은 몰라도 강진호가가지고 있는 재산만 하더라도 이런 차 한 대 굴리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텐데?
“아니, 이건 남자들에게는 꿈의 차 입니다. 저도 한번 몰아보면 소원 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량이란 말입니다.”
“그래요?”
“ 예.”
강진호가 잘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선물을 돌려보내는 것도 좀 그런데, 그럼 이거가져가세요. 제가 드 리죠.”
“……강진호씨, 회장님이 드린 선 물을 제가 타고 다니면 제 입장이 뭐가 되겠습니까?”
“복잡하군요.”
조규민은 한숨을 쉬었다.
“돈이 부담되어서 그러십니까?”
“황 회장님께 이런 차량 한 대쯤은
돈도 아닙니다. 전 재산이 1억인 사람이 조카에게 10만원을 용돈으로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그것보다 더 간단한 일 이라구요.”
“그렇겠죠.”
“그러니 그냥 받으시는게……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의미 전달이 잘못된 모양이다 만, 비싸서 타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전 이걸 별로 타 고 싶지가 않아요.”
“ 예?”
“국내에 들어와 있는 차가 몇 대 안 된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만.”
“그럼 제가 이걸 타고 다니면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어디를 지 나는지 알게 되겠죠?”
요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차들의 색상이 다 같지는 않을 테니, 더 눈에 띄겠 죠?”
조규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비싼 차를 타는 것에 딱히 거부감 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어딜
가고 있다고 실시간으로 남들에게 알리면서 다니고 싶지는 않네요.” “으으으…
하지만 확실히 그럴가능성이 있었다. 길을가다가 차량이 지나가기만 해도 그 안에 강진호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수많은 국산 차나 양산형 외제차는 번호판을 보기 전에는 누가 누구인 지 알 수 없지만, 국내에 몇 대뿐인데다 실제로 잘 운행되지도 않는 이 차량이라면 충분히 그럴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차를 몰고 다니면
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 러워져요.”
“하……
그 시선을 즐기려 타는 차가 슈퍼카 아니던가.
한국에서 스포츠카의 성능이 좋아서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최고 시속을 밟아보지도 못하는 차를 몰고 다니는 이유가 뭐겠는가.
“그, 그게 중요한 겁니다만.”
“왜 그게 중요한 거죠?”
조규민은 고개를 저었다.
대체 이런 20살짜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강진호씨.”
“예.”
“예전에 저에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 고 하셨죠?”
“ 예.”
“그래서 학교에도 황 회장님과 강진호 씨에 대한 이야기가 떠도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구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 회장이 다녀간 뒤로 아이들의 강진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 졌다. 친하지도 않은 녀석들이 갑자 기 무척 친한 듯 살갑게 굴고,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녀석들이 갑
자기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전처럼 말이야.’
과거 마교에 투신하여 십마에 들었을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사람이 아닌, 자리와 능력만을 보고 관계를 정하는 것.
그리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냉정 하게 그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것. 강진호는 그런 것에 신물이 났다. 마지막에는가장 믿던 수하에게 배 신까지 당하지 않았는가.
이 차를 타게 되면 또다시 그런 시 선을 받게 될 것이다.
강진호는 그게 싫었다.
“세상은 말입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겁니다.”
강진호가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대체 평범이라는게 뭐죠?”
평범.
항상 바라오던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조규민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막상 그런 질문을 받자 강진호도 평범이라는 단어의 명확한 뜻을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를가장 바라오던 강진호인데, 막상 평범의의미조차 명확하지 않다니.
“다른 이들처럼 살아가는게 평범인가요?”
“……”
“아닙니다. 그건 다른 이들을 흉내 내는 것이지, 결코 평범한 삶이 아니에요.”
“그럴지도.”
강진호는 인정했다.
조규민의 말이 맞았다.
“돈이 많으면 평범해질 수 없는 걸 까요?”
“흠……”
“남들보다 좋은 차를 타면 평범할 수 없나요? 반대의 경우는 남들보다가난하다고 해서 그 사람은 평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평범한가, 평범하지 않은가는 그 사람의 재력이 말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인생이 말해주는 것이죠. 강진호씨가 바라는 평범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정작 지금 처럼 단순히 남들에 비해 모나지 않 기 위해 살려고만 노력한다면, 평범
때문에가장 중요한 행복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떠졌다.
자신은 왜 평범하게 살려고 했던가.
강진호가 말하지 못한 것을 조규민 이 말해주고 있었다.
강진호는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 나 이제는 행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가족을 돕고 친구를 만들 었다.
이번 일은 아주 작은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중요한 것을 다시 상기한 느낌이었다.
“그렇네요.”
평범하게 산다는 소망은 여전하다. 하지만 너무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예전에도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적이 있지 않은가.
강진호가가만히 조규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이러십니까?”
깜짝 놀란 조규민이 강진호를 만류 했다.
“배웠습니다.”
“아니, 뭐 대단한 걸 했다고.”
조규민은 굉장히 어색해했지만, 강
진호는 이 정도의 대우는 당연하다 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조규민이 해준 말이 강진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니까. 입은은혜에는 언제나 감사해야 한다.
“이건 받도록 하죠.”
강진호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완 전히 지워내지는 못했다.
조규민에게 들은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것과 이만한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다만, 이 차를 받지 않으면 조규민의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받아두는 것뿐이다.
‘따로 이야기를 해야겠군.’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조규민에게 말하는 건 별의미가 없을 것이고, 황정후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조규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지금 몰고가실 겁니까?”
“아뇨.”
“……예?”
“생각해 보니 선물을 받는다고 꼭 그걸 몰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 아요. 받으면 그걸로 되는 거죠. 저
희 집 차고에 넣어주세요. 저는 자전거 타고 갈래요.”
“ 네?”
“평범한데 집착하지 않고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는게 좋을 것 같네 요. 몰고 싶다고 하셨죠? 그럼 부탁 드릴게요.”
강진호는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걸 어갔다
조규민은 그 뒷모습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진호답다고 해야 할까?
조규민은 이런 부류를 잘 알고 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사람을 당황 시키는 족속들.
정상적인 사고방식과는 조금 멀어져 있지만, 그래서 언제나 다른 답을 찾아내는 사람들.
“으…… 나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싫어!”
그저 적당히 엮여 있을 때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될 때의 즐거움도 있 고, 다른 사고방식을가진 이와 대 화하면 알게 되는 부분도 많았으니 까.
하지만 그는 그런 이의 명을 받으 며, 또 다른 그런 이를 보필하고 있는 중이었다.
‘ 피곤해.’
인간적으로 만난다면 좋은 사람이지 만, 일적으로 만날 때는 불안한 사람이었다. 특히나 그 사람이 상사일 때는 더했다.
지금까지야 강진호가 특별히 조규민 에게 뭔가를 요구해 오지 않으니 괜 찮지만, 앞으로 저 사람이 재경의 정점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어떤 일 이 벌어질까?
조규민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휴…..”
하지만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재미있을 것도 같으니 뭐.”
조규민은 멀리 금동이를 타고 멀어 져가는 강진호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