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90)
마존현세강림기-591화(589/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17화)
4장 교전하다 (2)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것들이 주인이 이룬 것을 제가 이룬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암군이 아니라 간신인 법. 저런 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득세하게 되면 조직은 흔 들리기 마련이다.”
나이트 위긴스는 긍정도, 부정도 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이현수를 옹호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아직 저 청년이 그런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바토르는 굳건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미가 있었지. 그 래서 미리 말을 해둔 것이다.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나이트 위긴스는 흥미롭다는 듯이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생각이 깊은 자로
군.’
게다가 강진호에 대한 충성심 역 시 굳건하다. 이런 자를 얻은 것은 강진호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홍복이 었다.
다만, 뭐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군요. 그 강진호씨에게 대항하려 하는 세력이 내부에 있 다니. 한국 무인계의 수준으로는 강진호 씨에게 대항하는 것이 불가능 할텐데.”
“모르니가능한 것이다.”
“ 예?”
“수준이 저열하기 때문에 되레가 능한 것이지. 군사적 지식이 있는 이라면 소총을 든 보병으로 전차를 잡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 만 전차가 뭔지 모르는 이들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법도 하지.”
“음, 한국 무인들의 수준이 강진호 씨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정도란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 만…….
“아무리 그래도 본능적인 공포가 있을텐데.”
“옆구리를 찌른 놈들이 있겠지.”
“강진호씨가 그들을 방치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바토르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주인은 무인으로서는 완벽한 존 재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으로는 치 명적인 단점이 있다.
“단점이라 하셨습니까?”
“자신의 사람들에게 너무 약해.”
“ 으음.”
나이트 위긴스조차 이 발언은 인 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을 고 려할 필요도 없다. 그와 바토르를
대하는 자세만 보더라도 그는 아군 이라 판단된 이들에게는 과도한 신 뢰를 보낸다.
어쩌면 이것은 성군의 자질일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역사 속의 군왕들이 이러한 자세를 취하지 못 한 것은 멍청하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신뢰를 받으면 오만해진다.
앉게 해주면 눕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신뢰와 믿음을 통해 서 사람을 부리는 것보다 강압과 폭 력으로 사람을 다루는 것이 몇 배는
쉽다.
“아군을 우대하는 것이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그건 오히려 대단하 다고 해야지. 그럴 수 있는 이는 많 지 않으니까. 문제는 아군을 우대하는 것보다는 그 아군을 결정하는 기 준이 모호하다는 것에 있다.”
“으음……”
“그대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트 위긴스.”
바토르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이트 위긴스를 노려보았다.
“미스터 위긴스라 불러주십시오, 바토르 님.”
“호칭이야 아무래도 좋겠지. 그대 에게서 나이트라는 호칭을 뺀다고 해서 출신이가려지는 것은 아니니 까. 대답해 보라. 그대는 진정으로 주인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바토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이현수 와는 달리 바토르의 위압에 겁을 집 어먹지는 않았다.
그저 곤란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 쓱했을 뿐이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동양적인 주종 관계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주종이란 것은 동양에서 나온 개 념이 아닐텐데?”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쪽의 개념은 결국 계약으로 발전했죠. 저는 계약을 했을 뿐입니다. 총회와 강진호씨를도와 일을 하며 그 대가를 받는 것이지요. 목숨까지 내던 지는 전면적인 충성을 바라신다면 곤란합니다.”
“좋다.”
바토르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그게 너와 주인이 맺은 계약이라 면, 나는 주인의의사를 존중한다. 하지만 명심해라. 네가 배신을 마음
먹는다면 너는 나의 주먹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흠.”
바토르가 몸을 획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난 아니군.’
바토르의 기세는 나이트 위긴스조 차 물러나게 할 정도였다. 애초에 저 바토르와 힘으로 싸워서 이길 자 신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강자들을 대면하고 맞서온 위긴스이 다 보니, 그 기세에서만큼은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죽는 줄 알았네.”
명불허전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나이트 위긴스조 차 감당하기 힘든 기세였다.
‘로드는 최고의 패를 손에 넣었 군.’
지금까지 총회에서가장 부족한게 바로 저런 것이다. 무인이 만든 조직이라는 건 결국 위에 선 자의 위엄으로 지탱되는 면이 컸다.
강진호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타입은 아니다. 되레 넘친다고 할 수 있 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카리스마가 향하는 곳은 대부분이 외부라는게
문제였다.
그가 총회에 들어와가장 신기하게 생각한 부분은 강진호와 방진훈, 그리고 이현수가 각각 나름의의결 권을가지고 회의에 들어간다는 점 이다.
좋게 보자면 민주적인 절차이지 만,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 본다면 그룹의 회장과 신입 사원이 회의 때 마다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과 그 리 다를 것이 없었다.
위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위계가 발휘되지 않고 있었다.
회장급이 신입 사원의의견조차 귀담아듣는다는 것과 그들이 동등한 권리를가진다는 것은 명백하게 다른 문제였다. 완벽한 민주제가 옳다 면 그 누구도 총리 따위는 뽑지 않을 테니까.
바토르가 지금 그 상황을 정리하 고 있는 것이다.
‘홍위병 수준까지는 안가면 좋겠 지만……
바토르가 존재하는 이상 그동안 강진호를 편히 대해오던 이들도 강진호를 조금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결과는 긍정적
이 될 확률이 높았다.
“우선은 시킨 일이나 완벽하게 처 리할까?”
나이트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밥값은 해야 하니까.”
바토르처럼 표현하는 타입은 아니 지만, 지금 나이트 위긴스 역시의 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이트라는 그의 명성은 이 동양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
지 못했다.
이곳이 유럽이라면 경외와 존경의 시선을 받았겠지만, 냉정하게 따져 봤을 때 이곳에서 그가 받는 대접은 ‘서양 어디선가에서 유명했다던 아 저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이트 위긴스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무시받을 줄은 몰랐는데.’
물론 나이트라는 자리는 오로지 무력만으로 뽑히는 자리가 아니니 파급력이 애매할 것이라고는 생각했 지만, 이토록이나 무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
딱히 대단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총회에 들어와 있는 서양 아저씨 취급은 슬 슬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커리큘럼에도 많은 젊은 무 인들이 들어온 이상 이제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할 시간이었다.
“적당한 상대가 없다는 것은 아쉽 지만 말이야.”
나이트 위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 * *
어둠이 내렸다.
강진호는가만히 어둠에 잠긴 총 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때 그에게 있어서 총회는 다른 이들이 사는 곳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총회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하게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언제부터 총회라는 곳이 그에게의미를가지게 된 것일까?
“준비가 끝났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이 좋지 않았을텐데 말이
지.’
이현수는 그를 죽이려 한 사람이 었다.
이현수의 계략에의해서 무너진 터널에 깔려 최연하와 함께 고생한 기억은 강진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현수에게 신뢰마저 느끼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강진호가 세상을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리도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뀌는데, 어찌 세상을 따라가란 말인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동지라 믿어온 사람을 그의 손으로
제거하러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어디서 기준을 잡아야 한단 말인가.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가만히 이 현수를 바라보았다.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 이고 있었다. 그 자세에서 느껴지는 정중함에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꺾 었다.
긴장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회초리를 좀 맞았습니다.”
“ 회초리?”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괘념치 마 시길.”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현수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시작해봐.”
“정리해야 할 곳은 모두 네 곳입니다.”
“음.”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이중걸의 관사, 총회 내의 반동 세 력들, 또 하나는……”
이현수가 속삭이듯 말하자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많군.”
“전력의의미로 본다면 제거할 곳 이 많아지는게 딱히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악성종양을 제거하면서 양 성종양이라고 남겨두는 법은 없습니다. 정리해야 할일이죠.”
“그렇겠지.”
강진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묻어 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현수는 좀 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사람은 언제나 이렇다.
평소의 그는 오히려 조금 둔한 면이 있다고 해야 할 정도다. 하지
만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잔인 하다.
그 갭이 때로 이현수를 두렵게 했다.
‘바토르 님의 말이 맞다.’
어쩌면 이현수 역시 강진호의 그런 면을 이용하려 했을지도 몰랐다. 강진호가 본색을 드러냈을 때는 떠는 것밖에는 하지 못하면서 평소 강진호가 온화할 때는 되레 그를 훈계 하려 한 적도 있었다.
이현수는 마음속 깊이 자신의 실 책을 반성했다.
‘잊지 마라.’
타인의 호의를 이용하는 것은 최 악의 짓이다.
“강진호씨.”
“음?”
“이번 일이 끝난다면 결심을 굳혀 주십시오.”
강진호가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무슨 소리지?”
“스스로 정상에 서시기로 마음먹 으셨다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제가, 그리고 다른 이들이 목숨을 걸고 보 좌하겠습니다.”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입에 머 금었다.
그건 잔인하고도 매혹적인 미소였다.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가 버린 강진호가 살짝 핏발이 선 눈으로 이현 수를 노려보았다.
“망설이지 않아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정상에 서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이 악물고 따라와라. 내가 있는 곳까지 말이다.”
이현수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그래, 그래야지.
이래야 강진호지.
복잡하던 머릿속이 순식간에 정리 되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 그는 그저 강진호가 원하는 대로 달 리기만 하면 된다. 이 사람의 등을 보며 달려간다면 언제든 길은 열릴 테니까.
“시작하겠습니다.”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었다.
건물에서 뛰어내린 강진호를 바라 보던 이현수가 지체하지 않고 몸을 돌리며 휴대폰을 뽑아들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