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83)
마존현세강림기-584화(582/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0화)
2장 고민하다 (5)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입니다.”
나이트 르보의 목소리에는 힘이가득했다. 그 목소리를 듣는 마스터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물론가면 때문에 그 표정이 밖으로 드러 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는 냉정하고자 한다.
그건 마스터의 철칙이니까.
이가면은 그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숨기기 위 해 만들어진게 분명했다. 언젠가가면을 쓰기로 정한 전임자 역시 다른 이들 앞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힘들었으리라.
지금의 마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가면이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이 시커먼가면에 감사
하는 마스터였다.
“나이트 위긴스의 배신은 확실해 졌습니다.”
“잠시.”
마스터가 나이트 르보의 발언을 한번 끊었다.
감정이 너무 격양되고 있었다.
“나이트 위긴스가 원탁을 떠나 한 국으로 투신하겠다는의사를 밝힌 건 사실이오.”
마스터가 잠시 숨을 골랐다.
이 말을 하고나니 다시 열이 오 르는 느낌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 나이트 위
긴스.’
그토록 총애했건만, 그토록 믿었 건만!
그에게 과도한 일을 맡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전부 나이트 위긴 스를 차기 마스터로 만들기 위함이 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인다는 말인가.
일이 너무 커졌다.
마스터의 권위로도 수습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가 원탁을 적대하겠다 고 밝힌 것은 아니오. 그러니 배신 이라 단정 짓기에는……
“마스터!”
나이트 르보의 목소리가 살짝 높 아졌다.
그 목소리에 담겨있는 나무라는 듯한 말투가 마스터의 신경을 거스 르고 있었다.
“물론 마스터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언제나 나이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는 마스터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관용이시지요.”
미묘한 비꼼.
마스터의 기분이 좋지 않아 그렇게 들리는 걸 수도 있지만, 뭔가 저
말에 비꼼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관용으로 바라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트 위긴스는 원탁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원탁의 비밀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자입니다. 그리 고……. 어쩌면 나이트들 중에서도가장 많은 정보를가지고 있는 자일 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도 질책이 숨어 있었다.
어째서 나이트 위긴스를 총애하여 그에게 과도한 정보를 주었냐는 뜻 이다. 그의 사람 보는 눈이 옳지 않 았음을 모두의 앞에서 망신 주는 언
행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마스터는 이 미묘한 하극 상에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밖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마스터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은 나이트 르보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언제나 평온을 유지하던 마스터가 몸을 부르르 떨며 노화를 참아내는 모습은 그에게 꽤나 큰 유쾌함을가 져다주었다. 어찌 생각하면 불쌍한 광경이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 자신이 자초한 것을.
‘당신의 능력은 인정하지. 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최악이야.’
애초에 그가 아닌 나이트 위긴스를 총애했을 때부터 파탄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능력이나 경륜, 그리 고 경력. 그 어느 것을 따지더라도 나이트 위긴스는 그의 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이트 위긴스를 밀었 던 대가가 지금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자가 다른 곳에 갔다는 것이 어떤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의가 있는 자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물겠지요. 하지 만!”
나이트 르보가 바닥을 쿵하고 굴 렀다.
“애초에 신의가 있는 자라면 이런 식으로 조직에 엿을 먹이지 않습니다. 최소한다른 나이트들이나 마스 터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인계 과정을 거치겠지요. 이처럼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떠나 버린 이에게 무슨 신의를 논하라는 말입니까. 이건 배 신입니다.”
마스터는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질 렀다.
‘빌어먹을가면 같으니.’
이가면이 거추장스러울 때는 그
의 심기가 극도로 불편할 때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었다.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나이트 르보는 고삐를 쥐고 쉴 새 없이 당겨 댔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가 장 좋겠지만, 이미 이런 일이 벌어 진 이상 수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 고 그 수습의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이트 르보가 천천히 모두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섬뜩함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정보가 나갈 구석을 차단하는 겁니다.”
“하나!”
마스터가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정보가 나갈 구석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한국의 총회와 전쟁을 선포해야 하오. 그걸 감당할 수 있겠소?”
“마스터.”
“이미 나이트 위긴스는 총회에 투 신했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총회의 인물이라는 말이오. 그런 그
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총회와 전쟁을 하는 수밖에 없단 말이오. 이게 무슨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을텐데?”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나이트 르보.”
마스터가 차가운 눈으로 나이트 르보를 노려보았다.
“본분을 잃지 마시오.”
“……본분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그저 나이트 위긴스를 옹호하기 위해서라고는 생각지 마시 오. 나는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지금 나이트 르보는 원 탁의 원칙을 어기고 있소.”
나이트 르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저는 우둔합니다. 마스터 께서 보시는 것을 제가 모두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리 질책만 하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알려주십시오. 아둔한 머 리나마 최선을 다해 받아들이겠습니다.”
저자세로 나오는 나이트 르보를 보며 마스터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 었다.
‘여우 같은.’
지금 나이트 르보는 굳이 고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없었다. 명분도 여론도 모두 그에게 기운 뒤였다. 그러니 자신은 마스터와 싸울의사가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드러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스터의 입지는 극히 줄어들게 된다.
알고 있었다.
나이트 르보가 여우 같다는 것을. 조직을 운영하거나 명분을 쌓아올리는데 있어서 나이트 르보는 더없이 유능하다.게다가 정말 필요할 때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결단력마저 갖췄다.
하나…….
‘그게 문제다.’
나이트 르보는 어찌 생각할지 모 르겠지만, 그는 단 한번도 그와 나 이트 위긴스를 차별한 적이 없었다. 그가 나이트 위긴스를 선택한 것은 능력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나이트 르보가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원탁은 왜 존재하는 것이오?”
“……마스터?”
“원탁은 원탁의 이익을 위해서 존 재하는 것이 아니오. 우리의 역할은
평화의 조율이지.”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막겠답시고, 한국과 전 쟁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오?”
마스터의 목소리는 더없이 진중했다.
“주객이 바뀌었소.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하오. 그런데 우리가 평화를 해치면 어쩌자는 것이오.”
“하지만 마스터.”
“끝까지 들으시오.”
마스터가 단호하게 말하자 나이트 르보는 한 발 물러섰다. 그가 아무
리 지금 마스터와 대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위와 경륜에서 오는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나이트 르보의 주장은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오. 오로지 원탁의 이득을 위한 것이지. 평화와 이 익이 상충 될 때는 평화를 택한다. 그것이 원탁의 법칙 아니었소?”
“……그렇습니다.”
“동아시아는 지금 화약고와 다름 없는 상태요. 그런 동아시아의 상황을 막으려 애를 쓰지는 못할망정 우 리가 그곳에 기름을 붓자니, 그게 원탁의 나이트로서 할 수 있는 발상
이오?”
준엄한 문책이었다.
쉴 새 없이 고삐를 당기던 나이 트 르보조차도 한 발 물러서야 할 정도로 말이다.
하나 나이트 르보는 한 발 물러 섰을 뿐, 자신의의견을 꺾지는 않았다.
“마스터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엇을의미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 만……. 마스터, 생각해 보십시오.”
“무얼 말이오?”
“마스터의의견이 옳기 때문에 우 리는 더더욱 한국을 쳐야 합니다.”
마스터가 눈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
“동아시아는 화약고입니다.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지요. 이미 동아시아의 정세는 우리의 손을 떠났습니다. 강진호를 제거하여 동아시아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 모조리 실패하고, 나이트 위긴스가 총회에 합류해 버린 순간부터 한국 에 대한 우리의 억제력은 강을 건너 버린 겁니다.”
“ 으음.”
이 말에는 마스터조차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나이트 위긴
스가 총회에 투신해 버린 이상 원탁은 더는 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그럼 전쟁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결과로 일본이나 중 국이 나이트 위긴스의 신병을 확보 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아!”
“ 그런……
나이트들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 왔다.
그리고 마스터조차 마른 침을 삼 킬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건 문제로군.’
현재 세계의 평화에가장 큰 지 분을가지고 있는 곳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과 일본이었다.
드러난 세계에서는 북한과 중동이 문제의 근원이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세계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저 두 곳이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곳으로 원탁의 거의 모 든 정보를가지고 있는 나이트 위긴 스의 신병이 넘어간다?
최악이다.
그 순간부터 중국과 일본을 상대
하는 것이 몇 배는 힘들어질 것이다. 원탁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알아내는 것이가능해지니까.
하지만…….
“물론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사로잡히기 전에 자결을 한다던가, 사로잡히고 나서도 신의를 위해서 어떠한 고문 에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가능성을 믿고 방치하기 에는 너무도 중대한 사안입니다.”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마스터. 저는 나이트 위긴스와
그리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이……
마스터가 입술을 깨물었다.
달아날 수 있는 길이 하나하나 막히고 있었다. 확실한 명분과 상황을 앞세워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를 압박하고 있었다.
저 정치력이 좋은 쪽으로만 발휘 되었다면 서슴없이 다음의 마스터 후보로 삼았을 것인데.
“하지만 이건 결코 개인적인 감정 에의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 저의의견은 오로지 원탁과 평화를 위한 것임을 알아주십시오, 마스터. 마스
터의 말씀이 맞습니다. 원탁은 평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하나! 원탁이 존속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평 화를 위해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부디 현명한 결단을.”
달아날 곳이 없어진 마스터가의 자로 등을 기댔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버린 건가?’
나이트 위긴스가 저지른 일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그도 아마 상황 이 여기까지 흐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저 나이트 르보의 혀
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잠시.”
지금까지 상황을 주시하던 나이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