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95)
마존현세강림기-596화(594/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22화)
5장 압도하다 (2)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제 와 그런 것을 따지는 건 어 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과거를 반성하고, 과거로부터 배 우는 것은 미래가 있는 이들의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 이성 택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죽 음뿐이다.
죽음은 그의 앞에 확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토르란 이름의 형태로 말이다.
‘죽음뿐이라……
이성택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인생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능동적으로 선택하지 못했다. 기껏 한다는 선택이란 건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가장 모 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정도 였다.
스스로 나서서 주변 상황을 바꾸 어본다든가, 현실적으로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 인 경우는 없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선택을 미뤄온 대가는 너무도 확 연했다. 그 대가로 이성택은 자신의 죽음마저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허탈하다.
그리고…….
뭐라고 해야 할까, 이 감정을.
아까부터 두방망이질 치는가슴이 뭐라 외치고 있다.
현실감 없이 멍하기만 한 시야.
모노톤으로 물들어 버린 세상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면……
그 쥐꼬리만 한 권력.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이따위 로 인생을 끝낼 것이었다면, 차라리 제 맘대로 한번 살아볼 것을.
후회스러운 일은 오직 그것 하나 뿐이었다.
이성택은 두 눈을 부릅뜨고 바토 르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생각 하지 마라.’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한가지를 깨달은 이성택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 따위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가 머리를 싸 매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과거에 어 떻게 했는가가 아니라 미래를 어찌 할 것인가다.
그리고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하나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래, 안다.
아무런의미가 없다는 것을.
어떤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그의 죽음 따위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바토르의 손에 장로 와 이사들이 단체로 떼죽음을 당했 다는 소문의 한 부분을 채울 뿐이겠 지.
그래서 그 이성택 이사라는 사람은 어떻게 죽었다더라 정도?
그럴 리도 없다.
누가 그의 죽음을 궁금해하겠는가.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슬퍼할 이는 기껏해야 그의 자식 정도일 것이다. 아니,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겠 지.
“큭큭.”
웃고 만다.
이성택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 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돌아보아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게 잘못되었던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게 무인의 삶이라면, 오늘 죽는다고 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어야 한다. ‘지금은 만족할 수 없지만, 나중에는 나아지 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 삶을
살아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결론은 한가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훌륭한 죽음이었다고 박수쳐 줄 사람이 없어도 좋다.
이건 그저 단순한 자기만족이니 까.
죽음이라는 결과는 같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야 다를 수 있겠지.
이성택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 보았다.
송영무.
반쯤 무너진 벽에 바짝 붙은 송 영무가 넋이 나가 있었다.
비가 오는게 다행이다.
아니면 젖은 바지춤이 완연하게 티가 났을 테니까.
이성택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 아니, 저렇게 살아남고 싶지도 않다.
비굴한 삶의 결과는 결국 비굴한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성택은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당당하고 싶 었다.
그러면 염왕을 만나더라도 고개를 들 수 있겠지.
나는 비굴한 삶을 살았으나, 그
마지막만은 당당했노라 말이다.
우드드득.
이성택의 주먹이 뼛소리를 만들어 냈다.
애병이 없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 이성택이 무인이 아니 었다는 증거다. 손에 애병을 놓고 다니는 무인이 어찌 무인이라 자청 하겠는가.
그러니 아쉬울 것은 없다.
검이 없다면 주먹으로, 주먹이 없 다면 이로 물어뜯어서라도 싸우면 된다. 그게 무인이니까.
이성택의 눈이가라앉았다.
“흠?”
바토르는 이성택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한 놈쯤은 있어야지.’
아무리 저열한 한국의 무인계고, 이제는 다 썩어버린 놈들이라고는 하지만, 그중 하나쯤은 무인의 혼을 지니고 있는 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 썩어버린 상자 안에서도 멀 쩡한 사과 하나쯤은 나오는 법이니 까.
‘좋군.’
이성택의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가 마지막을 준비할 때 저런 눈이 된다.
바토르는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각오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와라.”
의도가 전달되었을까의심하지 않는다. 때로는 언어를 넘어 전달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성택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바토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끌어 올릴 수 있는 모든 힘을 양
주먹에 싣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담아 일권을 내지른다.
앙다문 이가 버티지 못하고 뚜둑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이성택은 확 신했다.
이건 최고의 권이다.
그의 인생을 통틀어서 단 한번도 이처럼 완벽한 정권을 날려본 적은 없었다.
쿠우우웅!
이성택의 주먹이 바토르의 왼쪽가슴을 내지른다. 그러고 나서 이성 택은 실감했다. 그의 공격을 받아내 고 있는 바토르의 육체가 어떤 것인
지 말이다.
그의 오른 주먹이 바토르의 육체 에 닿는 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반탄력이 그를 덮쳤다.
으드드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
그저 소리가 아니다.
바토르의가슴을 친 그의 오른손 뼈가 모조리 으스러졌다. 팔목까지의 뼈가 조각조각 나버렸는지, 형용 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온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죽는다. 그런데 고통 따위가 뭐 어쨌단 말인가.
이성택은 멀쩡한 왼손에 터질 듯 이 기운을 밀어 넣고는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자세가 무너졌지만, 바 토르가 피하지 않은 덕분에 그의 좌 수는 정확하게 바토르의 턱을 후려 갈겼다.
콰드득!
보인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그의 주먹 이 으스러지는 모습이 말이다.
“ 하핫.”
웃음이 나온다.
꼴좋다.
상대도 되지 않는구나.
하지만 이걸로 좋다. 이제 염왕을 만나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바토르의 턱주가리를 후려친 남자라 고 말이다. 그래, 그걸로 됐다.
“후우우우……
바닥에 착지한 이성택이 고개를 들어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흔들리지 마라.’
겁나는 건 하나뿐이다.
자신의 눈이, 자신의 다리가…….
떨리고 있을까 겁이 난다. 못난 모습을 보일까 봐 말이다.
죽는 것보다 겁쟁이로 기억되는 것이 더 무섭다.
이성택은가슴을 펴고 바토르를 노려보았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 남은 것은 당당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바토르가가만히 고개를 내려 이 성택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얽혀든다.
바토르가 뭐라 중얼거리더니, 팔을 뒤로 당겼다.
이성택은 바토르의 등 뒤쪽으로 뻗어 나가는 주먹을 똑똑히 바라보 았다. 이제 저 주먹이 그를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다.
‘처음 배운게 그거였지.’
이제는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스승이 그에게 내린 첫가르 침.
– 눈을 감지 마라.
– 무학을 배우겠다는 자가 얻어 맞는게 무서워서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그런 자는 무학을 배울 자격 이 없다.
‘맞는 말이지.’
그는 스승의 주먹에 눈을 감지 않았기에 무학을 배울 수 있었다.
그 후로 일평생 무학과 함께 살아왔다.
그 긴 세월을 정진했으니 이제 죽음 앞에서도 눈을 감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도 볼품없는 삶일 테니까.
이성택은 담담한 눈으로 풍압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죽음’을 응시했다. 결코 눈을 감지 않으며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죽음은 명백히 그를 향해 다가오 고 있었다. 그런데 쾌속하게 날아오 던 주먹이 그의 얼굴에 닿을 즈음이
되어서는 확연히 느려지고 있었다.
‘이게 주마등이라는 건가?’
사람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더니, 오늘 참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 같았다. 죽는 날의 밀도가 높다는 것은 환영할일이지 만, 그 경험이 아무런의미가 없어 진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응?’
이상하다.
이거, 멈춰 있는 건가?
이성택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시간이 느리게가는 것이 아니다.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바토르가 주 먹을 멈췄다.
태산이라도 부술 것 같은 단단한 주먹이 쫙 펴진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비껴 어깨로 내려앉는다.
턱!
가볍게 그의 어깨를 친 바토르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
이성택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극도로 긴장한 그의 뇌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
었다.
그런 그를도와준 것은 장다징이 었다.
“ 이쪽으로.”
장다징이 손을 뻗어 이성택의 어 깨를 잡아끌었다.
명백히 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성택은 저항도 하지 못 하고 장다징이 이끄는 쪽으로 끌려 갔다.
“뭐……”
당황하고 있는 이성택을 보며 장 다징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바토르 님께서는 당신을 전사로
인정하셨습니다.”
“……전사?”
“예, 전사. 싸우는 자죠.”
장다징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총회의 장로쯤 된다면 다들 전사 여야 한다는 것이 바토르 님의 지론 이십니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몇 번 말씀을 드렸는데,도통 들으 려 하지 않으시더군요.”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지?
장다징이 뻘소리를 하고 있는 건 지, 아니면 이성택의 머리가 희게 비어버려 해석을 못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이성택은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이성택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 어 올려 얼굴을 만지려 했다. 하지 만 장다징이 그런 이성택을 만류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손을 영영 쓸 수 없게 됩니다.”
장다징의 말에 이성택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뼈가 으스러진 팔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게 과연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
다.
‘돌아가지 않으면 또 어떤가?’
이성택은 직감했다.
이제 무인으로서 그는 끝났다. 더는 누군가와 주먹을 겨룰 일은 없을 것이다. 더없이 압도적인 무를, 결코 그로서는 닿을 수 없는 무를 봐버린 이상은 말이다.
“물론 이걸로 다 끝났다고는 생각 하지 마십시오.”
이성택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장다징이 이죽거렸다.
“최종적인 결정은 강진호씨께서 내리시는 거니까요. 뭐, 물론 그 양
반이 반항하지 않는 사람을 죽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상한 곳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
옆에서 지껄이는 떼놈에게서 시선을 뗀 이성택이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사람 같지 않은 커다란 등이 보 인다.
저 사람은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한결같이 위협적이었다.
“……남은 이들은?”
“음, 아마도……
장다징이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이들은 바토르 님의 테스트
를 통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럼 뭐 결론이야 빤하겠죠.”
그래.
빤하겠지.
이성택이 멍한 눈으로 바토르의 전진을 바라보았다.