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85)
마존현세강림기-586화(584/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2화)
3장 습격하다 (2)
“잘 잤니?”
“ 예.”
강진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식탁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식탁을 꽉 채우고 있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걸 다 차리셨어요?”
“별거 아냐.”
“어머니.”
“응?”
강진호가 백현정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도 이제 애가 아니에요. 밥 정도는 제 손으로 차려 먹을 수 있 으니까, 이런 거 이제 하지 마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엄마가 차려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엄마 하는 일이 이거야.”
“아버지 밥은 안 차려주시잖아요.”
“그 양반은 손이 없니, 발이 없
니!”
강진호는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몸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나는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그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를 잃고 나서야 부모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 인지를 알게 된다. 다시는 부모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부모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많은 힘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잃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모두가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미 부모의 부 재를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믿던 시절도 경 험했다.
덕분에 그는 부모님이 떡하니 살 아 있음에도, 부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같은 여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초라한 아버지의 어깨를 보고 있
자니 공포감이 밀려온다.
“얼른 밥 먹자.”
“ 예.”
식탁에 앉은 강진호는 수저를 들 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씨 집안 아니랄까 봐 조용하던 식사 시간은 금세 소란스 러워졌다.
“으아아아! 엄마! 왜 안 깨웠어어 어어어!”
“……저걸 누가데리고 갈려나.”
“뭐래! 나 인기 많거든?”
산발한 머리로 욕실로 뛰어 들어가는 강은영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
왔다. 강은영을가만 보고 있으면, 예전에 어머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이 갔다.
그럼 강은영도 결혼하고 어머니가 되면 백현정처럼 된다는 말인가?
강진호는 무시 못할 유전자의 힘을 느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응?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다.
아무리 봐도 그와 그의 아버지는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결혼을 한다 고 해도 저리될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 진호야.”
“예, 아버지.”
“복학 준비는 잘되어가니?”
“……아직 시간 많이 남아서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 금방 간다.”
“ 예.”
강진호가 국그릇에 숟가락을 담갔다.
‘복학이 라……
아버지의 말이 맞다. 이제는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예전에 누리지 못한 삶을 누려보겠다는 생각에 대학에 진학하기는 했지만, 지
금 강진호에게 있어서 대학이라는 것은 딱히의미를가지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라는게 무 슨도움이 되겠는가.
강진호는 이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직시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드릴 말 씀이 있습니다.”
“응‘?”
살짝 당황하는 듯한 강유환을 보 며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 흐음.”
설명을 모두 들은 강유환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네가 예전에 말한 그 복지 재단이라는 걸 실제로 준비하 고 있다는 거냐?”
“ 예.”
“재단이라……
강유환은 최대한 침착한 자세를 견지하려고는 하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너무 큰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들어서인지 말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너무 급작스럽구나. 준비할 때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죄송합니다.”
“음, 죄송할 일은 아니지. 네 일 이니 너만 알고 있어도 되는 거니 까.”
생각의 정리를 마친 강유환이가 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호야.”
“예, 아버지.”
“네가 이 타이밍에 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이 이야기가 대학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겠지?”
“ 예.”
“그래, 어디 들어보자꾸나. 넌 어 쩔 생각이냐?”
강진호는 살짝 심호흡을 했다. 확 실히 자식 된 입장에서 꺼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대학을 꼭가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유환은 별다른 대답 없이가만 히 강진호의 말을 들어주었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게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일과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연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굳이 복학을 해서 시간을 빼
앗겨야 하는가 고민 중입니다.”
“음…..”
강유환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백현정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이 말했다.
“어정쩡한 대학이면 엄마도 이렇게 말 안 해. 그런데 네가 다니는 대학이 보통 대학이니? 그런 이름난 대학을 다니면서 다른 일 때문에 학 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학교 졸업장은 어떻게든 네게도움이 될 거야.”
“네, 어머니.”
강진호는 어머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건 별개의 문제다.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이득을 위해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게 되요.”
“ 진호야.”
“그 시간에 제가 재단의 일에 집 중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 여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백현정을
강유환이 넌지시 만류했다.
“그건 말이 안 돼.”
“ 여보!”
“생각을 해봐. 당신도 재경대학 졸업생보다는 복지 재단 이사를 더 높게 볼 거 아냐?”
“그, 그건 그렇죠.”
“그런데 더 작은 걸 얻으려고 더 큰 일을 미루라는 걸 누가 이해하겠 어. 그건 그냥 욕심이야.”
“내 자식이 번듯한 대학 나와서 내 목에 힘 좀 실어주길 바라지는 말자고.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건 진호의 선택이겠지만, 누군가 에게 내보이기 위해서 대학을 선택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
“당신 말이 옳아요.”
강진호는가볍게 웃고 말았다.
평소에는 호랑이가 따로 없는 어 머니이지만, 이럴 때는 아버지의의 견을 확실하게 존중해 주었다.
“하지만 진호야.”
“예, 아버지.”
“대학을 그만둔다는 걸 그리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쉽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닙
니다.”
“쉽게 생각한 것 맞아.”
“……아뇨.”
강유환이 혀를 찼다.
“네가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부 분은 우리가 어떻게 이 일을 받아들 일까겠지. 네가 대학을 그만둔다는 사실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고 생각했을 것 아니냐?”
강진호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강 유환은 때때로 족집게처럼 강진호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거
다. 너는 대학이라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해. 어쩌면 이 중에서 대학을가장 쉽게 보는게 너일 거다. 네게 있어서 대학이라는 건 그냥 스펙의 일종에 불과하겠지.”
“아닌가요?”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 하지만 너는 그러면 안 돼.”
강진호는 강유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너는 복지 재단을 해보겠다는 사
람이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 습니다.”
“어려울 것 없다. 네가 복지 재단을 세우려는 이유가 뭐냐?”
“어려운 사람들을……
“아니지.”
강유환이 강진호의 말을 잘랐다.
“네가 복지 재단을 세우려고 하는 이유는 네가 보육원에서 어려운 아 이들을 그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야.”
강진호는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박유민을 만나지 않았더라
면?
아마 강진호는 평생 동안 보육원 이라는 곳에가볼 일이 없었을 것이 고, 지금처럼 재단을 만들겠다는 마 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뜬 금없기는 하지만, 강유환의 말은 핵 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게 경험이라는 거다. 사람은 책으로 배우고, 영상으로 배우고, 그 리고 남의 말을 들으며 배우지. 하지만 그렇게 배운 지식이라는 것은 머리를 윤택하게 하지만, 마음을 움 직이지는 못하는 법이야. 하지만 너는 네 눈으로 보육원의 실상을 보았
지. 그러니 네 마음이 움직인 거야. 아버지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 예.”
아버지의 말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게 무슨 상관이 라는 건가.
“그런데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이놈아!”
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가슴을 쳤다.
“네가 말하는 복지라는게 애들 키워서 성인 되면 내보내는 거냐? 요즘은 부모가 장가간 자식도 돌보
는 시대야. 네가 뭐라고 했냐. 평범 한 애들만큼은 못 되더라도 남부럽 지 않게 살게 해주고 싶다고 했잖 아. 그럼 당연히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립할 힘을 줘야지.”
“……맞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네가 대학 생활을 모르 고, 대학 이후의 생활을 모른다면, 그 아이들이 무슨 고충을 겪는지 어 찌 알 거야?”
순간,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도 나름 명문대에 진학했고, 머 리가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그
리고 나름의 경륜도 있다. 그런데도 강진호는 주변 사람들에 비하면 자 신이 멍청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가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 한 부분을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찔러 들어온다.
“대학을 꼭 다녀야 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직접 경험해 보 지 않은 일은 살아 있는 지식이 되 기 힘들다. 이 애비가 우려하는 건……
강유환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 아들.”
“ 예?”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식은 참 잘 났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자식이 뛰어나면 행복해야 하는게 부모겠지. 하지만 나는 솔직히 걱정도 좀 된다. 너는 고등학교 시 절부터 단 한번도 남에게 뒤처진 적이 없었어. 누가 뭘 시키더라도 너무도 쉽게 그걸 해냈지.”
강진호는가만히 강유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네
가 만약 내 자식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너와는 함께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거야.”
“……예?”
강진호가 당황한 얼굴로 강유환을 바라보았다.
“특히나 네가 지금 같은 일을 한다면, 나는 절대로 너를 신뢰하지 않을 거다. 왜냐면 너는 대부분의 일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네가 그랬으니 남들도 못할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 누군가가 힘겨워한다면 그 힘겨움에 공감하기보다는 노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겠 지. 왜냐면 너는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배 속을 칼로 후비는 느낌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말.
그 말이가장 생각지도 못한 이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강유환이 조금은 냉정해 보이는 눈으로 강진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정말 누군가를도와주고 싶 다면, 다른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법을 익혀야 해. 세상 사람들이 모 두 너처럼 노력하면 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 그렇
지 않으면 너는 그냥 네 만족을 위 해서 돈을 뿌리는 졸부에 지나지 않 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강진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세상에 돌아온 이후로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