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72)
마존현세강림기-573화(571/2125)
마존현세강림기 23권 (24화)
5장 발전하다 (4)
인생은 고통이다.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들었으니, 아마 그 말이 맞을 거다.
설사 이 말이 부처님이 하신 말 씀이 아니고, 어디선가 홀러나온 말 이라고 해도 이명환은 적극적으로 이 말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 누 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럼 누가?”
“왜 내가?”
“니가 대표잖아.”
“……내가?”
세상에는 부정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그 부정이라는 것을 다른 이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 무런의미가 없는 일도 있다.
이명환은 자신을 둘러싼 이들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소도둑놈처럼 생긴 것들이……
원래 총회 놈들은 인상이 험악했다.
이미지상으로 본다면 산골에 처박 혀서 무학을 익히는 이들은 순박할 것 같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고 해도 살짝 뭐라고 할까…… 체대생처럼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는 이미지가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총회의 무인들은 동네 깍두기 아저씨들처럼 생겼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스타일과 패션이 유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 만, 총회 놈들은 그걸 멋으로 알고
다들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것을 좋 아했다.
뭐, 이건 이명환도 벗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딱히의식하지 않던 일 인데 오늘 이렇게 이 깍두기 놈들에게 둘러싸이고 보니, 총회의 이미지를 좀 쇄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왜냐면…… 더럽게 무섭거든.
안 그래도 빌어먹을 뭐같이 생긴 것들이 마기를 풀풀 뿜어 대며 압박을 하자 절로 오금이 저린다. 그 역 시 마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백이
넘는 이들이 뿜어내는 살기를 저 혼 자 어찌 감당하겠는가.
“……아니, 내가 왜 대표냐고? 나는 나이도 많은 축도 아닌데.”
“강진호씨가 너한테만 시키잖 아.”
“응?”
“그래서니가 명령 내리는 거고.”
“그렇지.”
“그럼니가 대표지. 나이가 뭔 상 관이야. 내가 나이 많아니 말 못 듣겠다고 강진호씨한테가서 따지 기라도 할까?”
“아니지. 사람이면 못 그러지.”
“그럼니가 대표 맞잖아.”
“무척이나 설득력이 있기는 하지 만, 그러지 말고 우리끼리 대표를 다시 선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강진호 씨도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니 까,가서 말하면 별말 없이 들어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러자.니가 대표 해.”
“아니, 일단 투표라도……
말을 하던 덩치가 주변을 둘러보 고 말했다.
“이 새끼가 대표하는 거 찬성하는 사람.”
그건 마치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 같았다. 자리를 메우고 있는 이들의 손이 일제히 허공으로 올 라갔다. 누군가 그 광경을 본다면 참 단합이 잘되는 곳이라 여기며 흐 뭇하게 웃었을 것이다.
하기야 단합이 잘되는 건 맞지.
누구 엿 먹일 때는 단합력이 최 상이지. 빌어먹을.
“그러니까…… 그래, 뭐, 알겠다. 내가 대표를 하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라고?”
“ 알아보라고.”
“응‘?”
“야, 우리 진짜 죽을 고생해가며 테스트 통과했는데, 그 테스트 떨어 진 애들도 다른 거 다 할 수 있으 면 우리는 그 테스트 통과 왜 했는데?”
물론 이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인간은 특권을 원한다. 그리고 자 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사는 곳이 다른 곳보다 우월하기를 원한다. 무 척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문제는 이걸 대놓고 입으로 말하 기는 쪽팔린다는 것이다.
“그걸 따지라고?”
“그렇지.”
“누구한테?”
“강진호씨한테 직접 따질 수 있 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 양반은 그런 거 신경 안 쓸 거 같고…… 실질적으로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에게 따져야지.”
“……그게 누군데?”
“알잖아.”
모두가 씨익 웃는 모습을 본 이명환의 눈에서 결국 눈물 한 방울이 고이고 말았다.
“뭐 어쩌라고?”
물론 정상적인 반응 같은 건 바
라지 않았다.
이런 용건을 들고 왔는데 ‘그래서 제가 무엇을도와드리면 되는 건가 요?’ 같은 반응은 바라지 않았다. 그건 양심 없는 짓거리니까.
워낙 동기들이 난리를 쳐서 오기는 했지만, 안 그래도 바쁜 사람에게 이런 일로 괴롭히는 것은 정말 하면 안 되는 짓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이명환이다.
다만…….
“어쩌라고, 새끼야!”
“제가 오고 싶어 온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뭐, 물론 화는 낼 수 있다. 화를 내서 섭섭한 것이 아니다. 그를 정 말 견디기 힘들게 하는 것은 이현수의 저 ‘이 버러지 같은 새끼를 어떻게 쳐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왜 왔는데?”
“……가라고 해서요.”
이현수의 얼굴이 말 그대로 뒤틀 리기 시작했다. 이명환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해명을 했다.
“여기 와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만, 자기의 권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동기들의 반발 이 너무 거세서… 이대로는 문제
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 빠르게 보 고를 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튀어왔 습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구라 쳐라, 새끼야.”
“……맞을까 봐 왔습니다.”
이현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했다.
“그래서 그 새끼들이 원하는게 뭐라는데?”
“그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
도 그 엄청난 테스트를 통과한데다가, 수련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게 저희 입 장 아닙니까?”
“그렇지.”
“게다가 마공을 익히면서 나중에 우리가 정말 마인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놈들은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강해진다고 하니 열불이 터지기 마련입죠.”
“흠.”
이현수가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처음에는 이 미친놈들이 배가 불 렀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너희 쪽에서 안타까워할 일은 없다. 내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배 워야 한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강진호 씨 쪽을 선택할 테니까. 너희도 어차피 그럴 거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하자.”
이현수가 손으로 박수를 쳤다.
“지금 너희 쪽에 있는 놈들에 한 해서 타 커리큘럼으로 옮겨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
“네?”
“부러우면 그쪽으로가면 되잖 아.”
“아……
이명환이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그가 원한 대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이 대 답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깟 테스트 하나 통과했 다고 너희 인생이 우월하게 정해졌 다고 착각하고 있던게 문제야. 여 하튼 무인이라는 것들은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개념이 없다니까. 인마, 사회 나가면 사법고시 통과하고도
연수원 성적 낮아서 빌빌대는 애들 천지야. 뭐 하나 통과만 하면 남은 인생이 정해진다? 웃기고 자빠졌 네.”
이현수가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가서 똑똑히 전해. 이건 경쟁이 라고 말이야. 너희가 고지를 선점했 다고 해서 너희가 나중에 자연스레 총회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 면 오산이라고. 너희 중에는 분명히 강진호씨의 무학을 익히고도 다른 무학을 익힌 놈에게 뒤처지는 잉여 새끼도 나오겠지. 그때가서 후회하지 말고, 죽어라 노력하라고 해. 같
은 노력이라면 조건은 너희 쪽이 더 좋으니까.”
“……예.”
우울하게 대답하는 이명환을 보며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애새끼들, 진짜.’
어린애 뒤치다꺼리는 사양이었다. 지금 그는 장로와 이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 질 지경이었으니까. 거기에 강진호가 개인적으로 시킨 일들과 총회의 운용까지…… 잠을 잘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너희가 선택한 거니까 너희가 책
임을 져야지. 원칙상으로는 그게 맞 지만, 그렇게 팍팍하게 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너희가 선택을 할 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겠지. 그러니 원하는 놈 있 으면 옮겨준다고 해.”
“저……” 그런데 말입니다, 부장 님.”
“ 뭐‘?”
“새로 개설되는 과정은 이게 전부 입니까? 기껏 옮겼는데 다른 과정이 또 생기면 그것도 곤란해서……
“일단은 이게 다다. 회주님이 따 로 뭔가를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그
거 말고는 없을 거야.”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 다면야 선택을 할 시점이기는 하다.
“저기, 그리고……
“또 뭐?”
“이건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질 문입니다만.”
이현수가 슬쩍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이놈은 꽤 똘똘한 놈이었다. 흥미가 생긴 이현수가 키 보드에서 손을 떼고 이명환을 바라 보았다.
“ 말해봐.”
“지금 총회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 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은 겁니까?”
“위험해 보여?”
“아뇨, 아뇨. 그냥 궁금한 겁니다. 부장님이나 회주님이 어련히 잘 알 아서 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 래도 뭔가 좀 껄끄러워서요. 이번에 그 미스터 위긴스라는 사람은 외국 인이고, 서양 무학을가르친다고 하 던데……. 젊은 애들이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탐탁찮게 생각할 것 같아서요.”
이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다른 놈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빼 앗긴다고 반발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저놈은 총회의 전체적인 구상을 바 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냐.”
“역시 그렇겠죠.”
“하지만 총회 내에서 개혁을 시도 하는 것 역시 어려움이 따른다. 한 국의 무학은 한정되어 있어. 나는 솔직히 한국의 무학이 다른 곳의 무 학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 아. 깊이 익힌 이들이 나타나지 못 한 것뿐이지. 하지만 분명 단점은
존재해. 그건 무학이 모두 비슷하고, 성향이 동일하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다른 곳의 무학을 익히면 치고 나갈 수 있는 놈들이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 정체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라도 맞는 옷을 입혀주는게 좋겠지.”
“하지만 반발이……
“니가 생각하는 안정이란 건 뭐 냐?”
“ 예?”
이현수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조직이라는게 잘 굴러가고 여기 저기에서 불만이 없으면, 그게 안정 이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일을 해도 똑같아. 하고 있는 일이 손에 익고 편안하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네 힘을 100% 발휘하 고 있지 않다는 뜻이니까. 네 전부를 걸어서 일을 하고 있다면 일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지.”
“아……
“조직도 마찬가지야. 안정되기만을 바라는 조직은 고인다. 고이면 썩지. 조직은 언제나 변화해야 해.
개혁해야 한다. 내부에서 개혁이 불가능하다면 외부에서 요인을 끌어와 서라도 개혁을 해야 한다. 그게 내 뜻이고, 강진호씨의 뜻이다. 물론 회주님의 뜻이기도 하지.”
이명환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론이었다.
“이건 강진호씨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야. 너나 나 같은 소시민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큰 그림을 모두 볼 수 없어. 그러니 그냥 네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하는 건 네가 최선을 다했을 때도 달할 수 있는 곳을 바꿔주는 일이
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지.” 뭔가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이현수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담담하지 않았다. 이현 수의 말에 그동안가슴에 쌓여 있던 걱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이명환 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가봐.”
“그런데 하나만 더……
“응?”
이명환이 어정쩡한 자세로 물었다.
“저 영어 회화가능한데, 혹시 미
스터 위긴스 커리큘럼으로 옮길 수 있습니까?”
“ 너‘?”
“예!”
“넌 안 돼.”
“……네?”
“다른 놈은 다 돼도 넌 안 돼. 너는 거기 붙어 있어.”
“……네?”
“가봐.”
“저……”
“가보라고.”
이현수가 손을 휘젓자 이명환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쿵.
문이 조심스레 닫히고 이명환은 그대로 문에 기대서 차오르는 습기를 훔쳤다.
‘어쩌다가……
결국 그는 강진호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