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74)
마존현세강림기-575화(573/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화)
1장 조여오다 (1)
“손녀분이 혈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후우……
방 안으로 들어오는 이를 보며 이중걸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게나 말일세.”
“아무리 회주님이라도 혈육의 정
을 떼어낼 수는 없는 법이죠.”
미묘한도발이었다.
결국 너도 혈육 앞에 혼들리는 사람에 불과하지 않느냐는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중걸은 이런도발을 꽤나 유쾌 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안정된 세상에서는 충견이 필요하지 만, 이런 난세에서는 독이 바짝 오 른 늑대가 더도움이 되기도 하니 까.
“걱정할 것 없네. 혈육 앞에 혼들 릴 내가 아니니까.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조 이사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중걸은 혈육 같은 것을 신경 쓰는 이가 아니었다. 그의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괜한 말씀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네. 예전의 나였다 면 지금의 자네가 매우 고까웠겠지 만, 내가 몰락한 건 그런 말을 고깝게 들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알 거든. 그러니 달게 들어야지. 달콤하게 말이야.”
이중걸은 이제 안다.
어떤 음식으로 식사를 하느냐가 그 식사의가치를 매겨주지는 않는 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고의 식사는 쓰러뜨린 적의 시체를 보며 먹는 식 사였다.
흙투성이의 주먹밥 한 덩어리라고 해도 천상의 맛처럼 느껴지겠지.
“반응은 어떤가?”
“기울었습니다.”
“흠…..”
이중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시간
을 준게 정답 같습니다. 대부분은 이쪽으로 동조하더군요. 개중 조금 움직임이 선명하지 못한 이들이 있 기는 하지만, 감시를 붙여뒀으니 별 일은 없을 겁니다.”
“동료애는 중요하지.”
이중걸이 손을 뻗어 유리를 살짝 두드렸다.
“결속이라는 것은 유리 같은 것이 지. 힘을 주면 너무도 쉽게 깨어지 지만, 막상 깨려고 하면의외로 단 단한 것. 적당히 프레셔를 조절하여 깨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법.”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 외에는?”
조 이사가 살짝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흠?”
“……아무래도 보고를 드리고 움 직이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어서 제가 먼저 영남회의 장로들과 접촉을 해보았습니다.”
이중걸의 눈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조 이사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그 책임도가져간다는 것을 알 고 한 일이겠지?”
“……물론입니다.”
“좋네, 좋아. 조 이사, 자네나 나 나 이제 예전 같지는 않지. 내가 내 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하고, 자네도 예전처럼 명만 들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좋은 변화지. 다만……
이중걸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홀러 나왔다.
“조심하게. 조심해야 해. 우리는
지금 움직임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는 처지네. 자네의 실수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진다면, 나는 자네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군.”
조 이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담담하다.
하지만 담담하기에 더 두려웠다.
강진호?
물론 그는 무섭다.
하지만 그가 무서운 건 그가 강 하기 때문이다. 장로들이 그 강한 강진호를 두고 왜 이중걸을 따르겠는가.
그저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서?
천만에.
모두 아는 것이다.
이중걸이 얼마나 집요한 자인지.
그 집요한 자가 뒤에 숨어 계획을 세운다면, 그 계획이 얼마나 철 저할지 말이다.
“그래서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언젠가는 해야 할일이지. 차라 리 잘된 일이야. 하지만 비밀 엄수가 잘되는지는 꾸준히 감시해야 할 것이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중걸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하나 흘러가는군. 일이란게 항상 이렇지. 시작할 때는 너무도 더뎌 사람을 답답하게 하지만, 일정 한 시점을 넘어버리면 사람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빨라진다니까.”
“버거우십니까?”
“조금은 그렇지. 나도 나이가 있 으니까.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중걸이 턱수염을 매만졌다.
“그 강진호를 상대하는 일인데, 쉬우면 안 되지. 쉽다면 뭔가 잘못
되고 있는 거니까. 지금이 딱 적당 하지.”
“그 부분에 대해서 다들의문을가지고 있습니다.”
“의문?”
“ 예.”
조 이사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 었다.
“다들 지금의 총회를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회주님께서 저 강진호를 어찌 상대할 것인지에의문을가지 더군요. 더구나 최근에는 강진호의 주변에 다른 이들마저 들어서지 않
았습니까? 그 바토르와 나이트 위긴 스라는……
이중걸의 얼굴에 냉소가 차올랐다.
“시답잖은 외국 놈들을 다 끌어들 이는군.”
“바토르와 나이트 위긴스는 시답 잖다고 할 만한 인물들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 있는 무인 중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강진호가 유일할 것입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시답잖은 건 마찬가지야.”
이중걸이 조 이사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보통 착각을 하곤 하지. 무인계를 지배하는 것은 강한 무인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사 실이 아니야. 대한민국에 나보다 강 한 무인이 없어서 내가 총회를 지배 했겠는가?”
“모두들 궁금해했지. 나와 김석일 이 승부를가른다면 누가 이길 것인 지에 대해서. 멍청한 짓이지. 내가 김석일과 승부를가를 일이 뭐가 있 단 말인가. 서로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내려놓고 주먹질을 하는 군인도 있다는가?”
“그런 군인이야 없겠죠.”
“마찬가지야. 결국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조직이지. 나는 그걸 일찍 부터 알았기에 내가 수련할 시간을 버려가며 조직을 만들어냈네. 이 많은 무인들 사이에서 강한 무인 한둘 이 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은가?”
“하지만……
조 이사가 납득이가지 않는다는 듯 이중걸을 보며 물었다.
“결국 일전에 저희가 방 회주에게 무너진 것은 그 강한 무인 하나 때 문이 아니었습니까?”
“강한 무인 하나 때문이 아니지. 전력의 계산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야. 강진호가 나를 치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 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걸세. 그 걸 몰랐던게 내 실착이었지.”
조 이사가 살짝 불안한 눈으로 이중걸을 바라보았다.
이중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 하지만 그 강진호를 생각하면가슴 한쪽이 서늘해져 오는 것은 어 쩔 수 없었다.
“ 모르겠는가?”
“……제가 회주님만 한 머리가 있
었다면 회주님의 밑에 있진 않겠 죠.”
“그거, 미묘한 말이로군.”
이중걸이 안쪽으로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은 이중걸의 모습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변수였단 말이지, 내게 있어서 강진호는. 등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알지 못한게 실수였지.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반대란 말이지. 나는 이미 강진호에게 한번 패했네. 그 리고 강진호는 자신에게 패한 이가 다시 자신에게 달려들 수 있을 거라 고 생각하지 못할 걸세.”
“……아!”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는 어 찌 보면 철저한 승부사지. 그리고 무인이지. 내가 그에게도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겠지만, 그도전의 방식이 다르다고 믿을 사람이야.”
조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을 것 같 았다.
“그러니 차근차근 뒤를 찌를 준비를 할 수 있는게지.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자꾸 비밀 엄수를 강조하는 걸세. 여기는 최적의 위치지. 등 잔 밑이란 말이야. 소리를 내지 않
는다면, 내가 여기서 칼을 갈고 있 다는 걸 그가 알 리가 없지.”
“그렇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날카로운 칼을가는 일이야. 그리고 그를 계속 지켜보는 거지. 그런 후에 틈을 만 들어내면 돼. 그다음에는 칼을 잘 찔러 넣는 것만 남은 거지.”
“그럼 그 칼은……
이중걸이 피식 웃었다.
“칼이 되고자 하는 이가 너무 많 아서 탈이지. 강진호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어. 그는 자신의 강함만으로 모든 것을 해
결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곧 알게 될 걸세. 개인의 강함이 얼마나 무 력한 것인지, 조직이 왜 무서운 것 인지 말이야.”
조 이사가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알 수 없다.
이렇게까지 들었음에도 그는 이 승부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를 점 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강진호라는 존재는가늠되지 않는 미지의 존재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중 걸을 믿고 따르는 일뿐이었다.
“아마 그쪽에서 먼저 움직임이 있
을 거야.”
“ 예?”
“일련의 변화에 대해 동요하는 장 로들을 달래려 하겠지. ‘너희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총회는 변 함이 없다’면서 입에 사탕을 물리려 할 거야. 누군가는 그 생각을 하겠 지. 그게 아니라면 답이 없는 놈들 인 거고. 그리 멍청하지는 않을 테니, 분명 누군가는 움직일 걸세.”
“거기서 납득한 척을 해서 안심시 키자는 거군요. ‘우리는 당연히 너 희의 편이다’라는 식으로?”
“멍청하긴.”
이중걸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게. 강압 적으로 나가.”
“ 예?”
“드러내 놓고 불만을 논하는 동안 에는 별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할 걸 세. 우리가 자신들의 예측 안에서 움직인다고 안심하겠지. 그러니 빤 하게 움직이란 말일세. 적당히 방진 훈에게까지는 소리를 치고, 강진호가 등장하면 숨을 죽이는 척하면 되 겠지.”
“……어렵군요.”
“어려울 것 없어. 자연히 그렇게
될 거니까. 아니면 강진호와 드잡이 라도 벌여볼 텐가?”
말없이 입을 다무는 조 이사를 보며 이중걸이 쓰게 웃었다.
‘이게 현실이지.’
권한을, 권리를, 그리고 총회의 미래를, 자신들의 지위를 되찾고 싶 다고 온갖 불만을 늘어놓지만, 막상 그 원흉이 되는 이와는 맞싸울 각오가 없는 이들. 지금 이중걸을 따르는 이들은 딱 그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이중걸은 이들을 믿지 않았
다.
손에 든 패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패에 모든 것을 거는 건 멍청한 짓이다. 결국 마지막에 믿을 수 있는 이는 자기 자신 하나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물러 터졌어.’
그가 강진호였다면 총회를 장악한 그 순간, 이중걸을 죽였을 것이다. 후환은 남기는게 아니니까. 그 강진호의 무름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 었다.
그리고 이중걸 역시 알고 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음을.
이번에 실패한다면, 그는 결코 살 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사 용해 주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고, 오 물 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도 마다 하지 않을 것이다. 비겁하다고 욕먹 어도 좋고, 저주받아도 좋다. 그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결과니까.
피와 오물로 얼룩진 승리의 장에 서 텁텁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모두의 손가락질은 차라리 찬사가
될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강진호. 등 뒤에서 날아오는 칼이 얼마나 무서 운지 너도 이제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노회한 여우가 그 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움직이려는 자,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까 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