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84)
마존현세강림기-585화(583/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1화)
3장 습격하다 (1)
“나이트 마이어 (Meyer)?”
독일의 나이트. 나이트 마이어가 손을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웬만하면 이 대화에 끼어들고 싶 지 않았으나. 두 분 다 너무 흥분하 신 것 같소.”
“흥분?”
나이트 르보가 묘한 눈으로 나이 트 마이어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 쓰는 중이다. 그렇기에 마스터를 더 몰아붙일 수 있음에도 참아내고 있 었다. 그런데 흥분이라니.
“어떤 부분이 그러신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이 사안은 마스터와 르보의 논쟁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원 탁입니다. 두 분께서는 서로의의견을 납득시키려 하지마시고 우리를 설득하십시오.”
“……실수했군요.”
나이트 르보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이트 마이어의 말이 맞았다. 원 탁은 그런 곳이니까.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 둘이 아니라 모두였다.
“사과드립니다.”
나이트 르보는 서슴없이 허리를 숙였다.
마스터 역시가볍게 목례를 하여 지켜보던 이들을 들러리로 만든 것을 사과했다.
“중대안 사안이다 보니 시아가 좁
아졌소이다. 내 모두에게 사과하겠 소.”
나이트 마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사과를 받고자 한 말이 아닙니 다, 마스터. 그저 여기에 있는 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뜻입니다. 결 국 결정은 모두가 내리는 것, 그러니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나이트 르보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나이트들께 말씀 드립니다. 지금 원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유래 없는 일들입니다.”
살짝 뜸을 들이며 생각을 정리한 나이트 르보가 말을 이어갔다.
시선.
그에게 모인 시선이 그를은근히 자극하고 있었다.
“유래가 없다는 것은 뒷일을 예측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 랜 역사의가르침으로 최악을 상정 하지 않은 안이한 결단이 얼마나 많은 참화를 낳는지 보아왔습니다. 역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합니다. 대비하지 않는 자. 그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대 비가 무엇인지는 자명합니다.”
나이트 르보의 목소리에는 설득력 이 있었다.
타고난 선동가.
사람의 마음을 쿡쿡 찌를 줄 아는 선동의 귀재가 바로 나이트 르보였다.
“피를 흘리려 하지 않는 자는 평 화를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피를 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훗날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합니다. 평화? 그 렇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기 위 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평화를 지키는 방식은 평화로워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폭력이 폭력을 억제하
는 방식입니다. 안일하지 마십시오. 인간의 선함을 믿지 마십시오. 중요 한 것은 결과입니다.”
짝짝짝.
어디선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먼저 치기 시작했는지 모 르겠지만, 박수가 시작되자 나이트 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나이트 르보에게 완전히 동조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연설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만은 확연해 보였다.
나이트 르보가 좌중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모두의 시선이 마
스터에게로 쏠렸다.
‘끔찍하군.’
마스터는 지금의 상황이 그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알고 있었다. 일반 적인 조직이라면 아무리 상황이 극으로 몰리더라도 옳은 길을 향해 강 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원탁이었다. 원탁은 모 두의의견이 하나의의견보다 중요 한 곳이다.
‘단 한번도 원탁이 이리될 것이 라 생각하지 않았건만.’
민주주의는 언제나 중우정치로 흐를 수 있다.
그 사실을 오늘 마스터는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폭력으로 평화를 낳는다는 나이 트 르보의 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 오. 내 그걸 부정하지는 않겠소.”
마스터는 모두를 돌아보았다.
‘차갑군.’
그들의 시선에서 이미 결과가 보 인다.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나이트 르보처럼 사람을 선동하는 힘이 없 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 라는 말을 한 이는, 현실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정세는 그리
만만하지 않소. 물론 나이트 위긴스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을 통감하오. 하지만 다른 방 식으로도 얼마든지 그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오. 지금 한국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은 우리 손으로 세계를 암흑으로 물들이는 선택이 될 수도 있소. 부디 다들 이성을 찾으시 오. 원탁은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도 마다하지 않는게 우리의 이상 아니었소이까? 지금 한국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좀 더 편한 길을 택하기 위해서
수많은 위험을 묵과하는 것과 같소. 부디 현명한 선택을.”
마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이트 마이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스터.”
“말씀하시오.”
“표결에 앞서 중재의 권리를 받겠 습니다. 마스터의 권한을 이 표결동 안 이양해 주십시오.”
“그러도록 하시오/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표했다. 원래라면 표결을 제안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지만, 그가 직접적 인의견의 당사자가 될 때는 그 자
격을 양도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럼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나이트 마이어가 감정 없는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선택을 단순화 하겠습니다. 안건은 나이트 위긴스의 배신에 따른 원 탁의 대책으로.”
배신이라는 말이 거슬린다.
마스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교 묘하게 나이트 르보에게 동조하고 있던가, 그게 아니면 다른 이들 역 시 나이트 르보처럼 나이트 위긴스가 배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늙은 건가?’
마스터는가슴이 천천히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그 역시 저랬겠지.
선대의 마스터를 존중하기는 했지 만, 그가 너무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 처하기에 그의 사고방식은 너무 고 리타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지금 다른 나이트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럴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묘한 비애가 그를 덮쳐 온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은 한가지입
니다. 지금 당장 한국의 총회와 전 쟁을 선포하고 나이트 위긴스의 배 제를 위해 움직일 것인지, 그게 아니면 나이트 위긴스를 살려둔 채 다른 방안을 통해 제어를 꾀할 것인 지.”
긴장이 흐른다.
차가워진 공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나이트 마이어가 시간을 더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나이트 위긴스를 살려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손을 들어주십시오.”
말이 끝났다.
하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변화가 일어난 곳은 단 한 곳. 홀 로 처량하게 손을 든 마스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두를 돌아보았다. 시선을 피하는 이들. 단 하나의 나 이트조차 그에게 동조하지 않았다는 끔찍한 상황을 절감하며 마스터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끝났구나.’
모든 것의 종언이었다.
그의 시대가 끝났다.
평화를 위해 헌신하던 원탁의 방 향 역시 끝났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작은 회의 때문에 한 동안 유지되어 오던 세계의 평화 역 시 끝날지도 몰랐다.
“나이트 위긴스를 지금 당장 배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손을 들어 주십시오.”
모두의 손이 올라갔다.
마스터의 눈치를 봐서인지 팔이 번쩍 들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손을 내려주십시오.”
나이트 마이어가 마스터를 돌아보 았다.
“제 권한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마
스터.”
“……수고하셨소.”
마스터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한번도 이런 상황에 처해본 적 이 없어서인지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전에 어떤 말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지도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탁의 마스터.
침착함을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원탁의 규칙에 따라 결정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원탁은 나이트 위
긴스의 배제에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의견을 모은다. 그 방식은 전쟁을 불사한다. 이 결정에 따른 자세 한 조치는……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나이트 르 보를 바라보았다.
살짝 고개를 숙여 민망한 티를 내고 있었지만, 말려 올라가 있는 입꼬리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나이트 르보에게 그 권한과 결정을 맡긴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현명한 결정 이십니다.”
“그러길 바라오, 나이트 르보.”
마스터는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치는군.’
그의 몸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쩌면 예전의 마스터 역시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시대에 뒤 떨어졌다는 말을 누가 기분 좋게 받 아들일 수 있겠는가.
인정할 수 없는 울분.
그리고 실망감. 허탈함.
그 모든 감정이 지금 마스터의 육체를 휩쓸고 있었다.
‘물러날 때가 되었군.’
그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모
두가 그리 생각하고 있다면 달라질 것이 없었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터의 자리를 내어 놓고 물 러나는 것뿐이다.
다만…….
마스터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지. 아직은 아니지.’
저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이 무거운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그 어떤 준비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그 전에 모두 주목해 주시오.”
나이트들의 시선이 마스터에게로
돌아갔다.
나이트 르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저 영감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거 지?’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났다. 여기서 발목을 잡아봐야 자신의 꼴만 우스 워질 뿐이다. 아무리 판단력이 떨어 졌다고 한들, 그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나이트 르보의 머리가 헝클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내 실책을 인정하오. 모두
가 알다시피 나는 나이트 위긴스를 차기 마스터의 후보로 생각했소이다. 그 선택이 틀렸다는 것이 명백 해졌소.”
나이트 르보의 얼굴이 살짝 일그 러졌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사과를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 말을 왜 여기서 꺼낸다는 말인가?
“차기 마스터를 정하는 것은 오로 지 전대 마스터의 권한.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내 안목을 믿을 수가
없소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 한가지를 정하려 하오. 바로 차 기 마스터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요.”
폭탄이 떨어졌다.
나이트들의 몸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건 그만큼이나 중대한 문제였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자신에게로 끌 어가 버린 마스터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나이트 르 보.’
마스터가 주변을 살짝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것은 원탁의 신성을 그의 손으로 해치는 행위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스터는 이제 더 이상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대로 원탁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제 살을 제 손으로도려내는게 났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마스터의 이름으로 선언하겠소. 차기의 마스터는 이번 일에서가장 큰 성과를 올린 이에게 주겠소이다.”
정적.
싸늘한 정적이 흐른다.
그 정적이 채 깨어지기도 전에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가서 나이트 위긴스의 목을가져 오시오. 아. 참고로 말하건대, 강진호의 목은 그 열 배의가치를 주겠 소.”
원탁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성에 불을 지른 나이트의 광소가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