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87)
마존현세강림기-588화(586/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4화)
3장 습격하다 (4)
말이라는 것은 참 이상한 측면이 있다.
인간은 말로서 서로의 뜻을 전달 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런데도 말이 라는 것은 때때로 온전히의견을 담 아내지 못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강진호는 고민 끝에 이 말을 꺼 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자신의 행동에 괴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 았으니, 이제는 자신의 방향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시작은 한 걸음부터.
강진호가가장 먼저 바꾸기로 한 것은, 쓰다 버릴 말처럼 굴리고 있던 그의 친위대를 인간적으로 대우 하는 일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들은 강진호의가 장 소중한 전력이 될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야 한
다는 것은 굳이 논리를 찾지 않아도 될 만큼 합당한 일이었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쪽은 전혀 그런 강진호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하면 죽는다.’
‘불만 있으면 말하라는 건가? 대가리 쪼개 버리게?’
‘이거, 마음의 편지 같은 거야. 눈 치 없이 불만 말하는 놈은 인생 꼬 이는 거지.’
‘난 절대 입 안 연다. 절대.’ 안타깝게도 총회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건지도 모를 강진호의 ‘선의’
가 되레 역대급 공포 분위기를 조장 하고 있었다.
이명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으셨나?’ 뭔가 이건 그런 느낌이었다. 군대에서 항상 나를 괴롭히던 선 임이 어느 날 갑자기 냉동식품을 깔 아놓고 같이 먹자며 꼬시더니, 혹시 나 힘든 일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는 상황.
여기서 순진하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순간에 그날 소대가 뒤집히는 거
다.
‘그나마 말년 꼬장은 ‘엿 같다’에 서 끝나지.’
저 전역하지 않는 말년 같은 놈은 그냥 ‘엿 같다’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죽을 각오를 하라더니.’
어쩐지 그동안 수련하는 것에서 생명의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싶 었다. 생명의 위기는 여기서 오는 모양이다. 여기서 어설프게 불만을 말하는 순간, 총회가 뒤집힐게 빤 했다.
다들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긴장을 하고 있지만, 강진호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 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라.
저 인간은 악마다. 악마가 아니고 서야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없어?”
대답을 뭐라고 해야 하는가.
이명환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그가 살아오 면서 이렇게나 많은 고민을 짧은 시 간에 해본 적이 있는가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 없어?”
“……없습니다.”
이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실수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강진호의 시 선이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이명환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뭔지 깨달았다. 먹이를 주면 안 되는데, 굳이 대답을 해 관심을 보이 고 만 것이다.
“ 없어?”
지금까지와 다를 것 없는 ‘없어’ 이지만, 확실히 다르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질문 이었다면, 지금 강진호가 한 질문은 바로 이명환에게 직접 묻는 것이었다.
“어, 없습니다.”
“ 없다고?”
“……예.”
이명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 륵 흘러내렸다.
‘차차리 때려라, 이 새끼야!’
그냥 반 죽도록 얻어맞는게 마 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 군대에서
최악의 고참이 손가락 하나 안 대고 정신적으로만 괴롭히는 고참이라더니, 그 말이 무슨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불만이 있으면 불만을 말하면 될 것 아닌가.
강진호가 ‘나는니들이 걸어 다니는 자세가 마음이 안 든다’고 툭 내 뱉으면 한 달 내내 물구나무를 서서 다닐 놈들만 모아놓고는 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는가.
“다들 편한 모양이군.”
별다른 뜻은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른 뜻이 생겨났다.
입에서 나올 때는 다른 뜻이 없는 말이지만, 그 말이 귀를 통해 뇌 로 들어갔을 때는 새로운 뜻이 생겨 났다.
-니들 엄청 편해 보인다?
머릿속에서 그 어투가 살짝 비틀 렸다.
이명환을 비롯한 이들의 자세가 좀 더 빳빳해졌다. 뭔가 허리가 조 금 구부정하면 손수 두들겨 그 허리를 반대로 쭉 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살려줘.’
‘아니, 저 양반 오늘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날 잡았나?’
‘그동안 좀 내버려 둔다 싶었더니, 왜 이렇게 사람을 못 괴롭혀서 안달이지? 죽겠네, 진짜.’
‘더러워서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사단장을 눈앞에서 만난 이등병이 라 해도 이것보다는 편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진호에게 있 어서가장 부족한 부분을 하나 꼽으 라면 역시나 눈치였다. 이들이 왜 불편해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불편한 점이 없다면 다행이군. 앞으로 혹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다른 쪽 통하지 말고 내게 바로 말해 주면 된다. 그럼 내가 바로 해결해 주지.”
해결하겠지.
대갈통을 쪼개서.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른 쪽 에다 떠벌릴 시에는 그 강냉이를 모 조리 뽑아서 공기놀이를 하겠다’로 알아들은 이들이 크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러고 나면 분위기가 좀 온화해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군 대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지만, 이상 하게 다들 긴장하고 있군.’
뭐, 그런 것까지 강진호가 일일이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강진호는 부동자세로 서 있는 이 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어디 서 얻어맞았는지 멍이 들어 있는 이 들이 보였다.
“대련하고 있나?”
“ 예.”
“좋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무인은 회복력이 빠르다. 방어력 자체도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회복이 빨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주는 넘게 갈 멍 이 하루저녁에 말끔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저런 상처가 남 았다는 것은 대련이 꽤나 격렬했다는 뜻이다.
“대련은 실전같이 하는게 좋아. 익숙함은 여유를가져다주지.”
이명환은 그 말을 좀 더 피와 살 이 터지도록 싸우라는 말로 알아들 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이번에 대련을 한번 진행하면서 여럿 초상 치를 뻔했다. 처음에는 단체로 여기저기서 대련을 진행하려 고 했지만, 막상 싸움질을 시작한 놈들이 ‘너 죽고, 나 죽자’로 달려들 어서 그걸 떼놓는다고 더 많은 시간을 끌었을 정도다.
결국에는 둘이 싸우면 열명이 둘러싸고 말릴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더 심하게 하라고?
‘진짜 누구 하나 죽어 나가겠네.’
애초에 죽을 각오를 한 놈만 오 라고 했고, 그걸 다들 인정하고 왔
으니 할 말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 아마……
강진호가 모두를 쭉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조만간에 첫 번째 실전이 있을 거다.”
싸늘한 공기가 강당 안을 파고들 었다.
차갑기 짝이 없던 공기가 이윽고 후끈한 열기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실전.
그 말이가져다주는의미는 이들 에게는 남달랐다.
‘드디어!’
이명환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칼을가진 이는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시험해 보고 싶기 마련이고, 총을 든 이는 그 총을 어디에든 쏴 보고 싶어 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 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마공이라는 더없이 강한 무기를 손에 넣었음에도 아직 단 한번도 제대로 그 마공의 위력을 시험해 보지 못했다.
아직 그들의 마공은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어느 무인이 자신의
무학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구나 조건은 같다.게다가 이명환 등은 어느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마공이라는 것은 그저 구석에 박 혀서 수련을 하는 무학이 아님을 말이다. 그들의 무학을 진전시키기 위 해서는 실전이 필요했다. 피와 살이 튀고, 목숨이 오가는 실전이.
이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 밀어 입술을 핥았다.
실전이라는 그 한마디에 강당에 있는 마인들이 일제히 출발 총소리를 기다리는 경주마들처럼 달아오르 기 시작했다.
“좋군.”
강진호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든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을 무겁게 여기라는 꼰대 소 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전투를 두려워하는 노련한 병사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배에 창이 박히고도 전진하는 미친 개들이 었다.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놈이군.’ 복지를 논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논하지만, 전투와 실전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그는 여전히 과거의 적
천마존처럼 되어버린다.
강진호는 현재 자신의 한계를 명 확하게 깨달았다.
그 역시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명환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뭐지?”
“상대는 누구입니까?”
강진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게 중요한가?”
이명환은 웃어버렸다.
중요할 리가 없지.
지금 기분 같아서는 그 누구라도 괜찮았다. 주먹으로 머리를 후려쳐 두개골을 부수는 기분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입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강진호가 살짝 말끝을 흐렸다.
확실하지 않다는 말에 모두의 얼 굴에 실망이 스쳐 지나간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어쩌면 오늘 밤이 될 수도 있겠 지.”
낮은 숨소리.
일정하게 들려오던 낮은 숨소리들 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향수병이라도 걸린 것 같군.’
이 거친 숨소리가 너무도 익숙하다. 예전에는 언제나 이런 숨을 내 뿜는 이들이 그의 주변을 지켰다. 그 목숨으로, 그 광기로.
어쩌면 그 모습이 다시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처럼 뛰지 않는 강진호의 심장마저 움찔거리고 있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좋겠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랄까…….
조금 아쉬운데?
“별일 없이 편안하게 수련했다는 거로군?”
“……예?”
“다른게 불편할 정도로 수련에 전념했다면 당연히 진전이 많이 있 었겠지?”
이명환이 입을 꾹 다물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알 것 같다, 저 뒤에 무슨 말이
나올지.
들끓어 오른 심장이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어간다.
그리고 그가 예상한 말이 홀러나 왔다.
“확인해 보지, 얼마나 강해졌는 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그의 하얀 이가 드러났다.
심장이 오그라든다.
강진호의 안에 잠들어 있던 거대 한 마기가 풀려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지옥문이 열리고, 그 안에 서 지옥의 공기가 홀러나오는 것처
럼 말이다.
그 선명하고도 생생한 마기의 느 낌에 모두가 전율했다.
마인.
저게 마인이다.
그들이 이토록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저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 닌가.
눈앞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낀 마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 덤벼봐.”
강진호의 눈이 천천히 붉게 물들 어간다.
“그 꼴같잖은 수준이 얼마나 올랐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 주지. 날 실 망시키지 않는게 좋을 거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전신으로 마기를 줄줄이 뿜어낸 마인들이 강진호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 했다.
공포에 질린 괴성과가학적인 웃 음소리가 뒤섞여 지옥을 만들어낸다. 강진호의 군단이 이제 겨우 그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