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75)
마존현세강림기-576화(574/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2화)
1장 조여오다 (2)
인간은 명성을 얻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평소 조규민은 이러한 현상을 이 해할 수 없었다.
유명인이 된다는 것, 다른 이들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조규민으로서는 자신을 좀 더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례로 연예인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물론 그들이 유명해진 만큼 커다 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사실이지 만, 그 대가로 사생활을 거의 포기 해야 한다. 집 앞에는 언제나 사생 팬과 파파라치가 상주하고, 창문 한번 제대로 열 수 없다.
물론 명성을 얻는다고 해서 연예
인처럼 극단적으로 사생활을 침해당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비숫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길가에서 마주치는 이들이 모두 나를 알아본 다고 생각해 보라. 누군가는 그것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규민은 그런 상황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이겠냐, 이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유명 인의 삶보다는 그냥 지금의 소시민
적인 삶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조규민이었다.
하지만 오늘 조규민은 왜 사람들 이 그토록이나 명성을 원하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예? 처리됐다구요?”
출근하자마자 걸려온 전화에 조규 민은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에 삼 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들었는데요?”
이제 고작 일주일 지났는데 통과는 무슨 통과란 말인가.
“예? 아, 좀 일찍요. 아……
공손하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더없이 공손했다.
‘꽤나 고압적인 양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고위 공무원이라는 양반들은 거의가 그랬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자신 감도 있었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민원인을 만 만히 본다.
재단에 관련해서는 재경이라는 이 름을 사용할 수 없던 조규민이다 보니 상대의 고압적인 태도를 묵묵히
받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예. 신경을 좀 썼습니다. 원래라 면 이게 심사가 무척 뒤로 밀려 있 어서 시간이 더 걸렸어야 하는 건데, 아무래도 바쁘신 것 같아서 심 사를 조금 당겼습니다.]조규민이 헛웃음을 지었다.
저 다른 사람처럼 친절하고 고분 고분해진 태도야 그렇다고 치고, 말 하는 내용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사를 앞당기는 것만으로 이리 빨리 해결될 것이라면, 심사가 오래
밀려 있을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에 재단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줄서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나마 심사를 한번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이해라도 해보 겠지만, 이렇게 바로 해결이 된 것으로 보아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여하튼 진짜.’
성질 같아서는 욕을 한바탕 퍼붓 고 싶었지만, 세상을 성질대로 살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조규민이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일
을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저희가 신경 써드려야죠. 사회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 그런 걸도와 드리는게 저희의 일 아니겠습니까?]‘주둥아리는 진짜.’
조규민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갔을 때, 그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이 아직도 생생한데 갑자기 친절 직원 코스프 레를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물론 이놈이 왜 이러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황정후.
재계의 거인인 황정후 회장이 복 지 재단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단 며칠 만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아직 언론을 통해 기사화가 된 건 아니고,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사 실이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관련 부서들은 난리가 났 고, 황정후와 관련 있는 인물들을 재점검하던 찰나, 그를 발견한 모양 이었다.
‘딱히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찾아낸 것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어떻게 이쪽으로은근 슬쩍 말을 넣어볼까 했는데, 이렇게 자체적으로 알아내고 일을 해결해 주니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일사천리 라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 지.
‘이 정도였나?’
조규민은 어쩌면 자신이 황정후 회장의 파급력을 잘못 이해한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황정후 회장이 함께해 준다
면 이런 쪽의 일은 쉽게 풀릴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 쉽게 풀린 다는 것의 정도가 다른 것이다.
적어도 그가은근슬쩍 이쪽의 이 사장이 황정후라는 것을 알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는 정도의 과정은 필 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저 쪽도 나름의 성의를 보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황정후 회장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래쪽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황정후 회장 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
‘이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저쪽은 마무리하고 있네.’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일을 처리해 준다. 이보다 더 편한 상황이 어디에 있겠는가.
황정후라는 이름 세 글자가 아니 라면 결코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딱히 이득을 제공한 것도 아닌데 상 대방이 먼저 호의를 베푼다. 아니, 호의라기에는 과도한 이득을 제공한다.
‘이래서 명성이 필요한 거구나.’
왜 사람들이 명성을 얻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 았다.
[아, 그리고 확인을 좀 해봤는데, 그쪽으로 민원이 들어온게 몇 개 있습니다.]
“네? 민원이요?”
조규민이 눈을 찌푸렸다.
민원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게다가 그쪽으로라면 재단을 말하는 건가?
[예. 정확하게는 그쪽이라기보다는 그쪽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원 쪽
으로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학원이요?”
조규민은 더더욱의문에 빠져들었다.
학원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정확하게 말해 민원이라기보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운영하 고 계신 교육 시설이 불법이 아니냐는 신고죠.]“불법이요?”
“아뇨, 아뇨. 그게 상업적으로 운
영하는게 아니라, 보육원 아이들을가르치는 무허가 불법 시설 같은 건데…… 그것도 사전 신고가 필요하 다는 말씀이십니까?”
[물론이죠. 신고하셔야 합니다. 더 구나 그쪽으로 몸값 높은 강사들이 드나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둘이야 몰라도, 그 많은 이들이 봉사를 하기 위해서 매주 시간을 맞춰서 출 퇴근을 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거 죠.]조규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건 맞지, 사실 뭐……
뒷돈을 주고 있으니까.
대외적으로는 봉사라고 하지만, 충분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었다. 조 사가 들어온다면 금방 들통날 일이 었다.
[그러니 빨리 업장 신고를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일단은 조사 나가 려는 걸 이쪽에서 막아뒀습니다. 정 리할 건 정리하시고, 처리할 건 처 리하셔야 할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그쪽으로 팩스 넣어드리겠습니다.]“가, 감사합니다.”
조규민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다. 새삼 회 사를 운영하는 것과 재단을 운영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음, 그게…….]
건너편에서 어물쩍거리는 기색이 느껴지자 조규민이 서둘러 말을 받 았다.
“이사장님께 신경 써주셨다는 말을 해두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 걸 바란 건 아닙니다만.]
“아뇨, 아뇨. 사실이니까요.”
[예. 그럼 번창하시길 빌겠습니다.
오늘 내에 팩스 보내 드리죠.]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조규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네, 권력.”
아니, 재력이라고 해야 하나?
재단에 황정후라는 이름이 쓰인 것만으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 결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알지도 못한 사항까지 모조리 해결이 되 고 있지 않은가.
저쪽에서 학원과 관련된 일을 말 해주지 않았더라면 크게 낭패를 당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조금은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힘에 그렇게 집 착을 하는구나.’
돈도 많은 인간들이 왜 굳이 국 회의원이라도 한자리 해보겠다고 달 려들어서 그리 추악한 꼴을 보이나 했더니, 이렇게 세상이 나서서 편의를 봐준다면 욕 좀 먹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대한민국은 있는 사람 살기에는 최고의 나라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 후우……
조규민이 담배 한 대를 꺼내 입 에 물었다. 불을 붙인 담배가 타들 어가고 폐 속으로 연기가 밀려 들 어갔다.
‘여하튼 급한 불은 껐네.’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면 그도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뭐랄까…….
“성질들은 더럽게 급해가지고.”
조규민이야 모든 일을 돌다리 두 들겨 보며 진행하고 싶었지만, 황정후와 강진호는 ‘가다가 다리가 무너
지면 점프해서 건너면 되지’를 외치 고 있었다.
일단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 르되, 시작한 이상은 브레이크 없이 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버럭대며 일을 지시하는 황정후와은근히 눈치를 주는 강진호의 사이 에서 조규민의 등만 터져 나가고 있 었다.
“ 에효.”
조규민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일이란게 원래 그런 것이다. 일 이 힘들지 않으면 일이 아니지. 남
의 돈을 받아먹고 일을 하면서 편하 기를 바라면 그게도둑놈이지.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한 조규 민이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흐음.”
약속된 시간이다.
“올 때가 됐는데……
조규민이 천천히 걸어 방을 빠져 나갔다. 그가 걸어도착한 곳은 엘 리베이터 앞이었다. 저 아래층에서 부터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시네.’
최상층은 회장실과 비서실이 있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방문 약속을 잡아야 했다. 설 사 사장급이라고 해도 함부로 회장 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딱히 그걸 막은 적은 없지만, 사 장들 스스로가 회장실에 출입하는 것을 꺼려했다.
이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드는 사람은 오직 하나뿐이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그 안에 익 숙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계속 기다리셨던 건 아니죠?”
“이쯤이면 오실 거라 생각해서 방 금 나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기다리지 마 세요. 부담스럽네요.”
“하하, 강진호씨가 부담스러우시 다면 그러지 말아야겠네요.”
조규민이 앞장서서 걷자 강진호도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향한 곳은 회장실이 었다.
“회장님께 저희 왔다고 말씀 좀……
“예, 잠시만요.”
회장실 앞을 지키고 있던 비서가
안쪽으로 연락을 넣었다.
“들어오시랍니다.”
“감사합니다.”
조규민이 커다란 원목으로 만들어 진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회장님, 조규민입니다.”
“들어와.”
늙수그레한 음성이 반겨주자 조규 민이가만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그러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 헐?”
그의 시선에 황정후 회장의 책상
으로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