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77)
마존현세강림기-578화(576/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4화)
1장 조여오다 (4)
“그럼 일단 돈 문제는 해결이 됐 고……
아뇨. 해결 안 됐는데요?
그걸로 해결이 되는 겁니까, 회장님?
조규민은도무지 이 사람들의 대 화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저런 식
으로 돈 문제가 해결이 되면, 세상 에 돈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벌어오면 그만인데.
“자, 잠시만요, 회장님. 이렇게 해 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 벌어온다잖은가.”
“아니,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니까요.”
“자네, 진호 못 믿나?”
“헐……
아니, 여기서 이렇게 나오시면 어 떻게 합니까, 회장님. 이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가능과 불가 능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회장님, 제가 강진호씨를 신뢰 한다고 해서 강진호씨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 예?”
“솔직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아?”
“……말하고 보니 그러네요.”
난이도로 따졌을 때는 확실히 강진호가 떼돈을 벌어오는 것보다는 하늘을 나는게 더 현실성이 있을 것 같았다. 뭔가 기준이 일반인과는 다르니까.
“벌어온다고 하니까 벌어오겠지.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에……”.
조규민이 발랄하게 웃었다.
“그러시죠.”
평생을 기업을 운영해 온 사람이 일단 돈을 제껴놓고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외치고, 평생 돈이라고는 피 자집에서밖에 벌어본 적 없던 사람이 당당히 재단을 운영할 돈을 벌어 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여기는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 였다.
‘뭐, 언제는 아니었나.’
따져 보면 강진호가 등장한 이후
로 그의 인생은 언제나 판타스틱했다. 새삼 이제 와 상식을 논한다는게 되레 난센스다.
“여하튼 그럼 일단 돈 문제는 제 껴놓고 계속하시죠.”
“거, 빤한 이야기를 여러 번 하게 만든다니까.”
황정후의 툴툴거림에 조규민이 고 개를 슬쩍 돌렸다. 괜히 이럴 때 입을 열었다가는 타박만 더 받는다.
“음, 그래. 일단 돈을 해결했다고 치자고. 그래서 네가 말하는 그 복 지라는게 방향이 뭐야?”
“방향이요?”
강진호는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떤 식으로 복지 재단을 운영할 거냔 말이야. 교육이야,의료야? 그게 아니면 주거? 그것도 아니면
“다 하면 안 됩니까?”
“……이 똥 멍청이 같은 인간들 이!”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을 짓자 황 정후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소리 치기 시작했다.
“입만 살았지, 입만 살았어! 고놈의 주둥아리는 아주 잘도 돌더구나.
뭐? 후회하지 않게 해줘?”
“덕분에 이리 정력적으로 일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래서 제가 꼭 필요하다고……
“에라이, 이 사기꾼 같은 놈아!”
황정후가 마구 역정을 내자 강진호는 웃어버렸다. 확실히 일을 주도 적으로 끌고 나가주는 사람이 있으 면 일이 잘 진행된다.
강진호는 혼자 수레를 미친 듯이 끌 수 있는 사람이지만, 수레 뒤의 짐이 줄줄 흘러내려도 신경 쓰지 못 하는 타입이었다. 이런 강진호에게가장 필요한 이가 조규민같이 뒷문
을 단속해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한 명이 더 필요하 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 겠네.’
쉽게 말해 강진호는 방향타 없는 엔진이다. 방향이 정해지면 말도 못 올라갈 언덕길로 집채만 한 수레를 끌고 올라갈 힘이 있지만, 어디로가야 할지 몰라 항상 산골짜기를 헤 매는 그런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강진호의 앞에 지금 황정후가 지도를 펼쳐 든 것이다. 로드맵도 지도는 지도니까.
“결국 내가 보니까 너는 그 보육 원 같은 것을 좀 더 확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구나.”
“음……”
“본인 마음은 본인이 잘 모르는 법이지. 그동안 네가 병원이고 뭐고 쏘다니지 않은 곳이 없는데, 결국 마음을 준 곳이 그곳이라면 너는 어 린애들에게 관심이 많은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어린아이들에게 관심 이 많은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운명에 저 항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신경이 쓰
이는 것이다.
강진호 역시 스승을 만나지 못했 다면 두 번째 삶에서도 비참하게 살 아야 했을 테니까.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 황정후조차도 말했다.
노력하면 된다고, 노력해서 극복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강진호는 세상에는 그 노 력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일까지 이야기할 것은 없다.
“그럼 내 생각인데……
황정후가 턱을 긁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보육원을 조금씩 늘 려가는 것은 비효율적이야. 인력 관 리도 힘들고, 돈은 두 배로 들지.게다가…… 이런 말은 조금 민감한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네가 몸이 열 개가 아닌 이상은 결국 그 보육원 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한번씩 들러보는 식으로 운영을 해야겠는데, 그만큼 믿을 만한 사람을 열 명 이 넘게 확보할 수 있겠어?”
“음……”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다.
확실히 황정후는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사업가의 마인드가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강진호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하면 더 많은 이들을도울 수 있을 까 같은 것을 고민하는 동안 황정후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일을 크게 벌여보는 건 어떤가?”
“ 크게요?”
“그래, 크게.”
황정후가 씨익 웃었다.
“잡다하고 조그맣게 하지 말자고.
이왕 내 이름도 걸고, 네가 돈도 벌 어온다고 하니까…… 보육원을 크게 지어버리면 되지.”
“……어느 정도로?”
“보육원 열 개를 합친 만큼. 일단 시작은 연령별로 한 오십 명 정도 모아보면 어떠냐?”
“헐, 회장님.”
조규민이 기겁을 하여 말했다.
“연령별로 오십이라면, 고등학생 까지 받는다고 해도 천 명입니다.”
“어차피 한 보육원에 백 명은 있을 거 아냐?”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뭐가 문제야? 백 명짜리 보육원 열 개를 만드는 것보다는 천 명짜리 보육원 하나가 더 간단하지.”
“아, 아뇨, 그게 아닙니다.”
조규민이 황정후를 만류했다.
“지금까지 그런 식의 보육원이 생 기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사람이 그만큼 모이게 되면 기본적으로 여러 시설이 필요합니다. 막말 로 학교가야 하는 애들만 육백 명 이 넘게 됩니다. 걔들을 어디서 다 수용합니까?”
“왜 못해?”
“현실적으로 보자구요. 일단 주변 에 커다란 보육원이 들어선다는 것 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 셀 겁니다. 집값 떨어진다 소리 나 온다구요.게다가 그 보육원생들이 학교에 대량으로 들어가는 것을 원 치 않을 겁니다. 그걸 다 무마하려 다 보면 시작도 못할 수 있습니다.”
“쯧쯧, 이리 멍청한 놈을 보았나.”
“ 예?”
“야, 이놈아. 다른 학교를 보낼 필요가 뭐가 있어. 네가 말한 대로 학생만 육백 명이고 돈이 있는데! 지어버리면 되잖아!”
“……지, 지어요?”
“그래. 애들이 학교 다니면서 생 기는 제일 큰 문제가 뭐야?”
대답은 강진호에게서 나왔다.
“시선이죠.”
“그래, 그거야. 나와 다른 놈이라는 시선, 저놈은 부모가 없다는 시 선. 그런 시선을 받다 보니 애들이 학교생활을 싫어하고 삐뚤어지는 거 아냐.”
“예.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차라리 거꾸로가버리는 거 지. 학교를 지어버리는 거야, 재단명으로. 그리고 거기에는 보육원에 있
는 애들만 등교를 시키는 거야. 어 차피 다 같은 애들이니 차별받을 것도 없지.”
조규민이 멍한 얼굴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아니, 뭔 스케일이……
강진호에게 일 크게 벌인다면서 뭐라고 하더니, 자기 스케일은 우주를 뚫고 있었다.
보육원을 짓는 이야기가 어떻게 학교를 짓는 이야기까지 넘어갈 수가 있는가.
“같은 재단에서 학교와 보육원을 동시에 운영하면, 보육 교사와 학교
교사 간의 소통도 더 잘될 거고, 그 럼 애들 생활에도도움이 될 거 아 냐.”
황정후가 강진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말한게 그런 거 아냐? 애 들을 올바르게 키워내는 것.”
“……올바르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 불편 없이 자라게 해주고는 싶 습니다.”
“그게 그거야. 최적의 방식은 이 거란 말이지. 오히려 애들이 대량으로 있으면 이점이 많아.”
“이점요?”
“지금 보육 교사들이 힘든 이유가 그거 아냐? 한창 사춘기인 애들과 어린아이들이 뒤섞여 있고, 죽어라 고 뛰어다니는 놈들과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이 섞여 있잖아.”
“그렇죠.”
“그런데 수가 많아지면 학년별로 분류해서 보육 교사를 배치할 수 있 다는 말이지. 방식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큰 틀은 달라지지 않는 거야. 그럼 아이들도 조금 더 편해지고, 일하는 사람도 편해지기 마련이지. 지금처럼 보육 교사들이 애들 밥도 신경 쓰고 하는 필요도
없어지는 거지. 조리실이 따로 운영 될 테니까.”
“어, 음……
조규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거…… 뭔가 대단한 이야기 같 기는 한데, 머리에 잘 들어오지는 않네요.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라서 그런가.”
조규민은 웃어버렸다.
‘진짜 사람이 다르구나.’
보육원생들을 보호하고 돌봐주어야 할 아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조규민이나 강진호로서는도무지 떠 올릴 수 없는 발상이었다. 아이들의
분류를 나누고 거기에 따라 따로 교 사를 배치한다니.
“아, 이거……
“ 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규민이 황당함을 서둘러 감추었다.
‘이거, 공장 운영 방식이잖아.’
다품종 소량 생산을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 같았다. 체계 적인 시스템으로 사람을 밀어 넣어 서 차별 없고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 하겠다는 건데…….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사람 냄새야 덜 나겠지.”
황정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야. 교사의 문제지.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게 사람이야. 너희가 착 각하고 있는 건, 보육원은 아이들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거야. 보육원에 서 제일 우선되어야 할 것은 보육 교사야.”
“ 예?”
“네가 보육 교사에 대해 생각해봐. 어떤 사람들이야?”
“좋으신 분들이죠. 마음 선하고 봉사 정신 투철하신.”
“그게 문제야.”
“……이게 문제라구요?”
황정후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멍청한 놈들은 꼭 핵심을 벗어나 기 마련이지. 그 사람들이 왜 좋은 사람이어야 해?”
“그야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니 까.”
“야, 이놈아. 그 사람들한테 연봉을 1억 준다 치면 네가 거기서 일 하는 사람들이 마음이 착해서 일한다고 생각하겠냐?”
조규민이 입을 다물었다.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때는 높은 연봉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 이라 생각하겠지.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말에는 그 사람들은 박봉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 면서도 아이들이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거야.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 겨 버리면 망하는 거야.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면, 우수 하고 뛰어난 보육 교사들이 있어야 지. 그런 사람들을 박봉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건도둑놈 심보야!”
조규민이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눈으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조규민은 강진호가 왜 그 토록 황정후에게 일을 해달라고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고 자체가 다르네.’
이제는 확실해졌다.
그들에게는 황정후의 힘이 꼭 필 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