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89)
마존현세강림기-590화(588/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6화)
4장 교전하다 (1)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군.” 바토르는 흥미롭다는 듯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놈이 그때 따라왔 었지.’
바토르는 이현수가 그와 강진호의 승부를 참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의외란 말이야.’
바토르가 강진호에 대해 모두 알 지는 못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는 강진호 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강진호와 같은 타입은 주변에 저런 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둔 다 하더라도 무심하게 대하거나, 적 당히 일을 시키고 부려 먹을 뿐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현수는 강진호에게 꽤나 신뢰를 받
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에 집착하는 무인일수록 책사형 타입은 잔대가리나 굴리는 비겁한 것들이라 취급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주인이 포용성이 넓은 것일까, 아니면 이놈의 능력이 그런 주인의 멸시를 극복할 정도로 뛰어난 것일까?’
아마 둘 다겠지.
그렇다면 이자는 꽤나 능력이 있 다는 뜻이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이런 중요한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럼에도 주인이 이놈을 보냈다는 것은, 이놈이 믿을 만하다는 뜻일 거다.
“동감입니다.”
나이트 위긴스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좀 놀라운 일이기도 하군 요. 총회는 강진호씨에게 완전히 장악된 줄 알았는데, 내부 반대 세 력이 있었다니.”
이현수가 멋쩍게 대답했다.
“완벽하게 장악된 조직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지요.”
“음, 좋은 대답입니다. 제가 멍청 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대답이군요.”
따지고 보면 수천 년의 역사를가진 원탁에서도 나이트 위긴스와 같은 반골이 출현하는데, 이제 고작 몇 십 년의 역사에 불과한 총회가 완전하게 통합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강진호의 카리스마로 말미암아 그 동안 눌려 있던 세력들이 있었을게 분명했다.
“흐음, 하지만 영 이상하군요. 그 렇지 않습니까?”
“동감이다.”
바토르가 나이트 위긴스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절한 한국 무인들의 능력으로는 주인에게 반항할 수 없다. 제 손으로 배를가르고 죽는게 차라리 속 편한 일이지. 이건 외부 세력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토르의 시선이 이현수에게로 향 했다. 그 눈에는 명백한 적의가 실 려 있었다.
“ 대답해라.”
“..예.”
“너는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 었느냐?”
이현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똑바로 대답하는게 좋을 거다. 그 대답의 여하에 따라서 네 목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이현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바토르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토르 스스로는 딱히 위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마치 양복을 입은 호랑이가 눈앞 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강진호에게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 기와는 다르다. 애초에 바토르는 자 신의야성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이러니하단 말이야.’
옛사람으로 치자면 강진호가 훨씬 옛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스스로를 이 세계에 동화 시키려 한다. 그런데 현대인인 바토 르는 자신이가진야성을 더욱 발전 시키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 택의 결과가 지금 이현수를 압박하
고 있었다.
“ 대답해라.”
이현수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에게 위협이 될 일을 미리 방지하지 않은 이유는 무 엇인가. 네가 방치했다면 그건 주인 에게 해를 끼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네 입장을 정해라. 처우를 정하겠다.”
냉정하게 따져 보자면 바토르는 이현수에게 죄를 물을 자격이 없었
다. 그는 이현수의 상급자가 아니니 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런 것을 따지려 들지 않았다.
무인에게 있어서 힘은 곧 직위이 고, 권리이다. 바토르가 이현수를 징 치한다 한들 누가 바토르에게 원리 원칙을 따지겠는가.
“……방치하기는 했지만,의도가 있었습니다.”
“ 말하라.”
“지금 총회는 내부적으로 곪아 있 습니다.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는 환 부가 몸 전체로 퍼질 뿐입니다. 더 곪기를 기다렸다가 일거에 잘라내야
합니다.”
“면피성으로는 좋은의견이로군. 단순히 손을 덜 대고 싶었을 뿐 아 닌가?”
“그런 생각까지는……
바토르가가만히 이현수를 보며 말했다.
“잘 들어라, 쥐새끼 같은 놈.”
“네가 이곳에 와서 우리에게 이런 설명을 한다는 것은 네의견을 주인 께서 납득하셨다는 뜻. 그러니 이번 일에 있어서는 네 책임을 묻지 않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같은 일이 벌
어진다면, 나는 네 목을 따버릴 것이다.”
이현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바토르와 같은 자는 협박을 하지 않는다. 바토르와 같은 이는 굳이 협박을 할 필요가 없다. 직접 그 손으로 뭉개 버리면 그만인데, 뭐 하 러 협박을 한단 말인가.
이건 협박이 아니라 선언이자 경 고였다.
바토르가가만히 이현수를 노려보 다 말을 이었다.
“주인께서는 세세하게 말하는 것을 싫어하신다. 그게 네놈의 모든
행동을 용인하는 것이라 제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그분의 관용을 이용 하려 든다면, 내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이현수가 식은땀을 홀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이트 위긴스가 상황을 중재했다.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지는 마십 시오.”
“쯧.”
바토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의 중재를 받아들였는지, 그 이상 이현수를 다그치지는 않았다.
강자는 인정한다.
그게 바토르의 방식이었다.
“저 청년도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겁니다.”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다. 주인은 자애롭다. 어이없게도 그 러하지. 인간은 자애로운 이를 만나 면 둘 중 하나로 나뉘지. ‘내가 이 분의은혜를 갚아야겠다’와 ‘이 사람은 성격이 좋으니 이 정도는 용인 되겠지’.”
바토르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전자가 많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대부분은 후자다. 저놈 역시 자신이
주인과 상의하지 않고 일을 진행해도 주인이 딱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이용한 것뿐 이야.”
“덕분에 강진호씨의 일이 덜어진 것도 사실 아닙니까.”
“그렇기에 살려두는 거다.”
바토르가 이현수를 보며 이를 드 러냈다.
“기억해. 두 번은 없어.”
이현수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이 대화로 이현수는 한가지 사 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장대하기까지 한 육체 안에 영활한 두뇌가 숨어 있다.
세상에 수많은 이들이 있지만, 그 중 누구도 바토르를 처음 본다면 그가 똑똑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이현수의 상 상 이상으로 똑똑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세상 어떤 분야든 최정상으로가 기 위해서는 두뇌가 필수적이다. 육 체만으로는 일정 이상은 올라갈 수 있을지언정 최고가 될 수 없다.
바토르 정도의 수준에 오르기 위 해서는 무학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 적이다.
“저는 바토르 님의 혜안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다루는 것 에 있어서 너무 강압적인 것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긴장을 하게 되면 제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는 법이지요.”
“음, 일리 있는 말씀이시오. 참고 하도록 하겠소.”
바토르는 진심으로 나이트 위긴스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는 이곳의 그 누구보
다 나이트 위긴스가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현수는 기이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압적인 바토르와 온화한 나이트 위긴스가 한곳에 있다는 것도 이상 한 일이지만, 이 둘이 서로를 인정 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더 이상한 일 이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고 있 지 않은가.
‘강진호씨가 있기 때문인가.’
만약 이들이 총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광경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강진호의 존재가 이들을 서로 한발씩 물 러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해주면 되는 건가?”
“그전에 한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말해보게나.”
이현수가 자세를 바로하고 고개를 숙였다.
“두 분께서 이런 일을 하려고 총 회에 몸을 담으신 것이 아닐진대, 사정에 따라 이런 일을 부탁드려야
하는 것에 사과드리겠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이.”
바토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기세가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 나 이트 위긴스마저 움찔하여 바토르의 앞을 막아설 정도였다.
물론 이현수는 새파랗게 질려 버 렸다.
‘뭐, 뭐가 문제냐고 또!’
바토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건방진 놈, 네가 뭐라고 감히 우 리에게 그 일에 대해 사과를 한단 말이더냐!”
“ 예?”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주인이시다. 주인의 명이 아니었더라면 네까짓 놈의 부탁을 우리가 듣기나 하겠느냐? 그런데 주 제를 모르고 사과를 해?”
이현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세상에, 사과를 했다고 욕을 퍼먹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미치겠네, 진짜.’
이현수는 그제야 그동안 강진호가 그를 얼마나 편하게 대해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말이 잘 통하는 상사를 얻은 것이 얼마나 복이었
는지도.
‘김석일이 이상한게 아니었네.’
이상한 건 강진호였다.
그가 만약 바토르의 휘하에 들어 갔다면, 지금쯤 피 떡이 되어 굴러 다녔을 것이다.
“잊지 마라.”
“ 예.”
“네 모든 위세는 주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스스로가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네 발언 하나, 행동 하나가 주 인의 위신을 깎아먹고 있지는 않은 지 고민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이현수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 러 내렸다.
“그리고 네 입장을 잊지 마라. 너는 단순히 주인의 명을 전하는 전령 에 불과하다. 세상의 어느 전령이 전령을 보낸 이를 대신하여 사과를 한다는 말이냐. 너는 그런 것을 판 단할 자격이 없다.”
무척이나 굴욕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저 바토르 앞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금강역사처럼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바토르다. 그 바토르의 앞에서
자신의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이는 세상을 뒤져 봐도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현수는 굴욕을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전달해야 할 내용만 말씀드리겠 습니다. 두 분께서는……
바토르와 나이트 위긴스는 이현수의 말을 모두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네의견인가?”
“그렇습니다.”
“주인께서 허하셨다면 지금부터는 주인의 명이겠군. 완벽하게 처리하
겠다고 말씀드려라.”
“ 예.”
나이트 위긴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이현수가 허리를 꺾어 인사를 했다.
“그럼 이만.”
“흠.”
이현수가 방을 나가자 나이트 위 긴스가 바토르를 돌아보았다.
“너무 과하셨던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
바토르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저놈들은 주인의은혜에 너무 젖 어 있다. 건방지기 짝이 없지.”
바토르의 목소리에서 노화가 묻어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