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94)
마존현세강림기-595화(593/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21화)
5장 압도하다 (1)
꿈을 꾸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오늘은 계속 이런 기분이로군.’
이성택은 모호한 정신을 굳이 다 잡으려 하지 않았다.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호랑이일 때의 이야기다.
괴물에게 끌려간다면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린다고 해도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 여기는 괴물의 굴이다.
바토르라는 괴물이 그들이라는 먹 잇감을 사냥하고 유희하는 장소다.
‘그래, 오늘 하루 종일 이런 기분 이었지.’
조금 전, 차를 타고 올 때부터 그 랬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미묘한 이질감.
이성택은 그 감각이 자신이 불안 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느끼고 있었다.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임을.
머리는 몰랐지만 그의가슴은 알 고 있던 것이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오늘 그를 찾아온다는 것을.
사신의 낫이 목에 걸려 있었으니 당연히 기이한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신은 지금까지 그가 생각해 온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존 재였다.
쿠우우웅!
일격.
단 일격이 내뿜는 파괴력은 그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학에 대한 상 식을 완전히 부숴놓았다.
‘우물 안이었어.’
넓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무인계는 결코 약하지 않다. 지정학적 위치가 하필이면 강국 사이에 끼인 위치라서 평가절하되는 것이지, 세계적인 순위를 따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드넓은 우물 안이었던 것이다.
우물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결국은 우물. 좁아진 시야를 트이게 할 방법이 없었다.
바토르의 일격을 보니 알 것 같 았다.
‘예전부터 알았어야 해.’
저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스운 일이다.
저 권력을 보고 있으려니, 이런 상황에서도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 었다. 그가 한번도 상상하지 못한 경지가 저곳에 있다.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만약 세상에 저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역시 지 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설픈 권력 싸움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에 무학을 좀 더 갈고닦았겠지.
저 압도적인 힘 앞에 권력 따위야 아무런의미도 없으니까 말이다.
푸우우욱!
바토르의 주먹을 버티기에 장로들의 육체는 너무도 나약했다.
바토르의 주먹이 장로의 몸을 꿰 뚫는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솜사탕을 뭉쳐 만든게 아닌가의심이 될 정도로 너무도 간단히
꿰뚫려 버린다.
주르르륵.
입으로 피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자신의 배 속으로 팔꿈치까지 박 혀든 바토르의 팔을 본 장로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쯧.”
바토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팔을 뽑아냈다.
“조금도 단련이 되지 않은 육체로 군.”
바토르가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중원의 노강호들은 오히려 젊은 이들을 압도하지. 너희가 무학을게을리 익히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무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희는 무 인이 아니다. 무인이었던 자겠지. 스 스로 무학을 놓아버린 주제에 무인 임을 자처하는 놈들에게 내가 줄 것은 경멸밖에는 없다.”
바토르가 성난 멧돼지처럼 돌진하 기 시작했다. 그 위세에 장로들이 휩쓸려 나갔다.
최대치로가속하는 불도저 앞에 놓인 갈대들이 이런 모습일까?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기운을 잔뜩 실은 비수가 바토르의 얼굴로 날아든다. 하지만 바토르는 막을 생각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전진.
오로지 앞으로 달려들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것이 절대적 사명인 듯 바토르는 전진하 고 또 전진했다.
카캉!
바토르의 얼굴을 찌른 비수는 그의 피부조차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 갔다.
“헉!”
비수를 던진 이의 입에서 경악성 이 터져 나왔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기를 잔뜩 싫은 비수가 인간의 피 부에 생채기조차 남기지 못했는데.
전력으로 휘두른 검이 종이조차 뚫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흐아아아앗!”
바토르가 쩌렁쩌렁 울리는 노호성을 토하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공기가 찢어진다.
비정상적으로 긴 리치의 팔이 휘
둘러지면서 장로들의 육체를 휩쓸어 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말 그대 로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튕겨 나갈 거라 생각했다.
사람이란 것은 조금 뒤의 일을 상상하는 존재니까.
이성택은 바토르가 휘두른 팔에 맞은 장로들이야구방망이로 후려친야구공처럼 날아가 버릴 거라 생각 했다.
하지만 바토르의 팔은야구방망이 보다 강했고, 안타깝게도 장로들의 육체는 상대적으로 그만한 강성을
지니지 못했다.
결과는 폭발.
바토르의 일격을 허용한 장로들의 육체가 마치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터져 나간 육편과 뼛조각들이 마 치 크레모아처럼 뒤쪽에 있던 장로 들을 덮쳤다.
“흐으으 ”
“히 익!”
더 강한 공격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바토르의 수준이라면 이 이상의
공격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함께 떠들고 즐기 던 동료의 육체가 파편이 되어 그들의 몸에 박혀드는 것이상의 정신적 충격이 있겠는가.
나름 산전수전을 겪었다는 장로와 이사들도 이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 하얗게 질려 버린 얼굴이었다.
입으로는 자꾸 신음이 흘러나오 고, 눈가로 뭔가 축축한 것이 고인다.
“일어서!”
바토르가 짐승처럼 포효했다.
“이 쓰레기 같은 것들, 네까짓 것 들이 뭐? 누구를 상대해?”
바토르는 진심으로 분노한 얼굴이 었다.
인간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병신 같은 것들이 감히 그의 주인을 상대하겠답시고 설친 것이다.
이건 충성심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너희 같은 벌레들은 일천이 아니 라 일만이 모여도 주인을 감당하지 못한다. 제 주제를 잊은 대가를 치 러야지. 너희는 죽는다. 오늘 내 손
에 모두 죽는다!”
이성택은 꿈틀대는 바토르의 근육을 보며 희게 웃고 말았다.
‘마치 신화의 한 장면 같군.’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 혹은 천신 이 부패하고 타락해 버린 인간들을 향해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장면 같 았다.
아니, 신화라기보다는 마치…….
‘그래, 오페라 같아.’
그 어느 쪽이든 현실감이 없다는 것은 동일했다.
이성택은 이미 강진호가 영남회를 상대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이미
상대할 수 없는 무학의 경지를 눈으로 보았지만, 지금 같은 기분은 들 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
강진호는 애초에 그들과 같은 존 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는 인간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뭔가 이질적인 존재였다. 마치 악마가 세 상에 강림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악마를 본다면 어떨까?
그에게 투쟁심을 느낄까?
그와 자신을 비교하려 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성택의 기분이 딱 그랬다.
감히 그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악을 눈앞에서 목도한 느낌.
그렇기에 비교조차 할 엄두를 내 지 못했다.
하지만 바토르는 뭐라고 해야 할 까…….
그래.
이건 경외라고 불러야 할 감정일 것이다. 인간의 육체가 어디까지 강 해질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목도할 수 있었다.
그건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했다.
“장로님!”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들이 안으로 우르르 쏟아 져 들어왔다.
누군가가 호위대를 끌고 온 모양 이었다. 이런 자리까지 호위대를 끌 고 온 그 준비성을 칭찬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성택은도저히 그 판단을 존중할 수 없었다.
“물러서! 당장!”
되레 외칠 뿐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아니, 그런 수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 었다.
퍼어어어어어엉!
육체와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커 다란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폭음이 울려 퍼진다. 바토르의 손에 죽는 이들이가지는 유일한 이점은 굳이 매장과 화장 중 어느 쪽을 택할 것 인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겠지.
남아 있는 육체가 없으니까.
마치게임을 할 때 잡은 몹이 그 시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듯 이, 조금 전까지 눈앞에 분명히 존 재하던 누군가가 완전히 소멸해 버 렸다.
“쥐새끼 같은 것들이!”
바토르가 고함을 지르며 양주먹을 휘두른다.
그러자 재앙이 시작되었다.
퍼엉! 퍼어엉! 퍼엉!
바토르의 주먹이 한번 뻗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 차라리 깔끔하게 사라지는게 나은 상황이 었다. 어떻게든 피해보겠다고 몸을 비튼 이는 완벽하게 소멸되지 못했 고, 덕택에 그 육체의 파편으로 아 군을 공격하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까.
상식이 붕괴하고 있었다.
이성택이 아는 어떤 전투도 이런
식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해왔 단 말인가?’
무학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들이 그를 보았을 때 느낄 충격을, 지금 이성택은 고스란히 실감하고 있었다. 바토르와 그들의 차이는 일반인 과 그들의 차이, 그 이상이었다.
저항할 수 없다.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다, 달아나라!”
현명한 선택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어이없게도 바토르는 바람과 같이 빨랐다. 그 거대한 덩치만 보자면 둔중하기 짝이 없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민첩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등을 보인 이들의 말로는 너무도 빤했다.
퍼어어어엉!
바토르의 일권이 등을 보인 이의 척추를 으스러뜨린다. 튕겨 나간 척 추가 배를 뚫고 앞으로 튀어나간다. 자신의 배를 뚫고 나간 뼈를 본 이 들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절명 해 버렸다.
우르르릉!
바토르의 패악에 당한 것은 사람 만이 아니었다.
건물 역시 더 이상은 버티지 못 하겠다는 듯이 비명을 내지르더니, 이내 무너지기 시작했다.
“흥!”
바토르가 허리를 아래쪽으로 뒤튼다. 그러고는 맹렬한 기세로 주먹을 돌려 머리 위로 올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마치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바토르가 내뿜은 권풍이 무너지던
건물의 천장을 말 그대로 분해해 버 렸다.
튕겨낸 것도 아니고, 버텨낸 것도 아니다.
단단하기 짝이 없는 철근 콘크리 트가 모래처럼 으스러진다. 아니, 모 래도 너무 크다. 저건 먼지라고 불 러야 할 수준이다.
먼지의 폭풍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쏟아지는 비와 섞여 떨어 진다.
황토색의 비가 쏟아진다.
이성택은 멍한 눈으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침묵.
조금 전까지는 전혀 들리지 않던 빗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천장이 무너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 기 때문이었다.
한바탕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기묘할 정도의 정적이 지나 고, 누군가의 신음 소리와 떠는 소 리, 그리고 기도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기 시작했다.
‘기도한다고?’
누구에게?
누구에게 기도한단 말인가.
신에게? 그 잘난 신에게?
개소리.
적어도 이곳에서는 바토르가 신이 었다.
투신 (鬪神).
전투의 신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신에게 기도를 해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이성택은가만히 손을 들어 얼굴을 매만졌다.
비 때문에 젖어든 얼굴에서 붉은 기가 묻어난다. 아마도 파편이 스쳐 얼굴이 갈라진 모양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이성택은 보았다. 자신을 정 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바토르의 모 습을 말이다.
이미 그의 앞을 막고 있던 자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러니 이제는…….
‘내 차례인가?’
죽음을 선고하기 위해 다가오는 바토르를 보며 이성택은 쓰게 웃고 말았다.
그래.
죽기엔 나쁘지 않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